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이게 수도냐?
부끄러움에 날뛰던 이유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금방 제정신을 되찾았다. 얼굴이 붉어져 있긴 하지만 그녀는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빠, 빨리 오셨군요, 마침 절대적인 무력이 필요하던 차였습니다.”
“동탁, 아니 상국은 어디 계시죠?”
“황제와 함께 독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이런 사단이 일어났죠.”
“그, 그럼 위험한 거 아닌가요?”
“장료 님이 호위로 있으니 괜찮을 겁니다. 저희가 파악하고 있는 마신교 소속 인원 중 그 누구도 장료 님을 뛰어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게다가 상국도 만만한 인물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정말로 그게 전부일까?
황제가 여포와 장료 같은 대단한 무장의 존재를 모르고 이런 일을 벌였겠나? 당연히 알고 여포가 없는 시기에 이런 일을 벌였겠지.
장료까지는 어찌해볼 만한 전력을 데리고 왔다는 것이 내 결론이었다.
“그렇죠, 하지만 이제 그런 가정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됐지요.”
그래. 지금 우리에겐 장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강인!
무적!
최강!
여포가 있지 않은가!
“전력은 충분하겠네요, 그럼 이제 황제가 있는 곳으로 가죠!”
“……아뇨 저는 가지 못할 거 같습니다.”
“네……? 어째서요?”
이유, 삼국지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하고 죽은 비운의 인물이지만, 동탁과 여포, 그리고 황제의 신임을 받는, 생각해보면 대단한 사람이었다. 낙양을 불태우자고 한 것도 이유였다. 그대로 계속 농성하며 버텼다면 분노한 연합군에게 패배해 멸망했겠지, 그만큼 그녀의 능력은 뛰어났고 지금 같은 상황에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어째서요?”
“……가정, 정말로 가정입니다만.”
이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리고살짝 눈을 뜨며 고민하는 이유.
……정말로 큰 일인가 보다. 실눈 캐가 눈을 뜨며 고민한다? 이건 중대 사안이다.
“……확정은 아니니 말씀은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이대로 황제를 만나러 가시면 되니 저는 의문을 풀러 가야겠습니다.”
“그게, 동탁 님보다 훨씬 중요한 건가요?”
“아뇨, 당연히 상국이 훨씬 중요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 일은 여포 장군과 초선 님이 적합하니 저는 제 일을 하겠습니다. 지금 대부분 강력한 마물들은 전부 장료 님이 상대하고 있을 테니 그대로 달려가시면 될 겁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이유는 이 동탁 군에 전부를 건 사람, 그녀도 나만큼 동탁이 다치거나 하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밖에 함진영이 마물들을 제압하고 있으니, 사람이 필요하면 도움을 청하세요.”
“감사합니다, 그럼…….”
이유는 그대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 어쩌지, 마운록이라도 보내줄까……? 아니, 손님으로 온 사람에게 시키는 것은 이상하지.
“……어서 가요!”
“예!”
“화염권…… 잘하시던데.”
그렇게 마물들을 무찌르고 달려 도착한 옥좌, 황제가 있는 곳. 이유의 말대로 딱히 커다란 방해는 없었다. 여포가 있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허접한 대응. 반대로 말하자면 모든 병력이 이쪽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칫, 결계인가!”
예상대로 옥좌로 향하는 문에 피처럼 붉은 마력으로 강력한 결계가 펼쳐져 있었다. 아까 고순을 무력화시킨 그 결계보다 더욱 강력해 보이는 결계.
하지만 아무리 두꺼운 벽이라도 여는 법은 존재했다. ‘열려라, 참깨!’ 같은 마법의 주문처럼 이 두꺼운 결계도 단번에 부술 수 있는 마법의 주문이 나에게 있었다.
“여포.”
아까 겪은 결계보다 더욱 단단해 보이는 결계에 여포는 아까처럼 살짝 주먹을 뻗는 거론 부서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녀는 발을 들었다. 그 모습에 마운록이 기겁하며 말했다.
