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 59, 그건 선넘은거지
* * *
이곳에 오는 동안 이은별의 마음은 불안과 걱정의 반복이었다.
한 걸음 내딜때마다 붉어진 이세원의 얼굴 사진이 머릿속에서 맴돌았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런 사진이 보내진건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 상황이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면···.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거세게 쿵쾅거렸다.
이미 사진이 보내진 후 거의 20분 정도가 지난 상황이다.
심지어 그 시간조차 자신이 지하철에서 내린 후 내리 달려서 조금이라도 줄인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람 하나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주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딜 때마다 그녀의 상상 속에서 이세원은 상처가 늘어났다.
어쩔 때는 뺨을 맞고, 어쩔때는 머리카락이 잡아당겨지며, 어쩔때는 주먹이 몸에 꽂히기도 했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그가 성추행을 당하는 장면까지도 머릿속에서 연상되었으니······.
“제발···.”
그만큼 그녀의 머릿속은 최악으로 치닫는 중이었다.
적어도 어떤 방식으로든, 그녀는 이세원이 겁먹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험악한 양아치들 사이에서 제정신을 차릴 수 있는 남자는 없으니.
틀림없이 이세원또한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벌벌 떨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어?”
그녀가 눈 앞의 상황에 더욱더 당황한 것은 말이다.
“이게 무슨···.”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무척이나 비슷하긴 했다.
다만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도 있었다.
분명 제가 생각한 불안한 생각 그대로 이어지기는 했는데, 무언가 어긋난 느낌.
일단 이세원이 웬 시정잡배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은 맞았다. 실제로 폭력을 당하긴 했는지 얼굴 쪽이 빨갛게 물들어 있기도 했다.
몸 곳곳에는 이리저리 굴렀는지 먼지가 가득하기도 했다.
물리적인 상황만 봤으면 이은별의 생각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저기 땅바닥에 양아치들 세 명이 쓰러져 있지만 않았다면.
양아치들 사이에 둘러쌓인 이세원이 씨익 웃고있지만 않았다면.
이은별도 극대노 하며 저 틈 사이로 달려들었을지 모른다.
비록 그녀가 의도하진 않았더라도, 본래의 시나리오대로 이세원을 구하기 위해 끼어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위협의 중심에 있는 그가 저리 여유로워보이는 모습을 보이니.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잠시 자리에 굳을 수 밖에 없었다.
“휴, 참 빨리도 온다.”
그렇게 그녀가 자리에서 잠시 굳어있자, 이세원이 입을 열었다.
그는 안도한 듯 잠시 피식 웃다가, 이내 평소와는 다른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의 아래를 가르켰다.
“일단 그 새끼좀 잡고 있어봐.”
평소와는 다른 날이 서 있는 목소리였다.
주변의 기온을 한 단계 내리듯 차가운 목소리.
그 담담한 명령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아래에 넘어진 한호철을 움켜쥐었다.
*
‘후, 식겁했네.’
이은별이 한호철을 잡은 걸 본 후,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하니, 자기네 애들을 놔두고 도망칠 줄이야. 생각치도 못하고 있던 일이었다.
오히려 이 싸움에 참전할 줄 알았지, 그냥 뒤꽁무니를 뺄 줄은 몰랐으니까.
‘쯧.’
나는 녀석을 보며 혀를 한 번 찼다.
‘진짜 끝까지 마음에 안 드네.’
자기가 벌여놓은 일에 책임도 지지 않고 도망치려는 모습이라니. 실제로 나랑 대치하고 있던 양아치들도 어이가 없는지 어딘가 벙쪄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속으로 잠시 안도했다.
‘다행이야.’
솔직히 말하면, 슬슬 한계였던 참이었다.
아무리 내가 버틴다고 한들 결국 한계는 있는 법이고, 나는 슬슬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솔직히 앞의 세 명도 꼼수로 쓰러뜨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마 지금 상태에서 앞의 두 여자까지는 쓰러뜨리지 못할 게 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은별의 등장은 무척이나 달가운 일이었다. 굳이 그녀가 싸움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그녀가 여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녀석들의 의지 자체는 뭉텅이로 빠져나갈 테니까 말이다.
