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2화 〉살려줘 (92/96)



〈 92화 〉살려줘

핵.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중심인 화구가 몇 도이며 방사선이 어디까지 퍼지며 이런  아무런 쓸모도 없다. 핵이란 무기를 설명하자면 갑자기 도시에 떨어진 거대한 운석. 사람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독을 품은 운석이다.


떨어지는 것만으로 도시는 회복 불능이 되고 범위 안에 있는 인물은 모두 죽는다. 그런 물건이 누군가의 손에 쥐어진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핵이 좋은 점도 있긴 하다. 모두가 핵의 위력을 두려워해 자잘한 전투를 제외하면 커다란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핵을 보유한 국가가 패전이 짙어지면 핵을 사용할 것이 자명하니, 그게 무서워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억제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물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어떠한 의도로 만들어진 물건은 모두 반대로 작용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한 노벨은 이런 엄청난 무기를 만들었으니 싸우지 않고 광산업 같은 것에 투자해  더 삶을 윤택하게 하겠지? 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지만, 다이너마이트는 전쟁에서 신명 나게 쓰였고 개틀링건도 그랬다.  반대로 적들을 쓸어버리기 위해 만들어진 핵무기는 평화를 유지하는 억제력이 되었고.


그러니, 나는 핵이 꼭 필요했다.
모두 싸움을 멈추고 평화로운 시대를 만들기 위해!

전쟁!
멈춰!

*
*
*


나와 진궁은 얼마 지나지 않아 허창에 있다는 던전으로 도착했다. 거기엔 조조군의 병사들이 순찰을 돌며 통제를 하고 있었다.


“경비가 적네요?”
“많이 있어봤자 시선만 끌고 좋을 게 없으니까요, 마침 인적도 드문 곳에 있으니 적게 배치하는 게 인력도 자원도 훨씬 이득이죠.”
“낭만이 없네요…….”

나는 잠입 액션을 기대하고 왔는데 현실은 열 명도 안 되는 인원이라니, 이과들 모두 참아줬으면…….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진궁이 손으로 땅을 찍었다. 그러자 흙으로 된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고 이상함을 느낀 조조군 병사들이 반응할 새도 없이 그대로 머리만 내놓은 채 묻혔다. 뭔가 공구리를 친 거 같은 느낌.

“들어가죠.”


말만 들으면 잠입 액션물인데…… 뭔가 아쉬웠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으니 나는 진궁을 따라 던전으로 향했다.


난생처음 보는 던전, 나는 처음엔 아무것도 없던 곳에 동굴이 생성되거나 땅굴 같은 것이 만들어져서 자연과 동화되는 형식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게…… 던전?”
“화려하지요?”


벽면도 아니다, 땅도 아니다.
그냥…… 땅 위에 무지개처럼 형형색색으로 이루어진 게임에서나 보던 통로 같은 것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건, 조금 그러지 않나?

“너무 튀지 않나요……?”
“오히려 좋지요, 일반 백성이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갔다가 마물들에게 죽는 것보단 이렇게 대놓고 던전이라고 광고하는 것이 낫죠.”

듣고 보니 그렇긴 한데…….
모르겠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해야지.

“들어가면 되나요?”
“네, 그냥 들어가면 됩니다.”
“어지럽거나 그런 것도 없나요?”
“없습니다. 아, 저 돌고 있는 던전의 입구를 계속 보다 보면 어지럽긴 합니다만.”

저렇게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걸 계속 바라보면 당연히 어지럽지 않을까. 나는 한숨을 쉬며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던전으로 몸을 던졌다.


휘웅─.
어색한 효과음과 함께 숲속에서 단번에 좁은 동굴로 이동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이상한 공간이었다는 그런 느낌. 그래서 그런지 아무런 재미도 찾을 없었다.

그렇게 진궁과 함께 던전 안쪽을 향해 갔다. 가끔 공격해 오는 중급 마물은 진궁 선에서 컷되고 하급 마물은 내가 정(精) 속성 마법을 거니 발정나서 전투 불능이 된 걸 진궁이 처리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나아간 곳의 끝, 마지막 보스가 있을 만한 커다란 공간이 나왔다.

-다른 사람을 데리고 왔군.

