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45, 순항
* * *
암갈비쥐: ㅜㅏ;; 나도 금태양이 따먹어줬으면 좋겠다...
반찬이필요해: 와 ㅅㅂ 내가 구릿빛 피부를 좋아했구나ㅋㅋㅋㅋ나 자궁이 떨려와..
placq12: 금태양의 정액에선 초코맛이 난다는데 진짜인가요?
tls123: 일단 초코맛이고 뭐고 존나 맛있을 건 확실함ㅋㅋ
“···어지럽네.”
핀박스에 쌓인 문자를 보고, 나는 잠시 이마를 짚었다.
일요일 낮 12시에 일어난 일이다.
나는 보통 하루의 첫 일과를 핸드폰으로 시작하는 편이었다. 원래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하는 건 뇌와 눈을 망치는 일이라던데··· 나에게는 꼭 필요한 행동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세상과 맞서기에는 너무 가혹하니까. 이 거지 같은 놈은 언제나 나를 엿 먹이려고 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할 겸 심신을 핸드폰으로 달래는 것이다. 이렇게 20분 정도 침대에서 뒹굴다 보면 세상을 살아갈 활력을 얻을 수 있었다.
와, 고작 20분으로 생산적인 삶을 얻어낼 수 있다니. 이만한 가성비가 없었다.
말하자면 아침의 핸드폰은 버프를 걸어주는 성녀, 또는 활력의 성물인 것이다!
문명의 이기는 어느새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었다.
ts당하고싶다: 다음화 언제나오나요?
아무튼, 나는 지금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핀박스의 댓글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제는 하루 일과처럼 굳어진 일이었다. 아직 초창기라 댓글이 그리 많이 달리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반응을 보는 건 꽤나 재밌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댓글을 보다 보면 앞으로의 전개 방향을 생각할 수도 있었다. 방향을 어디쪽으로 가면 안 되는지, 이번 내용은 마음에 들었는지. 이런 걸 확인하다 보면 작품의 지표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편은 괜찮았던 모양이다. 좀 천박하긴 해도 대부분 꼴린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으니.
나는 피식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역시 금태양이 최고야.”
금태양은 돈이 된다. 나는 그걸 실감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고작 2화밖에 올라오지 않은 유료만화가 벌써 20만 원이나 벌어들였다니!
수수료를 제외한다 치면 벌써 40명이 넘게 내 만화를 결제한 것이다. 40명··· 얼핏 보면 적어 보이만, 음지인 걸 생각한다면 꽤나 괜찮은 숫자였다. 심지어 내 건 태어난 지 2주밖에 안 지난 신생 계정.
그야말로 순풍을 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순조롭다고 해서 아예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증오로가득해: 금태양쉑.. 나대는 거 존나 꼴보기 싫네
bandark: ㄹㅇ ㅋㅋ 그냥 생체딜도답게 좆만 세우고 있으라고 ㅋㅋㅋ
qwer1: 금태양은 안 당함? 울면서 착정당하는 거 보고 싶네 ㅋㅋㅋ씨발놈
쇼고타츄: 작가 새끼 마조임? 그리는 그림마다 이 지랄이네 ㅋㅋㅋㅋ
기본적으로 내 작품은 멜돔물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남자가 씨팔 당하는 건 내 안의 상남자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태양이 적극적으로 헌팅을 하고, 금태양이 적극적으로 따먹는다. 여성이 먼저 원하는 경우는 많이 있어도, 상황에 이끌려 가지는 않는 게 녀석의 매력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보니 캐릭터의 성격이 약간 오만하고 거칠게 설정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런 성격이 상황을 굴리기에는 더욱 편했으니까.
작품에 나오는 히로인들을 제 맘대로 매도하고, 거칠게 따먹는다.
아무래도 우리의 상여자들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가끔씩 저렇게 댓글로 참교육을 호소하는 걸 보니.
“취향 안 맞는데 왜 보냐고···.”
나는 불평 섞인 말투로 투덜거렸다. 표지에서부터 딱 봐도 마조들을 저격한 작품이었는데.
왜 굳이 돈을 내면서 취향에 맞지 않는 작품을 보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하, 이게 다 내 캐릭터가 잘난 탓이지. 금태양이라는 알파메일 앞에 일단 결제부터 해보는 것이다.
그 덕에 내 통장에 돈이 들어오긴 했지만··· 덕분에 잡음이 생겨버렸다.
“일단은 놔두자.”
댓글을 보고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일단은 방치하기로 했다. 당장은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불만이 생기는 건 아쉬운 일이었지만 굳이 금태양이 당하는 걸 그리고 싶진 않았다.
“끄으으, 슬슬 일해야지.”
그렇게 한참 동안 뒹굴거리던 나는 이내 매트리스에서 일어났다. 기지개를 한 번 피자, 나른한 몸이 아우성을 쳐댄다.
