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2화 〉P3 (62/96)



〈 62화 〉P3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잘 턴 입이 수만 군대를 물릴 수도 있고 몰래 귤을 훔치려던 아이가 효자로 칭찬받을 수도 있었다.


지금 말만 잘하면 우리의 안전, 장안 백성들의 안전, 마등 일가의 안전까지 전부 보장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당황한 항우에게 외쳤다.


“솔직히, 지금 당신의 곁에 간다고 한들 저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우희, 그건 아직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서…….”
“됐고! 내가 사랑하지 않겠다는데!”


뭔 말이 그렇게 많아!


“예?!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잡혀가서 하루하루 슬픔에 잠긴 제 모습을 생각하세요! 애초에 제가 물건입니까? 내가 싫다는데 왜 자꾸 나를 잡아가려고 해!”
“어…….”
“당신이 강한 것도 알고 왕이신 것도 알겠는데! 어쩌라고요! 저흰 황제가 있습니다!”
“진정해라 우희, 내가 잘 못 했으니…….”
“그리고 내가 왜 우희입니까? 나는 초선이라니까요? 아니 날 우희라고 부르고 싶으면 지금 당장 잃어버린 기억이란 것을 찾게 해주던가!”

나는 거친 호흡을 다스리며 항우를 째려보았다. 그녀는 마치 내 남편이 이럴 리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우희는 얌전하고 헌신적인 이상적인 그런 사람이었나 보다. 나도 그렇다, 근데 내 부인이 아니잖아!


아니야, 침착해. 지금 계속 항우에게 극딜하면 화나서 다 쓸어버릴 수도 있다. 이제 채찍질을 하였으니 당근을 줄 차례.

“이대론 서로 평행선을 달릴  같네요. 특별히 제안 하나 하죠!”
“……말, 하거라.”
“만약 제가 말해 준 조건을 모두 지키면서! 백성들의 평화를 약속해주면서…….”

나는 황제를 잠시 쳐다보았다. 곤히 자는 그녀를 바라보다 항우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이 나라를 통일하신다면! 그때는 제가 스스로 당신의 곁으로 가겠습니다.”


만약 그 모든 조건을 완료하고 통일을 한다면, 내 스스로 그대에게 가리다!

“……중원을 통일하라,  말인가?”
“한고조에 밀려 하지 못했던 일을 완수하신다면, 저는 굴복하겠습니다.”


항우는  말에 한껏 웃었다. 그러곤 예전을 회상하는 듯,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해하 전투, 사면에서 한 나라의 병사들이 진격했다.  명이었더라? 그래, 증오스러운 유방이 이끄는 30만의 군대가 다가왔지.”


30만, 본래 역사를 생각하면 딱히 놀라운 숫자는 아니었지만, 이곳은 달랐다.
마물들이 득실거리고 인간을 초인으로 만드는마력이 존재하는 세상. 그렇기에 인구는 늘어날 수 없었다. 기존 삼국지 병력의 1할, 그 정도가 이 세상의 병력이었다.


“그때 나는 죽음을 직감했다. 유방, 한신, 팽월, 관영, 그 모든 년들이 덤빈다고 해도 전부 죽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30만이란 숫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더구나, 그렇기에 나는 마지막으로 우희와 술잔을 나누며 그에게 물었지, 나는 어찌하면 좋겠냐고.”

그게 그 유명한 항우의 마지막 노래.
해하가(垓下歌).
그때 우희가 뭐라고 답했더라?

“……의기가 다하셨다면, 더는 살아갈 수 없다.”
“우희…! 그래! 그대가 그리 답하고, 그대는  중에 여를 떠났다! 여의 감각으로도 찾을 수 없는 어딘가로! 나는 절망했지, 당연히  것으로 생각했던 통일을 빼앗기고 우희 그대마저 여를떠났다. 여의 오만과 부족함으로!”


무심코 말한 대답에 항우가 흥분하며 외쳤다. 나도 모르게 답한 대답으로 인해 항우는 정말로 나를 우희의 환생으로 생각할 것이다. 내가  그딴 실수를 했지……?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 나는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여는 그때 나에 대한 분노, 일을 만든 유방에 대한 복수. 그 마음으로 전장에 나섰다. 그 뒤에 10만을 베었다. 그 모습에 유방은 물론 한신도 여를 보고 공포에 질렸지. 하지만 여는  모습에 통쾌라던가 후련이라는 감정은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그때 깨달았지, 나는 그대가 필요했다고.”


나를 아련하게 쳐다보는 모습에 나는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이뻐서, 몸매가 좋아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나를 갈망하는 그 눈빛이 안쓰러워 보였기에.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 진정으로 사랑을  로맨티스트, 왜 강한 사람들은  로맨티스트일까.

