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1화 〉결승전 (51/96)



〈 51화 〉결승전

[드디어 만났습니다! 결승전에서 만난  인물! 사실 거의 예정되어 있다고 봐도 됐지요!]


흥분한 마대가 침을 튀기며 확성기를잡고 외쳤다. 관객들도 흥이 오르는지 환호와 열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두 사람 때문.


[선수를 소개합니다! 서량의 금! 비단! 외모출중 실력출중 창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인마일체의 서량 최강의인물! 금! 마! 초!]


와아아아아-!
엄청난 환호와 함께 마초가 그에 화답하듯 창을 들어 올렸다. 자오열화창을 든 마초의 모습은 그야말로 귀공주와도 같았다. 같은 여자가 봐도 아름답다고 느낄 외모의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며 마초를 연호했다.

[하!지!만! 그 상대는 그야말로 최강! 전국구에서 최강이라는 소리를 듣는 인물입니다! 비장!  중에는 적토마가 있다면 사람 중에는 여포가 있다! 소개합니다! 세계 최강의 장수! 여포 님이십니다!]

와아아아아-!
서량에서 열린 경기지만 여포에게쏟아지는 환호도 마초 못지않았다. 전에 보여준 생각보다 예의 바른 성격과 최강이라는 단어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보여줘서 그런가, 여포를 응원하는 자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하하, 뜨거운 열기네요, 하지만 잠시!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승 상품부터 설명해 드려야겠죠?]


마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난간 앞까지 간 후에 무언가를 들어 올렸다. 하얗고 탁한 구슬이 햇빛을 받으며 밝게 빛나고 있었다.


[바로  구슬! 정(精 )의 구슬이라고 불리는 것! 무엇인지 잘 모르시겠다고요? 간단합니다! 먹으면 피로 회복! 피부에 바르면 미용! 그, 그리고 좌약처럼 쓴다면 내상 치료! 그리고…… 그, 조금 천박하지만, 음부 안에 넣으면 마력도 증가하는! 다용도 영약입니다!]

그 말에 관객들이 수군댔다.


저게 말이 되나?
에이, 그냥 효과는 별로 없는 만병통치약 같은 거겠지.
저, 저렇게 큰 구슬을?

[효과가 안 좋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다용도 영약이니까요?]

전부 다 좋으면 말도 안 되지!
그런 영약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건 말도 안 돼요!


[당연히 말이 되죠오! 만성으로 고통받는 두통도! 주름져 가는 피부도! 속에 내상도! 마력이 적으시다고요? 만일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이것을 사용하면 확실한 체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마력 상승을! 물론 저기 대단한 두 선수에겐 딱히 큰 체감은 느끼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른 용도로도 정말로 쓸만한 영약이죠!]

세상에! 그런 영약이 있다니!
정말 대단해요!


[자매품으로 스쿠터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속도도 어느 정도 빠르고 가벼운 물건을 들고 가는 것도 편하고 오르막길도 어느 정도 오를 수 있는 탈것! 음식점 사장님들! 아니면 출근하시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 드리는 제품! 단돈…….]


열렬히 광고도 하는 모습에 마등이 웃음을 지었다.

[너무 시간을 끌었나요? 그럼 이제 서량을 넘어 전국구 최강을 노리는 우리의 귀공주! 마초 선수와 방어하는 여포 선수의 경기를 시작─── 하겠습니다!]


*
*
*


경기가 시작되었다.
전과는 다르게 돌진부터 해서 바로 끝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며 약간의 탐색전을 하는 모습. 그만큼 마초가 강하시다는 거겠지.


이제 이걸로 마운록과 씹덕 토크를 이어 나가야 하는데…….


요즘 얘가 이상하다.

“어, 언니가 져? 우희를 빼앗는 여자에게? 헤, 헤헤…… 우희도 뺏기고 이젠 언니마저……?”

갑자기 혼잣말하며 얼굴을 붉히고 다리를 비비는 모습은 뭔가…… 야하면서도 미친? 그런 느낌이 났다. 게다가 다크서클이 쭉 내려온 모습은 뭔가 전보다 훨씬 더 방구석 폐인다웠다.


얘 어디 아픈가……. 갑자기 왜 이러지? 분명 잠은 잘 자게 해주지 않나? 기절 시키는 거긴 하지만 두통도 안 나게 해줄 건 다 해주는데?

혹시 눈앞에서 보여준 여포와 정사 때문인가? 뭐, 아무리 꿈속처럼 느끼게 해줘도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이렇게 폐인처럼 되는 것도

.
.
.


