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7화 〉처신 잘하라고. (77/96)



〈 77화 〉처신 잘하라고.

“우와…….”

나는 눈앞에 있는 거대한 연회장을 보았다. 크기는 물론 질적으로도 훌륭한 연회장에 감탄했다. 이걸  짧은 시간에 만들었다고?
진짜 어지간히도 급했나 보다. 사실 이 연회에 모든 것이 걸려 있으니 더욱 신경을써서 만들었겠지.

“요즘 것들이 예의가 출중하구나, 이 정도는 돼야지.”

동탁은  열정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 꼰…… 이라고 말할 뻔했지만 인내심으로 참고 주제를 돌렸다.

“유비…… 인의를 말하는 선인이라고 하는데, 사실일까요?”
“그렇지 않았다면 도겸의 신의를 얻기 힘들었겠지, 늙어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취향이 그런 쪽으로 바뀌었으니.”
“와, 그런 신념으로 결국 서주를 지배하다니, 소설 속 주인공 같지 않아요?”
“흠, 황건적을 썰고 인간 백정 공손찬 밑에서도 있었고 조조랑도 연관이 있는 년인데 당연히 서주 정도는 먹어줘야 하지 않겠느냐?”
“어…… 그러네요.”

워낙 유비가 인의만 외치는 장면을 봐와서 그런지, 유비가 지금까지 했던 개고생을 까먹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개고생할 인물…….

“그래도 대단하지 않나요? 지금 당장 도망쳐도 뭐라   없을 텐데 이렇게 대담하게 나오는 걸 보면.”
“착한 인상 때문이지, 그 마음이 진짜인지 가짜인진 모르겠지만 이미 유비는 선인으로의 노선을 탔다. 그렇기에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치는 건 재기의 발판을 없앤다는 뜻, 그렇기에 이렇게 도박수를 건 것이지. 원래라면 무시하고 공격해서 바로 함락시키겠지만…….”


동탁은 우리 일행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원술을 바라보았다. 손책, 주유와 같이 따라오는 그 모습은 노란색 머리와 맞물려서 마치 병아리 같은 모습을 자아냈다.

“저런 년에게 옥새가……?”


물론 동탁은 그 모습이 한심스러운지 혀를 차며 원술을 흘겨보았다.
그 시선을 받은 원술은 고양이 앞에 병아리처럼 고개를숙이며 시선을 피했다.

“쯧, 가자.”
“너무 그러지 마세요.”

나는 동탁의 마음속에서 원술이 계속해서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연회장으로 들어섰다.


수많은 술상.
화려한 조명.
혀를 자극하는 고기의 냄새까지.

정말 제대로 준비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화려한 연회장이 있었다. 물론  밖에서 하는 것이라 부족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그게 어딘가.
지금은 출전 중이지 않은가, 이 정도도 만족…….


“안은 생각보다 별로군.”


동탁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동탁은 얼마 전, 조금 전이라고 말해도 괜찮지 않나? 여기로 오기 전까지 건업에서 연회를 즐기다 온 몸이다.
당연히 실내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겠지, 부족한 부분이 눈에 보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노력한 점이 보이는데…….

“불평 좀 그만해라, 지금 전쟁 중에서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이가당키나  일인  같아?”

옳지! 잘한다 여포!
우리 동탁만 보면 시비를 거는 여포가  마음을 그대로 말해줬다.

“하, 누구는 전쟁 한 번 안 겪은 샌님인 줄 아느냐?”
“그럼 지금 당장 그 무용 좀 보여주실 수 있나요, 어머니?”
“그치만…… 나와 초선의 아이에게 그런 끔찍한 모습을 보여줄  없지 않느냐?”
“이 미친년이 지가 불리할 때마다 자꾸……!”
“그만! 저기 주최자가 오고 있어요.”

불붙은 그녀들의 싸움을 말린 뒤 나는 이쪽으로 다가오는 세 명의 인영을  명씩 차근차근 바라보았다.

만인지적이라 불리며 무력만큼은 관우보다 근소하게나마 앞서있는 인물. 그야말로 호랑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는 위용을 지닌 인물.

장비…… 인데?


‘작아…….’

그러니까, 헌제랑 비슷한 나이로 보일 정도로 동안의 외모를 가진 여자. 설마 장비가 아닌가? 유비가 장비는 술만 마시면 미쳐 날뛰니 두고 건가. 아니, 이 위험한 곳에 관우만 데리고 왔을 리는 없으니 장비가 맞을 것이다.

아무튼 그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장비와는 다르게 키가 상당히  여자.

군신이라 불리며 아름다운 수염이 있어서 미염공이라고도 불린 인물. 하지만 여자에게 수염은 없으니  아름다움이 머리로 간 듯, 마치 나와 비슷한 머릿결을 가지고 있는 사람.

관우.
덧붙여서 조조의 짝사랑 상대.
가슴이 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서 오시지요, 이날을 고대하며 기다렸습니다.”

누구라도 무장 해제로 만드는 미소를 지으며 마치 숲속에 누워있는 것처럼 편안한 기운을 내뿜는 인물.


그녀에겐 긴 팔과, 기다란 귀를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런데 저건 뭔가.

‘와, 엘프 귀.’

절로 쌉가능이라는 소리가 나오게 하는 뾰족한 귀.
그리고 엘프처럼 깨끗한 피부와 마치 상냥한 옆집 누나를 생각나게 하는 외모.

유비 VS 원술.
판정을 내리겠습니다!


[원술]
인성:3 무력:4 매력:7 지력:4

[유비]
인성:9 무력:6 매력:10 지력:7

유비 승!
오늘부터 우리 동탁 군의 우방은 유비 군이다!

*
*
*


동탁, 여포, 장료, 이유, 그리고 나!

유비, 관우, 장비, 미축.


