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임산부여! 큰 꿈을 품어라!
서주에서 자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랐던 평범한 여인. 아무런 감흥이 없는 일상에 자란 그녀는 평소와 똑같은 일상에 불만을 느꼈었다. 언제나 똑같은 길을 걷고 똑같은 일을 하며 똑같은 사람과 이야기를 한다. 그것이 너무나도 지루했다.
계속 이렇게 일만하다가 죽는 것일까?
나도 마법이나 무예를 배우면 좀 더 재미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 일’ 이후 송두리째 변하게 되었다.
[죽여라! 서주에서 나오는 모든 이들의 목을 베고 피로 강을 만들어 돌아가신 내 어머니의 넋을 풀어주어라!]
피의 강이 흐르는 서주, 돌멩이보다 시체가 더 많은 평원.
전쟁이 난다고 서주를 떠나는 사람들은 오히려 도망치다 미친년에게 걸려 모두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거기엔 자신의 부모님도 포함되어 있었다.
[먼저 가셔, 나는 직원만 갈 수 있는 곳으로 갈 테니까.]
[그려… 너도 늦지 말고 어여 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일, 이 난세에 전쟁은 익숙한 일이었고 이주하는 것도 복잡하지만 어려운 것은 아니었으니, 먼저 부모님을 보냈던 게 화근이었다.
[사, 살려……!]
[한 년도 살려 보내지 말아라!]
잔인하게 목이 베여 흙바닥에 나뒹구는 부모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렸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두려웠을까, 차가운 칼이 목에 드는 순간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못난 딸에 대한 원망?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자네의 부모님은…… 자네가 여기 없다는 걸 안심하며 돌아가셨을거라네.]
대학살로 인해 곡소리가 서주에 울려 퍼질 때, 미축 회장님이 오셔서 말씀하셨지, 나는 그 말을 듣고 더는 흐르지 않을 거 같았던 눈물이 계속해서 펼쳐졌다.
[훌륭한 딸을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의 회사가 굴러가고 있습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서주, 아니 이 나라에서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기업 미축 코퍼레이션의 회장. 그런 그녀가 직원 하나하나 전부 찾아가며 직원들을 위로해주었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장례 비용을 전부 내주었다.
집에 돌아가도 나를 반겨주던 부모님의 따듯한 말이 없어졌음에도 이렇게 열심히 회사에 다니고 있는 이유는 미축 회장님의 진실된 모습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사직서.
품에 느껴지는 종이의 질감.
일이 너무 힘드나?
아니다, 물론 힘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미축 코퍼레이션은 복지가 좋아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좋은 회사다.
월급이 너무 적나?
미축 코퍼레이션, 더는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나는 사직을 결심한 것인가.
늘어나는 재산, 그 일이 있고 난 뒤에 사용처는 더욱 줄어들었고 항상 돈이 더 많았으면좋겠다고 생각했던 옛날과는 달리 늘어나는 재산에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 늘어나는 것은 오로지 공허함 뿐이었다.
그럼 어떻게 할까, 그래.
여행을 떠나자, 이 공허함을 채울 무언가를 찾고, 미축 회장님께 은혜를 갚자.
그렇게 사직서를 제출하러 가던 도중.
“안녕하세요!”
“네? 아, 안녕하세요…….”
“여기 직원이세요?”
“네, 그렇습니다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소년을 만났다.
복지를 위해 음료수가 나오는 자판기 앞에, 나는 그와 만났다.
우리 회사에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있었나?
그렇게 생각하던 도중, 그가 말했다.
“저도 직원이에요!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신입…… 인가? 새로운 신입이 왔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는데, 하물며 이런 외모의 신입이 들어왔다면 당연히 하루 만에 소문이 퍼지기 십상이었다.
“근데 부서도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돼요. 하하, 웃기죠? 신입이 신입 부서에 들어갔다니!”
“아, 하하…….”
그런가, 새로운 부서에 들어온 사람인가? 부장님이 새로운 부서가 만들어진 거 같다고 하셨긴 했지. 근데 새로운 부서는…… 반 팔에 반바지, 집에서나 입을 법한 복장에 시선을 돌리며 생각했다. 그걸 의식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해명하는 미모의 신입.
“앗, 이건 연습하다가 더워서…….”
“……회사에서 뭘 하시길래 그러세요?”
“그건 비밀인데…… 아, 어차피 내일 데뷔니까 상관없나?”
내일? 데뷔?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먹을 수 없었지만 그의 손에 들린 명함에 자신도 명함을 꺼내 교환했다. 그리고 명함을읽자…….
“이름이 초선 씨? 그리고 아이돌 사업부……?”
“아! 마케팅홍보부셨네요! 그러면 지금 회사에 나오는 음악도 홍보부에서 하신 건가요?”
“아뇨, 그건 라디오방송부가…….”
“아, 아아…… 제가 사회생활을 안 해봐서…….”
“아뇨, 그럴 수 있죠, 그렇게 말하시면 저도 죄송하죠, 아이돌 사업부가 무슨 부인지 아직 짐작도 안 가는데.”
“음, 설명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홍보 대상?”
홍보 대상이라니, 잠깐…… 그렇다는 건 우리가 지금까지 계속해서 홍보한 것이 설마……?
“혹시 검은 유령이신가요?”
“검은유령이요……?”
윗선에서 내려온 정체 모를 일거리, 지금 나오는 신나는 박자와 베일에 싸인 누군가를 홍보하는 것이 지금까지 하던 일. 뭐가 됐든 일단 일이니 최대한 광고를 하긴 했지만 설마 그 주인공이……?
