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화 〉인재 충원
대박.
대성황.
어제까지만 해도 직장을 관둘 준비를 하던 여인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신화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격렬하고.
아름답고.
신나고.
화려한 이 감정을 뭐라 설명해야 할까, 뜨거움으로 마음이 채워지는 이 감정을.
-모두 다 같이───! 자궁에-!
“큥큥! 하고 스며드는 나의 사랑!”
그 옛날 황건적들이 창천이사 황천당립이라고 소리쳤던 것처럼 이렇게 많은 인파가 전부 한 마음으로 큥큥이라는의성어를 외치며 저기서 노래하고 있는 남자에게 광신도처럼 열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광신도와는 다르다, 신을 믿는 광신도와는 다르게 응원하고 싶어지는 이 마음을 광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두 즐겁나요!?
예───!!!
-그럼 한 곡 더 갑니다! 제목은 ’너는 나의 노예!‘
더욱 잘 되길 원한다. 좀 더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원한다. 모성애와비슷한 감정인가? 아니, 부모가 아이에게 동경의 마음을 가지지 않겠지.
신이나 위인에게 할 법한 마음, 자식처럼 크게 되기를 원하는 마음. 세상을 만든 신, 자신이 낳은 자식. 완전히 반대되는 단어지만, 그 감정이 서로 조화가 되고 있었다.
……그래, 내일 홍보할 문구는 정해졌네.
여인은 허무했던 마음이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목표를 가졌다.
초선을 서주만이 아닌, 전국구에 소문이 나게 하겠다고.
그러니…….
“최고다 초선 쨩!”
지금은 즐길 때이다.
*
*
*
무대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비록 4시간 동안 노래와 격렬한 안무를 추느라 기진맥진한 몸 상태지만 성황리의 완료된 무대에 마음만은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나는 기분 좋은 나른함을 느끼며 푹신한 침대에 누워 휴식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도력을 채취하던 가후가 입을 열었다.
“……이 정도로 사람이 모였으니, 하북은 아니지만 허창까진 소식이 들렸을 겁니다.”
“허창은 조조의 땅 아닌가요?”
“이제 초선 님은 서주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었고 그 간사한 조조는 무슨 수를 쓰겠죠. 서주를 얻기 위해.”
“괜찮을 거예요.”
조조, 원소의 따까리잖아요?
“글쎄요, 옛날의 원소라면 조조를 확실히 잡아 놓을 수 있겠지만, 원소는 가면 갈수록 그 총명함과 힘을 잃어갈 것입니다.”
“네? 어째서요?”
“원소는 어릴 적,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고 6년상을 완수했습니다. 아직 여물지 않은 몸으로, 당연히 병이 날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죠.”
6년상이란 간단히 말해서 6년동안 장례식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것. 본래 3년상이었지만 그것조차 건강을 위협해 줄초상을 나게 할 수도 있는 위험한 행위, 하지만 원소는 그걸 6년 동안 해왔고 결국 해냈다.
모두가 그녀의 효심을 칭찬하고 감탄했다,그 뒤로 그녀는 이 나라에서 가장 천하 통일에 가까운 군웅으로 컸다. 하지만 결국,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얼마 남지 않았고 그걸 느낀 원소는 계속해서 자충수를 두며결국 관도 대전에서 대패하며 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관도 대전에서 대패하고 아끼던 부하들을 잃었어도, 원소의 세력은 조조보다 훨씬 강했다. 만약 원소가 관도 대전에서 대패하고 후계자만 제대로 정리했어도 조조가 그리 쉽게 강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보다 강대한 군벌임에도 병으로 인해 결국 스러질 운명이라니.”
“저희는 좋죠, 원소가 공손찬을 정리한 뒤, 조조까지 흡수한다면 아무리 저희라고 해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렇겠지, 만약 원소가 멀쩡히 인재 배분만 잘했다면 삼국지라는 서사시는 금방 끝났을 테니까.
“그러면 저희는 누구를 도와야 하죠?”
원소를 도와 공손찬을 처리한다면 순식간에 기주를 평정해 가장 강한 군벌로 성장할 것이다. 조조가 그녀와 대적하기를 바라기엔 천자를 옹립하지 못했다.본래 이각 곽사의 만행으로 장안에서 도망친 조조가 황제를 데려다 허창에서 황제를 옹립하니, 조조는그때 원소에게 대항할 힘을 얻었다.
하지만 천자, 유백화는 우리에게 있었다.
“일단 원소에게 간 뒤에 장안의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겠죠. 만약 생각보다 병력이 그리 많지 않다면 공손찬, 만약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면 최대한 원소를 도와야겠죠.”
“알겠어요. 그럼 언제 출발하죠?”
“사흘 뒤입니다.”
“그때까지 아이돌 활동을 열심히 해야겠네요!”
나는 곧 있을 사인회, 악수회, 그리고 마지막 날에 있을 마지막 공연을 기대하며 침대에 몸을 뉘었다.
