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 〉 93, 고백
* * *
은별이와 야스를 마친 뒤, 벌써 3일이 지났다.
그동안의 내 일상은 그야말로 순조롭다고 할 수 있었다.
내 아바타 제2의 비아그라 소동이 있긴 했지만, 그것도 빠르게 진화(火) 되었고.
한 명의 열렬한 팬이 있긴 했지만, 그것도 어찌 무시할 수 있는 정도였다.
또한 1화를 넘어 S바이러스 2화도 순조롭게 그려나가고 있는 중이었으니.
이보다 순조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게 인생이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은은하게 웃었다.
덕분에 내 핀박스 후원자 수도 최근 3일 동안 무려 52명이나 늘은 상태였다.
···52명이라고 하니 뭔가 오묘하게 적은 듯 보였으나, 핀박스에서 저 정도만 돼도 꽤나 큰 편이다.
고작 만화 몇 편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5,000원이나 되는 돈을 바쳤다는 거니까.
한 사람당 5,000원이라 생각하면 나는 일주일 만에 무려 20만 원 이상의 돈을 번 것이다!
‘캬.’
고작 3일 만에 20만 원이라니. 그 적지 않은 액수에 감동의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아마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계속해서 후원자가 늘겠지.
이제 더 이상 월세를 내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개찐따 이세원은 없다.
이제 하루 1치킨을 시켜도 큰 지장이 없는 갑부로 재탄생 한 것이다!
한 층 진화해 버린 나의 모습에 전립선이 찌릿찌릿 울려오는 것 같았다.
“하아··· 하아···.”
그리고 실제로도 조금씩 찌릿거리고 있긴 했다.
나는 머릿속의 잡생각을 지우고 잠시 매트리스 아래쪽을 쳐다보았다.
철퍽철퍽
그곳에는 아린이가 자신의 가슴을 이용해 열심히 파이즈리를 해주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가 나를 위해 해주겠다고 먼저 나선 것이다. 저번 파이즈리 때에는 아쉽게 중간에서 멈췄지만, 이번에는 끝까지 할 생각인 듯했다.
그 갸륵함을 생각해,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받았다.
철퍽철퍽
커다란 가슴이 출렁일 때마다 보드랍고 물컹한 감촉이 내 자지와 마찰한다. 앞에서 흔들리는 커다란 가슴을 보고 있노라면 이게 천국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속으로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이게 진짜 인생이지.’
일도 순조롭게 풀리고 있고, 욕구가 쌓일 때면 언제든지 풀 수 있는 어여쁜 섹파도 두 명이나 있는 상태.
공과 사를 모두 잡은 나의 모습이었다. 설마 만화에서만 보던 하렘을 내가 차리고 있을 줄이야.
순조롭게 알파메일을 향해 나아가는 나의 모습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양다리이긴 하지만···.’
그걸 속으로 중얼거린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나아가기는 하는데 어째 그게 좋은 방향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게 잘못됐다는 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개념이란 게 있었고, 양다리는 명백히 그 개념에서 어긋나는 일이었으니까.
덕분에 나는 양쪽을 만날 때마다 조금씩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말하기도 애매한데.’
솔직히 그냥 말할까 싶었던 마음은 몇 번이나 있었다. 그 마음은, 저번에 은별이와 만나면서 한층 더 강해졌었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어떤 욕을 먹게 될까 무서워서 말하기가 망설여지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두 명 사이의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 행동이 움츠려들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내가 완전히 뻔뻔해서, 그냥 쌩까고 양다리를 걸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남아있어서 가슴이 쿡쿡 찔려왔다.
장하다 이세원. 아주 쓰레기는 아니어서.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끝까지 숨길 자신도 없었다.
이미 양쪽 다 내 집을 아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성아린 같은 경우에는 내 집에 여러 번 들락날락하기도 했다. 당장 지금조차도 내 매트리스 위에 누워서 야스하고 있는 상황.
만약,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가. 어쩌다 한 번 우연이 겹쳐서 둘이 집에서 마주하게 된다?
‘오우······.’
상상만 해도 등골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무슨 참사가 일어날지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진짜 모 작품의 주인공처럼, 내 집이 냉장고로 변해버릴 수도 있지도 않을까?
물론, 아무래도 현실이다 보니 그런 일은 웬만하면 없겠지만··· 어쨌든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건 확실했다.
“아, 슬슬 나온다.”
그런 걱정을 굴리는 와중에도 몸은 솔직해서, 슬슬 사정감이 올라왔다.
나는 아린이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곧바로 정액을 싸질렀다.
뷰릇! 뷰르릇!
소중이에서 나온 정액들이 잠시 허공을 유영하다, 그대로 아린이의 얼굴과 가슴에 떨어져 내렸다.
