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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야짤작가-16화 (16/125)

〈 16화 〉 16, 성아린

* * *

[Hala: 요청했던 그림 작업 완료됐습니다. 한 번 확인해보세요.]

[Hala: (사진)]

[Hala: 돈은 이쪽으로 넣어주심 됩니다.]

[Hala: 오리 10xx­xxx­xxxxxx]

“후우···.”

‘레이프합법화’에게 완료 문자를 보내고, 나는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오랫동안 앉아있어서 그런지 허리랑 목이 뻐근했다. 근육이 비명을 지른다.

나는 의자 등 받이에 몸을 편히 기대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뚜둑, 뚜두둑!

“어우.”

뭐야 시발, 어디 부러졌나.

온 몸에서 울려퍼지는 곡소리에 나는 당황했다.

게임할 때는 6시간동안 앉아있어도 끄덕없던데.

아무래도 일할 때는 시간이 두 배로 적용이 되나보다.

정말 놀라운 세상이었다.

물리적인 시간을 늘려주진 못할망정 정신적인 시간만 늘려주고 있었다.

특히 일할때에 말이다.

만약 세상에 신이 있다면 그는 사람들이 고통받는걸로 쾌락을 얻는 미친 사디스트 새끼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일단 끝냈으니.”

나는 기쁜마음으로 메트리스 위에 누웠다.

이제는 휴식을 취할 시간이었다.

현재 시간은 새벽 4시 32분.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에 들었을 시간이다.

술 먹고 집에 오자마자 일을 하니 피로가 상당했다.

입안에서 알코올향이 아직까지도 잔류해서 침을 삼킬때마다 쓴맛이 올라온다.

나는 그 쓴맛을 느끼면서 아까전 일을 생각해보았다.

술집에서 이은별이랑 막 헤어졌을 때의 일이다.

결국 이은별은 자기 카드로 술값을 계산하게 되었다.

잠시 멍하니 있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카드를 꺼내더라.

‘그때 걔 표정이 웃겼지.’

웃는것도 웃지 않는것도 아닌 괴상한 얼굴로 카드를 건네는 그 모습이란······ 미세하게 떨리는 왼쪽눈과 카드를 내미는 손이 예술이었다.

그러게 누가 마음대로 내기하레.

그 씨발련.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렸다.

진짜 말 그대로 의식적으로 여우짓을 쳐하고 있었다는 거 아닌가.

심지어 섹스도 할 생각 없으면서!!!

심지어 섹스도 할 생각 없으면서!!!!!!

중요하니까 두 번 말했다. 존나 중요한 요소였다.

참교육이 필요했다.

마음같아선 같이 밥 먹을 때마다 덤터기를 씌우고 싶었지만···.

‘그건 힘들겠지.’

걔가 호구도 아닐테고. 만날 때마다 돈을 낼 리가 없었다.

애초에 오늘 돈을 내게 할 수 있었던 것도 녀석이 지각이란 잘못을 했기 때문이다.

자기도 찔리는 잘못이 있으니 순순히 돈을 냈던 것이다.

계속 이런 김치남같은 행태가 통할리가 없다.

‘당분간은 조용히 있어야지.’

어차피 시간이 지나서 돈을 잃는건 이은별이었다.

저번에도 말했듯 가만히 있어도 그녀가 온갖 쇼를 다할 것이다. 자신은 조용히 밀당하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 되었다.

오묘한 거리가 중요했다.

적당히 넘어갈 것 같으면서도 끝내 어느정도의 선은 그어져 있는 애매한 거리. 그래야지 이은별도 계속 도전할 것이다.

좋다.

나는 그렇게 그녀에 대한 태도를 정했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것이다.

까톡!

그렇게 혼자 잡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의식의 수면위로 경쾌한 메시지알림음이 비집고 끼어든다. 나는 팔을 대충 뻗어 핸드폰을 들여다 보았다.

[레이프합법화: 어우 ㅆ; 아무생각없이 눌렀다가 깜짝 놀랐네]

[레이프합법화: 잠시만요 돈 보내줌]

레이프 합법화의 답장이었다.

[Hala: 아직 안 주무셨네요. 4시 반인데]

[레이프합법화: 낼 주말인데 왜 잠 ㅋㅋ]

마치 자랑하듯이 말하는 그의 말.

얘도 상당히 인생 대충 사는 듯 했다.

나는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그에게 물었다.

[Hala: 내일이 아니라 이제 오늘이에요.]

[Hala: 아무튼 그림 그려드렸습니다. 어떤가요?]

