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속을 떠보다
간손미.
간옹 손건 미축.
유비의 초반 인재 중 능력치가 애매한 세 명을 낮잡아 부르는 말.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이다.
첫 번째 간옹.
관우 장비와 동급으로 유비와 함께 한 인물이고 유비가 마음을 터놓고 간옹과이야기한 적이 많았다고 하니 진짜 제대로 된 절친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촉나라가 건국된 이후에도 높은 관직에서 청렴결백하게 살았다는 것, 애초에 거기까지 살아남았다면 무능력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유비 관우보다는 못할 뿐, 사실 능력이 있던 거 아닐까?
두 번째 손건.
손건의 특기는 외교. 여포에게 배신당해 서주에서 쫓겨날 때 원소에게 의탁하려 손건이 먼저 사자로 간다. 하지만 원소는 원술을 죽게 만든 것이 유비의 탓도 있다면서거절하려고 하자 기가 막힌 말빨로 원소를 설득해 의탁하게 했다. 게다가 나중에 원소의 품에서 벗어나 유표에게 갈 때도 사자로 가서 외교를 성사시켰다.
마지막으로 미축.
딱히 지력으로나 무력으로의 활약은 없었다. 장비처럼 무력이 쌘 것도 아니고 관우처럼 지휘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축은 촉이 건국된 뒤 무려 관우 장비보다 높은 관직을 받았다. 그 이유가 뭘까?
간단하다.
미축은 유비가 여포에게 서주를 빼앗기고 조조, 원소, 유표 이후 촉의 건국까지 자금을 담당했으니까. 수천의 달하는 병사들의 식량과 무기, 갑옷, 말까지 정처 없이 떠돌던 유비 일행을 먹여 살린 게 미축이었다.
그 오만한 관우가 자신보다 높은 관직을 받은 미축과 아무런 트러블이 없었다는 것으로도 그 대단함이 증명된다. 제갈량이 자신보다 높은 직위가 되자 욕부터 박았던 그 관우가!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살다 온 나는 미축이 너무나도 대단하게 보였다. 하지만 이 시대에도 돈은 그 위상이 대단했는지 동탁도 미축을 쳐다보며 말했다.
“흐음, 수많은 초대를 보냈는데 결국 유비의 밑으로 간 건가, 아깝군.”
그 동탁이 미축을 욕심내다니, 역시 자본주의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계속해서 이어져 온 전통이었다.
“돈이 많다고요? 얼마나 있는데요?”
“그건 질문입니까? 손책 님.”
“뭐…… 딱히 할 질문도 없어 보이니까요.”
손책이 잠자코 있는 원술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원래 여기에 올 계획도 없고 이런 질문을 할 마음도 없었을 테니 그렇겠지. 그래도 미축이라면 유비군의 모든 행정을 관리하고 있을 텐데 군주라면 그런 거에 궁금할 수도 있지 않나.
하지만 손책의 질문에 대한 답이 훨씬 더 궁금하니까 넘어가자!
“음, 제 재산 말인가요? 음…… 대충 환산해보자면.”
과연 얼마일까? 듣자마자 억 소리가 나올 만한 금액?아니면 생각보다 낮은 금액?
답은 전자였다.
“낙양을 새로이 지을 정도는 됩니다.”
서, 성을 지을수 있다고?
게다가 낙양은 수도였기에 그 크기와 위용이 대단했다. 당연히 자재도 최고급에 방어 술법진도 최상급, 그리고 금과 보석도 어마무시하게 들어갔을 텐데…….
“황궁부터 낙양 안에 있던 건물도 포함입니다.”
히에에에엑!
미쳤다 미쳤어!
그 거대한 가슴엔 무엇이 있는 겁니까?! 막 짜면 황금이 나오는 거 아닙니까!?
“대단하구나. 정말로 대단해.”
그 말에 동탁이 드물게 칭찬을 했다. 당연하겠지, 아예 도시를 새로 만들 수 있는 재산을 가지고 있는데, 거의 국가 예산과 맞먹는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거 아닌가?
“중앙으로 올 생각은 없는가? 판을 키워주지, 외국으로 나가 더욱 큰돈을 쓸어 담고 싶지 않나?”
관우가 장료에게 한 것처럼 동탁도 미축에게 말했다. 오랜만에 탐욕이 들끓는다는 듯, 눈에 뜨거운 욕망을 불태우며 미축을 바라보는 동탁.
우리에겐 무력의 여포, 지력의 가후 이유, 통솔의 고순과 무력 통솔이 다 뛰어난 장료가 있다. 하지만 돈을 버는 사람은 없다. 가후가 돈을 잘 벌긴 하지만 그녀는 공순이답게 돈을 쓰면 뭉텅이로 갈려 나간다.
가후의 연구, 이유의 모사, 그리고 동탁의 탐욕을 채워주기 위해선 뛰어난 행정가가 필요했다. 거기에 딱 맞는 사람이 미축이었고.
“……외국이요?”
“모든 통관을 허락해주지, 무역, 수입, 반출, 무엇이든지 가능하다.”
“그건, 너무 좋은 조건이네요.”
국내에서만 상상도 하지 못할 돈을 번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외국으로 나가면 얼마나 벌 수 있을까. 미축도 꽤 혹한 모양이고.
“……그래도, 지금 제가 투자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 그럴 여력은 없네요.”
“그런가, 그 투자가 망할 수도 있는데?”
“하하, 저는 단 한 번도 투자를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불우한 사고로 투자가 실패한다면 나에게 오게.”
“사고를 피해 가는 것도 제 능력이겠죠. 일단 새겨듣겠습니다.”