형광색 팬츠 년 말대로 애초에 녀석들은 별로 내키지 않아 하던 싸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가지고 있던 승률까지 확 꺾여버렸으니, 그녀들 입장에서는 굳이 여기 있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 그럼 아까 하던 이야기 다시 해볼까.”
그래서 나는 입을 열었다.
그 마음만큼은 나도 동감이었으니까.
나도 이곳에 더 있기 싫었고, 굳이 불필요한 싸움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솔직히 이 녀석들도 괘씸하긴 하지만, 녀석들도 끌려온 입장이란 걸 생각하면 정상참작은 해줄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주변을 잠깐 둘러보다가, 이내 한 마디 읊조렸다.
“보내줄게.”
방금 전에 저 형광색 팬츠년이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한다.
다만 이번에는 주체가 완전히 바뀌어 있는 상태였다.
내가 너희들에게 보내지는 게 아니라, 내가 너희들을 풀어주는 거다.
어디까지나 갑의 입장은 나였으며, 그렇기에 대가가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대가는 지금부터 쭉 하나밖에 없었다.
나는 손가락만을 움직여 다시 어느 한 쪽을 가리켰다.
“대신, 쟤는 놓고가.”
그 손가락의 끝에는 여느때와 같이 한호철이 앉아있었다.
잠시 지목을 받은 녀석이 움찔한다.
나는 아직까지 녀석에게 화를 풀지 못했다.
함부로 누군가를 물려고 했던 이는 교육시킬 필요가 있으며, 리턴을 원했다면 그에 따르는 리스크도 필요한 법이다.
“하, 하지만···.”
내 말에 잠시 곤란해 하는 상대방이 보였다.
갈 수 있다는 것은 반기는 듯했지만, 그를 놓고 간다는 것은 꺼려 하는 모습이었다.
어찌 되었든 이들은 한호철과 친구관계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를 버리고 도망간다면 그 사이가 깨질 게 뻔했다. 좋든 싫든 손절을 해 버린 것이 될 테니 곤란해하는 거야 당연하겠지.
‘근데 뭐 어쩌라고.’
그건 어디까지나 녀석들 입장일 뿐이다. 내가 그걸 고려할 필요는 하나도 없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녀석들을 노려보았다.
“······.”
“······.”
잠시 불편한 침묵이 오고 간다. 누구 하나 입 여는 사람 없이 그저 눈빛만이 빛날 뿐이었다.
상대는 함부로 정하지 못하겠다는 듯 그저 인상만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끄··· 야, 그냥 가자.”
줄곧 바닥에서 부들거리고 있던 형광색 핫팬츠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저 새끼가 먼저 도망치려 했잖아. 씨발, 지가 싼 똥인데 자기가 치워야지.”
“오!”
그걸 들은 나는 가볍게 감탄했다.
크, 그래.
너는 말이 좀 통하는구나.
자기가 저지른 일은 일단 책임을 져야지. 형광색 팬츠에 대한 호감도가 잠시 오르는 기분이었다.
나는 마치 에스코트하듯 골목길의 바깥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이쪽으로 얼른 나가라는 제스처였다.
“얼른 이쪽으로 꺼지시죠 손님.”
“······뭐 저런 미친놈한테 걸려서.”
형광색 팬츠는 잠시 질린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내가 에스코트한 골목길로 나가기 시작했다.
멀쩡한 상대적으로 멀쩡한 2명이 길바닥의 3명을 부축하자 밖으로 나가는 건 금방이었다.
나는 그녀들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열심히 안내해 줬다.
크, 이런 상황에서조차 예의를 지킬 수 있다니. 내 인성에 반해거릴 것만 같았다.
멋지다 나! 자랑스럽다 이세원!
“···자, 이제.”
그렇게 잠시 지랄을 마친 나는 다시 한호철 쪽을 쳐다보았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자기에게 생길 걸 아는지 발버둥 치는 녀석이 보였다.
자신의 팔을 붙잡은 은별을 상대로 열심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다행히 그녀가 힘을 풀고 있지 않아서 그 행동은 무위로 돌아가는 듯했다.