솔직히 꽤나 걱정이 되었다. 잘생긴 남자가 여대생을 으슥한 골목길로 끌어가서 강제로 따먹는 장면.

오랜만에 그리는 투샷에다가 심지어 여자까지 포함되어있어 오랜만에 힘을 좀 썼다.

근데 문제는 그 힘이 들어간 부분이 여자쪽이라는 것이다. 그림에서 남자가 차지하는 부분이 1.75라면, 여자쪽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2.25이나 되었다.

존나 애매한 비율이지만 어쨌든 여자쪽의 비율이 더 큰 것이다.

마치 큰 가슴을 기대하고 들어갔는데 고츄가 자신을 맞이하는 것과 같다.

돈까지 냈는데 충분히 기분이 잡칠만한 상황이었다.

나도 야짤을 요청했는데 남자가 주가 되면 불만이 있을테니까.

그래서 나는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레이프합법화: 와]

[레이프합법화: 오]

[레이프합법화: 맘에 들음 존나 꼴려요]

“음?”

생각보다 상대방의 반응은 괜찮았다.

[레이프합법화: 캬 딱 내 스타일이에요ㅋㅋ]

[레이프합법화: 솔직히 다른 그림들 때문에 신청할 때 좀 고민했는데 진짜 제 생각대로 뽑아주셨네요]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극찬을 하고 있었다.

예상외의 반응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징?”

일단 기분은 좋았다.

다른 사람이 내 그림을 보고 마음에 들어한다는 거 아닌가. 그림쟁이에겐 그만한 기쁨이 없었다.

문제는 대체 어느 부분에서 꼴렸냐는 것이다.

솔직히 나라면 아무리 잘 그린 그림이라도 남캐가 그림의 절반이상을 쳐먹고 있다면 거부감부터 들텐데.

‘잠깐···.’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가정이 떠오른다.

‘여자랑 남자의 보는 시각이 다른가?’

어찌보면 당연한 말.

아무리 여자들이 이곳세상에 떨어져서 ‘여자’가 되었든.

조금 씩씩해지고 성욕이 많아졌다고 한들.

일단은 여자였다.

사타구니 중간에 소시지 대신 조개가 달리고 유방 두개가 불룩 튀어나온 존재란 말이다.

생물학적으로 남자와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그렇다면 꼴림 포인트도 분명 색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오···.”

방금 막 엮어내서 만든 추론이지만 생각보다 그럴싸했다.

나는 내 뛰어난 두뇌에 감탄했다.

“나 좀 똑똑할지도···.”

좋다. 이젠 이 추론을 뒷받침할 증거만 찾으면 되었다.

어쩌면 이게 나를 남캐야짤 지옥에서 꺼내줄지도 몰랐다.

내일 일어나자마자 조사해봐야지···.

나는 그리 생각하며 슬슬 잘 준비를 했다.

이미 시간이 많이 늦었다.

그리고 술 먹고 들어와서 슬슬 피곤하기도 하고.

오늘이 주말이긴 했지만 하루를 알차게 시작하려면 지금이라도 자는 게 맞았다.

까톡!

그렇게 빤쓰를 제외한 모든 옷을 벗고 있을 무렵··· 다시 한 번 까톡이 울린다.

나는 거의 자동반사적으로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핸드폰의 중독된 현대인의 삶이란··· 마치 휴대폰에 종속된 노예나 다름이 없구나.

속으로 개소리를 지껄이며 알림창을 누른다.

발신자는 역시나 ‘레이프합법화’. 언제 봐도 음습의 끝을 달리는 닉네임이었다.

놀랍게도 저 인간의 취향은 이쪽 세계 기준으로 역강간물이었다.

상대방이 채팅창으로 말한다.

[레이프합법화: ㅍ ㅑ ㅍ ㅑ; 이대로 있을 순 없다]

[레이프합법화: 아까도 함 뺐는데 지금 한 번 더 뿜어야겠음]

[Hala: 지금 새벽 5시 가까이 되는데요?]

[레이프합법화: 이 시간에 그림 보내준 님 잘못이에요]

아무래도 지금 한 발 빼러가는 모양이었다.

음슴체와 존댓말이 섞여쓰이는 걸 보니, 꽤나 흥분한 상태인 듯 보였다.

굳이 딸치는 걸 보고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내 그림을 반찬 삼아준다니.

그건 꽤 기뻤다.

[Hala: 뼈 삭아요; 적당히 하십쇼]

나는 대충 그렇게 보내고는 방의 불을 껐다.

