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첫 키스는 아직이겠지?
“초패왕이시여, 무언가 착오가 있는 거 같습니다!”
나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딱 한 가지알 수 있는건 지금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 예상하기엔, 그녀는 지금 나를 누군가로 착각하고 있다.
초패왕이 평생을 사랑했던 인물. 내가 마운록을 속일 때 잠시 빌렸던 가명.
우희.
그녀는 나에게서 우희를 보고 있었다.
“제 이름은 초선입니다. 부모에게 버려져 뒷골목에서 버려진 기구한 인생을 살았지만 하늘이 도와 사도 왕윤 님에게 거둬져 초선이라는 이름을 받고…….”
“수많은 윤회를 거쳤으니 기억하지 못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 전생은 현대 시대의 살던 남자였는데.
하지만 항우는 그런 건 모른다는 듯이 팔을 펼치며 말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나는 그녀의 가슴 쪽에 시선을 빼앗겼다.
……여포보다 살짝 크군, 하지만 탄력은 비슷한 정도인가.
“여에게 오거라, 여와 함께 지내며 예전 기억들을 되살려…….”
“개소리!”
사자의 울음소리처럼 목울대를 긁으며 외치는 여포. 그녀는 검붉은 마력을 폭발적으로 내뿜으며 항우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약속을 어기며 나오면서 한다는 말이 남의 남편에게 추파? 정말 왕이 맞는 것이냐?”
“……너무나도 똑같구나, 그는 압도적인 힘을 좋아했지.”
“입 닥치고 꺼져라.”
“오만하구나, 그렇다면 보여주도록 하지.”
항우는 허릿춤에 있는 검을 꺼냈다. 칠흑의 마력과 검붉은 마력이 부딪혔고 나는 처음으로 여포의 기운에 밀리지 않는 사람을 보았다.
그리고 항우는 여포에 밀리지 않는, 아니 오히려 더욱 파괴적인 기운을 뿜어내며 두 손으로 검을 잡았다.
그리고 검을 위로 들었다.
저건 위험하다……!
나는 여포에게위험을 알리려고 외치려던 것과 동시에.
“느려──.”
여포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순식간에항우의 앞으로 이동한 여포는 그대로 방천화극을 휘둘렀다.
저 기술은……, 서량에서 마초가 보여줬던 그 기술!
여포조차 살짝 늦은 반응을 보여준 빛과 같은 속도를 자랑하는 기술, 이거라면 항우도 피하지 못할…….
“……빠르군.”
“……!”
“하지만 약해.”
그, 그걸 막았다고?
팔에 있는 갑주로 방천화극의 날카로운 부분이 아닌 기다란 장대 부분을 막으며 그대로 손을 돌려 방천화극을 잡았다. 어마무시한 악력이 방천화극을 타고 여포의 손에 전해졌다.
“호오, 신물이로구나,”
“칫!”
여포는 방천화극을 당기는 것을 포기하고 항우의 얼굴을 발차기를 날렸다. 손을 놓고 가볍게 피하는 항우.
가볍게 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피하는 동작도 보이지 않았다.
“동탁, 뭐 보여요?”
“저거 언제 저리 강해졌느냐, 서량에서 무슨 일 있었나?”
“그, 스스로 한계를 넘었다고 말하긴 했는데요.”
“쯧,가슴이 뛰는군, 한계를 느끼고 무력에 관한 건 포기했건만, 아직 미련이 남아있었나.”
한계를 초월한 두 사람의 대결, 그 모습에 동탁은 물론 장료, 이유, 가후가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끼어들 생각은 할 수도 없었다. 수준 미달의 실력으론 오히려 여포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치고받는 공방전을 벌이던 둘, 그러던 도중 항우가 말했다.
“여포여, 그대는 강하다. 속도, 힘, 모두 나무랄 데가 없지.”
“평가질은 집어치워. 무장이라면 실력으로 말해라!”
“여는 왕이다. 무장의 실력을 평가하는 것이 내 일이지. 참고로 그대는 내 밑에 있던 년들 중 누구 보다 강하다.”
“어쩌라는 것이냐? 칭찬해줬으니 봐달라는 것이냐?”
“아니.”
항우는 다시 한번 검을 들었다.
“그대라면 내 일격을 버틸 수 있을까?”
“오만하군.”
“그것이 나, 초패왕이다.”
하지만 여포는 그녀를 비웃으며 다시 한번 몸을 튕겼다. 다시 한번 마초의 기술을 사용해서 검을 휘두르지 못하게 할 생각으로 그녀의 앞으로 이동했다.
“……흣!?”
여포는 방천화극을 그대로 휘두르려고 했다. 하지만, 극한으로 단련된 직감이 그녀의 행동을 멈췄다.
이대로 휘두르면 죽는다.
