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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야짤작가-55화 (55/125)

〈 55화 〉 55, 싫은데

* * *

*저번화의 마지막 부분이 수정되었습니다.

문신돼지육수국밥TS충이 빠지고 대신 여자 몇 명과 한호철이 추가되었습니다 헤헤...

읽는 데 혼동을 주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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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철은 고등학교 때 꽤나 노는 축에 속하는 아이었다.

수려하면서도 선해 보이는 외모와, 활발한 성격은 사람들과 친해지기 무척이나 쉬운 요소였으니.

그 사교성이 뻗어 소위 말하는 날라리들과 친해지는 것도 그리 어렵진 않았으리라.

아니, 오히려 한호철은 그런 애들과 좀 더 마음이 잘 맞는 편이었다. 약간 만만해 보이는 인상의 그에게 기가 쌘 친구들은 없던 카리스마를 만들어주었으니까.

그리고 애초에 그의 성격이 이런 겁없는 애들과 더 잘 맞기도 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고등학교 때 꽤나 많이 이런 녀석들과 어울려 다닌 적이 많았다.

그 때문일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나서도 이렇게 많은 인원을 불러 모을 수 있었던 건.

약간의 수고비가 들긴 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야, 그래서 걔는 언제 온 데냐?”

그렇게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있자 양아치 중 한 명이 호철에게 물었다.

“···좀 있으면 올 거야. 분명 이쪽으로 지나간다 했었으니까.”

그는 대충 대답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불러 모은 5명의 여자들이 골목길에 옹기종기 서 있었다. 자신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오고, 또한 이름 좀 날리던 친구들.

이들은 지금 이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한지, 입에 문 구름과자로 지루함을 달래고 있는 게 보였다.

후우, 누군가가 숨결을 내뱉을 때마다 담배가 어지럽게 흩어진다.

5명이 만들어내는 담배연기는 그 자체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이 작달만한 골목길 정도는 금세 안개로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어우 앞에 뿌연 거 봐. 작작 좀 펴 새끼들아.”

“어, 너부터 끄고 말해 병신아~”

친구 두 명이 티격태격하는 동안 호철은 바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닥에 가득 쌓인 담배꽁초들과, 진득한 가래침들이 보인다. 환경미화원씨의 노고 따위는 하등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평소라면 더럽고 불량해 보이는 풍경이었지만, 한호철은 오히려 지금 이 풍경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이런 사소한 장치 하나하나가, 죄다 분위기를 꾸며주는 요소였으니까.

분위기란 꽤나 중요하다. 어떻게 꾸미냐에 따라서 사람의 심리를 어느 정도 조종할 수 있으니까.

굳이 주변 공기를 무겁게 잡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은 위축된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며, 상상력을 불길한 쪽으로 제한 시킬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쫄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수학여행의 강사가 화난 표정을 지으면, 거기에 겁먹은 학생들이 가방에 숨긴 술을 반납하듯.

그저 분위기 하나만 제압했는데도 가방을 조사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는 것이다.

평소 안 좋은 부류와 자주 놀았던 그는 이런 분위기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그것에 당하기보단 이용하는 쪽이었다.

호철은 이세원이 올 때까지 가볍게 계획을 점검했다.

사실 계획이라 할 것도 없는 간단한 일이었다.

먼저, 이세원이 이곳에 들어오면 가볍게 위협을 가한다.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그를 겁먹게 할 생각이었다.

상식적으로 5명의 불량한 여자에게 둘러싸였을 경우 겁먹지 않을 남자는 없을 테니까.

그렇게 겁먹은 이세원을 근처에 있는 공사장으로 끌고 가는 게 호철의 첫 번째 과정이었다.

‘여기서 교육할 수는 없으니까.’

이은별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덕분에 이은별이라는 시간제한이 생겨버렸다.

이곳에서 시간을 끌고 있다 보면 결국 이은별이 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이세원을 갈구지 못할 게 뻔했다.

상황을 확인한 그녀가 이세원을 감싸려고 들 테니. 심화된다면 이은별이 자신을 적대할 수도 있었다.

‘그건 안 되지.’

애초에 이세원을 떨어뜨리고 자신이 그녀 옆에 붙는 게 목표인데, 적대는 안 될 일이었다.

그러니 자리를 옮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공사장으로 가서 이세원을 협박하고, 위협한다. 그리고 말을 새롭게 지어내는 것이다.

이세원은 그날 우연히 다른 길로 우회해서 집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한호철은 열심히 기다려보았지만 이세원이 오지 않아 결국 집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그런 식으로 둘이 말을 맞춰 이은별에게 전하게 할 생각이었다.

물론 실상은 전혀 다르긴 하지만, 뭐 어쩔건가.?

