〈 98화 〉 98, 딜레마
* * *
딜레마라는 게 있다.
쉽게 말해 두 가지 중 하나의 선택지를 골라야 할 때를 뜻하는 용어였다.
주로 두 가지 선택지가 있지만, 그 둘 다 선택하기 어렵거나 어떤 손해가 따라올 때 우리는 딜레마라 불렀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의 선로 앞에 5명의 사람이 묶여있다.
그 다섯 사람을 살리려면 선로전환기를 당겨야 하는데, 또 하나의 선로에는 한 명의 사람이 묶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전환기를 당길 것인가 말 것인가?
대를 위한 소의 희생, 일개 개인이 다른 사람의 죽음을 결정해도 되는가.
여러 윤리적 문제가 적용되는 트롤리 딜레마란 것도 이 세상에 존재했다.
딜레마란 이토록 여러 상황에서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철학자들은 피곤하게 사는 군.’
쏴아아아
나는 샤워기의 물줄기를 맞으면서 생각했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만들어놓고 우리에게 풀라고 하면 어떻게 하는가.
차라리 나는 선로를 내버려 둔 채 그냥 국밥이나 조지러 가겠다.
아마 기차에 치여서 지옥으로 떨어진 다섯 명도 국밥은 인정해 주겠지. 식사는 중요하니까.
어쨌든, 갑자기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내가 그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생명의 경중보다 더더욱 심각한 딜레마에 말이다.
대체 누구부터 박아야 하는가··· 어떻게 야스를 해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건가.
가히 인류 최대의 난제가 아닐 수 없었다.
“후··· 시원해.”
쏴아아아
그래도 일단 나는 샤워를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뽀송뽀송한 몸에 시원한 에어컨 공기가 스친다. 피부 밖에서 느껴지는 가운의 느낌이 포근했다.
역시 사람은 목욕을 해야 한다. 땀과 함께 오늘 쌓였던 피로도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며 앞을 보자, 거기에는 그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을 광경이 있었다.
속에서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와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두 명의 여성이 보였다.
각기 다른 꼴림을 가진 두 여자가 어색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인지 서로 조금씩 움츠려든 듯한 얼굴이었다.
그럴만하다. 서로의 장점이 확연하게 차이 났으니.
이은별같은 경우엔 전체적인 비율이 좋았으며, 성아린같은 경우엔 그냥 가슴이 컸다.
서로의 장점이 명확하다 보니, 거기에 조금씩 움츠려 든 모양이었다.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래도···.’
그래도 다행인 건 거기에 거부감이란 감정은 안 보인다는 것.
저번에도 말했듯 여성은 성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다고 했었다. 기본적으로 성에 대한 허용범위가 넓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우리 남자들처럼 거부감이나 혐오감은 잘 안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서로 어색하기만 할 뿐.
‘그럼 됐지.’
이 정보는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정보다.
슬슬 어떻게 할지 각이 잡히고 있었다.
그리고 기껏 여기까지 와놓고 속으로 걱정이나 하고 있으면 손해 아닌가.
지금은 우선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들에게 물었다.
“왜들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어?”
순간, 서로를 바라보던 두 여성의 눈이 내 쪽으로 향했다.
내가 샤워하는 동안, 이 둘은 서로 어색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게 뻔했다. 심지어 서로 알몸이기까지 한 상태였으니.
그런만큼 나의 재등장은 반가울만 했다.
내가 묻자 성아린이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그게 좀 어색해서···.”
“아, 오빠 오셨어요?!”
그리고 그 순간 이은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장 나의 소중이를 만져주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덥썩.
이미 잔뜩 융기해있던 소중이에 그녀의 차가운 손길이 닿는다.
갑작스러운 자극에 순간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올뻔 했다.
‘어엇.’
나는 조금 놀랐다. 설마하니, 바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설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보통은 내가 먼저 나서지 이렇게 상대가 먼저 나서는 일은 거의 없었다.
“와, 벌써부터 딱딱해져 있네··· 근데 원래 남자쪽 거기는 이렇게 따듯해요?”
그녀가 신기하다는 듯이 귀두 근처를 만지작거렸다. 서늘한 손가락이 스칠 때마다 기분 좋은 쾌락이 넘실 거렸다.
그렇게 갑자기 시작된 대딸을 즐기고 있자, 성아린이 당황하며 일어섰다.
“원래 아래쪽에는 열이 많이 모인데··· 그 왜, 우리도 아래쪽은 따듯하잖아.”
그러더니 곧장 무릎을 꿇고 소중이를 핥아주는 것 아닌가!
츄릅츄릅
야릇한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기분 좋은 쾌락이 소중이를 감쌌다.
혀는 성기만큼이나 열이 담겨있는 부위다. 그런 만큼, 혀가 마찰할 때마다 따스한 열기가 느껴졌다.
‘오, 오옷.’
귀두 위쪽으로는 차가운 손길이 닿고, 아래쪽에서는 따스한 혀가 닿는 상황.