하지만 미축은 흔들림 없는 충성을 자랑했다. 역시 유비가 인재풀이 적어도 사람 보는 눈은 있다. 저런 대단한 능력자가 대놓고 도와주다니.
당연하게도 마도구는 진실을 말했고 딱히 꼬투리를 잡을 건 없었기에 여포의 검사도 필요 없었다.
그렇게 다음 주자가 나타났다.
“이거 대단한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술맛도 살아나고 좋구만! 무엇이든지 물어보라고!”
다음 주자는 어린 호랑이. 첫 번째로 장비가 물었다.
“싸움 좀 하냐?”
“좀 하는데?”
“언제 한 번 붙자.”
“나야 좋지.”
허무하게 끝난 장비의 질문. 이제 우리 차례였다.
우리의 질문자는 이유.
“아, 손책 님? 안녕하십니까, 동탁군의 모사 이유라고 합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그리 긴장하지 마시고…… 예예, 별건 아니고, 제가 이상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서 질문드릴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손책은 이유 같은 모사가 껄끄럽다는 듯이 대놓고 싫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이유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유는 아랑곳도 하지 않으며 물었다.
“손책 님, 강동의 호랑이 손견 님의 딸, 맞으시죠?”
“……그런데요. 갑자기 어머니는 왜?”
“아, 고인을 모욕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분의 용맹함과 무력은 저희가 똑똑히 보았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짚고 넘어가야 할 거 같아서 말씀드리는 건데…….”
이유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손견 님께서 황제 폐하가 잃어버린 옥새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만, 사실입니까?”
“무, 뭐엇!?”
이유의 폭탄 발언.
그 질문에 조용히 있던 원술의 몸이 크게 흔들렸고 주유도 미간을 찌푸리며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손책.
“아, 아아…… 그, 그 소문!? 다, 당연히 개, 개개…… 개소, 아니 거짓…… 그, 그러니까…….”
진짜 너무 티나게 당황하며 우리의 시선을 피하는 손책.
이건 모른 척해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만약 손책이 거짓을 말해도 첫 번째 질문은 누가 봐도 진실이었으니 마도구에 손을 대면 확실시될 것이고 진실을 말한다면 뭐, 그건 그것대로 문제다.
어떻게 할 거지? 이대로 옥새의 행방을 토해내고 망할 것인가. 아니면 더욱 더 연명할 것인가.
“……그런 질문은 뭐라 답하기에도 불편하겠군요.”
그때, 마치 아무런 일도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말하는 인물.
보이시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오나라 최고의 책사 중 하나, 주유.
“그러니까 손책.”
“으, 응……?”
“거기 앞에 있는 술, 마셔.”
“술? 아, 아아! 그 방법이 있었지!”
손책은 바로 눈앞에 있는 스피리터스의 뚜껑을 열고 잔에 따랐다.
초선은 그 모습을 보며 외쳤다.
“그거 마력으로 숙취를 해소하거나 그러면 안 돼요!”
“물론이죠!”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에 비하면 이 술이 훨씬 났다. 게다가 무슨 대야에 담아 먹는 것도 아니고 찻잔 같은 거에 넣어 먹는 거니, 아무리 독하다고 한들 단번에 마시면 되지 않겠는가!
“자! 이 정도면 됐습니까?”
“빨리 드셔야 할 거예요!”
표면장력이 일어날 정도로 술을 가득 따른 손책이 술이 담긴 찻잔을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패기롭게 단번에 입안에 집어넣는 손책!
“푸으으으읍─!”
당연하게도 결과는성대한 분수였다.
“케, 켁! 콜록! 콜록! 무, 무슨 이딴 술이…….”
“아아, 뿜어내시면 안 되죠! 이러면 실패인데 괜찮으시겠어요!?”
“뭐, 뭐!? 자, 잠시만요!”
손책은 급히 스피리터스를 다시 찻잔에 따랐다. 물론 방금처럼 표면장력이 일어나지는 않을 정도로. 하지만 그럼에도 그 술을 다시 입에 대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무슨 이게 술이야…… 독약이지.
손책, 주량을 증명하기 위해 독한 술이란 독한 술은 모두 먹어봤지만 이건 차원이 다른 독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의료용 소독제가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이다. 그리고 스피리터스는 96도. 이 정도면 물 한 방울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에탄올과 다를 바가 없는 수치다. 피부에 닿으면 이상이 생길 정도의 술. 사실 독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이걸 먹지 않으면 옥새를 들킬 수도 있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원술이니 손책은 오히려 좋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저쪽은 손견이 옥새를 가져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옥새의 탈취는 중범죄, 당연히 사형에 가까운 벌을 받게 될 것.
목숨이 걸린 문제다. 고작 독한 술로 나를막을 수 있을쏘냐!
“흐읍-!”
꿀꺽꿀꺽.
단번에 스피리터스를 들이 삼킨 손책. 그녀는 텅 비어있는 찻잔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이겼다. 내가 모두를 지켜냈어! 나 잘했지, 주유? 너의 절친을 보라고! 얼마나 대단한지!
“거긴 관우 님이 있으신 곳인데요.”
“으힣?”
그, 그른가?
이거 참으로 부끄러운데……. 그래서 그런가? 왜 이렇게 몸이 뜨겁지?
아, 몰라.
벗어버려!
“저, 저년이 지금 뭔 짓을 하는 것이냐! 빨리 말려라!”
“책! 정신 차려!”
강동의 사람답게 태닝한 듯한 건강한 피부색을 드러내며 자유를 만끽하는 손책. 적당히 큰 가슴과 배에 새겨진 왕(王)자. 그리고 굳게 닫힌 음부를 드러내며 주유와 원술에게 끌려가는 손책.
그 모습을 본 초선은 이리 말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