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진실은 오직 하나!
“규칙은 간단합니다. 마침 세 진영의 군웅들이 계시니 각각 질문 하나를 던지시면 됩니다.”
만약 동탁군인 나는원술군과 유비군에게 질문을 받는형식이다.
“시험 삼아 저에게 질문해보시죠.”
이런 것은 첫 주자가 중요한 법이다. 내가 발 벗고 나서자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강동의 소녀들이 외쳤다.
“가장 자신 있는 부위는 어딘가요!?”
역시 소녀들이라 그런지 아주 노골적인 질문이 들어왔다. 원술은 둘을 째려보았지만 둘은 아랑곳도 하지 않고 나의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둘은 알까.
“흐음, 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내 옆엔 호랑이를 잡는 사냥꾼이 무려 둘이나 있다는 것을.
동탁과 여포가 손책을 죽일 듯이 째려보고 있었다.
동탁의 눈빛은 사회적으로 완전히 죽여버리겠다는 의미가 있었고.
여포의 눈빛은 그냥죽여버리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그 눈빛에 주춤하는 두 소녀, 골려주는 건 여기까지 해야지.
“뭐, 건의한 제가 빼면 안 되겠죠. 저는 이쪽이 제일 자신 있답니다.”
나는 손가락으로 내 팔을 가리켰다.
“제 알통입니다! 흐읍……! 어때요, 근육이 넘치지 않나요?”
오랫동안 단련한 내 팔뚝! 나는 살짝이나마 올라오는 알통을 보여주며 답했다. 그러자 손책과 주유, 원술, 심지어는 착해 보이는 유비까지 불신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믿기 싫으면 말아요, 자, 유비 님 진영의 질문은 뭔가요?”
“네? 확인은 안 하나요?”
“일단 질문부터 받고 하겠습니다.”
“그럼…… 여기 있는 사람 중 외모만 봤을 때 가장 취향이신 분은 누구신가요?”
허어, 그런 질문을 하다니!
유비의 질문에 동탁은 손거울을, 여포는 술잔에 비친 자신의 외모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당황할 만한 질문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 것과는 달리 상당히 당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한 질문이 나왔다.
“외모로만…… 이라니, 이거 참으로 대답하기 어려운질문이네요.”
“그럼 포기하시는 건가요?”
“아뇨, 대답은 해야죠.”
여기서 동탁을 고르든 여포를 고르든 난리가 날 것은 분명했다.
어떡할까, 방금 거짓을 말했기에 지금은 진실을 말해야 하는데…….
여기 중에서 외모가 제일 취향인 사람이라, 나는 주위에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전부 이쁜데.
누구든 나를 유혹한다면 단번에 넘어갈 자신이 있었다. 아, 저기 외견 나이가 상당히 낮아 보이는 장비는 빼고.
잠깐, 그렇다면 누구를 선택해도 진실이 되지 않을까?
나는 여포와 동탁, 둘을 바라보았다.
갈색 피부와 거대한 가슴, 그리고 육덕진 몸매가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는 동탁.
붉은 단발과 동탁만큼은 아니지만 커다란 가슴, 압도적인 피지컬을 가진 여포.
“둘이 가위바위보 하세요.”
“……가위바위보?”
“아 빨리요. 자, 가위바위보!”
순식간에 시작한 가위바위보, 승자는 여포였다.
“이건 불합리하다. 저년 내 손동작을 보고 바꾸면서…….”
“패자는 말이 없는 법, 어디까지 추해질 작정이냐?”
반칙이든 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므로 나는 승자인 여포의 손을 들어주었다.
“여포가 제일 취향입니다!”
“진실인가요?”
“그건 이 마도구가 알겠죠?”
나는 진실을 알려주는 마도구에 손을 올렸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배경음이 나오고 어떠한 답이 나올지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상황.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마도구에는 아무런 동작도나오지 않았다.
“……망가진 건가?”
“아뇨, 망가진 것이 아니에요.”
나는 마도구에서 손을 떼며 가장 중요한 규칙을 말했다.
“저는 첫 번째 질문과 두 번째 질문, 하나는 거짓, 하나는진실을 말했습니다.”
두 질문에 진실을 말하면 진실이라는 음성이 나오고, 거짓을 말하면 손에 약한 전류가 흐른다.
하지만, 하나는 진실, 하나는 거짓을말하면?
“이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그냥 진실만 말하는 것은 재미없지 않겠는가?
“……판단은 저희 몫이라는 거군요.”
“진실도 거짓도 나올 수 있지요, 둘다 거짓을 말하고 스피리터스를 마시던가, 진실을 말하든가, 아니면 거짓을 섞어서 말하던가.”
그건 여러분의 마음입니다.
*
*
*
진실과 거짓의 혼합. 그 규칙 때문인지 분위기가 그렇게 많이 올라오진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우선 저번 술게임에서 활약하지 못한 장료를 내보냈다.
“자! 저는 연습이었으니 저희 쪽에서 먼저 사람을 내보내겠습니다. 저희 군의 선봉장! 최고의 장군! 장료 님입니다!”