열(?)과 냉(?)의 조화에 소중이가 좋아하며 웃고 있었지만, 정작 애무받고 있는 나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전개였기 때문이다.
‘뭐, 뭐지?’
원래 이렇게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었는데.
둘 다 약간 당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가 보통은 내가 먼저 시키거나 리드를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샤워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봉사를 해주는 건가.
기분은 좋긴 한데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하··· 그렇군요.”
그렇게 의문을 느끼며 서 있자, 옆에서 이은별이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약간 한방 먹었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걸 보자 순간, 나는 무슨 상황인지 대강 이해할 수 있었다.
‘···아하.’
이 둘은 지금 서로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다름 아닌 나를 두고 말이다.
누가 먼저 나를 기분좋게 하는가, 그리하여 첫 번째 야스를 누가 가져가는가.
그걸 두고 서로 이렇게 별 거 아닌 기싸움을 하는 중인 것이다.
싸우는 건 아니다. 다만, 서로 간의 경쟁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이런 씨발 세상에, 쓰리썸은 벌써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행동의 기저에 깔린, 상상 이상의 심리전에 잠시 등골에 소름이 돋아왔다.
그녀들도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침대로 가자.”
그래도 일단은 평정을 유지하며 그 둘을 침대로 인도했다.
이대로 봉사를 좀 더 받는 것도 좋지만, 슬슬 에어컨 바람 때문에 추우려고 하니까.
일단은 침대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몇 걸음 옮기자 2인용 사이즈에 순백색 침대가 보였다.
2인용이기는 하지만, 보통 침대가 그렇듯이 3명이 누워도 전혀 좁지 않을 사이즈였다.
“그럼···.”
그걸 잠시 바라보고 있자, 그녀들이 침대에 조용히 엎드리기 시작했다.
두 여성의 허리가 내려가며 두 개의 엉덩이가 내 앞의 나란히 놓인다.
“누구부터 할 거야···?”
‘오, 오우···.’
마치 서로 짜기라도 한 듯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두 쌍의 살덩이가 내 앞에 전시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단순히 감상하기만 해도 아래쪽이 껄떡대는 기분이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과연···.’
내가 샤워하는 동안 이런 이벤트를 준비했었구나.
이런 이벤트를 명분으로 이렇게 가불기를 걸어버리는구나.
대놓고 보기 좋은 떡을 눈앞에 두어 누구와 먼저 할지 선택하라는 거였다. 너무나도 뻔한 행동이라 눈치를 챌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런 식으로 딜레마를 걸어버리는가.
그 누구를 선택해도 한 명은 서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두근두근.
누군가의 심장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내 심장소리인지, 아니면 가불기를 걸어버린 그녀들의 심장소리인지는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꽤나 창피하고 어색한 자세일 텐데도 그녀들은 꿋꿋이 자세를 유지했다.
술을 꽤 먹어서 그런가 머리가 은근히 몽롱하다. 어찌 되었든 약간 긴장되는 분위기로 바뀐 것은 확실했다.
하나, 아쉽게도 이런 뻔한 상황에 당해줄 내가 아니다.
흐읍
말을 하기 전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냉기가 섞인 공기가 폐로 들어와 청량감을 선사해주었다.
마치 한계까지 바람을 넣은 풍선처럼, 내 흉부가 부풀었다.
그리고ㅡ
“갈!!!!!!!!!”
그대로 크게 외치며 냅다 은별이의 엉덩이를 쌔게 후려쳤다!!
짜악!!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지며 그녀의 엉덩이가 거칠게 출렁인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은별이의 얼굴이 그대로 고통으로 찌푸려졌다.
“꺄흐아악?!!”
“뭐, 뭐야?!”
애써 준비했던 이벤트 자세가 무너지는 데에는, 스팽킹 한 대면 충분했다.
굳이 이 년의 엉덩이만 때린 이유는, 우리 은별 양은 마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렇게 갑작스럽게 때려도 별로 짜증은 안 낼 거라 생각했다. 암, 그렇다고 아린이 엉덩이를 후려칠 수는 없었으니.
캬, 스윗한남인 나의 세심한 배려였다.
어쨌거나 나는 말을 이었다.
“갈! 격투게임의 양심 뒤진 얍삽이 놈들도 이리 좆같은 이지선다는 걸지 않거늘! 어찌하여 너희가 이지선다를 강요하느냐!”
“가, 갑자기 뭔 소리 하는거야!”
“오빠 미쳤어요?! 갑자기 엉덩이는 왜 때려요?!”
성아린이 당황한 채로 외치고, 은별이가 빨갛게 물든 엉덩이를 비비며 따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말을 이었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선택지가 존재하고 있는데, 어리석은 중생들은 그저 흑과 백밖에 보지 못하는구나!”
“으, 은별아 괜찮아?”
“네, 네···. 와 씨 깜짝 놀랐네.”
선택지가 문제인가.
괜찮다. 잘 찾아보면 정해진 길들 근처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허나 걱정말거라! 마침 나에게 기가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으니.”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경건하게 양팔을 벌렸다.