어제 거하게 야스를 하고 와서 그런가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일해야지··· 오늘은 일요일이다.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요일이었다. 오늘의 시간을 잘 활용해야지 내일의 내가 편해진다.
굶어 뒤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발버둥 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렇게 타블렛을 키고 의자위에 앉았다.
새하얀 디지털 도화지가 내 눈 안에 들어온다.
“아아, 하기 싫다.”
고작 그것만 봤을 뿐인데, 벌써부터 입에서 곡소리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분명 그림 그리는 건 좋아하는데, 왜 일과 관련되면 이렇게 하기가 싫은 걸까. 존나 신기한 일이었다.
인간을 창조한 신께서 나를 거지새끼로 만들려는 수작이 틀림없었다.
“어딜 씨발.”
나는 감히 그 수작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 가까스로 펜을 들었다. 도화지 같이 새하얀 내 머릿속에 장작을 집어넣는다.
지금부터 그릴 건 금태양 3화 였다. 대충 스토리를 생각하고, 먼저 구도를 그린다.
우선 중요한 건 스토리보다 구도였다.
어느 각도, 어느 시야에서 금태양을 조명해야 좀 더 꼴리는가. 어떤 식으로 그려야 몇초만에 시청자의 눈을 사로 잡는가.
이걸 좀 더 생각해 줄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딸딸이를 목적으로 온 소비자니 스토리는 부가적인 요소에 불과했다.
‘그래도 넣긴 넣어야지.’
하지만 필요하냐 안 필요하냐로 따지면, 스토리는 무조건 넣는 게 이득이었다.
그림 자체가 메인 디쉬라면 스토리는 그걸 꾸며주는 애피타이저이다.
본격적으로 반찬을 맛보기 전에 식욕을 돋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스토리를 제공하면서 얻어내는 흥분은, 결코 그림만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결과가 아니었다.
따로 그림에 더 공을 들일 필요 없이 꼴림도를 증가시켜준다니. 그런 의미에서라도 스토리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음··· 뭐로 할까.”
하여, 나는 잠시 고민을 시작했다.
그리긴 그려야 하는데··· 딱 머릿속에 꽂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머릿속에 생각나는 게 몇 개 있긴 한데, 마치 신기루처럼 아득하게 보일 뿐이었다.
장면끼리 연결되는 일 없이 그녀 하나의 객체로 둥둥 떠다니는 중이다.
이제 이 장면들을 잇는 건 순전히 나의 노력 여하에 달린 일이었다.
“일단 상황은 생각해놓긴 했는데···.”
이번 편은 특별히 성아린의 취향에 맞춰주자. 일상생활 속에서 금태양이 예쁘장한 여캐를 억지로 범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이쪽 성향이 꽤나 통하더라. 그리 하드한 취향이 아니라 성향이 그리 많이 갈리는 편이 아니었고, 거기에서 나오는 시추에이션이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모양이었다.
내 입장에선 평범한 금태양의 레이프지만, 저들 입장에선 아마 흑갸루가 적극 대시하는 그런 느낌이 아닐까···?
“오.”
그런 걸 생각하니 자동으로 꼴리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까지는 좋다. 이제는 이걸 가지고 어떻게 상황을 구상하냐 하는 문제가 남았다.
다행히, 이럴 때는 참고할 만한 자료가 꽤나 많았다. 다름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있었다.
“다행이야··· 히토비를 자주 들어갔다 와서.”
이번만큼은 과거의 나를 칭찬했다. 잘했다 이세원!
내가 백탁액 흘려 얻어낸 그간의 기억들이 나를 도와주고 있었다.
과거에 쌓아놓았던 야한 클리셰들이 지금 내 머릿속에서 무작위로 떠오른다.
마침 그중에서 머릿속에 딱 꽂히는 게 있었다.
나는 그 소재를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치한.’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에서 몰래 여자를 희롱하는 변태 놈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그쪽 세계에선 나름 자주 나오는 녀석으로 상황을 아주 꼴리게 전개시킬 수 있는 놈이다. 물론 현실 세계에선 바로 감방행이겠지만.
어쨌든 꼴리는 상황이라는 건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 치한이라는 설정을 잠시 가져와서, 우리 성욕에 미친 금태양에게 적용시키면?
“오···.”
꽤나 괜찮은 상황이 나올 것 같았다.
‘바로 가자.’
구상을 마친 나는 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펜심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도화지에 색을 집어넣는다.
그럴때마다 그림 안에서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상황은 지하철 안, 만원의 지하철에서 금태양이 몰래 옆 여성의 엉덩이를 만지는 구도였다.
로우 앵글로써, 금태양의 손과 여성의 엉덩이가 부각된다. 실실 웃는 금태양과 흥분으로 가득 찬 여성의 비교되는 얼굴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이번화의 시작점이며, 3화의 표지로 쓸 장면이었다.
표지인 만큼 퀄리티는 충실하게. 일단은 오늘 이것만 그릴 생각이었다.
