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3화 〉문제아들 (93/96)



〈 93화 〉문제아들

기주.
그중에서도 가장 발전된 도시. 업.

“동탁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오, 이런……. 불편한 자리가 만들어지겠군.”

눈부시다 못해 빛나는 흰 정장, 붉은색 넥타이, 적당한 높이를 자랑하는 하이힐, 황금색으로 빛나는 손목시계와 황금빛 머리카락이 고풍스럽게 웨이브 진 모습을 자랑하는 인물.


원소, 자는 본초.
현재 천하통일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다.
그런 그녀는 고급스러운 탁자 위에 올려진 얼음이 담긴 칵테일 한잔을 마시며 말했다.


“그래서, 동탁이 왜 이동하는지 알아내었나?”
“예, 근데 그것이…….”
“NoNoNo, 심배, 내가 말은 흘리지 말라고 했을 텐데, 흘려도 되는건 아름다운 남성을 볼 때 흘리는 침밖에 없다네.”

쯧쯧.
원소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심배는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장안이 함락됐다고 합니다. 자신을 초패왕이라 지칭하는 인물이 마물과 악마를 조종해 장안을 함락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중까지 지배했다고 하군요.”
“Oh……. 이게 무슨 일인지, 동탁이 급한 이유가 있었군…… 그래서, 유비를 도와 우리 귀여운 사촌 동생을 반역죄로 잡아넣은 이유는?”
“그것은 잘 모르겠으나, 지금 동탁은 장안을 다시 탈취할 동맹을 모으는 듯합니다. 그래서 원술 님을 동맹으로 삼으려고  거 같습니다만, 옥새를 탈취한 것을 들켜 유비를 동맹으로 삼아 원술 님의 군대를 유비와 손책에게 나눠준  같습니다.”
“손책에게? 흠……, 아마 유비가 너무 커질 것을 견제하려고 그렇게 한 것인가? 너무 쩨쩨하군, 하지만 이해하지 못 하는 건 아니야.”


원소는 칵테일 전부 마셨다. 빠르게 사라지는 황금빛 칵테일. 그 모습이 마치 모든 것을 잃은 원술 같아 원소는 웃었다.

“불쌍한 원술, 그러게 감당할  없는 것을 가지고 있지 말라 했거늘…… 어쩌겠나, 반역죄는나도 도와줄 수 없는 것을.”
“……애초에 도와줄 생각도 없으면서.”
“Uhm? 뭐라고 했나?”
“아닙니다, 동탁군은 지금 저희 업으로 향하고 있으며, 지금 여양을 지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우리 군은 뭘 하길래 막지 못하고 있지?”
“황제의 인장을 가지고 있어 차마 막지 못했다고 합니다.”
“Oh no……. 그 어린 황제는 아직도 동탁에게 이용만 당하고 있구나, 유우가 황제가 됐다면 이러진 않았을 텐데.”


유우, 덕으로 살고 덕으로 죽은 자.
백성들에게 칭송받던 유우는 공손찬과의 불화로 인해 그 북방의 귀신에게 죽었다. 그 인의와 충성 때문에 황제로 추대하기도 했지만, 자기가 거부해서 하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가, 유우가 죽은 덕에 공손찬의 힘이 거의 토막 났으니.”

인덕으로 살아온 유우를 죽인 공손찬에 분노한 북방의 백성과 이민족들은 공손찬을 공격했고 그로 인해 공손찬은 병사도 잃고 인망도 잃었다. 그래서 지금 방어에만 급급한 처지, 조금만 시간만 들이며 압박한다면 공손찬은 그걸 막을  없을 것.


그렇게만 된다면, 하북은 이 원소의 것이다.
아무도 막을  없는 막강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큭, 쿨-럭!”
“주군!”

미래를 상상하며 웃고 있던 원소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변했다.  번 더 기침하던 원소의 손엔 새빨간 피가 묻어 있었다.


“여봐라! 어서 약을…….”
“그만, 나는 괜찮네, 심배.”
“하지만 주군…….”
“나는 괜찮다고 말했어.”
“……알겠습니다.”


원소는 손에 묻은 피를 손수건을 꺼내 우아한 손놀림으로 닦았다. 완벽한 몸가짐, 원소의  정장엔 피 한 방을 튀지 않았다.

“동탁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어, 행여 부족한 것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이만 나가보도록.”

