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 88, 야외
* * *
그렇게 영화 한편을 조진 후, 우리는 가볍게 놀았다.
고작 영화 한 편을 보고 헤어지기엔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다.
2시간 내내 앉아있느라 굳어있던 몸을 좀 풀겸 잠시 시내를 돌아다니고, 이내 배가 출출해지면 식사를 한다.
예전에도 가끔씩 놀던 사이였기에 딱히 어색한 느낌은 없었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놀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는 것은 금방이었다.
애초에 오후 3~4시쯤에 만났었던 우리였으니, 저녁이 빨리 찾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어느 한적한 공원에서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여름밤의 공기는 특히 시원해서 이렇게 나른하게 걸을 가치가 있었다.
곳곳에서 빛나는 가로등 불빛을 맞으며 걷고 있자, 이은별이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이제 뭐 할까요?”
밥도 먹었고, 적당히 놀 만큼 놀았으며, 밤공기도 시원하게 맞았다. 이미 오늘 할 수 있는 웬만한 유흥은 다 한 상황.
그럼에도 그녀는 아직 뭔가를 더 원하는 듯 쭈뼛쭈뼛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뭘 원하는지는 명확했다.
야스였다.
나는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이대로 헤어지면 반응이 재밌을 거 같은데.’
마침 그려보고 싶은 재밌는 소재거리도 챙겼겠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서 그림을 그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그녀 얼굴도 볼 수 있을 테고 말이다.
‘그래도 그럴 순 없지.’
하지만 그건 그녀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오늘 나를 위해서 이렇게 자리까지 자리까지 만들어주었는데 이제는 내가 거기에 보답하는 게 맞았다. 그 보답이 내 몸이라는 게 참··· 뭔가 오묘한 기분이 들지만.
어쨌든 그녀가 야스를 원하는 건 맞으니까.
그리고 나도 그녀랑 붙어있으면서 여러모로 꼴렸었던 상태였다. 아무래도 계속 붙어있으면서 가슴이나 살결이 닿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내가 떠올린 이야기에 관해서는 좀 더 나중에 이야기하자.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지금은 섹스가 우선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몇 걸음 다가가 냉큼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흐윽?!”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그녀가 당황하는 소리가 들린다. 숨결과 숨결이 서로 겹칠 만큼 가까운 거리라, 그녀의 당황하는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는 가로수길이었기에 이런 과감한 접촉도 가능했다.
나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게. 뭐 하고 싶은데? 아까부터 자꾸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던데.”
그녀의 얼굴이 잠시 붉게 물들었다. 음, 손에서 올라오는 엉덩이의 감촉이 꽤나 기분 좋았다.
과연 평소에 운동을 해서 그런가 탱글탱글했다.
젤라틴을 과다 투여한 푸딩을 만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세, 섹스요······.”
꽤나 부끄러움이 첨가된 목소리였다. 이미 한 번 한 사이였지만, 제 스스로 무언가를 요구하는게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대답을 들은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근데 모텔까지 가기에는 살짝 먼 데.’
굳이 시원한 밤공기를 즐기고 싶었기에, 시내랑 약간 떨어진 공원으로 찾아왔던 우리였다. 이미 그녀의 엉덩이를 만지면서 슬슬 소중이가 잠에서 깨어나려던 참인데, 굳이 모텔까지 걸어가기에는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
‘그러고 보니 야외섹스를 해본 적이 없지···.’
야외야스도 은근히 남자들의 로망인데. 나는 딱히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조건 맞추기가 까다롭고, 집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딱히 야외플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마침 한적한 공원길. 조건은 맞춰졌으며, 내 의욕 또한 만땅으로 차 있는 상태였다.
‘오.’
좋아. 정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좋아. 그럼 여기서 벗어.”
조건이 충족된 이상 안 할 이유가 없었다.
한밤에 야외섹스는 못 참지.
“······?”
순간, 온 세상에 정적이 깔렸다.
그녀가 입을 다물은 것이다. 현재 근처에는 우리들밖에 없었기에 그 침묵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그녀는 아직 내 말을 이해 못 했는지 열심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얼굴을 당황으로 물들이며 내게 되물었다.
“네, 네?”
“못 들었어? 벗으라고.”
“자, 잠깐만요. 여기서 벗으라고요?”
“그럼.”
그녀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한 말의 충격이 은근 큰 듯했다.
하긴 쫄보인 그녀에게 야외플은 살짝 무서울만하지.
언제 사람이 튀어나올까 계속 조마조마해 할게 틀림없었다.
그녀가 어떻게든 상황을 벗어나겠다는 듯, 어색하게 웃으면서 내게 물었다.
“저, 저기··· 좀만 다시 생각해 줄 수 없나요? 아무리 그래도 야외는 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왜, 이런 거 해보고 싶은 거 아니었어?”
