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5화 〉마스터피스 (85/96)



〈 85화 〉마스터피스

“아이돌은 재미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아이돌, 화려함 속에 사는 공작과도 같은 존재. 누구보다 아름답게 꽁지를 펼치고 누구보다 화려하게 몸을 움직인다. 거기에 노래 실력까지 좋으면 금상첨화.


하지만 고작 그것 가지고는 아이돌을  수 없다. 물론 재미로 시작한 아이돌들도 많다. 멋져 보여서 많은 관중의 환호를 받고 싶어서 시작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아이돌에게 필요한  춤 실력도, 노래 실력도, 외모도 아니야.”


마음. 중요한 것은 팬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이다. 자신을 좋아해 주는 팬을 위하는 마음.
그것이 아이돌의 자격이었다. 그것이 없다면 꿈과 희망을 전해줄 순 없으니까.
그렇기에 동탁은 아이돌이 될 수 없다.


“동탁은 아이돌이 될 수 없어!”

 말에 동탁은 팔짱을 낀 채 검지를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민하고 있다는 움직임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거대한 가슴을 출렁이며 말했다.

“좋다, 나에게 아이돌이 무엇인지 보여주면 내가 관둬주지.”
“……좋아요! 보고 반하지 마세요!”
“나는 이미 너에게 반했는데?”
“……핫! 그렇게 칭찬해도 안 되는 건 안 돼요!”
“하하! 그럼 동탁 님도 허락해 주셨고, 이제 공연만 남았네요!”


아니, 아직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최종 보스에 당연히 히든 보스가 등장해야 하지 않겠는가.


“안 돼, 절대로  돼!”
“……여포.”
“초선은 내 남편이야, 대체 왜 남들에게 보여 줘야 해? 함진영에게 보여주는 것도 화딱지가 났는데 이제는 수 만 백성들에게 보여준다고?”
“내 남편이지 않느냐?”
“넌 좀 닥쳐!”


너무나도 완강한 여포의 모습에 나는 난감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하지, 쉬운 방법으로는  양물로 쾌락으로 뇌를 완전히 뒤집어 놓은 뒤 허락을 맡는 것, 하지만 그건 그저 몸만 공략하는 방법, 완전히 여포의 의견을 묵살하는 것이다.


나는 결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끔찍한 일을 겪었던 서주의 백성을 위한 거예요, 조조가 서주에 행한 끔찍한 일을 이 공연으로 조금이나마 보듬어주려고…….”
“저희가 한 일도 아니죠, 왜 남에게 맞은 걸 초선이 치료해주죠?”
“고통받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줄  있는데 가만히 있는 건……  성격상 그럴 수 없어요.”
“초선, 너무 착하면 도태될 뿐이에요. 병주에서 눈 오는 설산에 마물의 시체와 흙을 파먹어야 했던 곳, 그곳에서 음식을나누어주던 사람이 있었죠, 그 사람이 어떻게 됐을까요? 그녀에게 음식을 나누어 받던 사람들이 그녀가 자는 틈에 죽이고 그녀가 먹으려고 남겨둔 1인분의 음식을 빼앗았죠.”
“상황이 다르잖아요.”
“아뇨, 초선이 유명해질수록 노리는 사람들도 많아질 거예요. 하물며 저와 동탁의 남편인데 날파리가 꼬이지 않을 수가 없죠.”
“……여포.”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여포는 내가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많이 옅어졌지만, 나는 낙양을 점거하고 불태우고 황제를 핍박했던 동탁의남편이자, 정석으로는 대적이 불가능한 촤강의 장수 여포의 남편.
내가 유명하면 유명해질수록, 나를 노리는 이들은 많아질 것이며 여포는 그로 인해 생길 내 신변을 걱정하는 것이었다.

“후우…….”

반성하자.
그녀의 걱정을 질투심으로 생각했던 나를 반성하며 여포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질투는 없었다. 내 신변에 대한 걱정뿐. 그 모습에 나는 웃지 않을 없었다.

“초선……?”

갑자기 웃는 내가 이상해 보인 것일까, 그럼에도 나는 웃음을 멈출  없었다.

“기쁘네요.”
“네……?”
“제 아내가 여포라서, 너무 기뻐요.”


이렇게 멋진 사람의 남편이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나.

“허락해 주어라.”
“……동탁?”

나와 여포의 대화를 유심히 지켜보던 동탁이 입을 열었다. 내 의견에 힘을 주는 동탁의 모습에 뭐라 하려는 여포.