원소의 축객령에 심배가 고개를숙이고 뒷걸음질을 치며 나갔다. 그리고  이후, 원소의 옆에 있는 반달 모양의 물건, 한쪽은 귀로 들을 수 있고, 한쪽은 입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연락이 왔군.”

전화기가 있었다.
던전에서 얻은 전화기,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력만 통한다면 서로의 목소리를 주고받을 수 있는 물건. 단점이라면 두 개가 한 세트라 단 한 명하고만 통화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세트를 선물한 사람은  명 밖에 없었다.

“갑자기 통화를 걸다니, 무슨 일인가? 아만.”


조조. 자는 맹덕.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탓에 옛날 이름이었던 아만이라는 이름으로 조조를 부르는 원소.
많이 친한 사이였고, 지금은 자신의 부하 겸 친구로 지내는 중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들은 첫 통화 내용은…….


-야,  씨발년아.
“……아만?”


개쌍욕이었다.

*
*
*

-너지? 네가 한 짓이지 이 개새끼야.
“아만, 많이 흥분한 거 같군, 일단 참고 얘기해보도록…….”
-이걸 어케 참는데 시발련아! 너, 너 진짜 그러면 안 됐어, 시발 내가 네 밑에서 존나 개처럼뛰고 시발  해줬는데……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얘기가 통하지 않는군.
제정신이라면 원소는 일단 욕을 다 들어준 뒤에 무슨 이야기인지 들어  테지만, 동탁의 일과 각혈까지 겹친 터라, 원소는 그럴 인내심이 남아 있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욕을 하니 불쾌하군, 아만.”
-불쾌하면 어쩔 건데 씹년아. 배신당한 내 기분은! 어!? 시발 나는 어?
“말이 통하지 않으니 얘기할 자신이 없군, 아만, 나중에 이야기하지.”
-언제? 며칠 몇 분 몇 초? 빨리 대답 안 해? 빨리 대답해!!!
“얼굴을 보면 얘기할 수 있겠군, 그럼 나는 바쁘니 이만, 아만.”
-끊지 마, 너 끊으면 시발 내가 진…….


딸깍.
원소는 전화기를 놓고 마력을 공급하는 선을 뽑았다.
머리가 아팠다, 동탁이 오고 있고 친구란 년은 갑자기 통화해서 욕이나 한다.

일단 쉬어야겠어.

원소는 의자에 머리를기댄 뒤, 그대로 눈을 감았다.
다른 전화기가 불이 타도록 통화 버튼을 누르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허창.
거칠게 전화기를 던지며 하늘이 떠나가라 포효하는 한 인물.

“이, 이 시발년이……!”
“맹덕, 너무 흥분했다.”
“시발 흥분  하게생겼어?! 이건 하늘이 내린 기회였어, 저 콧대만 높은 원소 년을 깔아뭉개고 내가, 내가 이 중원을…….”
“그만,  말하면  돼.”

조조는 친우인 하후돈의 말에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래, 나를 따르는 인물 중에 아직 한 나라에 충성하는 인물도 적지 않다. 오히려 많다고 해도 좋을 정도.

“아잇, 싯팔!”


하지만 그래도 유부남을 좋아하고 어릴 적부터 방탕무도(遊蕩無度)한 생활을 일삼은 조조의 성질을 누를  없었다. 조조는 손톱을 깨물며 말했다.

“중요한 인물  불러! 긴급 회의다!”
“비번도?”
“나때는 말이야! 비번이라는 것도 없었어!”


조조의 히스테릭에 익숙해진 하후돈은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주요 간부들을 전부 모으기 시작했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오! 순문약이, 어서 들어와!”

이름은 순욱, 자는 문약.
조조군의 인재를 끌어모은 일등공신이자, 책략까지 뛰어난 수(水) 속성 마술사.


“앉아앉아, 다른 사람도 올 거야.”
“예, 알겠습니다.”

능력까지 뛰어난데 순종적이기 까지  순욱은 조조의 마음을 꽉 잡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 오늘 비번인데…….”

정욱과 순유도 들어왔다.

그리고 곧 이어…….

“이 몸, 등장!”


새로 들어온 천재 책사. 곽가가 들어왔고, 이후 하후연, 하후돈, 조인까지 들어온 뒤 회의가 시작되었다. 조조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늘의 회의 내용을 말하려던 찰나, 곽가가 일어나서 말했다.