저번에 그녀를 놀리기 위해 북마크 된 그림을 확인했을 때였다. 그때 분명 어떤 여캐가 야외에서 쉬야하는 그림을 본 거 같은데.
“아니, 그림으로 보는 거랑 실제로 하는 거랑 다르죠!”
그녀가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과연 판타지와 현실은 구분하는 참된 여인이었다.
다만, 현실은 가끔 판타지보다 좀 더 판타지스러울 때가 있는 법이었다.
“진짜 말 많네.”
나는 엉덩이를 움켜쥐고 있던 손을 잠시 공중으로 떼 놓았다. 그러고는, 빠른 속도로 그녀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짜악!
“꺄윽!”
찰진 소리가 울려 퍼지며 잠시 그녀의 엉덩이가 반동한다. 화끈한 통증이 느껴지는지 잠시 은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래도 옷가지가 살결을 보호해 주고 있어서 그리 고통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행동을 강요하는 데에는 충분한 충격이 되겠지.
그녀가 마조라서 다행이었다.
나는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얼른 벗어. 이러다가 사람들 오겠다.”
“······.”
“얼른.”
“······아, 알았어요.”
결국 그녀는 마지못해 옷을 차례차례 벗기 시작했다. 위에 입고 있던 흰색의 티셔츠를 벗어던지고, 아래 입고 있던 청반바지를 내린다.
사르륵사르륵.
침묵이 깔린 공원에서 잠시 그녀의 옷 벗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렇게 그녀가 속옷 차림으로 변하는 데는 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가로등 불빛에도 잘 보이지 않는 깔맞춤된 검은 속옷이 보였다.
“······.”
그렇게 잠시 그녀를 감상하고 있자, 그녀가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았다.
무언의 물음이었다. 지금 자신이 입고 있는 이 속옷까지 벗어야 하냐고 눈빛으로 묻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감상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그녀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남은 옷가지들을 전부 다 벗었다.
“다 됐어요···.”
그걸 본 나는 살짝 감탄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의 고운 자태가 보인다. 새하얀 살결이 가로등 불빛을 받아 희미하게 발광하고 있었다. 가슴 위에 올려진 분홍색의 유두가 앙증맞게 튀어나와 있었다. 확실히 매력적이고 꼴리는 모습이었다.
나는 시선을 잠시 아래쪽으로 내렸다.
그러고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뭐야.”
그녀의 사타구니 쪽에서는, 이미 찐득한 애액들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벗으면서 그녀 나름대로 흥분한 모양이었다. 나는 손가락을 세워서 그녀의 보지 쪽에 갖다 대었다.
찔꺽찔꺽
야릇한 소리가 도처에 울려 퍼진다.
“흐윽, 하아···하아···.”
“싫다고 하더니 이미 잔뜩 젖어있네.”
오, 방금 내가 뱉은 대사 뭔가 동인지 속에 나오는 3류 악역같았다. 이런 대사를 실제로 뱉는 날이 올 줄이야.
어쨌든, 그녀가 달뜬 숨결을 흘렸다. 가까이 다가가니까 그녀의 쿵쾅대는 심장소리가 한층 크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은별 양은 현재, 앞뒤 양옆 사방위가 뚫린 공간에서 혼자 나체로 서있는 상태였다.
모두가 나다니는 길거리에서 홀로 새하얀 살결을 내보이는 중이었다.
물론 아직 보이는 사람은 없었지만, 언제 어디서 사람이 튀어나올지는 모르는 일.
그런 만큼 불안감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을 게 분명하다.
“하윽··· 하아···.”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흥분 또한 오르고 있을 것이다.
본래 배덕감이란 그런 것이었다. 배덕 행위에서 오는 쾌락.
사람이란 참 신기에서 뭔가 도덕적으로 어그러지는 일에서 쾌락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기에 야외플이 섹스의 한 종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거겠지.
그렇게 한참이나 그녀의 보지와 젖가슴을 애무하고 있자, 그녀가 애원하듯이 부탁했다.
“저어··· 이제 슬슬 수풀 쪽으로 들어가면 안 돼요? 누가 보면 어떡하려고···.”
아까부터 자꾸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게 누가 볼까 봐 상당히 불안한 모양이었다.
내 기준에서 생각하자면, 나체 상태의 남자가 공원 한가운데서 애무 받으며 서있는 것이었지.
아마 다른 사람이 볼 때 이것만큼 꼴불견인 모습도 없을 것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다시 옷을 입겠다고는 하지는 않네.’
수풀로 들어가자는 것 보면, 그녀도 야외플을 수락했다고 봐도 되리라.
솔직히 좀 더 이렇게 놀고 싶긴 했으나, 슬슬 내 소중이도 한계였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우리는 길목에서 벗어나 근처 수풀 쪽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벗은 옷가지들은 대충 나무 근처에 걸어두었다.
콧속에 싱그러운 풀 내음이 스며든다.