침대 위에서 두 여인이 나를 미친놈 보는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상관없었다.
어찌되었든 나에게 개쩌는 생각이 떠올랐다는 건 변함없었으니까.
나는 어색한 무협식 말투를 집어치워버리고는 아린이에게 말했다.
“아린아, 일단 침대 중앙에 누워 봐.”
“응? 응···.”
다행히 그녀는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내 요구를 들어주었다. 애초에 그리 어려운 요구도 아니었기에 쉽게 들어줄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이은별을 가르키면서 말했다.
“그리고 은별이는 아린이 위에 엎드리고.”
“네······.”
순간,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려던 그녀의 고개가 갸웃한다.
“네?”
그러더니 이내 당황으로 물들었다.
“잠깐, 뭐라고요?”
“잠깐, 뭐라고?”
거의 동시에 둘이 물었다. 내가 뭘 시키려는지 슬슬 예상이 가는 모양이었다.
아린이가 아래에 눕고, 은별이가 위에 엎드린다.
아무래도 그런 자세라면 서로를 마주 보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서로 알몸으로 부대끼면서 말이다.
오늘 처음 보는 사람과 껴앉으면서 눈 마주치기라··· 확실히 부담이 갈 수밖에 없겠지.
“안 돼요! 못해요. 그걸 부끄러워서 어떻게 해요!”
하지만, 나는 무를 생각이 없었다.
짜악!
다시 한번 그녀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역시 운동을 하던 애라 그런가, 엉덩이가 탄력적이라 손맛이 좋았다.
“아흑!”
“엎드려 얼른.”
“아니, 왜 자꾸 제 엉덩이만 치세요!”
“너 엉덩이가 찰져서.”
그녀가 억울한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물론 그래봤자 결정을 번복할 생각은 없다.
은별이도 그걸 아는지, 이내 시선을 성아린에게로 옮겼다.
아무래도, 당신은 괜찮냐고 말없이 물어보는 것 같았다.
“나는 괜찮아···.”
그녀가 자포자기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은별이도 휴유 한숨을 쉬고는 내 말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아린이의 위에 은별이가 포개듯이 눕는다. 가슴과 가슴이 서로 겹쳐져 뭉개지며, 마치 가위치기를 하듯 서로의 사타구니가 닿았다.
“크읏···.”
“윽···.”
앞에서 은별이와 아린이가 부끄럽다는 듯이 서로 얼굴을 돌렸다. 잔뜩 빨개져있는 두 명의 얼굴이 보였다.
본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 심리적 거리 또한 가까워지는 법이다.
부디 이 시간동안 그녀들이 좀 더 친해지길 바란다.
“은별아 엉덩이 좀 더 내려봐. 다리끼리 서로 교차하지 말고······응 그렇게.”
나는 거기서 약간의 자세를 교정했다.
겉면만 바라보면 마치 끈적 농밀한 민달팽이 야스를 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내 시선은 좀 더 작은 부위에 있었다.
‘오오.’
서로의 뷰지가 맞닿은 장소에, 약간의 벌어진 틈이 보인다. 육벽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샌드위치가 있었다.
마치, 하나의 절벽틈을 보는 것 같았다.
순간 나는 감동에 차올랐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아아!’
뷰지로 만들어진 뷰지!
두 구멍을 제물로 바쳐 만들어진, 새로운 구멍!
여자 두 명 이상이 모여야 만들어질 수 있는, 사치와 향락의 결정체가 바로 내 앞에 있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이란 말인가!
보기만 해도 아래쪽이 껄떡거리는 느낌이었다.
하늘에서 지켜보던 니알라토텝님이 오들오들!
땅에 있던 염라대왕이 화들짝!
쉽게 만들 수 없는 절경에 그분들조차 만족하는 게 느껴졌다.
지옥불에 떨어진 5명의 희생자들도 기립하며 박수를 쳤다.
좋다. 좋아.
이렇게 하면 누구 한 명이 서운해 할 일은 없겠지.
조금 부끄러워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그럼 박는다?”
“아니, 잠깐 이 상태에서 박는다고요?”
“진짜로?”
그녀들이 당황하며 물었다. 물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장 제 소중이를 집어넣었다.
푸욱!
위와 아래에서 소음순과 대음순이 마찰하며 자지를 자극한다.
쌩으로 질안에 박는 것보다는 자극이 별로였지만, 이건 이것대로 재미가 있었다.
“으흡”
“흣읍···.”
아래쪽에서 둘이 무의식 신음을 흘리다, 급히 목 안으로 집어넘겼다.
그리고 서로 부끄러운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그래도 쌩판 남 앞에서 신음 소리를 내며 느끼기에는 너무 창피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어차피 내게 될텐데.’
뭐, 됐다. 그건 나중을 위한 즐거움으로 놔두자고.
지금은 우선 이 상황을 즐길 차례였다.
‘사정은···.’
좀 더 나중에 가버리는 애한테 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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