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0화 〉원술군, 리타이어! (80/96)



〈 80화 〉원술군, 리타이어!

뻗은 손책을 뒤로한 채 우리는 게임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이유는 능숙한 재치로 질문을 무사히 넘어갔고 다음 주자인 장비에게 물어볼 것도 없었다. 그 작은 키에 만족하냐는 대답에 그렇다라고 말하고 거짓으로 나오자 얼굴이 붉어진 것은 귀여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음 타자는 주유.
훗날 적벽대전의 대도독이 될 인물이자 적벽대전의 주역. 그런 그녀에게 전략적으로 나오는 건 좋지 않았다. 이유처럼 전부 넘기거나 오히려 역으로 맥이거나.


그럴 바엔 차라리 그냥 아무 질문이나 하는 게 옳다.
나는 주유에게 질문했다.


“남자에게 자신 있게 보여줄 만한 부위가 어딘가요?”
“……그, 그게 질문입니까?”
“예, 만약 저를 유혹하려고 하실 때, 자신 있게 보여줄 만한 부위가 어딘가요?”


내 아무런 쓸모도 없고 영양가가 없는 질문에 주유는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녀라면 분명 예상 질문을 생각하며 그 질문을 파훼할 말을 생각하고 있었을 테지만…… 나는 그게 궁금한 게 아니거든!


“그 잘생긴 얼굴? 아니면 아름다운 섬섬옥수? 아니면 그 가…… 아니 그건 아니겠네요.”

나는 뻗어 있는 손책의 가슴을 바라본 뒤에 주유를 바라보았다. 손책과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주유의 가슴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러자 주유가 분개하며 말했다.

“비, 비교하면 안 됩니다! 저도 나름 평균 크기라고…….”
“평균이 자랑할 거리는 안 되죠.”
“큿!”

그렇게 주유를 논파. 마음의 커다란 상처만 입은 채 주유는 자리에 돌아갔다.
앉자마자 술을 마시는 거로 보아 상처가 큰 모양이었다.


“내 차롄가.”

다음 진영은 우리 동탁군.
남은 사람은 동탁과 여포. 여기서 여포를 내보내서 원술에게 질문을 한 뒤에 동탁이 나갈 전략을 취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동탁…….”
“돼지 같은 년.”

마치 끝판왕이 나온 느낌이 이걸까, 모두 숨을 죽인  동탁이 걸어 나오는  지켜보았다.

“그래, 무엇이든지 물어보거라, 나는 거짓을 말할 생각이 없으니.”


무척이나 오만하고 호탕한 말에 유비와 원술은 침음성을 흘리며 각자 질문할 것을 상의했다. 원술은 주유와, 유비는 미축 관우와.

“주, 주유? 나는  끼워줘?”
“언니들? 나도 끼워주면 안 될까?”


그리고 소외된 인물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의 처지를 이해했다. 손책이 먼저 술잔을 들었고 장비도 같이 잔을 들며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둘은 술을 마셨다. 그건 그렇고 손책은 스피리터스를 마셨는데 왜 벌써 멀쩡해 보일까, 설마 숙취를 마력으로 해소했나? 아니 얼굴이 붉은 거로 보아 그런  아닌 거 같은데…… 역시 주량이라 그런가.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건 동탁에게 올 질문.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첫 질문자는 유비.

“서주를 공격한 이유는 묻지 않겠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이 그게 아니니까요. 그렇기에 묻겠습니다.”

이 연회의 주제를 관통하는 질문.


“저희에게도 기회가 있습니까?”


손책에게 옥새 얘기를 꺼낸 시점부터 알아챘을 것이다. 이 연회를 받아드린 이유, 자신들에게 기회가 있다는 증거였다. 그러니 이제 그녀에게 확답을 듣고 싶은 거겠지.

동탁은 그 기대에 부응해주었다.

“그렇다.”
“그, 그게 무슨 소립니까, 상국!”

당연하게도 원술은 기겁하며 외쳤다. 개 같지만 그래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따랐던 것인데 토사구팽을 당할 위기에 처한 것. 원술은 이를 악물며 외쳤다.


“저런 근본도 없는 년에게 기회? 아니,지금 사세삼공의 원가를 버리고 저런 근본도 없는 것을 택하겠다는 말…….”
“근본도 없다뇨.”

유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는 중산정왕 유승의 먼 후손으로  위대한  나라의 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나왔다, 그놈의 중산정왕!
유비가 애용하는 황족 사칭, 당시 중산정왕은 여자의 몸으로 120명의 자손을 남겼다고 전해진 인물, 남자면 몰라도 여자의 몸으로……? 진짜 사람이신가.