“나도 알고 있다. 초선을 노리는 사람은 많지, 지금 항우도 초선을 노리고 정적이 초선을 노릴 수도 있겠지.”
“그런데도!”
“그래서 너를 붙여둔 것이다.”
“……뭐?”
“너 말고도 많지, 장료, 위기가 닥쳐올 때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사람이 누구라고?”
“형부님이라고 하셨죠.”


담담히 말하는 동탁과 장료의 모습에 속으로 울컥한 감정을 느꼈다.이렇게나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 전생에서는 전혀 느낄  없던따듯한 감정.


“여포, 그렇게 초선을 지키고 싶나? 방 안에 가두고 절대 나오지 못하게 하며 우리가 주는 옷과 음식을 먹이며 새장 속의 새처럼 살게 하면 되겠지.”
“그건…….”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자유를 잃은 새가 얼마나 고통받으며 죽는지 알기 때문이다.”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고 싶은 짓을 하며, 가지고 싶은 걸 가지며,원하는 일을 한다. 내가 원했던 세상이지. 하지만 나는 초선에게 노력으로 얻는 기쁨이란  깨달았다. 손가락만 까딱대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수백 번을 뛰어 얻는 하나가 그것들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는 것을. 손가락만 까딱해서 얻을  있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속박이라는 것을.”

그러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기에 나는 초선이 행복한 일을 했으면 좋겠다.”

울컥.
나는 결국 가슴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

“……나도, 초선이 불행할길 원해서 한  아니야. 그저 초선의 안위가 걱정돼서……”
“변명은 됐다. 그래서 허락이냐 아니냐.”
“……몰라, 하든지 말든지.”


여포의 허락. 더는 나를 막을 것은 없었다.
나는   부인에게 달려가 그녀들을 껴안았다.


“역시 내 사랑들이야! 내 뽀뽀나 받아라!”
“꺗! 초, 초선! 남들이 봐요……!”
“뽀뽀는 내 음핵에 하는 게 어떠냐?”
“닥쳐 미친년아!”

원한다면 얼마든지 해주겠습니다!
둘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나는 쾌락이 아닌, 행복에 잠겼다.


“나, 나는  언급  해? 가치도 없다는 건가……? 으히히, 으헿…….”


마운록의 목소리만 빼면 완벽했을 엔딩이었다.

*
*
*


무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와, 사람 보세요, 뭐가 이리 많이 왔대요?”
“추정, 4만 명이라고 합니다.”
“4만이요? 프로듀서 님, 돔이에요 돔!”
“돔…… 이요?”
“농담이에요, 야외 공연장이 돔은 아니니까!”

4만 명, 사실 그렇게 많은 숫자는 아니다. 아무리 이 세상이 본래 중국보다 사람이 적긴 해도 서주는 워낙 인구가 많은 주였고 미축 코퍼레이션이 광고까지 엄청나게 했는데, 게다가 입장권 가격도 싸다.

“야외에서 하는 거라 선 밖에서 보는 사람도 있을 거니, 합하면 6만은 넘겠군요.”
“6만…….”


천 명의 함진영 사이에서 춤을 춘 적은 많았다. 하지만 열 배도 아닌 육십 배,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이다. 과연 내가 버틸 수 있을까?


“당근빠따지.”

관객의 시선은 부담, 중압감이 아니다. 처음엔 호기심, 중간엔 관심, 마지막엔 사랑으로 바뀌게 만들 것이고, 그 사랑을 다시 팬들에게 보답하는 것이 아이돌.


나는 보여주고 싶었다.
동탁과 여포가 보내준 사랑의 감정을, 쾌락이 아닌 따듯함으로 녹아내리는 마음의 감정을 보여주고 싶다.

“음향, 조명, 무대 장치, 전부 완벽합니다!”

진짜로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프로듀서, 미축을 바라보았다.

“다친 서주의 백성을 치료해 줄 수 있을까요?”
“그럼요. 저흰 최선을 다했고, 최선은 전해지니까요.”
“자, 무대가 열립니다! 미축 님 나와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저만 믿으세요!”

나는 결의의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열리는 무대, 나는 그 사이로 보이는 수많은 눈동자.

태양과도 같은 미소로, 관객의 마음을 빼앗아 버리겠다!


*
*
*


“아 언니! 빨리 오라니까? 좋은 자리  뺏기잖아!”
“익덕, 너무 흥분하면  되지 않니.”
“내가 흥분 안 하게 생겼어? 언니 나 미치는  보고 싶어!?”
“언니에게 무슨 말버릇이냐.”
“운장 언니는 다리도 길면서 왜 이렇게 늦게 와!”

