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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야짤작가-30화 (30/125)

〈 30화 〉 30, 전화번호

* * *

섹스는 거의 두 시간가량 이어졌다.

와, 씨발.

두 시간이라니. 물론 애무를 조금씩 하긴 했지만 두 시간이면 꽤나 긴 편이 아닌가.

이게 만화에서만 나오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이 주 동안 쌓인 성욕은 체력의 포텐셜을 한계까지 올려주었다. 질 쪽으로 자지를 쑤셔 넣을 때마다 도파민이 퍼져나갔다.

쾌락에 몸을 맡기자 시간이 지나가는 건 금방이었다.

허리를 두세 번 정도 흔든 후, 성아린의 반응을 지켜보는 건 상당히 즐거운 일이었다.

더 놀라운 건, 아직 한 발 정도가 더 남았다는 사실이다.

“흐응···! 흐읏!”

퍼억­ 퍼억­

모텔 방 위로, 남녀가 교접하는 소리가 울려펴진다.

살과 살이 부딪치며 나는 충돌음은 꽤나 즐겁게 귓가를 때렸다.

그 위로 더해지는 성아린의 신음은 마치 반주를 연주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아, 이게 교향곡이 아니라면 뭘까.

지금 이 장소는 하나의 연주회였으며, 그곳에서 나는 연주자 겸 방청객의 역할을 맡았다.

썩 만족스러운 위치였다.

“흐읏··· 하아···.”

살짝 아쉬운 점이라면 반주의 음량이 좀 적다는 것일까.

한창 박고 나서 그런가, 그녀는 꽤나 지쳐 보였다. 신음은 나오긴 하는데 처음처럼 교성을 지르지는 않았다.

하긴, 두 시간 동안이나 놀았는데. 그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다.

우리는 지금 후배위 자세로 성관계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엎드린 채 엉덩이를 들이밀면, 그 안에 내가 박는 구조다.

침대 위에서 혹사당한 무릎이 잠시 아팠지만, 이 정도야 참을 수 있는 정도였다.

그전까지는 정상위 상태로 섹스를 계속 했다. 애초에 처음이 그 상태였었기 때문이다.

성아린의 얼굴을 보면서 자지를 박아 넣는 것은 꽤나 기분이 좋은 편이었다.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 단아하게 조형된 얼굴이 붉게 상기된 모습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었다.

아직도 얼굴을 마주 보는 게 부끄러운지, 시선을 3초 이상 못 마주치긴 한다만.

어차피 나도 흔들리는 거유를 쳐다보느라 그다지 시선이 부딪칠 시간은 없었다.

그렇게 처음을 포함한 3번 정도를 끝내고─ 지친 성아린을 내 멋대로 뒤집어서 박는 게 지금 이 상태다.

─퍼억! 퍼억!

다시 한번 충돌음이 울리고, 아찔한 쾌감이 아래쪽부터 퍼져나간다.

뿌리부터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 때면, 쾌감이 자동으로 차올랐다.

“꺄흐읏···!! 그만, 저 진짜 힘들어요···.”

그렇게 몇 분 정도가 지났을까, 성아린이 녹아흐르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침대 위에 떨어진 팔이 잠시 경련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방금 한 번 더 간 것 같았다.

저절로 몸에 힘이 빠지는지, 솟아올랐던 엉덩이가 저절로 내려갔다.

그 모습이 가련해 보이긴 한다만, 나는 아직 내 아기씨들을 빼지 못했다.

그리고 저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묘한 가학심이 샘솟기도 하는 것이다.

“올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명령했다. 이제는 그냥 아예 반말을 하기로 했다.

이게 좀 더 편하기도 하고. 애초에 시팔 우리 동갑이잖아.

동갑에다가 몸까지 섞은 사이에 존댓말을 하고 있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닐까.

“······.”

성아린은 잠시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뭔가 원망 섞인 듯, 애처로운 눈빛이 나를 두 눈에 담았다.

그러나, 그러길 잠시 그녀는 내 말대로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스윽.

둔부가 가까워지며, 보지가 알맞은 위치에 재정립한다.

이 느낌이 좋았다. 막상 힘들다는 소리를 내면서도 다소 낮은 목소리로 명령하면 순순히 내 말을 따라 주는 것이다.

마치 애완 다람쥐를 보는 느낌이었다. 명령한다 해도 딱히 싫어하는 기색도 안 보였고.

아니, 오히려 좋아할지도 몰랐다.

“옳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금 자지를 박았다.

“끄흣···!”

절정으로 민감해진 보지를 느끼며 피스톤질을 반복한다.

그녀의 입장에선 다행히도, 나도 한계치였었기에 사정감은 금방 올라왔다.

나는 올라오는 쾌감을 막지 않고 그대로 싸질렀다.

뷰릇­! 뷰릇­!

작은 탈력감이 들며, 하얀 정액이 솓아진다.