근데 그러면 묻지마 고백은 하지 말던가, 분명 자기도 알지 않을까? 고백을 하면 이상한 꿈을꾼다는 건. 근데도한다는 것은 뭐야! 이상 성욕이라든가 그런 거야?!

“……에이!”

그럴 리가 없지! 어떤 멍청이가 좋아하는 여자가 빼앗기는 걸 좋아해?
뭐, 그것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거나 피곤할 수는 있겠지.


그때, 철과 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격돌의 순간이었다.

“아앗! 시작했어요. 어서 봐요!”
“녜? 자, 잠시. 잠시 마음의 준비를…….”
“직접 싸우는 것도 아닌데 무슨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요?”
“으으…….”

마운록은 보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가 슬며시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보고 싶다는 거야 뭐야, 설마 동경하는 언니가 패배하는 모습을 보고 싶진 않지만 결과는 궁금하니 그런 걸까?


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불쌍하다. 동경하는 언니가 패배하는 것을 봐야 하니까.
여포가 질 수도 있지 않냐고?


푸하하하핳!
차라리 세상이 멸망한다고 하세요.
 여포가 지는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1대1로 여포를 이긴다고? 어림도 없지, 바로 현실을 알려줘 버리기!

[아앗! 무자비한 연격을 가하는 여포 선수! 아직까진 능숙하게 방어하는 마초 선수지만 조금씩 그 방어가 뚫리고 있습니다!]

“아……♡”


음음!
이게 정상이지, 아무리 마초가 강하다고 한들 삼국지에서 여포의 위상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게다가 그녀의 말로는 전보다 강해졌다고 하니 아마 마초가 세 명 정도는 있어야 여포와 비빌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비통에 잠긴 눈으로 경기를 쳐다보는 마운록을 바라보았다. 안타까운 눈과 살짝 올라가고 있는 입고리, 그야말로 절망의 빠진 자의 얼굴……?

“어, 운록님?”
“예?”
“아, 아니에요.”

이 여자 웃는데요?
아니 웃는 건 아니고 살짝 울면서 웃는, 그런광기가 엿보이는 웃음.


“우희 양.”
“어…… 예?”
“저는 제 삶이 비극인  알았어요.”


그녀는 그런 웃음을 지은 채 말했다.

“근데 희극이었네요.”
“……괜찮으신가요?”
“아뇨, 별거 아니에요.”

그녀는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힌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때 보인 그녀의 눈에 빛은 없었다.

‘저 눈 뭐야……?’


“그저 세상이 멋지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개소리.
저런 눈에서 세상이 곱게 보일 리 없다. 무언가 비틀린 것을 본 사람의 눈, 그런 눈에 나는 소름을 느꼈다.

얘,  진짜 왜 이래?


난 한 게 없는데!?

[어?! 이게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무섭게 반격하는 마초 선수!]


마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초가 반격한다는 소리에 살짝이나마, 마운록의 눈에 빛이 들어왔다.


“언……니?”

마대의 말대로, 마초는 여포의 연격을 튕겨내고 무서운 속도로 여포에게 반격을 가하고 있었다.

수십 개의 환영이 여포를 압박하고 있었다. 구룡 같은 9개의 환영도 아닌, 그보다 배는 많은 연격이 거의 동시에 여포를 향해 찔러지고 있었다.


“하─압!”

기합을 넣은 일격으로그 모든 창을 날려버린 여포, 그것을  나는 생각했다.


끝났군, 최후의 일격인 거 같았는데 저렇게 허무하게 막히면 끝났지. 이제 여포의 손에…….


“금룡포…….”
“아직 보여줄  남았나?”
“32연!”


하지만, 나는  생각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보다 훨씬 많은 창이 동시에 여포를 향해 왔기 때문이었다.

“대단해…….”

나도 모르게여포가 아닌, 마초에게 찬사를 날리고 말았다. 그 말을 들은마운록은 평소의 눈빛으로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분명, 구룡까지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저도 몰라요.”
“예?”
“진짜 말도  되는 수준이네, 어떻게 한 거지? 32연? 누구는 환영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데 누구는 32개를 전부 실체가 있게 써?”

그녀는 씹덕처럼 스스로 중얼거리며 방금 보여준 공격에 대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딱히 좋아하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요즘 보여준 모습이 평소와는 달랐기에 이 모습조차 반가웠다.