“우리의 던전이 털렸다네~♪ 우린 좆됐다~♪”
“이 미친년이.”


천재이지만 살짝 괴짜인. 곽가의 초치는 노래에 모두가 곽가를 바라보았다.


“아잉~ 곽가는 모두가 바라보면 너무 부담스러운뎅?”
“저, 저……!”
“야, 참아, 쟤 병약한 거 알잖아! 네가 때리면 쟤 뒤져!”

하후돈이 달려가려던 조조를 뜯어말렸다. 순욱은 그런 곽가를 잠시 바라보다가 물었다.

“허면, 곽가 공은 무슨 방도가 있으신가요?”
“뭘 어떻게 해! 이미 뺏긴 거 어떻게 하라고!”
“짐작 가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해!”


순욱의 재치와 곽가의 답에 조조는 화를 멈추고 곽가에게 물었다.


“우리 던전을 턴 새끼가 누군지 알겠어?”
“우리 던전을 털려면 우선 두 개가 필요하지, 존나 개쩌는 마력을지닌 인물이거나, 아니면 우리보다 훨씬 똑똑한 인물이거나! 근데 내가 장담하는데 전에 우리 책사진보다  쩌는 인사진은 없었을걸?”
“그럼, 엄청난 마력을 가진 인물이 범인이라는 것이냐?”
“내가 아는 존나 쩔고 존나 쌘 인물은 한 명밖에 없어.”

여포.
조조는 그때 본 여포의 무력을 떠올렸다. 그 화웅의 목을  관우, 그리고 그와 비슷한 실력인 장비와의 협공을 무리 없이 받아낸 괴물같은 년.

“여포……!”
“하지만 여포는 우리가 던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 까요?”
“그게 문제지! 사실 우리가 던전을 가지고 있다는  알만한 사람은 원소밖에 없을걸?”
“……그럼 역시 원소 그 시발년이 여포에게 사주를 넣어서.”
“응~ 아니야!”
“한 번만 더 그딴 말투 하면 죽여버린다고 했지!”


조조의 역정에도 곽가는 뒷짐을 지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리곤, 조조를 단번에 잠재울 마법의 단어를 꺼냈다.

“에이, 원소 말고 한 명 더 있잖아? 던전을 알고 있는 인물.”
“…….”
“그 꼰대 아줌마, 전에 몰래 사표 쓰고 나가지 않았나?”

조조는 지금도 생각하면 아픈 가슴에 이를 악물었다.
진궁, 자신을 살려주고, 여기까지 올려준 터를 잡아준 인물. 능력도 출중해 선생으로 부르며 항상 곁에 두던 인물.

“……진궁이, 나를 배신했다는 것이냐?”
“알면서  물어, 딱 보면 몰라? 언니 정신 나갔을 때 했던  때문에 완전 정나미 떨어진 눈으로 쳐다보고 있더만!”
“진, 진 선생이 그럴 리 없어.”
“문약 언니, 저걸 뭐라고 하더라? 미련? 아니면 호구?”
“곽가, 조용히 하렴.”
“예입!”

조조는 잠시 머리를 부여잡으며 괴로워했다.  모습을 지켜보던 책사진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조조를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


“곽가의 말이 옳습니다.”
“원소가 아니라면…… 진궁 님이 동탁에게 간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책사진의 말에 조조는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당신이.
내가 얼마나 잘 대해줬는데. 나에게 해준 것이 있으니 순욱이나 곽가보다 훨씬 더 극진한 대우를 해줬는데……!


마치 자신을 버리고 떠나간 연인을 회상하듯, 조조는 진궁에 대한 원망을 내뿜기 시작했다.

세상도 나를 버리지 못하는데 당신이 나를 버려?
감히?


“……전에 말했지, 동탁군에 다음 행선지는 원소년이라고.”
“그렇습니다.”
“준비해.”
“……네?”
“나와 하후돈, 그리고 순욱과 곽가는 지금부터 업으로 간다!”

이렇게 된 이상 직접 만나러 간다!
원소 그년도 직접 오라고 했으니 아무런 문제도 없다.


“삼자대면이다……!”

조조는 잇몸이 보일 정도로 웃으며 원소가 거주하는 업을 바라보았다.

“아니 나는 왜…….”

가뜩이나 몸도 안 좋은데 업까지 가게 된 곽가의 말이 울려퍼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