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7화 〉어전에서 즐기는 재미있는 게임 (57/96)



〈 57화 〉어전에서 즐기는 재미있는 게임

수청을 들라, 수청을 들라…, 수청을 들라…….
헌제의 귀여운 목소리가 어전을 메웠다. 수청을 들라니, 그 소리에 옆에 여포의 눈이 귀신처럼 변했다.  어린애가 나에게 수청을 들라 하니 당연히 화나겠지.


근데 마운록 너는 왜 웃고 있냐?


아무튼,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화를 내는 건 여포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는  들어주겠구나.”
“냣!?”
“수청을 들라고? 그따위로 작은 몸으로? 지나가던 개가 웃겠구나.”
“지, 짐은 작지 않다! 풍만하고 매혹적이고 어떠한 남성도 짐을 보면 고개를 숙이며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럼 황제의 앞에서 고개를 들고…… 폐하, 어째서 저를 내치시나이까? 저는 폐하의 멍청함을 숨기려고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사옵니다.”
“짐이 잠시 생각할 것이 있어 잠시 나라를 맡겼을 때 폭정을 저지른 주제에 말이 많구나!”
“그때는 낙양을 습격한 역도들에게 입은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한 짓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잘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상한 술법으로 백성들을 조종하는 것보다 훨씬 잘하고 있었죠.”
“이이이익! 더는 듣기 싫다!”


저게, 황제?
분명 헌제는 어리지만 범상한 이미지가 있지 않았나? 근데 지금 보이는 모습은 철부지 어린애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때 마신교의 로브를 쓴 채, 황제에게 다가서는 여성. 그녀는 익숙하다는 듯이 헌제에게 말을 걸었다.


“폐하, 고정하시옵소서.”
“저, 저 배은망덕한 아줌마가 짐에게 시비를 걸었단 말이다!”
“죽기 전에 마지막 발악입니다. 놔두시지요.”
“……누굴 죽여?”

선 넘네……?
하지만 말한 사람이 황제다. 그만큼 예를 갖춰서 말해야 한다, 한쪽 무릎을 꿇고 헌제에게 말했다.


“폐하, 그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보면 모르겠느냐! 이것은 심판이다! 짐의 권위를 짓밟은 년들에 대한 심판!”
“……폐하는 아직 어리십니다. 그렇기에 상국이 대신 국정을 대신 한 것인데 어찌 그녀를 그리 대하십니까?”
“짐의 의견을 모두 무시하고 멋대로 나라를 좌지우지한 것이? 이쁘게 봐주었더니  되겠구나, 어디 남자가 국정에 대해 논하느냐!”

이제는 어린애에게까지 무시를 당한다.
서럽네, 이래 봬도 어머니 왕윤을 따라 국정에 대해 공부한 나였다. 물론 동탁이나 이유, 가후처럼 전문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조언을 해  정도는 된다.


내조를 위한 모든 것을 배웠다. 잠도 안 자고 코피를 흘리며 최선을 다해 배웠다.
동탁 같은 미녀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백성의 소리를 들으셔야 합니다! 지금 밖에선 황제를 찬양하는 소리가 넘칩니다!”
“으, 으응? 정말?”
“그럼요! 상국께서 열심히폐하의 이름으로 선한 영향력을 계속해서 끼치셨기에 장안에서 폐하의 인지도는 하늘을 뚫습니다! 매일 거리를 걸으면 하루에 아홉 번! 황궁에 구배지례를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요!”
“……그래?”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백성들을 억압하는 사특한 주술을 풀고 상국에게 상을 줘야…….”

짝-!
어전을 울릴 정도의 박수 소리가 들렸다. 옆에 있던 마신교가 친 것이었다. 그 소리에 말이 끊겼고 헌제의 시선도 그녀에게로 돌아갔다.

“무시당한 날을 생각하십시오, 폐하는 이 나라의 하늘입니다. 그런 폐하를 끌어 내린 역도가 누구입니까?”
“……동탁!”
“경국지색에 빠져 판단이 흐려지면 안 됩니다. 옛날 은나라의 황제가 달기에게 빠져 나라가 멸망 당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네가 옳다! 역시 너는 나의 장자방이다!”


황제를 설득하는 작전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헌제는  마신교의 말을 철떡같이 믿고 있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여포가 움직였다, 그녀의 성격상 그냥 다 박살 내놓고 해결하려는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잠깐!”

아직이야, 아직 무력까지 동원할 상황이 아니다. 지금 백성들에게서 빼앗고 있는 생명력으로 무엇을 할지도 모르고  마신교의 진의도 모른다. 지금 여포가 작정하고 싸우면 동탁도 구출하고  수 있겠지만 그건 표면적인 승리일 뿐, 진정한 승리가 아니다.

