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미축 코퍼레이션.
원술군은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유비는 연회가 끝나고 바로 군을 이끌고 나왔고 함진영은 원술군의 퇴로를 막았다. 원술군의 숫자가 훨씬 많아도 버티는 것이라면 천의 함진영 만으로도 열 배가 넘는 숫자의 차이를막을 수 있었다.
“이, 황실에서 갑자기 배신이라니! 부끄럽지도 않나!”
원술군 유일하게 동탁이 쓸모 있다고 판단한 기령이 외쳤다.
물론 그녀에게 우리는 갑자기 주군을 인질로 잡고 기습한 비겁자가 맞겠지, 사실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뭐가 있다?
‘명분’이 있다.
“원술은 옥새를 탈취하고 불온한 마음을 품어 황실에대한 반역의 의지를 이번 연회에서 표했다. 상국의 권한으로 바로 원술을 수감했고 이제 그대들의 차례다.”
“그게 갑자기 무슨…….”
“반역에가담한 건지, 아니면 간악한 원술에게 속은 건지.”
“……!”
반역죄를 물어 삼대가 멸족할 것인가.
아니면 충의를 버리고 목숨을 부지할지.
당연하게도 답은 정해져 있었다.
“나, 나는 모르는 일입니다! 저는 그저 병사로 자원했을 뿐이에요!”
“저에겐 병든 노모와 부양해야할 가족이 있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한 황실의 위상이 아무리 떨어졌다고 해도 반역죄란 여전히 두려움에 떨 만한 것이었다. 그것을 막아줄 원술도 잡혀있었고, 병사들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이년들아! 정신 차려! 지금 아무런 말도 없이 갑자기 원술 님을 구속하고 우리를 이렇게 위협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나!?”
맞는 말이다.
“그럼 뭐 어쩔 건데.”
처맞는말.
“꼬우면 뜨던가 피라미 새끼야.”
“어허! 여포 착한 말!”
“……기분 안 좋으면 나랑 일기토라도 하던가 나보다 힘이 많이 모자란 친구야.”
기세 좋게 외치던 기령도 눈앞에 여포가 나타나자 입을 다물었다. 입을 열면 당장이라도 목을 베어버릴 표정을 짓고 있는 여포를 앞에 두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나.
결국 기령도 입을 다물고 병사들도 무기를 버린 상황. 공포로 물든 병사들의 얼굴, 하지만 공포로만 적을 제압하는 것은 하수, 채찍을 휘둘렀으면 이제 당근도 줘야 하지 않겠는가.
“여러분, 저는 서주목 유비라고 합니다.”
백성과 일반 병사 한정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인물. 물론 그녀가 최고의인기를 구가하던 때는 백성과 병사를 데리고 형주를 떠난 그때였지만 지금도 서주 근처는 유비의 인성을 칭찬하는 말들이 빈번하다.
백성을 위하는 참된 사람이라던지, 아무리 보잘것없어도 절대로 무시하지 않는다든지, 나름 이름을 날리고 있던 유비. 그런 그녀의 위상을 알아본 것인지 병사들의 표정이밝아졌다.
“저게 그 인의를 중시하는 유비 님……!”
“어, 뭐지? 이 포근함은, 착각인가……?”
착각은 아니다, 유비의 마력은 목(木) 속성으로 자연의 편안한 느낌을 줄 수있는 마력, 하지만 도력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느낌일 텐데 그것을 증폭하고 있는 역시 유비의 성품 때문일 테지.
“원술 님의 반역에 관하여 저는 통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지엄한 한 황실에 대한 반역이라뇨, 이건 그냥 넘어가선 안 될 크나큰 대역죄입니다.하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여러분은 그저 피해자라는 것을.”
너희들은 죄가 없다. 윗물이 더러워서 아랫물도 더러워졌을 뿐, 윗물만 맑아지면 아랫물은 자연스럽게 맑아지는 법이다. 그렇기에 윗물에 속하는 기령, 양홍은 유비를 증오스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여기 상국이 계시지만 감히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부디 불쌍한 장병들은 용서해주십시오, 그들은 피해자이며 피해자입니다.”
“상국인 나에게 반역죄를 보고도 고개를 돌리라는 말이냐?”
“……부디 상국의 자비를 바랄 뿐입니다.”
유비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 옆에 있던 장비와 관우가 화들짝 놀라며 유비를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유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게 진심일까요, 아니면 그저 연극일까요?”
나는 옆에서그 모습을 지켜보던 가후에게 물었다. 가후는 외 알 안경을 손으로 올리며 답했다.