콘돔 끝에 물방울처럼 백탁액이 맺혔다. 나는 콘돔을 빼낸 후, 대충 묶어서 서랍 위에 던져놓았다.

하나, 둘, 셋.

알록달록한 콘돔 물풍선들이 서랍장 위에 예쁘게 정렬되어 있었다.

나는 그걸 잠시 보다가 그대로 그녀의 옆에 누웠다.

“하아··· 하아···.”

이제는 말할 힘도 없는지 숨만 새액­새액­ 내쉬는 성아린.

그녀의 등뒤로 따듯한 온기가 전해져 온다. 부드러운 살결이 손길을 통해 느껴졌다.

음, 꽤나 만족스러운 야스였다.

*

뭐지.

어떻게 된 거지.

“흐으···.”

성아린은 아직까지도 전해져오는 쾌감을 느끼며 생각했다.

그녀는 아직까지도 어쩌다 이 상황까지 온 건지 이해가 안 되었다.

분명 처음에는 대화만 하다가 나올 줄 알았는데··· 상대가 남자인지도 몰랐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처녀가 따여있었고, 그 상태로 몇 번이나 가버렸다.

마치 꿈을 꾼 듯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실제로 그녀는 지금도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

성아린은 잠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등 뒤를 쳐다보았다.

실실 웃는 얼굴로 제 가슴을 주물럭대고 있는 한 남성이 보였다.

“······?”

잠시 눈이 마주치자 남성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성아린은 그걸 보고 괜히 부끄러워져 다시 고개를 돌렸다.

문득, 머릿속에 전에 나누었던 문자들이 떠올랐다. 저 이세원이란 카톡으로 자신에게 답했던 말.

[레이프합법화: 그 남자 어떻게 생김?]

[hala: 음..적당히 생김]

이 상황을 가정하며 나누었던 대화들.

성아린은 그걸 생각하자 어이가 없었다.

‘적당히 생겼다며···!’

저게 어딜봐서 적당히 생긴 얼굴이야. 잘생긴 얼굴이지.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그는 절대 적당히 생긴 수준이 아니었다. 퇴폐미가 가득한 눈매, 오똑한 코, 갸름한 턱선.

자신이 다니는 공대에서도 잘하면 공대남신으로 불릴 수준의 얼굴이다.

그런 이랑 섹스를, 그것도 자신의 취향을 맞춰주는 섹스를 했으니 잘 믿기지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엉덩이에서 스치는 남성의 생식기가, 등 뒤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그것을 증명했다.

편안하고 기분 좋은 감각이다. 마치 온탕에 들어가 쌓인 피로를 녹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누군가가 저를 안고 있는 감각은 그렇게나 포근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이대로 몇 시간이나 있고 싶을 정도로.

···근데, 이것만 좀 멈춰줬으면 좋으련만.

“저··· 그만 만질 수는 없나요? 좀 부끄러운데···.”

성아린은 참다 참다 그에게 부탁했다.

여러 감정이 담긴 목소리였다. 그녀는 제 가슴을 가리키고 있었다.

주물 주물.

제 가슴 부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손이 느껴진다. 마치 음미하듯, 조용하게 움직이는 손.

제 가슴이 한 번씩 움켜쥐어질 때마다 미약한 자극이 느껴져왔다.

“하으···.”

분명 자극은 미약하나, 그 자극도 쌓이다 보면 쾌락이 되는 법이다.

분명 기분이 좋은 것은 맞으나, 그것도 두 시간이나 지속되면 그저 지칠 뿐이었다.

그녀도 이제는 쉬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바램을 가진 채 그에게 부탁한 것이지만.

“안 돼.”

그 바램이 들어질 리가 없었다. 이미 자신은 주도권을 빼앗겨버린 상태였으니까. 그것도 한참 전에 말이다.

“하아···.”

그녀는 금방 포기했다.

어차피 별다른 기대도 안하고 던져본 부탁이었이다. 성아린은 한숨을 한 번 내쉬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제 하반부가 젖는 게, 결국엔 이런 상황이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다시 한번 자신이 변태인 걸 느낀다.

성아린은 그저 한탄하듯 말할 뿐이었다.

“무슨 남자가 성욕이 이래···.”

“내 성욕이 뭐 어때서.”

“사람이 두 시간 넘게 박기만 하는 게 정상이에요?”

“사람이 좀 쌓이면 그럴 수도 있지.”

저게 좀 쌓인 수준인가. 많이 쌓이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건가.

설마 다른 남자들도 저런 수준일까 의문이 들었지만, 성아린은 금방 아니라고 확답을 내렸다.

얼마 전에 제 친구가 자기 남자친구와 섹스 시간이 너무 짧다고 불평을 해댄 적이 있다.

그때는 그 이야기를 듣는 게 빡이 쳤었는데 지금 그 기억이 도움이 될 줄이야.

그 이야기를 토대로 생각해 보면, 저 인간이 비정상인 걸 알 수 있었다.