어쨌든 자손의 120명이 넘어갔고,  시대 이후 300년이 넘게 흘렀다. 그렇다면 지금의 황제와는 거의 남이라고 할 수 있는 사이고 피도남아있지 않을 테지만 유비는 항상 그 사실을 주장해왔다.

“이, 이년이……!”

원술도 그건  것이지만, 그렇다고 뭐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중산정왕의 후손이 한두 명이었으면 사칭이라며 뭐라 할 수 있었겠지만 자그마치 120명, 그렇다는 것은 유비가 정산정왕의 후손일 가능성이 오히려 적을 수 있다는 얘기.


“더는 못 참아! 지금 당장 군사를 불러들여 그 근본도없는 목을…….”


결국 참지 못한 원술이 자리에서 일어나 유비를 향해 말했다. 유비의 입장에서 듣는다면 꽤 섬뜩한 이야기였다. 원술이 아무리 보잘것없더라도 원술군 자체는 강력한 편에 속하니까.

하지만 그렇게 둘 순 없지.


“꿀물.”
“흣!?”
“꿀물, 벌꿀주, 꿀밤, 꿀벌, 꿀차.”
“흐읏, 흐잇!? 그만, 그만……!”

연회가 있기 전에 그녀에게 주입한 최면의 키워드.


“지금 무슨 짓을……!”


주유가 우리에게 외쳤다.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별거 아닙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말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방법이지요.”
“고작 그런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만.”


주유가 화를 내자 중간에 있던 동탁이 손을 들어 그녀를 말렸다. 그러자 주유는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원술을 한 번 쳐다보고 이를 악물며 외쳤다.

“아직 저희에게도 질문이 남아있지요!”
“그렇지, 기회를 공평하니까, 무엇이든지 물어보거라.”
“……만약, 만약에.”

주유는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원술일 한 번 쳐다보고, 고개를 돌려 우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만약, 저희가 옥새를 가지고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집니까?”
“이, 이년……! 아, 아까 말했던, 것과는 다른……!”
“그야 간단하지 않느냐.”

동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당장 유비와 손을 잡고 원술군을 멸망시켜야 하지 않겠느냐?”
“그, 그런……!”
“그리고 반역자 생포에 도움을 준 유비에게 건업을 하사하면 되겠지.”

자비 없는 말에 손책과 주유에 표정이 암울해졌고 유비 쪽은 웃음꽃을 피웠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하비를 버릴 계책까지 세웠는데 지금은 건업까지 꽁으로 가질 찬스가 왔으니까.
하지만 이러면 너무 유비에게만 좋은 일이 되지 않겠는가?

“물론…….”


당연히 그를 견제할 세력이 필요하다.

“과거가 어찌 됐든, 반역자를 ‘모르고’ 수하로 있던 사람도 도움을 준다면 강동을 주는 것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 말에 주유와 손책의 표정이 변했다.
반역의 시간이었다.

*
*
*


“피고 원술. 옥새의 소유를 인정합니까?”


그렇게 동탁의 질문이 끝나고 다음 사람인 관우는 아무 질문이나 막 하며 빠르게 넘겼다. 그리고 원술군의 마지막 주자 원술. 그녀는 모든 시선을 받으며 중앙에 섰다.


“절대! 나는 옥새를  적도 가진 적도 없다!”
“당당하시군요. 소문으로는 손견 님이 옥새를 가지고 있다가 원술 님이 그걸 탈취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그럴 리가! 만약 내가 가지고 있었다면 황실에 응당 반납했을 것이다!”


예상 대로의 거친 반발, 하지만 마도구는 거짓읆 말하지 않는다.

[거짓입니다.]

위이이잉-.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원술의 말에 거짓을 고하는 마도구, 원술은 그 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이, 이건 마도구의 문제가 있는 거야! 아, 아니 애초에  심박으로 측정한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나는 심신미약 상태다! 그렇게 죄도 없는 사람을몰아붙이는데 정상일 리가 있나!”

되지도 않는 변명을 늘어트리며 필사적으로 자신을 변호하는 원술, 하지만 지금 여기 그녀의 편은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다시 마법의 단어를 말했다.


“꿀물, 벌꿀주, 꿀밤, 꿀벌, 꿀차.”
“흐잇!?”
“물에다 꿀을 타서 다섯 번 젓는다, 그리고 다시 한번 타고 열세 번을 젓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기다가 꿀을 넣어 일곱 번을 젓는다.”

최면이 원술에게 걸리고 있었다. 머리를 부여잡으며 두통을 호소하는 그녀는 이를 갈며 두통을 참아내었다.


“대, 대체 나에게 무슨 짓을……!”
“……주문이지요.”