“둘 다일 수도 있죠. 진심으로 장병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입지를 위해 무릎을 꿇는 거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일석이조라는 말이네요.”
동탁은그모습에 잠시 고민하는 척하더니 고심 끝에 말하는 것처럼 한숨을 뱉으며 말했다.
“……좋다. 이번 일은 불문율로 쳐두지, 원술의 병사들이여, 유비의 선함이 너희들을 살린 것이다.”
“아, 아아! 감사합니다, 상국! 자비로우신 상국! 모두 상국을 찬양합시다!”
와아아아아-!
상국 만세! 유비 만세!
동탁과 유비를 연호하는 모습에, 나는 눈물을 삼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탁의 악행만 듣고 욕만 얻었는데……, 이렇게 동탁을 연호하는 목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다.
“이 위선자년! 동탁의 보지라도 빨아줬더냐?”
“그건 내가…….”
“조용히 하십시오, 초선 님.”
기령이 이를 갈며 외쳤다. 그녀는 충성스러운 장수였으니 지금 상황에분통이 터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원술이 옥새를 가지고 있던 것도 사실이고.
원술이 못된 마음을 먹은 것도 사실이다.
내 이름 초선, 언제나 팩트로 움직이는 남자.
이제 내 역할은 끝났다.
분개하며 외치는 기령을 뒤로하고 나는 한 막사로 향했다.
“계세요?”
“…….”
“계시네요, 들어가겠습니다.”
막사로 들어가자 손발이 묶인 채 나를 째려보는 원술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도 눈빛의 생기를 잃지 않고 나를 바라보는 그 자아에 나는 찬사를 보내며 그녀를 묶은 밧줄을 만지며 마치 홈쇼핑 광고를 하듯이 말했다.
“마력을 억제하고 구속 술식이 걸려있는 밧줄이라 아프시진 않을 거구여, 혹시 화장실을 가고 싶거나 하시면 고순 님을 부르시면 같이 가주실 거에요, 물론 그때 도망치셔도상관은 없어요. 그럼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신가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원술, 그녀는 어떤 반응을 내뱉을까, 나를 원망하며 욕을 내지를까,아니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침묵을 유지할까.
“……꿀,….”
“예?”
“꿀액이 먹고 싶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내 예상을 빗나가도 한참을 빗나갔다.
“꿀액…… 이요?”
“정액이랑 꿀을 섞어서 먹고 싶다…….”
미쳤나 보다.
*
*
*
그날 밤.
“아, 하세요.”
“아──.”
꿀꺽꿀꺽.
끊임없이 움직이는 목울대, 이게 그렇게 맛있나? 물론 먹어보는 멍청한 짓을 저지르진 않았다.
“맛있어요?”
“우응, 꿀꺽, 우읍, 꿀꺽.”
그렇다고 하네, 나는 원술에게 컵에 담긴 꿀액…… 을 전부 먹였다. 만족한다는 듯이 깊은 숨을 내뱉는 원술. 그러곤 몸을 비비 꼬더니…….
“아, 이거♡ 이걸 기다렸어……! 간다, 간다간다간다간다……!!”
성대하게 조수를 뿜어내는 원술, 나는 애액 범벅이 된 그녀의 팬티를 벗기고 새 팬티를 입혀주며 말했다.
“……정말 이거면 되나요?”
“음, 살짝 신맛이 나는 게 불편했던 것이다.”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진짜로 괜찮은 건지 물어보는 건데요.
“그럼욕을 할까? 아니면 울면서 절망하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냐?”
“……아뇨.”
“완벽하게 패배했다, 나는 반항도 못 하고 옥새를 빼앗겼고, 군대는 분열했지, 거점도 없고 나에게 있는 건 이제 반역자라는 불명예뿐.”
원술은 포기한 것이다.
반역자의 타이틀을 뒤집어쓴 순간, 재기는 없다. 반역자라는 타이틀을 혁명가로 뒤바꾸거나 아니면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뿐.
“……원소 님이 있으시잖아요, 그분이 원술 님을 비호하면 저희라도 쉽게…….”
“그년이? 푸흣-! 웃기게 하지 말아라, 하늘이 부서져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대로 죽음을 받아들이실 건가요?”
“아니, 살려줘라.”
……네?
“살려줘라, 뭐든지 할 테니 살려주기만 해줘라.”
“아니, 방금까지 죽음을 각오하고 한 말들은 뭐였죠?”
“내가 진 건 진 거고 죽는 건 싫다. 아직 못 먹어본 꿀조합이 많이 남았단 말이다.”