“서, 설마 발로 차려는 건가요? 옥좌로 가는 문을?!”
정답이다.
마운록은 아직 한 황실에 충성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마등은 그렇지 않았지만 어린 막내딸에게 굳이 한 황실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도 않았다.자연스레 한 황실에 대해 충성심을 가졌던 마씨 가문의 막내딸은 꿈꿔왔던 수도에서의 생활이 박살 나는 것을 느꼈다.
[수도의 유행을 완전 정복! 인기만점 생활.]
[나는 어째서 황제의 신임을 받고 있는가? 저자 – 동중영.]
[남성을 뿅 가게 만드는 옷차림.]
분명 수도에 오면 행복한 생활이 있을 줄 알았다. 우희는 잊고 이제 수도의 멋진 남성들과 화려한 연회를 열며 황제의 신임을 받으며 승승장구 하는 그런 생활.
근데 어째서 나는 무단으로 옥좌로 향하고 있지……?
믿어 왔던 것이 전부 부서지고 있다.
“……어?”
설마, 또?
마운록은 하복부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당황하며 앞을 쳐다보았다.
쾅─!
굉음을 울리며 화려한 문이 결계와 함께 박살 났다.
무른 한 황실의 백성이라면 그 모습을 보고 분개해야 마땅하겠지만…….
뭔가…….
그리 싫지 않은 느낌?
그렇게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채, 마운록의 팬티는 천천히 젖어가고 있었다.
“들어가죠!”
“아, 네! 갈게요!”
그때 들려오는 초선의 외침에 마운록은 저도 모르게 부서진 문을 밟고 앞으로 달렸다. 화려한 복도를 지나고 이윽고 저 멀리 보이는 불빛에 속도를 줄였다.
불빛을 뚫고 도착한 옥좌.
가장 처음에 보인 것은 옥좌에 앉아 있는 황제.
“동탁!”
그리고 바로 옆, 붉은 결계에 갇혀 있는 동탁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지? 초선은 재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흐읍……! 대장, 왔어?”
지쳐 보이는 장료.
“우효-! 저기 초 야한 오빠는 누구~? 앗항♡ 이각이 보지가 질-펀하게 젖어버렸는걸!?”
“엣! 어디냐능!? 아앗! 진짜다능!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온 듯한 저 외모! 소설에서 나온 것이랑 똑같다능!”
“우-웩, 그딴 어투로 말하지 좀 말라니까? 귀가 썩어 버리겠네.”
“흐, 흥! 너 같은 음란한 년과는 할 말 없다능!”
금발에 태닝한 피부, 그리고 양아치 같은 말투를 사용하는 이각.
커다란 안경을 쓴 주근깨가 포인트인 가슴 큰 곽사.
그리고 마물을 소환하는 로브를 쓴 마신교 신도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게, 수도?”
그리고 수도의 현실에 절망하는 마운록도 있었다.
초선은 그녀를 무시한 채 황제를 바라보았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초선은 황제를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남자가황제를 알현하는 거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였다.
그렇게 처음 독대한 황제의 모습은…….
“어린애?”
황실의 인원임을 증명하는 금색의 눈동자를 가진 옥좌에 앉아 있는 어린애.
헌제(獻帝)가 눈앞에 있었다.
“……다.”
“응?”
“나는 동한 낙양의 유백화다!”
뭐라는 거야.
“어린애가 아니다!”
“아 예…….”
“짐이 바로 황제다! 저기 가슴만 큰 탐욕스러운 돼지보다 훨씬 더 나라를 잘 보살필 수 있는 황제란 말이다!”
“…….”
“흐, 흠! 그런데 너의 미모가 상당하구나! 상국…… 아니! 너는 파직이다, 파직! 흥! 거기 갇혀 있는 게 참으로 보기 좋구나! 아무튼! 거기 있는 남자!”
“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그대의 외모는 짐의 심미안을 충분히 만족시켰다, 그러니 성은을 내리겠노라!”
“성은이요?”
“그렇다!”
헌제, 유백화는 손가락으로 초선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 밤! 짐의 수청을 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