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5화 〉이렇게 된 이상 양주로 간다! (65/96)



〈 65화 〉이렇게 된 이상 양주로 간다!

다음날.
다행히도 헌제는 어제에 있던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어제 악몽을 꿨노라……. 뭔가 귀신을 본 거 같은…….”

어제 깨끗이 씻긴 뒤 조용히 어머니에 방에 갖다 두고 왔으니 망정이지 그때 정말로 위험할 뻔했다.

“어제는 재밌었다. 다음에 또 놀리자꾸나.”
“그걸 말이라고 해요!?”

나는 동탁의 등을 때리며 말했다. 어쩔 때보면 멋있지만 어떨 때는 애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동탁.

“……무슨 일 있었나요?”

그리고 너무나도 많은 절정으로 인해 기절하듯 잠들어 아무 일도 모르는 여포. 나는 한숨을 쉬며 문을 열었다.


“그 이야기는 이제 됐어요.”


헌제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 뭣하지만, 솔직히 지금은 황제의 일보단 앞으로의 방향이 훨씬 더 중요했다. 당장 거점을 확보하지 못하면 동탁군은 끝, 그런 일을 삼국지의 영웅들이 반길까?

누군가는 안위를 위해, 누군가는 권력을 위해, 누군가는 명예를 위해 뛰어든 이 난세, 항우라는 강적이 나와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지금부터 동탁군의 앞으로의 방향에대해 논의하겠습니다.”


가후가 외알 안경을 올리며 말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거점을 잃고 군도 정예병이지만 천 명밖에 없었다. 아무리 우리에게 여포가 있고 뛰어난 책사가 둘이나 있다지만 적은 훨씬 더 많을 테니까.

“첫 번째로 저희에 목적부터 확실히 하고 가겠습니다.”
“장안 탈환 아니야?”
“아뇨, 지금 상황에 장안 탈환은 더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후는 여포의 말에 반박하며 답했다. 의아해하는 여포에게 가후는 설명을 시작했다.


“마계의 문이 열린 지금,저희는 장안 복귀보다 항우를 막아야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가후는  안에서  가루를 꺼냈다. 철 가루들은 가후의 의지대로 움직여 마물의 외형과 그것을 보고 쩔쩔매는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하급 마물만 되어도 일반 백성은 대적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중급 마물은 말로 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지금 마계의 문이 열리며 중급 이상의 마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본래 세계의 틈으로 작은 마물들이 오거나, 아니면 이미 번식 활동을 끝내 생태계에 일원이  마물들, 또는 던전이라는 특이한 차원에 있는  말고는 인류에 위협이 될 수준은 없었습니다만…….”
“지금은 인류의 위협이 될 수준이라는 것이냐?”
“충분히 대비하고 막는다면 위협이 될 수준은 아닙니다. 인간이라는 종족은 모인다면 어떠한 종족도 막을 수 없는 진보를 보여주니까요.”
“그런가? 그럼 대충 멸망 직전까지 몰려야 보여주겠군.”
“그게 문제입니다.”


인간의역사엔 항상 갈등과 폭력이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난세, 구심점이 되어 모두를 이끌어야할 황제는 어리고힘을 가진 인간들은 서로 싸우고 있다. 그런 상황에 마물이 인간을 친다고 해도 모두 힘을 합쳐서 맞서 싸울까?

아니, 정적을 공격한다면 오히려 좋아하며 마물을 칭찬하겠지.


“예전 은나라 시절에 문헌에 따르면 왕을 홀린 꼬리가 아홉  달린 마물, 달기라는남자가 마계의 문을 열어 인류가전멸 위기에 몰렸죠.”
“예전에 일이지, 지금 가서 예전일을 읊어주며 호소한다고 해도  치들이 듣겠느냐? 적어도 누군가가 멸망해야 살짝 경각심이나들겠지.”
“그렇다고 그렇게  수는 없습니다. 항우라는 존재가 있는 이상 저희는 항상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동탁은턱을 괴며 물었다.

“방법은 있느냐?”
“지금 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은 황제 폐하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황제로는 조조나 원술, 원소, 공손찬 같은 지금 필요한 이들을 섭외하지 못한다.”
“게다가 황제의 명으로 모인다고 한들, 어린 황제는 아직 그들을 통합할 그릇이 안 됩니다. 전에 원술도 강동의 호랑이라 불리는 손견의 뒤통수를 치지 않았습니까?”
“저희의 안위도 신경써야 합니다. 항우를 물리치고 장안을 되찾는다고 그들이 저희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고 넘어가진 않을 테니까요.”


 뒤로 수많은 의견이 오갔지만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나는 본래 삼국지의 역사를 기억에서 찾기 시작했다.


