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가고 싶어!
“벌써 가시는 겁니까? 아직 상국께서 말한 열흘까지는 시간이 남았는데 좀 더 회포를 풀고 가시지요.”
“아닙니다. 더 있으면 민폐일뿐더러, 상국의 인내심이 그리 오래가진 않아서…….”
“그건 어쩔 수 없겠군요.”
빨리 가지 않으면 동탁이 어떤 보복을 가할지 상상만 해도 오금이 저렸다.
그렇기에 나는 의원에 있는 마등과 마초, 그리고 마운록을 향해 말했다.
“마운록 양은 처음 뵙네요.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시던데, 어디 아프셨나요?”
“아, 아뇨. 저, 저는 그냥…….”
마치 마운록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하는 초선, 며칠을 만났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와 연기에 두려움을 느낀 마초.
“……남자란 무섭군요.”
“무슨 말 하셨나요?”
“아, 아닙니다. 배웅을 못 해 드리는 게 죄송해서…….”
“아! 그러고 보니 내상을 입으셨다고 하셨죠? 너무 죄송하네요…… 이 여편네가 힘 조절을 못 해서…….”
“초, 초선. 이건 제가 한짓이 아닌 스스로 한계를 넘으려다가 생긴…….”
“됐고! 그거 줘봐요!”
“예!? 이, 이건 제가 당당히 우승해서 얻은…….”
“어허! 어서 주세요!”
“힝…….”
여포는 품에서 하얀 구슬을 꺼내 초선에게 주었다. 마치 순한 양 같은 모습에 귀신 같던 그 모습이 익숙한 마씨 가족들은 의외의 면모에 속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귀신 같은 여포가 남편에게 잡혀 사는 꼴이라니.
“이건 엄마도…….”
“커흠! 초선 님! 무엇을 하시려고 영약을 가져가십니까?”
익숙한 갈굼의 현장, 은발의 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자신의 남편이 생각난 마등은 초선에게 물었다.
“제가 알려드리지 않았습니까? 이것은 마력 상승의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치료 효과도 있다고요.”
“아! 분명 내상도 치료할 수 있다고 하셨죠. 설마……?”
“이미 열 개는 넘게 사용한 여포보단 마초 님에게 사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열 개를 사용했다고? 마력을 올려주는 영약은 귀하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없으니 매우 비쌌다. 가격은둘째 치더라도 공급이 없으니 돈이 많아도 얻지 못하는 것이 영약이라는 것.
근데 그게 열 개나 있고 또 있다고?
“더 얻을 수단은 충분히 있으니 사양하지 마시고! 모두 비켜주세요.”
“비켜 달라고…… 아.”
마등은 초선의 말을 이해했다. 분명 내상을 치료하기 위해선 입이 아닌 항문 쪽으로 넣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크, 크흠!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그건 나중에 가족이나 혼자서 하게 하겠습니다.”
“아뇨, 이 구슬의 단점은 제가 넣어줘야 효과가 발휘해서 다른 사람이 넣으면 치유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애초에 마력으로 변하지 않아요.”
“그게 무슨? 그렇다면 설마…….”
“그래요!”
초선은 하얀 구슬을 손에 쥐고 말했다.
“마초 님, 속바지 벗으세요!”
“자, 잠깐만요!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여포 님! 좀 말려보세요!”
“……고작 엉덩이에 구슬을 넣는 것이지 않냐, 그 정돈 이해한다.”
“저 엉덩이에 뭘 넣어 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저런 커다란 구슬을…….”
마운록은 이 난장판을 보며 생각했다.
‘하, 항문 성교!? 어, 언니랑 우희를 닮은 사람이?!’
좋아, 오히려 좋아.
마운록은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 뒤로 나갔다.
*
*
*
[저, 정말 벗어야 하나요? 하다못해 씻기라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내상으로 움직이기도 힘드실 텐데 제가 벗겨드릴게요.]
[괘, 괜찮, 히잇!?]
[앗, 귀여운 속옷! 분홍색 프릴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자, 잠깐만요! 제발!]
‘……부럽다.’
저런 행위라도 좋으니 나도 저분에게 옷을 벗겨지며 숨기고 싶은 부위를 보여주고 싶다. 큰 구슬이든 뭐든, 주먹이어도 괜찮다. 나도 그렇게 해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지금 얼굴에 오만가지 짜증을 담고 있는 여포도 있었고, 무엇보다 하복부에 느껴지는 감각은 상상하던 그 상황보다 훨씬 더 뜨거웠기 때문에.
[그, 그렇게 큰 걸 넣는다고요!? 절대 안 들어가요!]
[짜잔, 절대라는 건 존재하지 않더군요!]
[힉!? 드, 들어, 들어가고 있어?!]
[내상이 치료되는 게 느껴지십니까?]
[느낌이 이상해요…… 뭐, 뭔가 와앗……!]
“흐아아…….”
미쳤다.
그는 우희가 아니다. 닮은 사람이고 결혼까지 한 사람, 하지만 어째서일까.
‘왜 이렇게…… 뜨거운 걸까?’