아니, 이 공격으로 항우의 목을 베면…….
하지만 급히 베낀 마초의 기술은 아직 허점이 많다, 항우의 말대로 힘 자체는 마초의 찌르기보다 약하다.
그래서 여포는 회피를 택했다. 몸을 뒤로 빼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항우는 그 모습에 웃음을 지으며,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었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산을 뽑는 힘과 세상을 덮을 기운.
그것이 초패왕, 항우였다.
───!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을 덮을 만한 기운. 산을 뽑을 만한 힘, 그 자체가 여포에게로 날아갔다.
일격, 단 한 번 검을 휘두른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은 산을 반으로 가를 듯한 것. 나도 모르게 외쳤다.
“여포──!!”
어전이 반으로 갈라지고, 어전이 폭발하는 듯한 굉음에 휩싸였다. 자욱한 먼지가 시야를 가렸고, 여포의 신형이 가려졌다.
“……저것이 초패왕인가.”
동탁이 작게 흘리듯 말했다. 한 번의 휘두름, 그것만으로 방어 술식이 걸린 자제를 부수고 하늘의 구름마저 갈랐다.
저것이 패왕, 무력 하나로 넓은 대륙을 통일할 뻔한 무신.
“여포 일어나!”
하지만 우리 여포도 무신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이렇게 허무하게 질 리가 없어. 나는 그녀를 믿었다.
자욱한 흙먼지가 구멍 난 어전 사이로 빠져나가고, 이윽고 여포의 모습이 보였다.
“여…… 포?”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깊은숨을 내뱉으며 방천화극을 들고 있는 여포.
그녀는 항우의 공격을 버텨낸 것이다.
“버틴 것인가! 이 항우의 일격을!”
“……생각보다 버틸 만하네, 산 좀 더 뽑아야겠어.”
“흐하하하!”
항우는 웃었다.
“내 평생 진심으로 상대를 상대한 적이 없었다. 허나 오늘 그것이 깨지겠구나!”
항우는 다시검을 들어 올렸다. 이번엔 칠흑의 마력도 같이 항우의 검에 모여들었고, 그 모습에 일행은 절망했다.
지금까지 모든 것이 진심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최강인 여포조차 피를 흘리고 있다. 하늘 위엔 하늘이, 그 위에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지만, 또 다른경지가 있었다.
“나도 진심으로 간다.”
지켜보고있는 인원 전부가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오직 여포만이 무기를 들고 마력을 끌어모았다. 검붉은 마력이 칠흑의 마력에 저항하며 그 기세를 끌어 올렸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여포의 패배는 기정사실이 되리라는 것을. 그만큼 항우의 힘은 대단했다.
“후퇴해야 합니다.”
그때 가후가 말했다.
“도망치자는 것이냐?”
“……저런 괴물을 잡으려면 군대를 끌고 와야 합니다. 한고조 유방도 사면을 군대로 항우를 물리쳤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방법은?”
“……마운록 양, 손 좀 빌리겠습니다.”
가후는 마운록에 품을 뒤져 호버바이크의 열쇠를 찾아낸 뒤에 마운록의 손에 쥐여준 채 허공에 돌렸다. 그러자 나타나는 호버바이크.
“제가 조종을 할 줄 아니 폐하와 마운록 양을 태우고 다 같이 도망치면 아무리 항우라도 여포 님을앞에 두고 저희를 쫓을 순 없을 겁니다.”
“잠깐, 그럼 여포는요?”
“……그게 문제입니다. 어떻게서든 항우를 방심시키거나 시선을 빼앗는다면, 여포 님이 한 방 먹일 수 있을 거 같긴 합니다만, 저로선 패왕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방법이 생각이 나질…….”
“그건 간단하지.”
동탁이 말했다.
그게 쉽다고? 지금 저 미친 싸움에 끼어들겠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절대로 안 된다. 임신한 몸으로 어떻게 저기에…….
하지만 동탁의 방법은 내 예상을 초월했다.
“이, 이……!”
항우의 강렬한 분노가 이쪽으로 향했다. 어떻게 그 싸움에서 항우의 시선을 빼앗았을까?
답은 간단했다.
“쮸으으으읍!”
즈큐우우웅-!
동탁은 항우의 눈앞에서 내 입을 격렬히 탐하기 시작했다.
“읍……!”
쮸아아아압-!
세상은 아니지만 어전을 덮을 정도로 큰 키스 소리. 그 모습에 항우는 싸우던 것도 잊고 나와 동탁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항우여, 초선과의 첫입맞춤은 아직이겠지?”
그거야 당연한 거…….
“초선의 첫 입맞춤 상대는 여포도, 항우도 아니다!”
동탁은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외쳤다.
“이 동탁이다!”
역시 동탁!
내가 생각지도못한 것을 거침없이 해버려!
그래서 동경하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