그러고는 매트리스 위에 눕는다. 부드러운 천의 감촉과 무게를 받춰주는 스프링의 탄력이 나를 반겼다.

술을 먹어서 그런지 눈은 잘 감겼다.

몽롱해져가는 의식속으로 여러 잡생각들이 떠돈다.

지금 드는 생각은 저 의뢰자 뒷면이었다.

‘그러고보니 저 딸쟁이도 여자겠지···.’

남역세상이니 이런 야짤을 신청하는 것은 분명 ‘여자’일 것이다.

그런 여자가 바지를 벗고 내 그림을 보며 자위를 하는 게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진다.

달뜬 신음을 흘리며 한 손가락, 또는 두 손가락으로 자신의 질경부를 쑤시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구성되었다가 흩어진다.

흐려져가는 의식속에서도 감탄이 흘러나왔다.

‘오···.’

그거 조금.

꼴릴지도······.

“···zzz”

나는 그렇게 잠에 들었다.

*

─햇빛이 아스라이하게 떠오르는 늦은 새벽녘.

“···흐읍···흐으···!”

푸른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자그마한 방에서 한 여성이 달뜬 신음을 흘린다.

“흐응···!”

찔꺽­찔꺽­

중지와 약지가 위아래로 빠르게 약동할때마다 미끌거리는 액체가 질안에서 뿜어져 나온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간질거리는 그 느낌이 그녀에게 흥분을 더했다.

그녀는 신음을 참으며 모니터 위에 띄워져 있는 그림을 쳐다보았다.

성아린, 그녀는 지금 그림 한 장을 반참삼아 자위를 하는 중이었다.

방금 막 그림작가에게 받은 따끈따끈한 그림이다.

자신이 상상하고 꿈꿨던 망상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현실에 작게나마 구현되니 엄청나게 흥분되어왔다.

그림은 한 남성이 으슥한 골목길에서 여성을 막 범하려고 하는 그림이었다.

한 손으로는 저항하려는 그녀의 두 손을 짓누르고, 남은 한 손으로는 커다란 가슴을 마구잡이로 움켜쥔다.

남자의 청바지 위로는 우뚝솟은 거포가 여자의 배를 압박하고 있는 중이었다.

여자는 고통과 공포로 얼굴이 일그러진 채 저항하려 하지만, 남자의 괴력에서 벗어나기란 요원치 않았다.

이제부터 막 한 판 하려는 모습.

딱 도입부만 그려진 그림이었다. 성아린은 거기서 자신의 상상으로 뒷장면을 그렸다.

결국 여자는 저항하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남자는 그 틈을 놓칠세라 얼른 그녀의 뒤쪽을 점령한다.

아랫도리를 억누르고 있는 청바지를 얼른 내리고 여자의 집입구를 찾아 얼른 삽입했다.

그 다음부터는 거친 피스톤질의 반복이었다.

퍽­퍽­퍽­퍽­

상상속에서 살이 거칠게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여성의 신음도 점차 가속한다.

그에따라 현실의 성아린도 가속했다.

찔걱­찔걱­!

자신의 두 손가락이 점차 격렬해진다. 그녀는 상상속의 여성에게 자신을 대입했다.

‘나도오···.’

자신도, 상상속의 여자처럼 당해보고 싶다. 육체의 자유성을 뺏긴 채 강압적으로 삽입당해보고 싶었다.

그런 망상을 하자 어느새 절정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가속하며 숨을 참았다.

현재 시간은 5시 2분.

아직까지 꿈나라에 있을 자신의 가족들에게 신음소리를 들킬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녀는 최대한 소리를 죽였다.

“흐읍··· 간다아···!”

하지만 역시 어느정도의 신음이 흘러나오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시끄러운 차소리도, 요란한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도 모두 죽어버린 새벽녘의 시간.

5평짜리 작은 방에서 여성의 가냘픈 신음이 흘러나온다.

“하아··· 하···.”

성아린은 달뜬 신음을 흘리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좋았다.

만족스럽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간 것 같았다.

처음 신청해보는 커미션이었는데 역시 신청하길 잘했다.

“히··· 이작가 그림 잘 그리네.”

솔직히 다른 그림들을 보고 많이 걱정했었는데 말이다.

만족스러운 퀄리티로 뽑아주었다. 덕분에 두 번이나 갈 수 있었다.

“다음에 또 신청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닦을 휴지를 찾는 그녀는.

성아린, ‘레이프합법화’ 본인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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