허벅지를 비비며 쾌락을 참아내었다.
저건 유부남이야, 그것도 언니를 이긴 최강이라고불리는 여자의…….
……좋아하는 사람과 똑같이 생긴 남자가 넘볼 수 없는 여자의 것?
“저, 잠시 화장실좀…….”
“갔다 오려무나.”
마운록은 그대로 퇴장했다.
그와 동시에 초선이 커튼을 열고 나왔다.
“잘 됐나요?”
“그렇습니다!환자가 잘 참아줘서 다행이었습니다.”
마치 수술을 마치고 나온 의사처럼 초선은 땀을 닦으며 커튼을 열었다. 그곳엔 엎드린 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마초가 있었다. 그녀는 힘겹게 몸을 돌리며 흘렸던 침을 닦으며 침대에 누웠다.
“좀 나아지셨나요?”
“몸을 살필 상태가 아니…… 어?”
이상한 쾌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마초는 몸을 돌리면서 느꼈던 내상이 많이 완화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괘, 괜찮아졌네요?”
“의원을 불러오마.”
마등이 의원을 불러왔다. 다시 진맥을 집은 의원은 깜짝 놀라 물었다.
“허어! 이거 놀랍군요!”
“어디 잘 못 된 곳이라도 있습니까?”
“그 반대입니다! 너무나도 좋아졌군요. 이대로라면 두 달, 아니 한 달 안에 모두 치유되실 겁니다!”
마등과 마초는 삼분의 일로 줄어든 치유 기간에 놀라며 초선을 쳐다보았다.
“엣헴.”
초선은 오만한 표정으로 웃으며 자신의 위용을 자랑했다. 때려주고 싶은 모습에도 마등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고 마초도 감사를 표했다.
“어라? 근데 마운록 양은요?”
“잠시 화장실에 갔습니다.”
“인사라도 하고 가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네요.”
좀 더 놀리고 가고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좀 더 여포와 러브러브한 모습을 보여주며 놀리고 싶었지만 동탁을 더 기다리게 하면 큰일 날 거 같으니 빨리 인사를 나눴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뵈러 가겠습니다.”
“그럼 이만.”
초선과 여포가 의원을 나갔다. 그와 거의 동시에 마운록이 붉게 물든 얼굴로 다시 나왔다.
“어? 그, 그분들은 어디에……?”
“가셨단다, 근데 얼굴이 붉은데 어디 아프니?”
“……가셨다고요?”
“그래, 뭐 물어볼 것이 있었니?”
“안 되는데…… 뭔가, 걸리는 게…….”
마운록은 뭔가 풀리지 않은 것이 있다는 듯 혼란스러워하며 머리를 긁었다.
“좀 더, 좀 더 있어야…….”
“……무언가 봤니?”
“마음속에, 뭔가 답답한 것이, 남아서…….”
마등은 괴로워하는 마운록의 모습에 표정을 굳히며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래, 방 안에만 있다가 동경하던 언니를 이긴 사람을 처음 만났을 테니, 가슴이 답답하겠지.’
완전히 틀린 생각을 한 마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운록아.”
“…….”
“좁은 방안에 갇혀 커다란 세상을 보지 못했구나. 그래서 그런거니?”
“……?”
마운록은 뭔가 이상한 소리를 하는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딱히 반박할 생각은 못 하고 그대로 말을 들었다.
“오랫동안 방에 있었던 마씨 가문의 막내에게 명하겠다.”
“엉……?”
“장안으로 가서 세상을 보고 오거라.”
“……엥?”
그렇게 마운록은 어머니의 명에 따라 성문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어머니에게 받은 무언가를 들고서.
그렇게 달려 도착한 성문엔 적토마를 타고 있는 초선과 여포가 보였다.
“저, 잠시!”
“……운록 양?”
숨을 헐떡거리는 마운록을 향해 초선이 물었다. 다정하게 초선의 허리를 껴안고 있는 모습에 가슴에 고통이 일었고, 도 다른 느낌이 다시 자신을 감쌓다.
‘그래, 내가 알고 싶은 느낌은 바로…….’
마운록은 뜨거운 가슴을 붙잡으며 외쳤다.
“가, 가…….”
하지만 어째서일까,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고장난 라디오처럼 똑같은 음절만 계속 반복해서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초선이 말했다.
“가고 싶다고 말해!”
“가, 가……!”
마운록은 고개를 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쳤다.
“가고 싶어!”
이중적인 의미를 담은 말은 초선의 가슴을 울렸다.
“나도 같이 데려가 줘요! 장안으로!”
“……음!”
초선은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그럼 따라와요! 장안으로!”
“……네!”
“탈 것은 있나요?”
마운록은 품 안에서 열쇠를 꺼냈다. 그것을허공에 대고 돌렸다.
“호버바이크, 그 정도면 따라올 수 있겠죠?”
“……예!”
적토마와 호버바이크가 무서운 속도로 도로를달렸다. 해를 등지며 달리는 그들의 모습은 밝은 내일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해피 엔딩으로 끝나나 싶었다.
“느에?”
……장안이 불타는 것을 보지 않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