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1화 〉이게 왜 여기서 나와 (91/96)



〈 91화 〉이게 왜 여기서 나와

“여기로 가는 거 맞나요?”
“예, 맞습니다.”

황야의 벌판을 달리고 있는 지금, 나는 허창으로 향하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오토바이를 이끌고 황야를 달리는 모습이 진짜로 세기말의 모습처럼 보였다.

“앞에 마수가 옵니다. 치워 버릴 테니 앞으로 직진하세요.”

앞에 개의 형상을 한 마물이 달려오는 모습까지 합해지니 진짜 세상이 망한 것처럼 느껴졌다. 흙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손이 마물을 짓눌러 땅속으로 사라지고 그 위를 오토바이를 타고 무심히 건너갔다.

이게 하드보일드(hard-boiled) 남자의 장르라는 것인가?
드넓은 황야를 빠르게 달리며 뜨거운 바람을 즐기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계속해서 달리고 있을 무렵. 어제부터 계속 생각에 잠겨있던 진궁이 사색을 멈추고 나에게 물었다.

“……근데 정말 우리 둘만 가나요?”
“알아서 오겠죠.”
“초선 님, 화나신 건 알겠지만 사람은 무릇, 감정보단 이성이 앞서야 하는 상황이…….”
“팍씨!”

나는 오토바이와 사이드카를이어주는 이음쇠 부분을 만지며 외쳤다.


“자꾸 그렇게 말할 거면 두고 갑니다?”
“……일단가는 게 맞겠죠?”


그래야지.
나는 사이드카에 얌전히 박힌 진궁을 보며 기어를 올렸다.
어째서 진궁과 나, 단둘이 조조군도 못  던전으로 향하고 있는가.


어제의 일이다.

*
*
*

마시고 죽자!
막내야, 개인기 없냐?
가슴골에 술 담아서 마실 수 있습니다!
이년이 어디서 자랑질이야 씹년아!

“그 던전의 대해 자세히 설명해봐라.”

연회가 무르익었을 무렵, 동탁이  얘기를 꺼냈다.
진궁은 술을 한 잔 마시고 던전에서 있었던 얘기를꺼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간단한 던전이었습니다. 안에 있는 마물을 잡기 위한 하후돈, 전위, 그리고 혹시나 머리를 써야 하는 지혜의 관문도 있을 수도 있으니, 저와 순욱이 들어갔죠.”
“병사들은?”
“던전 자체가 좁아 소수 정예로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튼, 처음엔 중급 마물 같은 약한 녀석들만 등장하기에 별거 아닌 던전이라 생각해 빠르게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악마가 등장했죠.”
“악마……?”


설마.
그곳에 있던 이들은 전에 봤던 도철을 떠올렸다. 여포만큼은 아니지만 이인자를 다툴만한 마초의 무력과 버금가는 존재.

“설마 사흉…….”
“자신을 하이머라고 소개한 인물입니다.”


……?
서양 이름이 거기서  나와?

“서양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인물인가?”
“아뇨, 그렇다고 보기엔 모습이 악마와 똑같았습니다. 뿔을 모자로 가리고 궐련을 피며 우리를 바라보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왜지? 엄청 강력했나? 아니면  풀 만한 지혜의 관문이 나왔나?”
“둘 다입니다.”

 다?
대체 무슨 존재이길래  유명한 하후돈과 전위, 왕좌지재 순욱과 진궁을 패배하게 했나.


“둘   조라도 성공한다면 안에 있는 물건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녀가 말하길, 이것만 있다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고 했죠. 그 말에 하후돈과 전위가 나서 시련을 받았죠, 당연하게도 결과는…….”
“……죽었나?”
“아뇨, 하이머라는 자의 말로는 절대로 죽을 위험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 말대로 하후돈과 전위도 마력 탈진 말고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으니까요, 언제든지 도전해도 좋다며 친절히 던전 입구에 데려다주기까지 했죠.”
“너희 책사진은 시련을 받지 않았나?”
“처음엔 받지 않았죠, 나중에 조인, 하후연, 허저, 그리고 순유, 정욱, 곽가라는 인재를 더 데리고 가서 다시 도전했습니다. 결과는 전부 실패였지만.”
“시련의 내용은 뭐였지?”
“간단했습니다, 무력은 작은 구체 안에서 폭발하듯 날뛰는 마력을 저지하는 것이고 지혜는 어떠한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진궁은 아직도 기억난다는 듯이 그 질문을 읊었다.