드디어 방해꾼들은 전부 사라진 상황.
“책임을 져야지?”
이제는 이 사단을 만들어낸 그에게 징벌을 내려줄 차례였다.
내 눈이 점차 차갑게 식었다.
*
그에게로 다가가기 전 나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나 참 이게 무슨 신부한테 향하는 것도 아니고, 괜스레 긴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후우···.”
폐 속에서 나온 숨결이 공기 중에서 흩날린다.
여태껏 가열된 열기가 빠져나가듯, 숨이 빠져나갈 때마다 점차 내 머리도 식는 기분이었다.
······아니, 식는다고 해야할까.
그러기엔 뭔가 어폐가 있다.
그저 속에서 끓고 있던 무언가를 잠시 굳히는 것일 뿐이다.
머릿속에서 맴돌던 짜증과 분노를 재정립하여 마구 날뛰지 않게 붙잡아 두는 것뿐이었다.
아직 내 분노는 해소되지 않았으니, 그것이 날뛰기 전에 잠시 평정을 유지시키는 것이었다.
“······.”
뭐부터 따져 물어야 할까.
마음대로 나를 담구려 했던 것, 다짜고짜 뺨을 때렸던 것, 일이 제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온갖 개소리를 지껄여 댔던 것.
생각나는 행동들은 많다.
그러나 그 중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확실히 꼽을 수 있었다.
“놔! 은별아 이거 잠깐만 놔봐 응?”
문득 앞을 보자 열심히 발버둥 치는 녀석이 보였다.
상황이 완전히 반전되자 녀석은 무척이나 당황하고 있었다.
아마 저 녀석은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겠지. 물론 녀석이 그런다고 해서 동정심 같은 게 생기지는 않았다.
남을 해하려면 무덤을 두 개 파라는 격언이 있지. 녀석은 그것을 준수하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손수 녀석의 무덤을 파주기 위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야, 내가 화를 좀 자주 참는 편이거든? 옛날부터 시비가 자주 걸려서.”
그러면서 괜히 엉뚱한 말을 꺼냈다. 어쩌면 이 상황이랑 별로 상관도 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뜬금없었지만 나는 어째선지 이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몸은 비리비리해 보이는게, 쓸데없이 눈을 사납게 뜨고 있는게 거슬렸나봐. 아무튼 이상하게 트러블이 많았어.”
특히 고등학생 시절과 재수생 시절에 많았다.
딱히 왕따나 그런 걸 당한 것은 아니다.
다만 허구한 날 그림이나 그리는 음울해 보이는 녀석이, 항상 볼 때마다 째려보고 있으니. 혈기왕성한 나이에는 그게 특히 거슬려 보였던 모양이었다.
그렇다 보니 생판 남인 녀석과 시비가 자주 걸렸었고, 자주 트러블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내 성격이 더럽기도 했고. 그 당시에는 나도 입시 때문에 날이 서 있었기 때문에 자주 싸우기도 했다.
주먹다툼이 자주 오갔었고, 괜히 세 보이기 위해서 눈을 부릅뜨고 다닌 적도 많았다.
이 씨발, 내가 이렇게 생기고 싶었던 것도 아닌데 하며 억울한 마음이 들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이다.
결국에는 참게 된다.
폭력이란 꽤나 성가신 종류였다.
내가 이길 수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일단은 그 후처리가 매우 귀찮았다.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는 돈이 들었고, 혹시라도 일이 커지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나서는 경우도 많았다.
사회란 꽤나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니, 중세 시대처럼 화난다고 사람을 칼빵 놓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세상에 굳이 적을 만들 필요는 없다.
피할 수 있는 싸움은 피하는 게 맞다.
어느새인가 이것은 내 삶의 모토가 되었으며 그 덕분에 꽤나 많은 트러블을 피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내 성격도 여기서 기인했을지 모른다.