“아, 그러고 보니 무대를 녹화한 수정 구슬을 팔고 있던데 무슨 일 없겠지?”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눈을 감았다.
*
*
*
장안의 황궁.
왕윤은 수정 구슬에 녹화된 영상을 보며 옥좌에 앉아있는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우희……, 격렬히 몸을움직이는 것도 아름답구나.”
초패왕 같지 않게 입을 벌리며 녹화된 영상을 쳐다보는 항우에 왕윤은 한숨을 쉬었다.
“왕윤 공, 어째서 그렇게 한숨을 쉬나이까?”
“……아들에게 있을 고난에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하하, 내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을 터인데 어찌 그런 소리를 하시오? 그의 뜻대로 장안의 백성들에게 험한 일 하나 없이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치고 있지 않소? 물론 왕윤 그대의 공이 크지만.”
“그래서, 장로를 그리 처참하게 쳐부쉈습니까?”
왕윤은 악마와 마물을 이끌고 한중을 침공한 도철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참혹한 전쟁이었다. 도철이 이끄는 악마와 마물은 거침없이 한중을 침공했고 마물들의 의해 처참하게 죽은 병사들에 장로는 순식간에 항복했다.
초패왕이 직접 가지 않았음에도.
“별거 아닌 년이었지, 쯧, 우희와의 맹약만 아니었더라도 바로 목을 베었을 것을.”
만약 초선과의 맹약이 아니었다면 한중의 병사들은 전부 찢겨 죽었겠지.
“……나도 보내줘. 싸우고 싶어.”
“이미 도철이 갔으니 너는 갈 필요 없다.”
게다가도철과 동급인 악마 사공작중 한 명인 도올이 마계의 문을 타고 넘어왔다. 수많은 악마와 마물을 데리고.
‘……빨리 연합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장안이 아니라, 이 나라가 끝난다. 왕윤은 그토록 싫어했던 동탁에게 기도했다.
*
“유부남이라고?”
“……예.”
“그것도 동탁과 여포의 남편?”
“……그렇습니다.”
금색 머릿결을 휘날리며 수정 구슬에서 나오는 영상을 바라보는 인물.
“쌉가능.”
“예?”
“존나 꼴려.”
“…….”
“공대여, 어떻게 생각하는…… 어디갔지?”
공대라 불린 여인, 탁한 회색빛 머리 색을 가진 여인은 조조의 물음을 피해 밖으로 나와 하늘을 바라보았다.
“……인생 시발.”
곰방대를 하나 물고 불을 붙였다. 메케한 연기를 하늘을 향해 뿜어내며 욕을 내뱉었다.
“공대~? 어디 갔지? 여봐라, 진궁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
“언제부터 이렇게 됐지.”
진궁.
조조의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해준 모사. 반동탁연합부터 그와 함께하며 연주도 주고 아주 그냥 초반 스타터팩을 끊어준 인물.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조조를 떠나가고 있었다.
“시발…… 반대를 그렇게 했는데.”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동탁에게서 나라를 지키려는 호인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여백사일가를 죽였을때, 그 마음이 잠깐 주춤하더니, 서주 대학살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몇 명이 죽은 걸까, 아직도 잊지 못한다, 피가 강을 이루고 사람의 목이 돌멩이보다 흔한 그 광경. 조조의 광기에 홀려 모두가 그 일을 행했다. 그때의 일만 생각하면 눈앞의 있는 물이 붉은색으로 보였다.
이게 과연옳은 것인가. 그 일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녀를 따르는 것이.
“아니!”
그녀는 죽어야 한다. 그런 악마가 살아있으면 안 된다! 그녀가 만약 천하를 통일한다면 그건 충, 인, 의로 이룬 나라가 아닌 피와 폭력, 그리고 압제로 이루어진 세상일 것.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녀를 죽일 군웅이 있는가?
원소라면 가능하겠지만 그곳에 자기 자리가 있을 리가 없고 조조를 칠 이유도 없다.
원술, 그녀는 이미 조조에게 패배했다.
나머지는 너무 거리가 멀거나, 약한 군웅뿐.
누구 인재가 없는가?
그때 진궁의 머릿속에서 인물이 떠올랐다.
“……동탁.”
언제부턴가 변해 백성을 위하는 정책으로 장안 백성의 비난을 환호로 바꾼 인물.
하,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나?
동탁을 암살하려는 조조의 의기에 그녀를 믿고 따랐는데, 이제는 그녀를 죽이려고 동탁에게 갈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그게 난세지.”
어제의 적도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는 세상. 진궁은 그 일 이후 계속해서 넣어두었던 사표를 꺼냈다. 그냥 주면 절대 받아줄 리가 없으니, 밤에 그녀의 사무실에 갖다 놓고 가면 되겠지.
“만나서 좆 같았고, 다신 보지 맙시다.”
그렇게 조조 군의 모사 동탁에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