“‘이 무기로 세상을 지배한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철학적이군.”
“무기도 보여주지 않고 그런 말을 하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는 그 무기가 가공할만한 위력을 지닌 무기라고 판단해 답을 내놨습니다. 압도적인 힘으로 이룬 평화, 또는 공포. 모든 것을 말했지만 정답은 나오지 않았죠, 그러다 계속된 문답에 짜증 난 곽가가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하는 순간 문이 열렸죠.”
“흐음…….”
“그다음부터는 쉬웠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 무엇으로 싸우겠나.’라는 질문에 저희는 나무와 돌이라고 말하니 문이 열렸습니다. 저희는 마지막 문답만을 남기고 세 번째 질문으로 넘어갔죠. 하지만 거기서부터 저희는 막혔습니다.”
“무슨 질문이었기에?”
“그게,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번째까지는 유출이 가능하지만 마지막 문제는 아니다라는 것인가?
진궁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력 조도 똑같습니다.  번째까지는 어떻게든 마력을 진정시켰지만, 마지막 세 번째에서 전부 마력 탈진에 걸려 던전 입구로 이동되었습니다.”
“흠, 그래서 압도적인 힘을 가진 여포가 필요하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여포 님이라면 분명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 여기까지는 좋게 풀렸었다.
하지만 이다음이 문제였다.


“네가 진궁이랑 갔다 오면 되지 않느냐? 적토마라면 하루도 걸리지 않고 갈 수 있을 터!”
“그러니 초선이랑 같이 갔다 오겠다고 세 번 말했다!”
“초선을 데려가서 뭘 하겠다고? 괜히 시간 끌지 말고 빨리 갔다 오기나 해라!”
“응, 안가.  잘난 머리로 세 번째 문제나 풀고오지 그래?”


투기장이 열렸다.

“……여포 님, 이건 상국의 말이 옳은 거 같습니다.”
“사흘 만에 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불안하면 고순이나 가후 님을 데려가면…….”
“왜 나만 가는 건데! 나도 힘들어! 나도 초선이랑 계속 꽁냥꽁냥 대고 싶다고!”
“취하셨습니다. 마력으로 취기륾 몰아내고 다시 한번 생각을…….”
“아니면 내 분신이나 데려가던가.”

분신?
술에 취해 붉어진 볼로 여포는 도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거짓말같이 여포의 옆에서 두 명의 분신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건, 어떻게 하신 거죠? 환영…… 도 아니고, 본체보단 약하지만 그래도 마운록 정도는 쉽게 이길 정도는 되는군요.”
“우리 초선이 해줬어!”
“초선 님이요……? 설마 도력을?”
“그래, 근데 이거 다시 차진 않네? 괜찮긴 한데 소모품인  별로…….”
“시끄럽고 가기나 해라!”
“아 싫다고!”

계속해서 싸우는 둘의 모습을 참지 못하고 나는 외쳤다.


“이놈의 집! 나가버릴거야!”
“초선 님은 왜 또 취하셨습니까!”
“나 안 취했어!”


그리고 지금 상황에 이른다.

“……취한 여포 님과 초선 님의 잘 못이지 않습니까.”
“나도 여포도 도력의 사용법을 알아내서 기분 좋은 상태라…….”
“그걸 아는 분이 왜 오셨습니까.”
“짐작 가는 게 있어서요.”


예상이 맞는다면.
그 무기는 분명, 전쟁 없이 난세를 끝낼 최악의 무기일 것이다.
그건 무조건 내가 관리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 손에 들어간다면 절대로 안 된다. 설령 동탁이나 여포라도  된다.


오직 그 위력과 공포를 알고 있는 나만이 다뤄야했다.

“핵무기는 에반데…….”

오버 테크놀로지가 많다고 생각했지만, 핵무기는 진짜로 에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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