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선택! 유비vs원술
하비의 진을 친 동탁 군과 원술 군.
나는 그 오묘한 공간을 걸었다.
“태사자야, 동탁 군 깃발 좀 쏴주지 않으련?”
“……정신 차려라.”
“저기 동탁과 여포의 남편 지나간다, 진짜 아름답긴 더럽게 아름답네. 납치할까?”
“책! 저분이 들었으면 어쩌려고 그런가!”
손책, 태사자, 주유. 그들이 대화하고 있었다.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자 그들은 내 눈치를 보며 서서히 뒤로 물러가기 시작했고 그 사이로 성숙미가 넘치는 여인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저, 저 혹시 아까 한 말 들었습니까?”
“무슨 말을……?”
“휴, 참말로 다행이…….”
“납치한다는 말은 들었긴 했는데…….”
“아이고오-! 참말로 죄송스러워유!”
바로 도게자를 시전하며 나를 당황 시키는 사람.
“지는 황개, 자는 공복이라고 해유, 저 어린노무 새끼들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입을 턴 거 같은데 한 번만 봐줄 수 있을까유?”
“괜찮아요. 이만 일어나세요.”
“하이고오! 외견만큼이나 마음씨도 비단이구먼요!”
게다가 황개까지.
나는 사과를 받아들이고 동탁 군이 있는 쪽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그리고 보이는 우리 동탁 군의 모습.
“오토바이 정비는 확실히 하라! 원술 군에게 시비를 걸지 마라! 우리는 군인이다!”
파이팅 넘치는 고순과 귀여운 관객이자 전장에서는 무패의 전사들인 함진영.
“운록아! 운록아! 운록아! 그 유명한 마씨 가문 창법을 왜 그따위로 쓰는 거냐! 좀 더 빠르게! 그 창법은 환술이라고 착각할 만한 속도로 몰아붙이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는데 왜 너는 반격을 노리고 있느냔 말이야-!”
“나, 나는 이게 취향이라고오오!”
“그럴 거면 좀 더 확실하게 속이든가!”
여포 다음가는 무력을지닌 장료와 그녀의 훈련을 받는 호버바이크의 소유자이자 마초 다음가는 재능을 지닌 마운록.
“속결로 끝내야 합니다. 원술 군의 보병이 시선을 끄는 동안 저희가 성벽을 타고 들어가서 끝낼 테니 시선을 잘 끌어주시길 바랍니다.”
“지금 저희 군을 화살받이로 쓰시겠다는 말입니까!?”
“그럼 누가 성벽을 넘겠습니까. 기령 장군이? 아니면 양홍 그대가?”
“크윽……!”
화 속성 마법사이자 동탁군 최고의 모략가인 이유.
“마력포를 자동으로 격추하는 마도구입니다. 제가 지도에적어드릴 테니 설치하고 오세요.”
“그, 그런 도구가 있다니! 이건 혁명입니다!”
“만드는 비용의 반은 원술 군에 청구하겠습니다.”
“……예?”
공순이이자 삼국지 최고라고 불릴 정도의 처세가이자 책략가.
그리고 남은마지막, 동탁 군 최고의 아웃풋.
“여포.”
“어쩐 일이십니까.초선.”
무신, 최강, 천하제일, 비장, 인중여포. 전술 병기 그 자체.
“……자신 있으세요?”
“자신은 항상 있죠. 하물며 제가 없어도 이길만한 이 전쟁에 긴장하겠습니까?”
“아니, 그 삼자매를 이길 자신 있냐고요.”
“……그럼요. 초선 덕의 저는 더욱 강해졌으니까요.”
나는 그녀의 옆으로 가서 하비의 성벽을 쳐다보았다.
많은 공격을 받았는지 상처가 가득한 성벽, 아마 조조의 공격을 막은 탓이겠지.
근데 조조는 어째서 서주를 침략하지 않았을까. 본래 여포가 조조를 공격해 서주 공략을 포기하고 본진으로 돌아갔을 터인데, 우리는 조조를 공격한 적이 없지 않은가.
그때, 나타난 우리 군의 대빵.
거대한 흉부를 뽐내며 나타난 동탁은 내 의문을 간단히풀어주었다.
“운도 좋지, 조조에게 침략당하기 일보 직전에 원소가 조조를 말렸으니.”
“아,그분이 조조를요?”
“겉으로는 원소의 휘하로 인식되고 있으니까. 조조도 아는 거지, 원소에게 거역하면 죽음뿐이라는 것을.”
겉으로는 말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사이가 좋지 않군요.”
“어릴 때는 친했겠지만, 난세가 그렇지 않느냐.”
겉으로는 둘이 어릴 때부터친하게 지낸 소꿉친구였지만, 지금은 정적으로 서로를 판단한 것이다.
그렇기에 조조가 서주를 먹는 것을 원소가 방해했고 조조는 그 일로 원소에게 앙금을 품었겠지.
“그럼 조조가 서주에 올 일은 없는 건가요?”
“평소라면그랬겠지, 하지만 우리가 오지 않았느냐. 한때 연합을 이뤄 공격한 군의 군주가.”
“그럼 조조가 올 수도 있겠네요. 원소가 물어도 동향을 살피러 갔다고 하면 변명도 되고.”
“그렇지. 역시 똑똑하구나, 이 치와는 달리.”
“갑자기 나를 왜 건드려!”
어허! 싸움 멈춰!
나는 그 둘의 가슴 사이에서 행복감을 느끼며 둘을 말렸다.
그렇게 하비의 성벽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동탁과 여포에게 은밀하게 물었다.
“……저희가 질 일은 없겠죠?”
“지기도 힘들지, 갑자기 운석이 우리에게 떨어져 전부 죽지 않는 이상.”