그녀의 다람쥐 같은 얼굴이 내 백탁액으로 인해 새하얗게 더럽혀졌다.
이런 게 얼싸인가. 역시, 언제 봐도 꼴리는 장면이었다.
“···흠.”
“왜?”
“아무것도 아니야.”
아린이는 제 몸에 묻은 정액을 보고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휴지로 몸에 묻은 액체들을 닦아냈다.
그러고는 다정하게 웃으며 내 옆자리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애정 넘치는 다람쥐를 보는 것 같아 상당히 귀여웠다.
나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음.’
역시 말하자.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계속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내 죄책감이 심했으니까.
어차피 맞을 매라면 미리 맞는 게 낫지. 차일피일 미루다 가는 일이 더 커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린아.”
“응?”
결정은 정해졌고, 행동 개시는 빨랐다.
나 이세원, 씹게이마냥 망설이는 건 지난 3일로 충분했으니.
‘후우···.’
자아, 이제는 상남자답게 행동하는 거다.
나는 반쯤 결의가 서린 눈으로 말했다.
“···혹시 쓰리썸 해볼 생각 없니?”
말한 내용이 너무 빠꾸가 없긴 했으나, 어쨌든 말했다.
그렇다고 앞에서 ‘나 다른 여자 생겼어’라고 직설적으로 말하기도 애매했으니까.
그건 마치 전 애인이랑 마지막 섹스를 마치고, 환승 이별을 준비하는 쓰레기 같지 않은가.
그럴 바에는 차라리 둘 다 포용할 생각으로, 쓰리썸하자고 말하는 게 괜찮다고 생각했다.
뭐, 똑같이 쓰레기 같긴 한데.
“흐음···.”
내가 이렇게 말하자 아린이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침음성을 흘렸다. 현재 내 팔을 베고 있어서 그런가, 찡그려지는 미간이 선명히 잘 보였다. 반응은 있긴 했지만, 고작 그 정도의 반응이었다.
그걸 본 나는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별로 당황하지는 않네?’
나는 쓰리썸이라는 말에 일단 당황부터 할 줄 알았는데. 솔직히 한 대 맞을 것까지 각오하고 한 말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당황은커녕 오히려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읽어내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그 말은··· 혹시 다른 여자애가 있다는 뜻이야?”
“으응···.”
“섹스도 이미 해봤고?”
“으으응···.”
나는 시선을 돌리고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렇다고 내가 남자 2 : 여자 1의 ntr게이섹스를 원하는 것은 아닐 테니.
그녀의 지극히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흐음.”
이런 내 말을 듣고서도 그녀는 화를 내지 않았다.
다만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잠시 고개를 아래로 숙였을 뿐.
“······.”
“······.”
그 뒤로는 잠시 침묵의 시간이 찾아왔다.
나는 나대로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었고, 그녀는 그녀대로 생각할 게 많은지 입을 다물었다.
예상과는 꽤나 다른 반응이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차라리 화를 내면 뭐라 변명이라도 하겠건만··· 그녀는 시종일관 침묵을 유지했다.
‘불편하다···.’
일단 확실한 건, 그녀 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다는 것.
평소에 미약한 미소를 띠어주던 그녀가, 현재는 완전한 무표정으로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다.
슬슬 나는 내가 좆됐음을 속으로 자각했다.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 오히려 두렵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녀가 말문을 열면 필사적으로 사과와 변명을 반복해야지.
그렇게 배게 하나정도 거리를 두고 어색한 공기가 휘몰아치길 한참.
그녀가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나도 슬슬 사죄할 준비를 했다.
“그래.”
“그래, 역시 안 되겠지 내가 미안···.”
잠깐.
“······응?”
뭐라고?
“알았어. 해준다고.”
나는 하던 사죄들을 멈추고 잠시 앞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여전히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은 성아린이 있었다.
뭐지? 이렇게 쉽게 수락한다고? 아무리 그래도 너무 쉽게 수긍하는 거 아닌가?
수락을 받긴했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욱 혼란스러웠다.
나는 당황한 얼굴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아니 진짜?”
“응, 솔직히··· 최근에 누구 하나 생긴 거 아닐까 예상하긴 했었거든.”
나는 이마를 탁 쳤다. 나는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고 있었는데, 이미 반쯤은 들킨 상태였다니.
순간 머릿속에서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어쩌다가? 최소한 지금까지는 들킬 껀덕지가 없었는데 말이다.
내가 이런 궁금증을 담아 물어보니, 꽤나 신박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가 약간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말했다.
“그··· 최근에 나오는 정액의 농도가 달랐었어.”
“···농도?”
“응, 원래는 좀 더 찐득하고 진했는데, 최근에는 아주 약간 묽은 것 같았거든. 아까도 그렇고. 그래서 다른 여자가 생긴 건 아닐까······ 의심을 하긴 했어.”