어색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조심하고, 조금 친하거나 만만한 이에게만 짓궂은 장난을 치는 이상한 성격이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살다 보면 또 문제가 있는데, 가끔씩 선을 넘는 녀석들이 나온다는 거야. 너같이.”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잠시 자세를 구부려 앉는 자세로 바꾸었다. 어느샌가 내 발걸음은 녀석의 앞에 당도해 있었다.
나는 긴장해 있는 놈을 잠시 쳐다보다가.
뺨을 후려쳤다.
짜악!!!
경쾌한 소리가 지척에 울려 퍼진다.
손바닥에 얼얼한 통증이 퍼졌지만 나는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이때는 뭐 방법이 없어. 그냥 행동으로 알려줘야지.”
다시는 선을 넘지 못하도록. 철저히 알려주는 거다.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녀석이 벌벌 떨며 말했다.
“자, 잠깐. 내가 미안해···.”
충격이 꽤나 강했는지 두 눈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마음대로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그저 아래만을 향해있었다.
나는 그걸 아무말없이 쳐다보다가.
이내 다시 뺨을 쳤다.
짜악!!!
“그럼 미안한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그렇게 말하는 내 목소리는, 나도 놀랄 정도로 차갑게 들려왔다.
나는 화가나면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오히려 잠잠해지는 편이었다.
이렇게까지 목소리가 가라앉은걸 보니.
아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꽤나 화가 나 있었던 모양이다.
“솔직히 네가 내 뺨을 때린 거나, 욕을 날린 것 정도야 참아줄 수 있었어.”
짜악! 짜악!
나는 녀석의 뺨을 반복해서 치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한 번 두번, 소리가 울릴때마다 내 손바닥이 가속된다.
“네가 내 노력을 무시하고 병신이라 한 것도 한 번은 참을 수 있었고.”
짜악! 짜악!!
그렇게 뺨을 후려치는 내 손에는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언젠가부터, 펜을 집으면서 몇 년 동안 쌓아온 나의 흔적들이다.
수백장의 모작과, 수천장의 크로키.
절박하고, 죽을 각오로 달렸으나 실패한 나의 과거였다.
나는 노력했다고 자부하지만, 결국 실패한 건 사실이니.
제3자 입장에서 그걸 부정하는 것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기분은 존나 나쁘지만 충분히 참아줄 수 있다.
“근데.”
짜악!!!!!
“으윽!”
이번엔 유난히 따귀 소리가 크게 울렸다.
손에 잠시 힘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나는 따귀 세례를 잠시 멈추고 말을 이었다.
“부모 욕은 함부로 하면 안 되지.”
욕할 거면 나만 욕했어야 한다.
때리고 화내더라도 그곳에 제3자를 끼면 안 되었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나를 위해 지원을 희생해 주셨던 그분들까지 모욕하는 말이니.
참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참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짜악!! 짜악!! 짜악!!!
한동안 따귀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기계적으로 작업을 반복했다.
가끔씩 녀석이 손을 올려 막으려고 했지만, 힘없이 떨리는 손은 치우기 매우 쉬운 일이었다.
중간중간 당황한 이은별이 방해하기도 했지만 일단은 무시했다. 지금은 이 작업에 열중할 때였다.
짜악!!! 짜악!!!!
한 번 두번 손짓을 반복할 때마다, 녀석의 볼이 점차 변해갔다.
그저 붉기만 했던 볼은 점차 실핏줄이 터져가며 빨개지고, 빨개진 볼은 다시 부어올랐다.
그렇게 몇 번을 더 때렸을 때였다.
“흐윽··· 미안. 아, 아니··· 죄송합니다···.”
녀석이 부들부들 떨며 내게 사과를 건네왔다. 반말이었던 말투가 어느새 존대로 바뀌어 있었다.
“제발··· 앞으로 안 그럴 테니까 이제 그만 용서해 주세요······.”
“······.”
이미 처음에 보여주었던 오만한 모습은 전부 사라진 모습. 연속된 폭력에 결국 굴복해버린 모습이었다.
어쩌면 녀석이 처음 내게 바랬던 태도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걸 보며 피식 웃었다.
“알았어. 반대쪽 뺨만 마저 때리고.”
그렇게 골목길에선 한동한 찰진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