정말로 꿀에 미친년이었잖아…….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여기에 온 내가 우스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를 파멸시킨 원인은 나였고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려고 여기에 온 것이었으니까. 방금처럼그녀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들어준 것도 그 이유였다.
꿀이 반쯤 담긴 컵에 음부에서 흘러내리는 내 정액을 받는 일은 오묘한 기분을 들게 했다.
“살려줘어어! 나는 아직 죽기 싫단 말이다! 아니 위상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한 황실에 반역할 생각쯤은 할 수 있지 않냐! 시도도 한 것도 아니고!”
“왜 이리 당당하세요.”
“살려줘어어, 재기는 생각도 하지 않을 테니까아, 살려줘어어어어어.”
나는 무지성 떼를 쓰는 원술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리에 꿀밤을 놓고 싶을 정도로 칭얼거리던 그녀.
“아니 뭐 못 살려줄 것도 없고.”
“……농담으로 말한 건데 진짜로 있냐?”
“농담이었어요?”
“반쯤은 진심이었다. 제발 살려줘어어어!”
“그럼 뭐 잘하는 거 있어요?”
“명문 원가의 자제다. 그 이상 뭐가 필요하겠…….”
“자, 사형장으로 가겠…….”
“머, 먹는 거! 나는 절대미각을 가지고 있다!”
절대미각이라…….
나도 내심 그녀를 살려주고 싶었다. 이 꼴을 보니 우리에게 위협은이제 없을 거 같고, 그녀의 말대로 반역을 시도한 건 아니니까.
“그럼…….”
게다가 마침, 그녀에게 딱 어울릴만한 자리가 있었다.
“기미 상궁이라도 하실래요?”
“기, 기미 상궁?”
적어도배고프지는않게 해줘야지 않겠는가.
나는 벙찐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
*
나는 어제 있던 일을 말했다. 물론 꿀액을 먹인 건 제외하고. 그 말을 들은 동탁은 대수롭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기미 상궁? 뭐…… 상관없겠지.”
“그렇게 쉽게 허락해도 돼요?”
“그년의 목을 쳐서 뭘 하겠느냐, 지금 중요한 건 항우인데.”
어제 그렇게 반역죄에 대해 무거움을 표현했으면서……, 역시 이게 권력자라는 것들인가. 남들이 보기엔 대역죄이지만 권력자들에겐 그냥 해프닝인가……. 무섭다 정치!
“그럼 그건 됐고, 이제 기주로 향하나요?”
“지금은 이쪽부터 대충 안정화를 해야 하니 시간이 좀 걸릴 거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 하비 관광이라도 하고 있거라.”
“넵!”
“그전에.”
“……넵?”
“아기가영양을 원하고 있다.”
그게 무슨 변명이에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바지를 내렸다.
…….
연속 다섯 번이나 사정한 나는 허리를 부여잡고 동탁의 방을 나왔다.
정말 자비가 없다니까, 어디, 그럼 하비 구경이나 해볼까?
“오? 이거 초선 님 아니십니까!”
나를 반갑게 부르는 목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미축 님?”
“어디 가십니까?”
“음, 마침 시간이 남으니 관광이라도 할 겸…….”
“관광이요? 그럼 저를 부르셨어야죠!”
미축은 품을 뒤적거리더니, 빳빳하고 네모난 직사각형의 종이.
명함을 꺼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종이 뭉치 전부를.
“으음, 건설… 아니고, 운송 아니고, 개발도 아니고…… 어딨지?”
엄청난 속도로 명함을 하나씩 살펴보는 미축.
에이, 설마.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물었다.
“혹시, 지금 말씀하신 것들이 전부…… 사업인가요?”
“네? 아, 예예 맞습니다! 이야, 눈치가 빠르시네요! 아, 찾았다.”
그 명함 전부가 전부 사업이라는 말인가……?
이게 사장, 아니 회장님……?
그럼 하루하루먹고살던 나는 뭐지?
자괴감에 빠진 나는 미축이 내미는 명함을 힘없이 받았다.
[MI-CHUEK Corporation]
회장:미축 자중.
관광사업부.
“과, 관광사업부…….”
“최고의 즐거움을 자랑하는 미축 코퍼레이션의 사업관광부! 제가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21세기에 살아서 그런가, 돈을 많이 버는 사람만 보면 뭔가 위축되는 것이 있어 거절하고 싶었지만, 거절할 수가 없었다. 마치 집에 가고 싶은데 상사가 회식 있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는 그런 것처럼.
“……네에, 잘 부탁드릴게요.”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미축을 따라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