원소와 공손찬, 지금은 둘이 싸울 시기였지만, 공손찬은 유우라는 인격자로 유명한 사람을 살해한 뒤라 인망을 잃어 패색이 짙어질 무렵이었다.
원술과손책. 지금 시기엔손책이 강동을 공략하고 있을 시기였다. 아직 독립하지도 않을 시기. 원술은 유비를 치는 것에 반대하는 육강과 싸우고 있을 테고.
조조와 유비. 서주 대학살이라는 미친 짓거리를 저지른  서주의 지배를 인정받은 유비와 으르렁 거리고 있을 시기.

그때 우리 여포는 뭘 했을까.


원술에게 가서 깽판치며 놀다가 쫓겨나기.
원소에게 용병으로 쓰이다가 갑질을 너무 부리자 원소에게 찍혀 도망.
유비에게 의탁하고 소패를 다스리다 원술과 싸우는 유비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서주를 먹음.
그리고 다시 유비를말도 안 되는 이유로 뒤통수치고 처자식까지 잡고 하다 조조와 유비가 힘을 합쳐 여포군을 멸망시키고 사망.

……정말 쓰레기였구나! 여포!
사람으로 만들길 정말 잘했다.


대부분 세력의 동향을 파악한 뒤 잠시 고민하다가,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라 입을 열었다.


“……은혜를 입히는 것이 어떨까요?”
“은혜?”
“제가 알기론 지금 원소와 공손찬. 조조와 유비. 원술은 조조에게 패하고 유비에게 서주의 지배를 빼앗겨 분노하고 있을 테니, 저희가 한 세력을 도와 상대 세력을 짓밟으면저희를 도와주지 않을까요?”

싸울 상대를 잃으면 우리를 도와주지 않겠는가? 게다가 우리에겐 명분 그 자체인 황제도 있었다. 누군가와 싸우고 있다는 변명으로 벗어날 수도 없게 만들어주면 당연히 우리를 돕지 않을까?


“흐음……. 나쁘진 않군요, 여포 공이 있는 이상 대등했던 분위기를 바로 역전시킬 수도 있으니…….”


나는 가후의 칭찬에 콧대가 높아지려고 할 무렵. 이유가 입을 열었다.


“똑똑하시군요! 그럼 다음 일도 생각하셨겠지요?”
“네?”
“만약 저희가 원소를 도와 공손찬을 무찌른다면 원소의 세력은  누구도 막지 못할 최강이  겁니다. 만약 그렇지않더라도 정적을 없애 세력을 키운 그들이 저희가 장안에 들어서는 것을 도와줄까요?”
“어…….”
“당연히  방안도 생각해두셨겠죠?”


힝.
이유의 거침없는 팩트 폭력에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나도 억울하다.


아니…… 만약 본래 역사대로 흘러가고 있다면 내가 방안까지 말해줄 수 있겠는데 지금 동탁도 살아있고 마물이란 것도 있고 던전도 있고 항우까지 등장한 마당에 내가 뭘 하겠습니까. 애초에 나는 책사도 아니고 이렇게 의견을 낸 것만으로도 칭찬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생각해보니 화나네!?
아니, 원래 이런 건 책사들이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어!?
내가 너희 군주의 폭정도 막아주고 일도 열심히 하게 해주고 스트레스 관리도 해주고! 얼마나  해줘야 하는데!


팍씨 그냥 여기서 동탁의 젓통을 까서 맘마를 쮸으으으으읍 빨아 먹으며 회의 망쳐버려 줄까!?


“……그럼 원소는 말고 다른 세력부터 도와주는 게 어떨까요? 화염권의 이유 님!”
“화, 화염권이 거기서 왜 나옵니까!”
“이름하야! 화! 염! 권!”
“하지마아앗!”

후, 별것도 아닌 것이 까불고 있어.
나는 간단하게 이유의 흑역사를 까발려준 뒤에가후를 바라보았다.


“가만히 있는 것보단 훨씬 괜찮군요.그들에게 무언갈 요구할 수도 있고…….”
“하지만 원술이 있는 양주까지가기엔 너무 먼 게 문제…….”
“그건 괜찮습니다. 말을 챙겨오진 못 했지만 마등 님에게  사실을 알린 후 천 개를 먼저 받아오기로 했으니까요.”

역시 가후!  처리가 너무 좋아!
그렇게 계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뒤에 동탁이 일어서며 내용을 정리했다.

“우선 원술과 유비, 조조의 관계를 개선 시키거나 멸망시키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견 있느냐?”
“없습니다!”
“재밌겠구나. 용병소를 운영하는 느낌이야.”

동탁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가자! 양주로!”


가즈아!
장안의 폭주족 함진영이 세상을 쓸어 담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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