“그, 그런가요? 반응은 어떤가요?”
“얼굴도공개가 안 되고 그래서 딱히 커다란 반응은 없죠. 하지만 이 노래의 박자가 너무 좋아 그리 나쁜 건 아닙니다.”
“그래요? 휴, 다행이다! 정말 감사해요! 그러니까 이거…….”
정체 모를 일거리의 주인공인 초선 씨가 전해준 것은 하나의 입장권이었다.
“맨 앞자리예요, 관심 있으시면 한 번 보러 와주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떠나간 초선.
그녀는 손에 들린 입장권을 보며 생각했다.
“……여행은 내일 갈까?”
사표는 내일 내도 괜찮지 않겠는가.
음료 하나를 꺼내 먹으며 생각을 고쳤다.
*
*
*
공연 당일.
나는 조조가 불태운 공간에 건설된 커다란 스테이지를바라보았다. 장비를 검사하는 스태프, 땅을 정돈하는 토(土) 속성 마법사. 그리고…….
“형부님! 갑자기 이게 뭔 일이세요?”
“장료 님!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미축 회장님이 초대하던데요? 무슨 공연이있다면서.”
“혼자 오셨어요?”
“그럴리가요.”
나는 장료의 뒤편을 바라보았다.역시나 익숙한 얼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제가 선조치 후보고는 들어봤어도 선조치 무보고는 들어 본 적이 없는데요!”
갑작스러운 내 돌발 행동에 화를 내는 이유.
“설마…… 이건 가희 맛스타에서 나오는 그 공연장!”
씹덕 마운록.
“이게 진정한 돈지랄이라는 건가요.”
“……사치는 좋지 않습니다.”
가후와 고순.
동탁군 주요 간부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고.
“여기서 공연하는 것이냐? 역시 미축답게 규모가 크구나.”
“함진영에게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내 사랑들도 모두 공연장에 도착했다.
너무나도 평온한 모습에 나는 그동안 힘들었던 연습생 시절이 모두 잊혀지는 듯한 편안함을 받을 수 있었다.
“모두, 제 공연을 보러 와주신 거예요?”
“아뇨, 저는 끌고 가려고 온 건데요.”
“혹시 불공정 계약을 하신 건 아니신지, 상대는 미축, 벌써장기를 팔아넘겼을지도…….”
“으힛, 가희 마스터는 불법 가십지에 나오는 관객들의 난입 이후 난교가 굉장히…….”
젠장! 평온함은 개나 줘버렸구나!
나는 불온하게 다가오는 그들에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뒤는 천막으로 만든 대기실이었고 어느새 나는 불온분자들에게 포위되어 도망칠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어떻게 하지? 이대로 잡혀가면…… 내 데뷔가 엉망이 되어버려!
누군가 도와줘요!
“어이쿠, 이거 귀빈들이 오셨군요!”
영웅이 등장했다!
나는 대기실에서 나오는 거대한 흉부…… 아니 바다같이 무한한 가슴을 가진 미축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회장님!”
“아무리 귀빈이라고 하셔도 저희 미축 코퍼레이션 아이돌 사업부 소속 아이돌인 초선 님에게 손을 대는 건 불가능합니다.”
역시 회장님! 나는 그녀의 바다 같은 가슴에 숨어 나를 째려보는 이들의 시선을 피했다. 미축의 가슴 방패는 그런 시선을 막기엔 충분히 강력했다!
“미축 코퍼레이션 소속? 초선 님은 저희 동탁군 소속입니다만?”
“이런, 그랬던가요? 이유 님.”
“그럼! 아무리 회장님이더라도 상도덕은 지키셔야…….”
“그럼계약서를 보여주시지 않겠습니까?”
“……네?”
“저희 미축 코퍼레이션과 초선 님은 계약서로 이루어진 돈독한 관계를 치하고 있는데 그쪽은 어떠시는지?”
크아아앗!
이유, 패배!
나는 처참하게 패한 이유에 내심 기쁜 마음을 느꼈다. 어떠냐 우리 회장님의 솜씨가! 여기가 아직도 권력이 난무하는 그런 곳인 줄 알아!? 여긴 돈으로 유지되는 자본주의 사회다!
“잠시 계약서를 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가후 님.”
“이건…… 너무 손해를 보시면서 하는 것 아닙니까?”
“그게 어째서 손해지요?”
“광고, 스테이지 건설, 인부 고용, 이걸 총합하면 가격이…….”
“가후 님.”
돈을 걱정하는 가후에 미축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손해란 것은 길을 가다가 동전을 떨어트린 걸 손해라고 하지 않아요. 적어도 제 주머니에 타격이 와야 손해라고 하지 않겠어요?”
“……그러네요.”
이유와 똑같이 침울해진 채로 돌아가는 가후.
그, 그만해! 가후는 돈이 없어 슬픈 공순이란 말이야! 게다가 가후까지 쓰러트린다면 마지막 보스가……!
“그럼 가족으로서 말해도 되겠나?”
“……말씀하시지요, 동탁 님.”
나타나 버렸는가! 마지막 보스!
나는 드디어 만난 바다를 연상시키는 거대하고 출렁이는 가슴과 하늘을 연상시키는 거대하고 폭신한 가슴을 바라보며 내 양물을 진정시켰다. 과연 동탁은 어떠한 질문을 할 것인가!
“그 아이돌이란 거.”
“예…….”
“나도 해봐도 되나?”
“……예?”
……에?
“재미있어 보이는구나.”
“……저기요 애엄마 씨.”
갑자기 무슨 소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