그리고 울리는 목소리. 동굴이라서 울리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나오는 듯한 목소리, 그곳을 바라보자 이상한 가운을 입은  여성이 홀로그램처럼 나오고 있었다. 이 시대와는 전혀 다른 오버 테크놀로지.

-내 이름은 하이머, 그대도 힘을 원하는 자인가?

자신을 하이머라고 소개한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요.”
-그런데 어째서 이곳에 온 것인가?
“제가 황궁에서 온 사람이거든요.”
-……무슨 뜻이지?


여기는 한 나라, 유구한 역사를 가진 대제국, 그런 곳에 이렇게 위험한 물건을 가져오면 안 되죠, 네?


“위험한 물건은 압수입니다!”
-……원한다면 가져가라, 물론 시련을 통과해야 하지만.
“1번 아무것도 없다! 2번 돌과 나뭇가지!”
-이미 답을 들었군, 그럼 바로 마지막 문제를 풀어볼 텐가?
“네!”


나 자신에게 물었다.
문제를 맞힐 자신이 있나?
무슨 깡으로 혼자서 여길 온 걸까. 못 맞추면 그냥 민폐만 끼친 놈이 되는데.


나는 답했다.
자신 있다.
뭔 문제가 나오는진 몰라도, 나보다 훨씬 똑똑한 진궁, 순욱, 곽가, 순유, 정욱 같은 사람들이  풀었다는 것은, 그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특이한 문제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는…….

-나는 무엇인가.


내 예상대로였다.

“죽음이자 세상의 파괴자.”
-……정답이다, 그대는  무기를 가질 자격이 있다.

나는 하이머, 아니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바라보았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핵을 만드는 프로젝트의 주요 인원   명.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핵무기인 트리니티를 떠올리며 말한 말은 지금까지도 유명한 어록 중의하나.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이게 그자의 정체다.


……근데  사람이 여기서 왜 나올까?

그게 참 의문이었다.

*
*
*

우리가 진을 치고 있던 백마로 돌아왔다. 마침 딱 알맞게도 동탁과 여포가 오토바이와 말을 타며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초선?”
“제가 좀 늦었죠? 잠시 마실 갔다 왔어요!”
“어디 있던 것이냐? 걱정하고 있었다.”
“하하, 잠시 오토바이를 즐기느라…….”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나머지, 나는 아무도 모르게 던전에 갔다 올  있었다. 아침 일찍 빠르게 갔다 온 보람이 있었다.

“어쨌든 초선, 네가 없는 사이 모든 회의를 끝냈다. 여포와 가후, 그리고 진궁이 그 던전에 갔다 오기로…….”
“음, 그건 됐어요!”
“……어째서? 초선  설마…….”
“제가 이미 다 훔치고 왔습니다!”
“내가  산다 못 살아.”

동탁의 거대한 가슴이 가까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 거대한 가슴에 얼굴을 묻으려고 고개를 내민 순간…….

콩!

“헤윽!”
“어디서 어리광이냐, 이건 혼  나야겠구나.”
“저,  잘한 거 아닌가요? 그 어렵다는 던전을 혼자 해결하고 왔는데…….”
“그러다 잡혔으면?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런 것이냐? 안 되겠구나, 출발을 한 시간 늦춘다.”
“어, 어째서요?”
“여포, 어제 당한 굴욕에 대해 보답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여, 여포?
나는 애원하는 표정으로 여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마치 설산에 있는만년설과도 같은 한기를 품고 있었고, 나는 그녀가 매우 화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초선.”
“네, 넷?”

평소에 따듯하고 살짝 딱딱한, 풋풋한 사랑의 목소리는 없었다.
그곳에는 냉소적인 목소리와 표정만 있을 뿐.


“시간이  시간밖에 없잖아요.”
“그, 그렇죠……?”
“2분당 한 번.”
“……예?”
“30번으로 합의 보죠.”


그, 그게 무슨…….
이건 미친 짓이야, 빨리 도망쳐야…….


“이, 이건……!”

나는 내 목을 붙잡는 무형의 힘에 눈을 부릅떴다. 이건 옛날 나와 여포가 처음 만날 때 당했던 허공섭물……!


“그거 아세요?”
“뭐, 뭘요?”
“허공섭물로…… 이렇게 하면, 전립선이 자극된다는 걸요.”


히에에에에엑!?
그, 그만! 내가 잘 못 했어요! 제발 살려줘요!!

“안 돼애애애애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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