뭐 그렇다고 그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조금 힘들 뿐이지···.

“······.”

“······.”

그렇게 잠시 고요하고 편안한 시간이 이어졌다.

이세원은 성아린의 가슴을 주무르며, 그녀는 조용히 이세원의 온기를 느낀다.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어, 그러고보니···.’

그러다가 문득, 성아린은 이런 불안이 떠올랐다.

‘이대로 끝인가?’

지금 이 관계가, 모텔방을 나가는 순간 끝날수도 있다는 불길함.

도무지 성격을 종잡을 수 있는 저 인간을 보면, 모텔을 나간 순간 쿨하게 떠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별로 안 좋은 일이었다.

성아린은 이 관계를 이어나가보고 싶었다.

‘어떡하지.’

전화번호라도 따야 하나. 그녀는 잠시 고민했다.

물론 1:1 채팅방이 있긴 하다만, 그것만으로는 소통의 한계가 있는 법.

누구 한 명이 나가는 순간 끝인 그런 방은 그저 일방적인 창구일 뿐이다. 그러니 결국 전화번호를 따는 게 옮았다.

그녀는 마음은 정했다.

이제는 실천으로 옮길 차례였다.

잠시 핸드폰을 들고, 등 뒤에 있는 그에게 전화번호를 달라 하면 끝인 일이었다.

“······저.”

“응?”

“···아니, 아니에요.”

하지만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입이 잠시 열렸다가, 다시 닫히기를 반복한다.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문장이 입 밖으로 나오길 거부하고 있었다.

성아린은 기본적으로 꽤나 소심한 성격의 인간이었다.

말 한번 꺼낼 때도 머릿으로 여러 번 생각을 돌리고 말하는 그녀다.

물론 편한 중고딩친구들 끼리 있을 때는 서슴없이 말하는 편이긴 하다만.

낯선 사람, 그중에서도 특히 낯선 이성에게는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혹시라도 말했다가 거절당하면 어쩌나, 상대방 기분을 상하게 하면 어쩌나.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서 말하는 것을 방해했다.

“······.”

잠시 망설임의 시간이 이어졌다. 그냥 말 한마디만 꺼내면 되는데.

눈 딱 감고 전화번호좀 알려달라 하면 되는 일이건만.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를 때였다. 포근한 시간 속에서 성아린 혼자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을 무렵.

“아, 맞다.”

돌연 이세원이 입을 열었다. 뭔가 생각났다는 듯.

그는 가슴을 주무르던 손길을 잠시 치우더니 자신이 벗어던진 바지춤을 뒤적거렸다.

그렇게 주머니에서 나온 건 이세원에 핸드폰이었다.

“전화번호 좀 줘봐.”

그리고 자신에게 내밀어지는 핸드폰.

몹시나 자연스러운 동작에 성아린은 잠시 당황했다.

“어?”

뭔가 역할이 바뀐 것 같은데. 보통 이런 건 ‘여자’가 물어보는 게 맞지 않나. 대체 얼마나 털털한 성격인가 잠시 의문이 들었다.

“아, 네.”

잠시 벙찌긴 했지만, 전화번호를 교환하는 건 그녀 입장에서 당연히 반길 일이었다.

성아린은 얼른 핸드폰을 전달받아 자신의 번호를 찍어줬다.

“···여기요.”

그리고 다시 건네지는 핸드폰.

“고마워.”

이세원은 핸드폰을 다시 집어 들더니 잠시 조작하기 시작했다. 액정 화면을 몇 번 터치하더니, 곧이어 벨 소리가 울려 퍼진다.

─♩♪

자신의 벨소리였다.

핸드폰에 기본으로 설정된 벨소리. 경쾌한 멜로디가 성아린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됐네.”

이세원은 그걸 듣더니 더 할 필요 없다는 듯 전화를 끊었다.

갑자기 찾아온 적막에 공허감을 느끼기도 잠시, 성아린은 재빨리 핸드폰을 들어 확인해 보았다.

메인화면에 부재중 전화 하나가 표시되어 있었다.

010­4xxx­xxxx

간단한 8자리 숫자의 조합. 그러나 고작 숫자의 조합으로만 볼 수 없는 숫자였다.

이건 다름 아닌, 눈앞의 남자 이세원의 번호니까.

성아린은 잠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은 채, 오롯이 자신을 쳐다보는 남성이 보였다.

여전히 날카로운 눈매가 제 자신을 꿰뚫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 조차도 매력적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순간, 성아린의 가슴이 뛰었다.

“아, 그리고 그냥 반말해. 어차피 동갑인데 말 높일 필요 없잖아 그지?”

“네? 아무리 그래도 좀 어색한데···.”

“얼른, 나만 말 놓을 수는 없잖아.”

“······.”

성아린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그래.”

아무래도 자신은, 저 남자한테서 못 벗어날 것 같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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