“······와.”
나는 무심코 감탄을 흘렸다.
이런 시발 세상에. 하다하다 정액의 농도로 들킬 수가 있다니.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방식이었다.
그제서야 방금 전 파이즈리를 마친 아린이가 고개를 갸웃거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때조차 정액의 농도를 속으로 비교하고 있었던 것이다!
확실히, 그럴만 하긴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야스를 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3~4일에 한 번씩은 하니까.
정말 약간이겠지만, 그것의 농도도 차이가 날 수도 있었다. 그래봤자, 정말 약간이겠지만.
예상치 못한 그녀의 관찰력에 등골에 소름이 돋아왔다.
내가 얼떨떨한 기색으로 몸이 굳어있자, 그녀가 쿡쿡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속으로 앓고 있던 중이었는데··· 설마 이걸 먼저 고백해올 줄은 몰랐네. 이걸 고맙다고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렇게 웃는 그녀는 다행히, 그리 기분이 나빠보이지는 않았다.
“···하하.”
나는 쓴웃음을 흘렸다. 본의 아니게 그녀에게 속앓이를 시키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나 같아도 누군가가 딴 사람이랑 잤다는 심증이 있다면, 여러모로 불안할 테니.
그리고 나는 욕먹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먼저 얘기한 상황인 것이다.
‘빨리 자수하길 잘했군···.’
이거 진짜, 좀만 더 미뤘다면 실제로 내 집이 냉장고가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만큼, 정액의 농도로 판별하는 그녀의 모습은 은근히 무서웠다.
그렇게 속으로 안도하고 있자, 그녀가 내 어깨위에 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후후, 그래도 이렇게 먼저 말해줬으니까 이건 넘어가 줄게. 애초에··· 세, 섹파라서 화내기도 애매하고.”
“···난 네가 다른 남자 생기면 엄청 화낼건데?”
“프흡, 그래라. 어차피 그럴일도 없으니까.”
아린이가 웃음을 터뜨리며 내게 안겼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내 피부에 닿으며 온기를 선사했다.
언제나 그렇듯, 꽤나 애정이 담긴 몸짓이었다.
“이것만 알려줘. 처음은 내가 맞았지?”
“당연하지.”
나는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누가 뭐라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
“히, 그럼 됐어.”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실실 웃었다.
순간, 마음속에서 커다란 감동이 차올랐다.
나는 나를 안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는 그대로 내 얼굴을 그녀의 가슴에 파묻었다.
“크흐읍! 마망!!!”
“꺄아악?! 왜, 왜이래!”
그 갑작스러운 행동에 아린이가 당황했지만 상관없었다. 지금은 그녀를 끌어안아주고 싶은 마음이었으니까.
이 무슨 자애로움이란 말인가! 이 무슨 포용력이란 말인가!!
고작 내가 먼저 고해성사를 했다고 이렇게 용서해준다니.
과연 아린이의 마음은 가슴만큼이나 크고 아름다웠다.
덕분에 불안했던 내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에 따라 주변의 불편한 공기도 점차 완화되어갔다.
꽤나 고마웠다.
아무리 야스파트너라고 해도, 그녀의 성향이 m에 가깝다 해도.
이성과의 사이란 그리 간단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러니 화를 내더라도 내가 반박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나 쿨하게 넘어가 준다니. 저 쿨함에는 나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담겼는지 쉬이 예측할 수 없었다.
거기에 더해 무리하게 던진 쓰리썸이라는 요구도 수락해 주기까지.
난 속으로 생각했다.
‘솔직히 쓰리썸은 그냥 던진거였는데···.’
분위기가 너무 굳는 것을 걱정하여, 반쯤 농담 삼아 던진 것뿐이었다. 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일단 미리 화나게 해놓고 천천히 사죄와 변명을 반복할 생각이었지.
그런데 설마 한 번에 받아들일 줄이야.
솔직히 왜 받아들인건지 의문이긴 했으나,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뭐, 좋은게 좋은거지.
“대신, 오늘은 내가 해달라는데로 해 줘.”
“그래그래. 뭐 해줄까?”
“거, 거칠게···.”
일단 오늘은 아린이의 투정을 다 받아주기로 했다. 그 정도야 못 해줄 것도 없었으니.
그날은 매트리스 대신 땅바닥에서 교배프레스를 하였다.
왜인지 물어봤더니, 딱딱한 곳이 좀 더 당하는 느낌이라 하더라······.
다행히 그 정도는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었다.
야스를 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쓰리썸이라니.’
은별이만 설득하면 쓰리썸이 가능하다니.
상상만 해도 부랄이 큥큥 떨리는 기분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