나는 거친 숨결을 내뱉고 있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저쪽 나무에 등 기대고 서 있어.”
“······.”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옷까지 다 벗은 마당에 별로 망설일 게 없는 그녀였다.
나는 슬슬 바지를 깠다. my소중이가 꽤나 답답했는지 얼른 해방해 줄 것을 요구해오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소중이를 꺼냈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그녀에 질안에 쑤셔 넣었다.
“으흐읏!”
그녀의 입에서 무언가 신음 같은 것이 터져 나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잠시 보지의 감상을 느끼느라 바빴다.
저번에도 느꼈듯, 역시 무척이나 쫄깃한 뷰지였다. 마치 맞지 않는 구멍에 억지로 비집고 들어간 기분이었다.
그런 만큼 자지 전체로 느껴져 오는 압박은 장난이 아니었다.
아마 은별 양도 나와 비슷한 압박을 느끼고 있겠지. 아니, 이미 애무로 잔뜩 달구어져 있던 그녀였기에 자극은 나보다 더 강할지도 모르겠다.
“자세 잘 잡고 있어.”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그녀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허벅지가 내 팔 위에 걸쳐졌다.
살짝 힘은 들수 있겠지만, 편하게 피스톤질을 하기에는 제격인 자세였다.
흥건하게 젖은 그녀의 사타구니가 내 눈에 훤히 드러난다. 나는 그 상태 그대로 가차 없이 피스톤질을 시작했다.
퍼억! 퍽! 퍽!
한 번씩 힘을 줄 때마다, 그녀가 기댄 나무 기둥이 흔들렸다. 밖에서 보면 무슨 유령이라도 들린 나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거칠게 몇 번 박아대자 그녀가 찡그려진 얼굴로 외쳤다.
“흐윽···! 오빠 좀만 천천히요!”
아무래도 살짝씩 고통이 밀려오는 모양이었다. 맨살이 자꾸 까끌까끌한 나무에 닿으니까 살결도 쓸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멈추는 대신 입가에 검지를 대고 말했다.
“쉬잇, 이러다가 밖에 들리겠다.”
비록 우리가 수풀 안으로 들어왔다고는 하나, 이곳은 엄연히 공공장소인 공원 안이다.
그런 만큼 우리 이외에 사람은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공원의 넓이가 꽤나 커다래서 사람이 넓게 분포되어 있긴 하겠지만··· 그녀처럼 신음 소리를 낸다면 사람들이 알아채고 이곳으로 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흐읍···.”
은별이도 그제야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자신의 입을 한 손으로 가렸다.
쿵쿵쿵쿵.
그녀의 심장이 요란하게 요동치고 있는 게 들렸다. 아무래도 진심으로 들키는 게 무서운 모양이었다.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박기 시작했다.
퍽! 퍽!
벌레 우는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공원에, 살결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덧씌워져 울려 퍼진다.
가끔씩 은별이가 신음을 제어하지 못해 “응”, “읍!”같은 소리가 새어 나왔으나, 다행히 그리 크지는 않은 정도였다.
긴장감과 스릴 때문인지 그녀는 잔뜩 흥분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막았다.
“프흡.”
그렇게 몇 번을 박아대자,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금 이 상황이 웃겼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가 처한 상황이 웃겼다.
첫 번째 야스때는 내 앞에서 공개 자위를 했었고, 이제는 고작 두 번째 성경험인데도 불구하고 야외 노출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여러모로 화려한 경력이 아닐 수 없었다.
장담할 수 있었다. 아마 첫 경험 때부터 이토록 특별한 야스를 경험한 사람은 전 지구상을 찾아봐도 몇 안 될 것이라고.
그녀는 지금 그 몇 명 안에 들어간 것이다. 기뻐해도 좋다 이은별. 내가 너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은별이는 처음부터 과감한 플레이밖에 안하네. 변태녀석.”
“흐읍··· 오빠··· 흑···! 때문이잖아요······!”
그녀가 내게 조용하게 따졌다. 물론 무시했다.
슬슬 사정감이 올라오고 있었다. 하반부 깊은 곳에서부터 쾌락의 물결이 준동하고 있었다.
“야, 싼다···!”
나는 그러한 물결을 막지 않고 그녀의 질 내에 사정하기 시작했다. 아까 전 그녀에게 들어본 바, 오늘 피임약을 먹고 왔기에 괜찮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뷰르릇! 뷰릇!
온기를 머금은 백탁액이 그녀의 질 안으로 쏟아진다. 야외 섹스라는 특별함 때문인지 정액은 평소보다 많이 나오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한동안 백탁액을 쏟아내고는 여태껏 유지해왔던 자세를 풀었다.
“하아······.”
지탱하던 내 팔이 사라지자 그녀가 자연스럽게 바닥에 허물어진다.
한동안 공원의 수풀에서는 숨찬 호흡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결국 그날은 야외에서 두 번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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