‘어차피 오늘 안에 다 못 그린다.’
만화란 원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다. 콘티 짜고 그리는 것만 해도 기본 4일은 넘기니.
괜히 웹툰이 1주에 하나씩 나오는 게 아니었다. 누구는 하루에 한 편도 가능하다던데··· 그건 너무 먼 나라 얘기니까 넘어가고.
아무튼 아무리 짧은 단편 망가라도 하루 안에 그리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니 일단은 표지만 그리자. 남은 분량은 일주일 동안 천천히 생각하면서 그리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조용한 방 안속에서 타블렛 두드리는 소리만 연신 울려 퍼졌다.
시야가 점차 좁아지며, 방 대신 오직 모니터화면만이 들어온다. 집중 상태였다.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있노라면 오직 세상에 나와 타블렛만 남은 느낌이 들곤 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한 세상의 창조자이며 캐릭터들을 움직이는 인형술사다.
그렇게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는 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만들어진 그림을 보고 가볍게 미소 지었다.
“음, 섹스해.”
꽤나 마음에 드는 퀄리티로 나왔기 때문이다.
지하철 특유의 북적거리는 느낌이 그림 안에서 전해졌으며, 그 일상의 모습 사이로 배덕 행위를 하는 금태양의 모습이 부각되어 나타난다.
그 갭이 꽤나 자극적으로 보이고 있었다. 우뚝솟은 금태양의 바지춤이 꼴림포인트 중 하나다.
저걸 그릴 때 얼마나 많은 생각이 들었는지···.
그래도 많이 그려대다 보니 요즘은 조금은 편해진 기분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그림을 잠시 구경하다가, 이내 타르탈로스로 들어갔다.
표지이니 만큼, 이 그림은 공개할 생각이다. 그래야지 사람들이 더욱 들어올 테니까.
이제는 감옥에 들어가는 것도 어느정도 익숙해진 나였다.
스스로 감옥에 발을 딛는 인간이라니. 어쩐지 철학자가 된 기분이다.
그렇게 야짤 감옥에 들어가 게시글 하나를 작성한다.
+
[안녕하세요 이번 3화 표지입니다]
(사진)
제목 그대로 3화 표지입니다.
즐감하시고, 혹시 마음에 드셨다면 결제해주세요^^
+
그렇게 게시물을 올리자, 얼마 되지 않아서 댓글들이 우후죽순 달리기 시작했다.
이곳은 타르탈로스의 가장 큰 감옥 중 하나였으니, 24시간 내내 일정 수의 접속자가 존재하고 있기 마련이었다.
[역치한 ㅋㅋㅋ 시발 골 때리네 ㅋㅋ]
[ ㅜㅑ 나도 누가 저렇게 지하철에서 뷰지 만져줬으면 좋겠다..]
[개추야]
댓글들을 본 나는 가볍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번에도 반응이 좋았다.
게시물의 조회 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었다. 추천도 드문드문 생기는 걸 보니, 아무래도 좀 있으면 인기글에 가지 않을까도 싶었다.
나는 잠시 그걸 흐뭇하게 쳐다보다가, 이내 은행 앱을 켜서 있는 돈을 확인해보았다.
6자리 숫자가 내 눈에 들어온다.
[351,184₩]
나는 그걸 보고 감탄을 토해냈다.
“캬.”
무려 30만 원이 넘어가는 돈!
10만원 20만원도 아닌 무려 30만원!
핀박스에서 빼낸 돈과, 여태껏 쌓아왔던 돈, 커미션 신청 때 받았던 돈을 모아놓은 것이었다.
최고치를 찍은 내 통장에 눈물이 나오려는 것만 같았다.
물론, 내 2주치 노력의 결과라고 보면 조금 부족하긴 하다.
아직 알바비 최저 시급보다도 나오지 않는 중이었으니까. 그러나 상관없었다.
‘아직 괜찮다.’
어차피 이럴 줄 알고 있었으니까. 지금은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천천히 인지도를 쌓고 나를 알리면 될 뿐인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금태양은 지금 충분히 인지도를 올려주고 있었다.
나는 지금 순풍을 타고 있는 중인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30만원으로 만족하자.
“음, 행복해.”
통장을 다 확인한 나는 작게 미소지었다.
요즘은 꽤나 살맛이 났다.
요 세상도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고, 인지도도 착실히 쌓아나가는 중이다.
성욕이 쌓이면 풀어낼 섹파도 생겼으며, 통장에 있는 돈도 불어날 일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힐링 라이프인 것이다. 보람차게 일을 하며, 보람차게 돈을 번다.
나는 이 힐링에 약간의 행복을 더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불닭에 스트링치즈를 넣어먹어 볼까?”
덤으로 참치마요도 함께 먹는 것이다.
여유가 생겼을 때,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한 사치였다.
나는 배를 채울 겸 대충 옷을 차려입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부디 이 순풍이 오래가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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