당사자들이 저렇게 말하는데. 이은별은 마지못해 수긍할 게 뻔했다.

그렇게 이세원은 그녀 옆에서 알아서 떨어지고, 자신이 붙는다. 참으로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계획이었다.

물론 이곳에는 이세원을 협박해서 말을 꾸며내야 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괜찮아.’

다행히 그 일에는 자신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갈고닦은 갈굼의 스탯이 있다.

제 후배의 기강도 씨게 한 번 잡아보고, 어떤 씹덕년의 공책을 찢어본 적도 있었다.

그런 경험이라면 사람 하나 교육하는 데에는 충분하리라.

“어? 저기 뭐냐. 누가 우리 지켜보는데.”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제 앞에 서 있던 형광 핫팬츠를 입은 여자, 유라가 입을 열었다.

유라의 시선은 골목길 끝의 모퉁이를 향하고 있었다.

호철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골목길 모퉁이 부분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이세원을 말이다.

순간, 눈이 마주친다. 검고 깊은 두 동공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를 본 한호철은 씨익 웃었다. 드디어 계획의 실행이었다.

호철은 우선 그를 가볍게 불렀다.

“형 거기서 뭐해요? 이쪽으로 와봐요~”

*

호철의 부름을 들은 이세원은 가볍게 탄식했다.

“앗, 이게 들키넹.”

분명 잘 숨었던 것 같은데.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그런 걸까.

어째서 한호철이 이곳에 있나 생각하고 있었더니 결국 눈이 마주쳐 버렸다.

그의 입장에서는 통한의 실책이었다. 가볍게 우연을 가장하며 들어가려고 했는데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게 걸리다니.

뭔가 쪽팔리잖아. 쪽팔림은 중요한 일이었다.

“뭐해요? 안 들어오고.”

그렇게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자 재차 호철이 입을 열었다.

그걸 본 이세원은 잠시 고민하다가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갔다.

왜 이곳에 한호철이 있나 의문이 들긴 했지만, 그건 그냥 대충 납득하기로 했다.

‘조력자인가 보지.’

글러먹은나··· 그니까 이은별이 말하길, 이 연극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준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사실 자신은 정보만 전달했을 뿐이지, 대부분의 계획은 그 친구가 다 정해주었다고.

아무래도 그 친구가 한호철이었던 모양이다. 에상은 못 한 일이었지만, 납득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세원은 아무런 의심 없이 골목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실 지금 그의 머릿속은 이런 상태였다.

‘헤헤, 기대된당.’

꼴리는 옷차림의 여성들을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

저 깊은 가슴골을 눈앞에서 직관할 수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들어갈 이유는 충분했다. 480p 화질을 1080p로 바꿔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이세원은, 지금 이 상황을 철저히 연극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별로 거부감이 없었다.

“오.”

그렇게 안쪽으로 들어가자, 여성들 사이에서 짧은 감탄성이 튀어나왔다.

그냥 말로만 누구 하나 조진다고 들었을 뿐이지, 누가 올지는 몰랐던 그들에게 이세원은 꽤나 외외의 존재였다.

그녀들은 마치 품평하듯 이세원의 얼굴과 몸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중 몇 명은 한호철에게 귓속말로 감상평을 전하기도 했다.

“오, 뭐냐? 생각보다 되게 잘생겼네?”

“야! 이런 건 미리미리 얘기해 줬어야지.”

그 소리를 들은 한호철은 속으로 혀를 찼다.

‘쯧.’

하여간 여자들은, 얼굴 좀 반반하다 싶으면 바로 호감부터 보내지. 자신이 싫어하는 인간이 호감을 받는다는 것은 꽤나 거슬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세원의 팔을 붙잡고 그대로 안쪽으로 끌어들였다.

“앗.”

그러자, 한순간에 진형이 바뀐다.

그저 벽에만 기대고 있었던 여성들이 이세원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치 이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듯이, 한순간에 사람으로 된 작은 감옥이 형성된다.

애초에 면적이 좁은 골목길이었기에 사방을 둘러싸는 건 금방이었다.

한호철은 그 모습을 보고 살짝 미소 지었다. 이제 퇴로는 막힌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바닥에 붙어있는 진득한 가래침과 담배꽁초가 불량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주변의 여자들이 위압감을 조성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평온하게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봐라, 저 녀석도 금방 겁먹어서 저렇게 앓는 소리를 내지 않는가.

“아, 앗. 너희들. 뭐야. 갑자기. 길은 왜. 막는거야?”

···어째서인지 하는 말이 무척이나 어색하긴 했지만.

그딴 건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었다. 한호철은 그의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선 후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형. 이런데서 만날지는 몰랐을 텐데 그죠?”

