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중독.
붸에에에─.
“상국.”
눼에에에─.
“정신 차리십시오.”
“느에에에.”
“어린애처럼 뭐 하시는겁니까.”
가후는 책상에 엎드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동탁을 바라보며 말했다.
의욕이 일도 없어 보이는 눈과 옆에 쌓인 거대한 서류의 산. 가후는 그 끔찍한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들고 있는 서류의 산을 동탁의 책상에 내려 놓았다.
이래서 일은 미리 끝내는 것이 좋다. 하루 이틀만 쉬어도 바로 이렇게 끔찍한 일이 일어나니까.
“상국, 산이 쌓이고 있습니다. 이거 시간 지나면 다 처리 못 합니다.”
“네가 해라아아아.”
“상국이 결제만 하시면 되는 것들입니다. 그냥 도장만 찍으시면 됩니다.”
그럼에도 엎드린 채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동탁에 가후는 눈을 감았다.
이것이 초선 님이 없어진 결과인가, 동탁의 변화가 초선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주체가 사라지니까 의욕이 사라진 동탁.
‘전처럼 폭정을 일으키는 것보단 났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안 된다. 오죽하면 폭군보다 암군이 더 질이 나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상국, 일주일만 더 참으시면 됩니다. 그러니 오기 전에 멋진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말은 오고 나서 하는 게 어떠냐?”
“안 오는데 어떻게 합니까?”
“특명을 주지, 여포 몰래 초선을 데리고 와라, 그년은 두고 와도 괜찮다.”
“여포 님에게서요? 그렇다면 장료 님과 고순 님, 이유 님, 그리고 함진영 오만을 주신다면 해보겠습니다.”
“그럴 병력 없다. 너 혼자 데려와라.”
“아직 죽기 싫습니다.”
“나도 일하기 싫다.”
원점으로 돌아온 대답에 다시 한번 한숨을 뱉은 가후는 결국,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마신교의 근거지를 알아냈습니다.”
“호오?”
그제서야 관심을 보인다는 듯, 무거운 몸을 일으킨 동탁.
“그래, 그런 흥미로운 안건을 가져와야 내가 일할 마음이 들지 않겠느냐? 그래서, 근거지가 어디냐, 뭐 저 멀리 있는 남만이라도 되는 것이냐? 아니면 공손찬이 있는 북방?”
“아니요, 예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가까운 곳?”
가후는 이제는 불타버린, 옛 수도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하, 낙양에 숨어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찾기 힘든 이유가 있었군, 잿더미 속에 숨은 쥐새끼들이라…….”
너무나도 어울리는 꼴이구나.
잿더미 속에서 비참하게 숨어있는 꼴을 상상한 동탁은 한심하다는 듯, 그들을 비웃었다.
“누구는 하늘 아래 당당히 살고 한 줌 부끄럼 없이 세상을 활보하는데 그년들은 잿더미 속에서 하늘을 두려워하는구나.”
“……상국도 원한을 많이 산 거로 압니다만.”
“나는 휘황찬란한 생활을 하고 있지 않느냐? 손짓 한 번에 수천을 부리고 한때는 나라도 움직였지.”
멍청한 것들.
동탁은 마신교를 실컷 비웃다가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고 가후에게 명했다.
“고순과 장료에게 전해라, 함진영을 선보일 때가 왔다고.”
“명을 받들겠습니다.”
가후는 고개를 숙이고 뒷걸음질로 방을 나갔다. 동탁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 하기 싫어.”
초선 보고 싶다.
그 하얗고 탁하고 끈적한 음료수를 먹고 싶다. 전에 초선에게 모유를 먹여준 것처럼 그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박고 계속해서 빨아먹고 싶다.
여포 년은 지금 계속해서 그 짓을 하고 있겠지.
“……하기 싫어.”
결국, 동탁은 다시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
*
*
“저 기술은 허영창의 종류 중 하나인 구룡이라고 합니다. 순식간에 9개의 환영을 만들어 마치 아홉 군데에서 공격이 오는 듯한 착각을 주는 기술인데요.”
“와아아, 그.렇.구.나.”
“하지만 쓰는 사람이 서량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고 가장 멋지고 서량에서 장가가고싶어 하는 사람 1위에 꼽히는 아주 멋진 여자거든요? 그만큼 차원이 다른 기술을 가진 사람인데요, 저기 보이시죠? 아홉 개의 환영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저 사람에겐 환영이 아닙니다. 전부 실체가 있는 공격인 데다가 모두 파괴력도 상당해서 한 대라도 공격을 허용하면 경기는 끝났다고 봐야 하는데 어? 벌써 맞았네요?”