“아, 하하…… 너무 띄어주시면 곤란한데요.”
보랏빛 머리를 휘날리며 연회장 중앙에 나온 그녀를 두 명이 예의주시하며 쳐다보았다.
한 명은 손책. 여포 말고도 장료 같은 강자를 보는 것은 오랜만이라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누구?
“……장료.”
관우.
그러고 보니 관우는 반동탁연합 때 장료를 봤을 것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관우와 장료는 굉장히 친해지지 않나?. 그것 때문일까, 관우는 장료를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 그럼 질문해주세요!”
아무튼, 그건 그거고 지금은 술자리다. 빨리 질문이나 하기나 해!
“내가! 내가 질문할래요!”
“또요? 상의는 하신 건가요?”
“그럼요!”
원술은 아닌 거 같은데.
하지만 원술은 장료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안주 하나를 집어 먹었다. 그러면 상관없지.
“여포 공을 제외하고 내가 여기서 제일 강할 거 같습니까?”
“아, 아앗…….”
그건 삼국지에서도 금단의 주제인무력 주제……!
[님드라, 삼국지에서 무력으로 제일강한 사람이 누구에여?]
-1위 여포 2위 관우 3위 장비…….
ㄴ관푸치노가 3위? 이새끼 삼알못임. 1위 여포 2위 장비,마초 3위 허저, 4위 장료……
ㄴ장료가 관우 못 이길 거 같아서 대화로 나눈 거 모르냐? 모르면 꺼~져~.
ㄴ작성자:님들 싸우지 마세요 ㅠㅠ.
여기에다가 옛날 고전 문헌까지 찾아와서 어떻게드는 논전에서 승리하려는 모습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삼국지에서 무력, 지력 순위는 항상 평화로운 게시판을 불태우는 마치 지옥의 헬파이어와도 같은 것!
그걸 손책이 건드린 것이다.
“음…….”
장료는 잠시 고민하는 듯 주위를 바라보았다. 손책을 지나 관우, 장비.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포까지.
“이 곳에서 대장을 제외한다면…….”
장료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지 않을 자신은 있습니다.”
크──.
솔직히 장료가 관우 장비 손책 사이에 끼어도 아무런 불만이 없는 인선이긴 하지?
“흐음…… 그렇습니까?”
손책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질문자인 유비군. 역시나 관우가 장료에게 물었다.
그것도 아주 노골적인 질문을.
“……유비군으로 올 생각이 있소?”
“……!”
대놓고 물어보는 질문에 동탁과 여포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주군과 상사 앞에서 대놓고 그런 질문이라니, 실례도그런 실례가 없었다. 하지만 그게 또 진실 게임의 묘미지! 실례는 맞긴 했지만 선을 넘는 것은 아니니까.
게다가 우리는 장료를 믿고 있…….
“흠…… 지금은 없죠.”
자, 장료!?
이, 이 배신자!어쩐지 나중에 조조 밑으로가는 게 뭔가 냄새가 나긴 했어!
“지금? 그럼 조건이 있다는 건가?”
“그렇죠.”
“궁금하군, 알려줄 수 있겠소?”
자, 잠깐! 질문은 하나씩만 가능한데요!
이거 룰 위반이에요, 그 질문은 답하지 않아도 돼…….
“별건 아니고, 저희 대장을 이기면 돼요.”
“……그런가, 알겠소.”
오, 오오!
젠장! 장료…… 믿고 있었다구!
나는 장료의 충성을 의심한 적이 없어! 음음, 사실 내가 오기 전에 동탁과 여포의 상태가 워낙 이상하긴 했으니까!
[진실입니다.]
내 믿음처럼 진실을 말하는 마도구. 장료는 아무런 이상도 없이 자리로 돌아갔다. 달아오르는 분위기, 나는 그 다음 타자를 불렀다.
“이건 여포의 검증이 없어도 되겠죠? 자 그럼 넘어가겠습니다, 다음은……유비군에서 나와주세요!”
그러자 유비군에서 한 명이 일어서서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를 보고 놀라 눈을 비볐다.
지적인 안경.
곱게 올린 검은 머리, 차분한 인상에 마치 가후가 떠오르는 얼굴, 하지만 내가 놀란 것은 따로 있었다.
‘와아, 존나 커.’
이 정도면 동탁과도 맞먹는 크기다. 이런 인재를 내가 모르고 있었다고? 대체 이자는 누구지……?
“안녕하십니까, 본인은 미축이라고 하외다!”
“아, 미축 님!”
미축!
어찌보면 관우 장비보다유비에게 더욱 도움이 된 유비군 일등 공신! 촉나라의 기둥? 아니 황궁 자체를 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인물.
“가진 건 돈이구요, 예, 돈밖에 없습니다! 특기는 돈 버는 겁니다!”
당당하게 말하는 미축.
역시 그 큰 가슴은 유전으로 얻은 것이 아니었다.
압도적인 탐욕! 모든 돈을 가진 그녀의 가슴은 돈으로 되어 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