“좋구나, 피가 끓어 오르고 있다!”
“하아, 하아…….”
“좀 더 보여줘 봐라!”


하지만 상대는 여포, 말도 안 될 거 같은 공격도 말도 안 되는 방어로 막아버린 여포는 연격이 아닌, 한 방 한 방 강력한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쾅-! 콰쾅─!
서로의 무구가 격돌할 때마다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여포는 방덕 과의 싸움은 애교라는 듯이 무자비한 미소를 지으며 대지가 울리는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금룡포…….”
“좋다, 얼마든지 와라!”
“64연!”

무려 두 배, 압도적인 숫자의 폭력, 아무리 여포라도 저 공격은 막지 못하지 않을까?  모든 공격이 무서운 관통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여포라도 저런 공격을 맞으면 성치 못할 것.

이라고 생각했냐? 마운록!


“크하하하하하-!”
“크읏!?”

소름 끼치는 웃음과 함께 여포의 주변의 검붉은 마력으로  태풍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비한 일이 벌어졌다.


“아닛……!”
“저게 무슨……?”

마초의 64연이 붉은 마력에 닿자, 마치 공간이 비틀린 듯이 창날이 휘기 시작했다. 마초는 섬뜩함을 느끼고 바로 말을 돌려 뒤로 빠져나갔다. 자오열화창은 다행히 이상이 없었지만, 모든 것을 담은 일격이 막힌 것은 마초의 정신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 힘은 무엇이죠?”
“뭐라 생각하느냐?”
“……벽, 벽의 뒤가, 느껴집니다.”
“그런가?”


그 순간, 여포의 신형이 사라졌다. 모두가 어리둥절 하고 있을 때, 마초와 마운록만이 경계를 놓지 않았다. 마운록은 경기에 완전히 몰입한지, 마초를 향해 소리쳤다.


“뒤를 조심해 언니!”

마운록에 말대로, 무서운 속도로 나타난 적토마와 여포가 마초의 뒤를 노렸다. 겨우겨우 말 머리를 돌려 여포의 공격을 막은 마초. 하지만 급히 말을 다룬 탓일까.

-히이이잉!
“젠장!”

구슬픈 단말마를 남기고 쓰러진 마초의 말, 마초는 급히 말의 근처에서 벗어났다.
그와 동시에 여포도 적토마에서 뛰어 내렸다.


누가 봐도 상대를 무시해 봐주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 하지만 아무도 뭐라 말하지 못했다. 그 누가 그런 소리를 할  있을까.

상대는 여포였다.
검붉은 마력을 뿜어내며 다가오는 여포의 모습은 수라, 신화에 나오는 인물과도 같았다.

“……괴물.”

 모습을  마운록이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방덕 과의 싸움으로 그녀가 차원이 다르단 것을 알았다. 마초 언니보다 강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런 생각 자체가 오만이었다.
저런 괴물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었다.

“답이, 없어…….”

절망에 빠진 마운록이 말했다.

“아니요. 희망은 있어요.”
“노력, 재능, 용기로 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저건 재앙, 인간이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우희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압도적인 강함에 무엇이 통용되냐고……!”
“노력, 재능, 용기로 될 수도 있는 거 같은데요? 저기를 보세요.”


초선이 손가락으로 마초를 가리켰다.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이길 수가 없는 싸움, 하지만 마초는 창을 들었다.


“그녀의 노력, 재능, 그리고 용기.”

지이이잉--.
공기가 떨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모든 것을 극한으로 단련한 사람이에요.”

투───쾅!!!!!


섬광(閃光).
마치 빛이 반짝이는 듯한 속도. 그녀의 금빛 마력과 함께  속도가 합쳐지니, 마치 빛이 발광한 듯한, 그런 느낌을 주었고.

주륵-.

여포의 볼에 한 줄기 피가 흘렀다.


“별에 닿을 자격은 충분하죠.”


대회장에 있는 모두가 그 광경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빛과 같은 속도로 여포의 얼굴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마초의 일격은 결국 여포의 회피로 작은 생채기만 만들었다.


하지만 마초는 웃었다. 거의 탈진 상태에 가까운 마초였지만, 그럼에도 웃음을 지었다. 그런 그녀에게 여포가 물었다.

“경치를 보았느냐?”
“……예.”
“죽이지?”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너는 올라올  있을 거다. 물론 그때쯤이면 나는 더욱 앞서 나갔겠지만.”


여포는 볼에서 나오는 피를 닦으며 마초를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걸어 나갔다.


털썩-.
그리고 마초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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