유관장 삼 자매.
장비를 필두로 가장 앞에서 무대를 볼 수 있는 관객석으로 향하고 있었다. 술과 싸움 말고는 항상 지루하다는 모습을 보이는 장비가 너무나도 열성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에 유비는 내심 불안해져 물었다.

“익덕…… 혹시나 묻는데 그분을 좋아하는건 아니지……?”

연회에서 봤던 동탁과 여포의 남편, 명성 그대로 마치 하늘이 내린 외모, 여자라면 당연히 시선이 동할 정도의 미색, 설마 익덕이 그분에게 반한 것일까.

“응! 좋아하는데?”

유비는 그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익덕이 철이 없기라지, 유부남을 좋아하다니, 그런 마음을 가진 것만으로 실례인데 그걸 대놓고 드러내다니!


“익덕, 잠시 멈추렴.”


언니로서, 혼을 내지 않으면……!

“언니, 괜찮을 거예요.”
“운장……?”
“연모의 감정이 아닌, 동경의 감정 같으니.”

하지만 그런 유비를 관우가 막았다. 유비는 관우의 말에 머리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동경이라니? 익덕이 초선 님에게 동경할 것이 있나?”

익덕이 숭상하는  전투와 술, 초선 님이 그것들과 관련이 있나, 라고 하기엔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그 미색에 전투와 술을 즐긴다니.


“저도 잘은 모르지만, 미축 회장님이 사랑은 아니라고 못을 박았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미축 회장님이 말씀하신 거면 확실하네.”

유비는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장비에 발을 움직였다. 기다란  앞자리, 다행히 사람은 많이 없었다.

“……상국?”
“봐봐! 중앙을 뺏겼잖아!”

중앙을 점거하고 있는 동탁군을 빼면.


“쯧, 너희들도 온 거냐?”


익덕의 갑작스러운 고집이었지만 생각했어야 했다. 무대의 주인공은 동탁과 여포의 남편인 초선, 당연히 동탁군도 와있을 것이었다.

“앉아라.”


유비는 그 상황이 불편했다. 동탁군의 강력한 장수, 화웅을 죽인 게 관우이지 않은가. 연회 때는 공적인 관계로 만났지만, 지금은 사적인 공간.

“언제 시작할까?”

이럴 때 아무 생각이 없는 익덕이 부러웠다. 언니는 이렇게 힘든데 동생이라는 애는……!


“여어, 안녕합니까?”
“손책 님……?”


게다가 새로운 강동의 호랑이까지. 그 옆에는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주유도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도 인사하는 동탁.

“어린 호랑이, 그리고 작은 가슴도 왔나?”
“누, 누가 작은 가슴입니까! ……큿!”
“연회장에 모인 이들이  왔군.”
“그러네요, 한 분 빼고요.”

유비는 내심 원술이 여기에 없다는 걸 다행으로 여겼다. 그녀까지 여기에 있다면 심장이 버티지 못…….


“그년도 있다, 저기 보이느냐?”
“네에!?”

유비는 동탁에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거기엔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음료를 나눠주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꿀물밖에 없어요?”
“꿀물 말고 왜 필요하냐, 합니까?”

그 자존심 덩어리였던 원술이 직원에게 음료를 나눠주고 있다!
유비는 그 모습에 눈을 비볐다.


“그대로죽이기엔 원소도 걸리고 그러니 시종으로 만들었지.”
“그, 그렇군요.”


아이고 두(頭)야.
유비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오늘 먹은 게 올라오려고 하는 속을 겨우 가라앉히며 시선을 무대로 돌렸다.


뭔지 몰라도 빨리 끝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며 무대를 바라보았다.
그렇게시간이 지나고, 무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나타나는 인물.


“형부님 힘내라!”

파격적인 복장, 노출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굉장히 여자의 모성을 자극하는 복장을 한 초선에 두통이 살짝 가시는 걸 느끼는 유비.


-안녕하세요! 미축 코퍼레이션의 대형 신인!초선이라고 해요!


손에 들린 작은 확성기를 든  말하는 초선.


-제 노래를 들으러 와주신 분에게 모두 감사드리며,  노래를 바치겠습니다! 이름하야 ‘내가 핥아본 사랑!‘

그리고 노래가 시작되고.
자신을 포함해 끝없는 환호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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