쉴새 없이 떠드는 마운록에 어질어질한정신을 겨우 다잡고 경기를 쳐다봤다. 그곳엔 여유로운 모습으로 창을 거두는 마초와 무릎을 꿇은 다른 상대가 보였다.
[승자는 서량의 금! 마초 선수입니다! 염행 선수도 엄청난 경기를 보여줬네요!]
“흥, 어릴 때 그렇게 우릴괴롭히더니, 꼴 좋다!”
“괴롭히다니요?”
“아, 아뇨! 별거 아니에요!그건 그렇고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하하, 저는 아직 구룡도 쓰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서량 최강의 여자에 도전할 겁니다!”
“아, 그러시구나아.”
초선은 갑작스럽게 감당하지 못할 텐션으로 말을 거는 마운록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얘가 왜 이러지? 분명 어제 얘 앞에서 거의 시늉이긴 하지만 여포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아무리 꿈이라고 생각하게 했어도 이 정도의 텐션은 뭔가…….
‘아무렴, 좋은 게 좋은 거지!’
아 몰랑. 더 생각하기에 귀찮아.
좋아진 거면 좋은 거지 뭘 또 의심부터 하고 있냐, 예상대로 안 되기는 했지만 예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그게 나쁜 길일지 좋은 길일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이제 대회도 사흘 뒤엔 끝이네요.”
“아…….”
대회가 없어지면 나를 만나지 못한다고 생각했을까, 어두워지는 마운록의 표정. 실제로 나는 대회가 끝나면 이 변장을 한 채 마운록과 만날 생각이 없었다.
왜냐고?
나중에 마초에게 나랑 만났던 일을 완전히 잊은 척해달라고 한 뒤에 변장을 풀고 여포의 남편으로서 마주 본 마운록의 표정이 궁금해서다. 턱이 땅에 닿을 정도로 놀라지 않을까.
그렇게만 한다면 책 속에서 튀어나온 캐릭터의 역할도 충분히 이행할 수 있었다. 책 속의 캐릭터가현실로 나와 어두운 현실을 해결한 뒤에 사라지는 결말. 정말로 씹덕 같지만 그래서 좋아.
나중에 그 캐릭터와비슷한 사람을 만났지만 그 사람은 이미 누군가의 남편, 만약 그 사실에 절망하면 직접 찾아가서…….
‘살살 어루만져 주면 해결!’
나의 테크닉을 쬐금만 맛보거라!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저…… 우희소자!”
“네?”
“말할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나는 다시 기분이안 좋아질 수 밖에 없었다.
이 패턴은 설마, 또?
“좋아합니다!”
나는 다시 손뼉을 쳤다.
*
*
*
[천하무쌍의보지 맛이 어떠냐?]
[미쳐버릴 거 같아여♡]
[크읏! 정말 미쳐버린 명기구나! 싸는 것이냐? 어서 자궁으로 정액을 쏟아부어라!]
[헤으응♡]
“……시발.”
마운록은 다시 꾼 악몽에 한숨을 내쉬었다.
“개같은 꿈 또 꿨네.”
다행히 어제 한 번 겪어서 그런지 마음에 답답함은 그나마 나았지만, 그럼에도 아픈 가슴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짜증 난다는 듯이 거칠게 찬물을 틀었다.
하지만, 여전히 느껴지는 하복부의 온기. 마운록은 어제의 창으로 자위한 것이 생각나 얼굴을 붉혔다.
‘……조금만 만질까?’
‘어차피 어제 봉으로 했잖아, 그럴 바엔 그냥 안전하게 여기서…….’
‘기분은 개같았지만, 쾌락은…….’
연무장 바닥에 웅덩이가 생길 만큼 강렬한 절정이었다. 게다가 그런 절정을 무려 5번이나 했고, 결국 중간에 수건을 가지고 웅덩이를 전부 치우고 나서야 수련을 할 수 있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지금…….
“아냐, 정신 차려! 너는 변태가 아니야!”
정신을 차린 마운록은 샤워를 끝내고 팬티를 입지 않고 수련복을 입고 다시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초도 연무장에 도착했고, 대련이 시작되었다.
“……어제와는 다르구나. 전혀 집중하고 있지 않아.”
“…….”
“무슨 일이 있니?”
마운록은 마초의 기대를 잃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것은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자, 잠시 화장실 좀요!”
화장실에 도착한 마운록은 문을 닫고 벽에 기대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손을 천천히 내렸다.
“아흥……♡”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화장실에서 돌아온 마운록은, 어제와 같은 집중력을보여줬다. 그 모습에 마초도 흡족해하며 대련을 이어갔다.
그 이후, 다시 초선을 만난 마운록은 다시 고백했다. 당연하게도 오늘 밤도 악몽을 꿨다.
“…….”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 마운록은 또다시 초선에게 고백했다.
“……흐읏♡”
결승이 시작되는 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