원술이 아무리 약해도 명문가의 자제라 마력은 어느정도 있는 몸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의식을 반하는 최면에는 응하지 않았다. 당연히 자결이나 자해 이런 것들은 걸리지도 않았고 자신에게 해가 가는 모든 것들은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이나 자주 하던 행동, 습관 같은 것은  걸리는 편에 속했다.
예를 들어, 매일매일 나에게 반복하던 최면을 거는 행동 같은 것이 있다. 그녀의 손은 자기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원술 님♡ 머리 아플 땐 꿀이 좋다는데.”
“꾸, 꿀……?”
“전에 최고의 꿀을 드시지 않았나요?”
“……그렇지, 최고의 꿀을, 아니 그걸 지금……?”


원술은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몸에 순간 놀라 몸을 굳혔다가, 되찾은 몸의 자유에 미소를 지었다.

“하, 하하!  건방진 것이 나를 속이려 해!? 한낮 남자가  원술을 속일 수 있을 거라…….”


원술의 말은 끝까지 이어질 수 없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옥새가 보였기 때문에.

뭐지?
 옥새가 눈앞에 있는 거지.
분명 품 안에다가 소중히…….


“아.”

원술은 방금 있던 일을 기억해 낼  있었다.

“네, 네놈……!”
“그래요.”

자신의 몸이 자유를 되찾은 이유를.


“임무를 잘 수행했으니 그런 거 아니겠어요?”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품에서 옥새를 꺼내 초선에게 겨누고 있을 때였다.

“이, 이건…… 아니야, 이건 음모야! 내가 한 짓이……이런 젠장!”

더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느낀 원술은 이를 갈았다.
끝났다, 여기서 벗어날 방법? 그런 건 없다. 이 상황을 파훼할 방법도 없었다.

내가 망해?
사세삼공 원가의 적자인 내가? 근본도 없는 년들에게……?

“이, 이럴 순 없어! 나는 사세삼공 원가의 적자, 이런 곳에서 망할 수는…….”
“어쩌겠느냐.”

 모습을 즐겁다는 듯이 바라보던 동탁은 원술을 한껏 비웃으며 말했다.


“능력도 없는 것이 분에도 맞지 않는 짓을 했으니, 끝은 파멸밖에 없지 않겠느냐?”
“이, 이 근본도 없는 돼지 년이……!”


원술은 이를 갈았다. 아니, 아직 여기서 죽을 순 없다. 원술은 유비를 바라보며 외쳤다.

“유비 공! 여기 역적 동탁이 있소, 힘을 빌려줄 터이니 역적 동탁을 물리치고 한을 구한 영웅이 되지 않겠소?”
“……그녀는 장안으로 천도한 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있습니다. 장안에는 웃음이 끊기지 않는다고하더군요. 과거가 어쨌든 현재가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어림도 없었다.


“소, 손책! 내가  곳 없는 너를 거둬준 은혜가 있으니 나를 여기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어라!”
“지랄도 염병이네, 그딴 소리를 하고 싶었으면 잘 대해주던가, 응? 병풍신세나 만들었으면서 아주 그냥 은혜는 개뿔.”
“으으……!”

결국, 원술은 자존심을 굽혔다.

“사, 상국!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천한 년의 어미인 손견이 우물가에서 옥새를 발견했고  딸년은 제게 병사를 가져가는 조건으로 옥새를 저에게 주었습니다!”
“저, 저게 우리를 걸고…….”
“그럼 거짓이냐!?”

원술에 외침에 손책도 입을 다물었다. 뭐라 할 수가 없는게 진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지엄한 옥새로 거래를 하다니요, 저는 옥새가 걱정되어 병사를 주고 잠시 보관하고 있었을 뿐, 결코 옥새로 불온한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


위이이이잉-.
[거짓입니다.]


“아이 씨,  마도구 좀 저리 치워어!”

마지막까지 하늘이 도움을 주지 않은 원술.

“손견의  손책, 반역자를 묶어 내게 데려와라.”
“……알겠습니다.”
“너, 너가 어찌……!  배신자!  없는 짐승을 받아주었더니 결국 제 주인을 무는구나!”
“그럼, 호랑이를 제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손책은 원술에게 들린 옥새를 빼앗고 동탁에 앞으로 데려와 무릎을 꿇린 뒤, 자신도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옥새를 내밀었다.


“신 손책, 지엄한 옥새를 황실에 반환합니다.”
“좋다.”


옥새를 받아 들은 동탁은 오래전에 잃어버린 옥새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찬란함을 잃고 있지 않은 모습, 탐욕이 들만도 하지만 관심이 없다는 듯이 이유에게 옥새를 넘기며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논공행상을 해야 하겠지만 일단, 남은 일부터 마치지.”


무릎을 꿇은 채로 이곳을 바라보는 원술.

“오늘 원술군을 멸망시킨다.”



그녀의 표정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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