그렇겠죠.
이유, 주유, 가후라는 책사진과.
여포, 장료, 고순, 손책, 황개, 태사자, 정보, 한당, 기령.
이 미친 조합을 유관장 삼 자매와 간손미가 막아낼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꼭 전쟁을 해야 할까요? 평화롭게 끝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고통받은 서주의 백성들이 또 그런 일에 휘말리는 것이 옳을까요?”
“그것이 난세다, 초선. 아니면 대책이라도 있느냐?”
그래, 이것이 난세다.
약하거나 상처 입은 자는 무참히 잡아 먹히는 세상. 나는 그런 세상에서 오지 않았기에 이렇게 모순을 느끼고 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대로 순응하며 난세라는 것에 끄덕이며 세상을 받아들여야 하나?
아니. 절대로 아니다. 그것은 패배자에 불과한 대답!
게다가 나는 원술보다는, 유비가 훨씬 좋다.
그거면 대답이 충분하지 않은가!
원술은 건업에서 백성을 수탈하는 바에 유비는 서주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은가. 이로써 자기합리화는완벽하게 됐다.
자,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동탁 군의 이익.
원술을 버릴명분과 우리 군에 떨어질 이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나에겐 지금 상황에서 원술을 적대하기에 충분한 단어가 있었다.
“……동탁.”
“음?”
“저, 원술이 옥새를 가지고 있는 걸 봤어요.”
옥새(玉璽).
나는 승부수를 던졌다.
*
*
*
“……원술 군으로도 벅찬데, 거기다가 동탁 군의 주력들까지 오다니, 하늘은 어째서 서주를 평안하게 하시지 않는 것인가.”
유비. 자는 현덕.
기다란 검은 생머리와 포근함을 느낄만한 눈매. 그리고 어떤 종족처럼 대각선 위로 뾰족한 그녀의 귀가 눈에 띄는 서주의 주인.
그녀는 성벽에 서서 주군 중인 원술 군과 동탁 군을 바라보았다. 원술 군의 질은 떨어지지만 숫자가 많았고, 동탁 군의 수는 적지만 하나하나가 일당백의 기운을 뿜어내었다.
그렇다고 원술 군에는 실력자가 없는가? 저기 강동의 호랑이의 딸과 일행을 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갔지만, 오늘만큼이나 길이 보이지 않는 날은 없었다.
유비는 그 사실에 다리가 풀려 넘어질 뻔했다. 하지만 그녀의 옆엔 든든한 동생들이 있었다.
“정신 붙들어 매, 누님.”
“이길 수 있어, 술 한잔하고 싸우다 보면 이겨 있겠지!”
관우와 장비.
목숨과도 같은 소중한 동생들이 있었기에 유비는 다리에 힘을 줘서 일어설 수 있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했다. 앙숙과도 같은 동탁과 원술이 어째서 협력하고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반동탁연합의 참여했던 원술이었다. 그런 원술과 동탁이 서로 힘을 합쳤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
하지만 첩자를 보내기엔 너무 이미 성문 앞에 와있는 그들이었다. 조조의 공격 이후 내정에만 신경 써서 그런지 적의 동향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다 책사가 없어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럴 때 뛰어난 책사가 있었더라면……, 무력으로는 천군과도 같은 동생들이 있지만, 지력으로는 아무도 없었다.
“아! 누님! 좋은 생각이 났어!”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니?”
“술 한잔하자고 부른 뒤에 취한 틈을 타서 물어보는 거야!”
그 말에 관우가 장비의 머리에 꿀밤을 때렸다.
“왜 때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잠시, 조용히 해보렴.”
투닥투닥 싸우는 두 동생을 조용히 시킨 유비는 생각에 잠겼다.
연회.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 않을까?
자존심 높은 둘을 살살 긁으며 도발하면……. 너무 도박수인가?
하지만, 지금 상황에는 도박이 필요해.
“……익덕의 책략을 기용해보자.”
“봐봐! 내 말이 맞잖아! 요즘 투, 투랜드? 어쨌든 그건 호탕함이라고!”
“누님? 제정신이에요?”
“도박수이긴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숨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구나.”
“……그것이 누님의 뜻이라면.”
유비는 그 뒤로 회의를 거친 뒤 서신을 보냈다.
그렇게 도착한 유비의 서신.
[우리, 술 한잔해요. (*⸰‿-) 장소는 거기 진과 하비 성 딱 중간, 어때요?]
원술은 그 서신을 보자마자 분노를 표하며 바로 거절을 외쳤다.
“건방진! 한낮 마궁수 따위가 운 좋게 서주를 차지해놓고 이딴 서신을 보내!? 상국! 당장 거절해야 합니다!”
“……연회?”
“사, 상국? 설마 이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은 아니시죠?”
“여기서 수락해야 살지 않겠느냐, 위치를 보니 함정도 아닐 테고 습격도 우리에겐 여포가 있으니 괜찮겠지.”
“아니! 여포 공은 전에 그 삼 형제에게 밀린…….”
콰직.
“누가 밀렸다고요?”
“아, 아니오. 여포 공이 있다면 믿을만 하지.”
원술은 여포의 손 모양 그대로 뚫려버린 책상을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럼 결정됐군. 받아들인다고 서신을 보내라! 많은 인원이 갈 테니 성대하게 하라는 말도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또 연회야…….”
동탁은 고개를 숙이며 이를 가는 원술을 바라보았다.
‘……저것이 옥새를 가지고 있다라.’
가지고 있음에도 황실에 보내지 않은 것.
그것은 반역이었다.
만약 초선의 말이 사실이라면.
어쩌면 유비에게 양주를 줘야 할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끝난 연회는, 누구도 웃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