“중원을 통일하고 오라고? 좋다, 그대가 말한 모든 조건을 수행하며 이 땅에 초나라의 깃발을 세워 보이겠다.”
“……정말요?”
“400년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대와의 만남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었지, 조금만 기다려라, 금방 그대를 맞이하러 갈 테니.”
“저희가 방해할 것입니다.”
“귀여운 애교구나.”


낭만적인 그녀는 너무나도 흔쾌히 그 말에 수락했다. 늠름하게 나를 내려다보는 그녀.
……솔직히 멋있었다. 그 모습을 너무 쳐다보고 있어서 그럴까, 여포가 어느새 등 뒤에 나타나  어깨를 잡았다.


“……후회하게 거다.”
“우희를  돌보고 있어라, 여포여. 혹여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런 일은 없다. 초선, 은 내 남편이다.”
“내 남편이기도 하다.”
“넌 닥쳐! 한 것도 없으면서!”
“어허, 아기가 듣는다. 고우고 이쁜 말을 사용하도록.”


오늘도 재밌는 여포와 동탁의 말싸움을 바라보며 나는 웃었다.
역시, 아무리 항우가 멋있어도 나는 이 분위기가 좋다.

나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수락해 준 항우에게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보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장안을 떠났다. 함진영 천 명과 동탁 군 주력들을 이끌고 도착한 장소는, 장안에서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있는 익숙한 장소.

“상국? 그리고…… 폐, 폐하!?”


어머니의 저택이었다.

*
*
*

동탁과 나는 장안에서 있었던 일을 어머니께 모두 설명했다.


“초패왕이 강림하고 마계의 문이 열렸고이제 그녀가 이 나라를 새로이 통일하려고 하고 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이게 갑자기 무슨 봉변입니까, 그녀를 쓰러트릴 방법은 있으시고요?”

동탁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차를 한입 마시고는 말했다.


“초패왕은  나라의 근간을 위협하는 존재. 게다가 무력은 둘째 치더라도 마계의 문을 열  있는 존재니  나라를 위협하는 악,  자체로 평가받을 테지 백성은 건들지 않는다는 약조를 받아내었지만, 나라를 전복시킨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녀를 악으로 규정하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그녀를 이길  없다. 그녀 혼자라면 몇몇 강한 장수와 약간의 병력, 그것만 있다면 여포는 항우를 충분히 죽일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마계의 문이란 것이 열린 이상, 그럴 수가 없어졌지.”
“그럼 공문을 돌려야겠군요.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아무리 초패왕이라고 한들…….”
“그러겠지, 지금은 사흉이라고 불리는 존재도 한 명밖에 없고 마물들도 많이 소환되지 않을 것이니. 빠르면 빠를수록 그녀를 잡기 쉽겠지.”

하지만 그게 쉽게 될까?
동탁의 말에 왕윤도 말이 없어졌다.


“지금 가장 도움이 될 원소는 공손찬과 싸우고 있고, 그녀의 사촌 동생인 원술은 손책과 대립 중이지, 그렇다고 그 간사한 조조가 도와주겠나? 끽해봤자 지금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은 유장과 마등밖에 없다.”
“멍청한…… 지금 수도가 장악당했는데 자신의 안위만 걱정하다니!”
“그렇다고 그들의 싸움이 끝나고 안정되기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지. 우리는 거점을 잃었고, 지금 당장 함진영을먹일 식량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지.”
“그럼, 이제 어떡하실 겁니까?”
“……그대는 황궁에 잠입, 아니 감시해라, 초선의 어머니라고 말하면 좋은 대우를 받을 테지, 아니 차라리 그대가 장안의 백성을 보살피는 게 어떻겠나?”

항우는 내정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눈치였으니.
왕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는 내일 이야기하도록 하지, 아직 정리해야 할 것들이 남았으니.”
“방을배정해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함진영의 식사는 어떻게……?”
“황궁에서 나오면서 식량을 챙겨 왔으니 한동안은 문제없다. 그리고…….”

동탁은 갑자기 목소리 톤을 낮추더니 말했다.

“……초선과 저는 합방이겠지요? 시어머니.”
“…….”
“…….”


이, 이런 시국에도 주책이야!
그런데…….
나도 쌓여 있으니 나쁘지 않을…… 아, 아니 어머니 앞에서 무슨 생각을…….


“……제가 특별히 신경 썼습니다.”
“역시 시어머니십니다.”

그렇게 시종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방.
그곳엔 여포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네, 네년이 왜 여기에?”
“……여긴 초선과 내 방이다. 부외자는 꺼져.”
“하! 뭔가착오가 있었나 보구나. 여긴 나와 초선의…….”
“여기 3인실이네요.”

내가 말했다.
동탁, 나, 여포.
어머니의 현명한 조치였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일단 씻죠, 여긴 좁지만 개인 욕탕도 있으니까요.”

물론 속으론 3P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우헤헤헤헤헿, 3P다 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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