원술, 손책, 주유.


이게 올스타전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나는 조용히 동탁과 여포에게 술을 따라주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싸워보고 싶은 사람이 많은데, 주유, 너는 어때?”
“저기 이유라는 모사 말고는 딱히 없어. 여기에 오지 않았지만 가후라는 사람도…….”


원술 군은 손책, 주유밖에 따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손책과 주유는 소꿉친구, 손책과 주유는 서로 떠들며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원술은……?


“후륵…… 읏! 뭔 술이 이리 쓰지……?”

혼자서 조용히 술을 마시는 원술, 그 모습에 나는 마음이 아파왔다.

감히 내 앞에서 저런 쓸쓸한 모습을 보여?
어림도 없지. 나는 분위기를 띄우려고 입을 열려던 찰나. 동탁의 입이 먼저 열렸다.

“서주목, 어째서 우리를 연회에 오라 한 것이냐.”
“……연회가 무르익지도 않았는데, 너무 빨리 말씀하시는군요.”
“술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고 반주도 최상급이 아니군. 더 오래 있을 생각이 사라졌다.”
“그럼, 말씀드리도록…….”
“멈춰어어어어엇!”

게다가 분위기를 망치는 동탁의 말!
나는 너무나도 불쾌해진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초, 초선?”

여포가 갑자기 소리를 지른 나를 당혹스럽게 바라봤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감히 술자리에서 일 얘기를 꺼내?


“술자리에서 이런 분위기는 장례식장이 아니면 허용이 안 돼요. 게다가 연회장에서  얘기라니…… 저희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손님도 있는 곳에서!”
“또 무슨 일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냐?”
“간단해요. 이유 님! 제가 말한 거 가지고 오셨죠?”
“물론이죠!”

나는 이유가 갖다  물건을 꺼내며 말했다.

“일 얘기를 굳이해야겠다면! 이것에다 물어보지요!”
“그게 무엇입니까?”


유비가 관심이 있다는 듯이 나에게 물어왔다. 그녀에겐 내가 고맙겠지, 동탁의 공격을 잠시나마 늦춰준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닐걸?

술자리 단골 게임.
나는 마도구를 들어 올리며 외쳤다.

“오직 진실만을 말해라!  마도구는 사람의 맥박, 마력의 움직임, 동공의 수축 등등, 그런 것을 판단해서 내뱉은 말이 거짓인지진실인지 판별하는 도구입니다.”
“흐음, 하지만 맥박 정도는 스스로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그건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괜찮아요. 우리는 거짓말 탐지기보다 훨씬  감각이 좋은 사람이 있잖아요!”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인 한 명으로 향했다.

“저,  말입니까?”
“여포의 가감을 속일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물론 그렇지만…….”
“그렇죠? 아, 혹시 의견 있으십니까? 혹시 여포가 몸에 손을 대는 것이 싫으신 분 계신가요?”


 말에 장비가 손을 들려 하자 유비가 말렸다. 나머지는…… 아무도 없나.
그때 손을 든  명의 인물.
주유가 손을 들고 있었다.

“잠깐.”
“의견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여포 공이 거짓말을 할 시엔 어떻게 파악하죠?”
“아, 그건 제가 하겠습니다.”
“어떻게? 초선 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 그 누구도 여포 공이 작정하고 속이면 알아챌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말에 열 받은 인물이 몇몇 보였지만, 맞는 말이다.
여기 그 누구보다 마력 컨트롤이 뛰어난 여포, 맥박도, 마력의 움직임도, 심장의 고동도, 심지어는 동공의 축소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여포.

하지만, 나는 여포가 숨기지 못하는 버릇을 알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럼 시험해볼까요? 여포, 일로 와주세요.”
“무, 무슨 짓을 하시려고…….”
“별건 아니고요, 거짓말을 한 번 해보시겠어요?”
“으음…… 그럼, 나는 장료보다 약하다.”

누가 봐도 거짓말을 말하는 여포.
 순간 나는 손가락을 내질렀다.

어디로?
여포의 오른쪽 젖꼭지로.

“하응!?”
“이 감촉은…… 거짓말을 하는 감촉이로구나!”

평소보다 살짝 단단함 감촉. 이건 거짓말을 하는 젖꼭지였다.

“무, 무슨 짓을 하시는 겁니까!?”
“제 나름의 거짓말 판별법입니다.”


여포의 몸은 굉장히 민감하다. 그렇기에 양심에 문제인 거짓말에도 몸에 영향을 주는 것.
나는 수많은 행위를 해대며 그녀의 버릇을 전부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제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보시죠!”

거짓말 탐지기 스위치, 온!
두구두구두구두구.


[진실입니다.]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거짓말 탐지기의 증명과 내 진심 어린 호소에 주유도 결국 손을 내리고 자리에 앉았다.
다른 의견이 없나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내 의견에 반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 지금부터 오직 진실만을 말하기를 서약하시길 바랍니다! 만약 거짓임을 들키거나 대답할 수 없는 물음에는 벌칙이뒤따라 옵니다!”
“벌칙은 뭐죠?”
“……이걸 한 잔 마시는 겁니다. 마력으로 알코올을 분해하지 말고요.”

자, 다시 한번 네가 활약할 시간이다.

1%의 사랑.
1%의 우정.
1%의 열정.
1%의 결의.

마지막으로 96%의 스피리터스까지.


“취중진담이라는 말이 있으니까요.”

고주망태가 되면 진실만을 말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스피리터스를 중앙에 내려다 놓으며 생각했다.

저들은서로의 세력이 걸린 진실 게임의 시작이라는 걸 알까. 대답에 따라 동탁의 마음이원술로 갈지, 유비로 갈지 정해진다.

마지막 기회다 원술. 살고 싶다면 처신 잘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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