황제의 설득은 포기, 그렇다면 정보라도 얻어야 한다.


“폐하!”
“됐다! 듣기 싫다!”
“안 들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여길 봐주십시오!”
“대체 뭘…… 햐앗!?”


귀여운 소리를 내며 두 손으로 눈을 가리는 헌제, 그녀는 왜 그런 행동을 하냐?


“저랑 오락 하나 하지요!”


가슴골이 보일 정도로 옷을 벗었기 때문에. 그 행동에 여포는 물론 동탁도 결계를 내려치며 분개했지만 어쩌겠나, 그녀의 시선을 끌려면 이것밖에 없는데.

“폐하! 시선을 돌리…….”
“오, 오락? 오락 좋지! 하겠다! 황제로서 가끔은 오락도 즐겨야 하는 법!”
“폐하!”
“좋습니다! 다만, 사람이 좀 있어야 재밌는 오락인데, 게다가 술도 필요하고요!”
“무슨 오락이길래?”
“간단합니다,”


나는 모두에게들리게 오락의 규칙을 설명했다. 진짜로 쉬운 오락이기에 설명도 금방 끝났다.

“폐하, 정말 저런 오락을 하실…….”
“재밌겠구나! 당장 술과 만찬을 내놓거라!”
“폐하, 어전에 마물들이 있다면 술맛도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흠, 솔직히 많이 못생기긴 했다! 저 마물들을 치우거라!”
“폐하! 부디 다시 생각을…….”
“……너도 나를 무시하는 것이냐?”

황제의 말에 마신교는 침음성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옳지 잘한다! 좀 더 몰아붙여!

“……아닙니다, 하지만 저도 참여해도 괜찮을까요?”
“물론이다! 그쪽은 세 명이 전부냐?”
“아뇨, 그럼 다섯 명밖에 없지 않습니까? 여섯 명은 있어야죠. 마침 저기 격이 맞으시는 분도 있고요.”
“……설마.”
“그건 안 됩니다! 저자는 지금 반역죄를 물고 있는…….”


그렇게 나올 줄 알고 변명도  준비해뒀다.


“폐하,  생각하십시오. 상국의 웃긴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까?”
“무슨, 아!”
“만일 운이 좋다면, 저 오만한 상국이 네 발로 걸으며 짓는 모습을 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특별 사면이다!당장 그녀를 꺼내주도록!”
“폐하! 제발!”


툭.
나는 여포의 옆구리를 쳤다. 그러자 강렬한 시선이 마신교에게 향했다.


지금 안 풀어주면 황제고 뭐고 다 부숴버릴 거니까 처신 잘해라? 그런 의미가 담긴 시선을 받자 마신교는 식은땀을 흘리며 결계를 해체했다.

“동탁!”
“초선.”
“보고 싶었어요!”


나는 그녀를 껴안았다. 물론 배를 보호하며 그녀의 커다란 젖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녀의 촉감, 전에 그렇게 짜였음에도 여전히 그녀의 몸은 나를 매우 흥분케 했다.

“또 재밌는 일을 벌이는구나.”
“그게 제 특기 아니겠어요?”
“그렇지, 그게 너의 매력이지.”

너무나도 달콤한 그녀와의 재회. 하지만 그런 모습을  좋게 보는 사람도 있었다.

“흠흠, 초선, 황제 폐하의 앞이니 그런 행위는 자중해야지 않겠습니까?”
“일주일 동안 그를 독점해 놓고 말이 많구나, 돼지 같은 년.”
“정치가가 다 됐군, 지가한 짓은 생각  하고 말하네? 그리고돼지? 누가 누구보고 돼지래?”
“나는 두 명이고 너는 하나이지 않느냐?”
“크으으으읏!”


대표적으로 여포, 그리고 자신을 무시하지 말라고 화내는 황제, 그리고…….

“나, 나만 빼고전부 행복해 보이네……? 으힛♡”


웃고 있는 마운록.
이윽고 술과 간단한 안주가 각각 상 위에 올려진 채로 차려졌다. 물론  상황에 시종이 있을 리가 없으니 마신교가 가져다줬다.

준비는 완료되었다.
나는 특별 주문한 6개의 막대기와 그것이 담긴 통을 섞으며 말했다.
내가 하려는 게임은  명의 왕과 1~5까지 무작위로 나누어진 숫자를 받은 나머지에게 명령을 내리는 아주 심플하고 재미있는 게임.

왕 게임을 변형시킨 황제 게임이었다

“제 1회! 어전에서 펼쳐지는 황제 게임을 지금 시작하겠습니다! 다 같이 외쳐주세요!”


황제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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