“아, 응. 그러게. 무슨 일이야?”

그의 인사말에 이세원이 물었다. 그 물음을 들은 한호철은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무슨 일이냐니 그야······.

한호철은 대답을 하기 전에 먼저 담배 한 모금을 빨았다.

스읍­후우, 한차례 호흡을 반복하자 회색 연기가 공중에 피어오른다.

잠시 연기를 쳐다보던 호철은 이내 표정을 싸늘하게 지우고 말했다.

“무슨 일이기는, 당연히 너 조지려고 그러지 씨발아.”

평소에 듣던 밝고 명랑한 목소리가 아닌, 원래의 톤을 찾은 본래의 목소리였다.

듣는 사람으로부터 하여금 서늘한 긴장감을 줄 수 있는 목소리 톤과 어조.

음절 하나하나가 바닥에 깔릴 때마다, 분위기가 점차 날카롭게 변해가는 듯했다.

‘오.’

과연 그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엔 이세원도 약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이렇게 다짜고짜 욕을 처먹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도 이세원은 일이 재밌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할 뿐이었다.

‘된다.’

한호철은 그 모습을 겁먹은 거라고 오해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기세를 얻은 한호철을 말을 더했다.

어차피 지금부터 말을 맞출 거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솔직하게 말할게. 내가 너를 존나 싫어하거든.”

“아.”

“그래서 내가 은별이를 좀 꼬셔서 선배 집 가는 길을 알아냈어. 네 일부러 조지려고."

“아하.”

그렇게 흥미진진해 하며 듣고 있던 이세원은, 문득 위화감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응?”

잠깐, 여기서 은별이가 왜 나와?

아니 이은별이 관련된 건 아는데 그건 꺼내면 안 되는 정보 아닌가?

잠시 그의 머릿속에 혼란이 맴돌았다.

‘어, 그러고 보니.’

생각해보면 뭔가 살짝 이상한 점이 있었다.

분명 글러먹은나의 말대로라면, 이세원은 길을 걷다가 우연히 시정잡배들에게 걸리는 것이 본래 시나리오였다.

이은별이 그렇게 알고 있었고, 그걸 그대로 이세원에게 전한 걸 테니까.

그들의 소통에 무언가 혼선이 생길 일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찌 된 영문인지, 골목길에 들어서자마자 은별이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시정잡배가 있는 것은 똑같지만 우연이 아닌 자신이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다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무언가 명백히 꼬인 상황.

순간 이세원은 머릿속에 불길한 가정 하나를 그렸다.

그리고 그걸 무심코 입 밖으로 물었다.

“혹시 이거 연극이 아니라 진짜야?”

“뭐? 푸핫!”

그리고 그걸 들은 한호철은 어이가 없어 웃음보가 터졌다. 그는 이세원의 저 말이 겁을 집어먹어 하는 일종의 현실도피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구석에 몰릴 대로 몰려 세상에 없는 환상의 길목을 그리는 것이다.

이세원이 은별에게 계획을 들었으리라곤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 한호철이었다.

그는 생각했다.

‘지금이 타이밍이다.’

겁을 집어먹은 이세원을 더욱더 심리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는 타이밍.

구석으로 몰린 인간을 더욱더 한쪽으로 몰릴 수 있게 하는 최적의 기회. 그가 생각하고 있는 허구의 길을 부숴버리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세원의 뺨을 향해 힘껏 손을 휘둘렀다.

짜악­!

찰진 소리가 골목길에 울려 퍼진다. 호철의 손바닥이 살짝 얼얼해지며, 이세원의 고개가 살짝 옆으로 기울어진다. 꽤나 힘을 줘서 때린 건지 세원의 뺨이 점차 붉게 달아올랐다.

호철은 그것을 보며 최대한 싸늘하게 말했다.

“지금 이게 연극 같아 보여?”

순간, 세원의 눈이 떨렸다. 잠시 동공이 크게 떠졌다가 수축하기를 반복한다.

흑옥같은 눈동자가 좌우로 작게 진동하고 있었다.

호철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다음 말을 이었다.

“따라와 더 맞기 싫으면.”

그래야 내가 너를 편히 조지지, 그런 속말을 숨겨두며 최대한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마치 안 따라온다면 진짜로 구타를 가할 것처럼, 주변 양아치들이 한 발자국 다가오게 했다.

직접적인 폭력은 공포감을 유발하기 가장 좋은 장치였으니, 분위기와 심리적 위치. 이 두가지 모두 우위를 정한 한호철은 그가 따라올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싫은데.”

세원의 입에서 나온 것은 명백한 거절의 말이었다.

그것도.

“이 씨발새끼야.”

자신의 처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신랄한 욕과 함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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