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그곳은 삼류에요옷♥
“용기란 두려움을 아는 것!”
시발.
내가 웬만해선 욕을 안 하는데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다.
“그것을 지배하고 한 걸음 나아가는 용기!”
분명 만화책으로 볼 때는 좋았는데 왜 직접 말하니 기분이 이리 그지같을까.
손발이 전부 사라져 버릴 듯한 느낌이었다. 무너져가는 표정을 입술을 깨물며 겨우 참아내고 나무 뒤에 숨은 마운록이 빨리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천천히 옷을 가다듬는 마운록을 슬며시 본 나는 열불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이런 거지 같은 상황을 만들어가며 혼잣말까지 지껄였는데, 나약한 정신을 가진 마운록을 위해 연극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나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주는 것과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이딴 개짓거리를 한 것이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강한 것이 전부가 아니라 노력하는 것 자체가 값져 보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목표였다. 노력한다고 해서 마초보다 강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럼에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것을 알려줘야 했다.
근데…… 꼭 이렇게까지 부끄러움을 느끼며 해야 할까?
아니야,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자…… 만약 황제를 찾지 못한다면 군웅들이 장안을 탈취하려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후방에 들어오는 공격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원만한 관계로는 흐름을 막을 수 없으니까.
‘나는…… 좋아서 이런 짓을 하는 게 아니야. 동탁과 여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야.’
나는 조심히 다가오는 마운록을 보며 생각했다.
귀여운 외모, 아담한 키, 그리고 마초와 같은 금은빛 머리카락. 팍씨, 이쁘지 않았으면 바로 여포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죽어라 패면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요?
다행인 줄 알아라, 목숨을 살려줬으니 좀 정신 좀 차리고, 어? 부모님 속 좀 썩이지 말고 정신 차리고 살란 말이야!
“하, 하루만이네요! 저희 어제 만났었죠!? 반가워요! 아하하! 그러고 보니 저희 이름도 모르네요! 제 이름은 마운록입니다!”
하지만 이성은 처음 만나보는 씹덕과 같이 말하는 마운록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갈 길이 멀었다.
*
*
*
“제 정체가 궁금하신가요?”
마운록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을 붉히고 눈도 못 마주치지만 용기를 내고 있다는 듯이 가슴을 펴고 초선의 앞에 섰다.
‘작아.’
물론 초선은 용기 따위를 보지 않고 마운록의 몸매를 바라보았다. 작은 가슴, 동탁과 비교하는 거 자체가 실례인 크기, 하지만 초선은 실망하지 않았다.
모든 가슴은 평등하고 크든 작든 모두 색다른 맛이 있다. 그것이 초선의 지론이었다.
‘근데 주름진 가슴은 좀…….’
초선은 가끔 클럽에 오는 늙은 여성들이 가슴을 깐 채로 오는 경우를 생각보다 많이 봐왔다. 주름지고 축 처진 가슴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역겨움을 자아냈다.
40 이상 노출 금지!
단, 외형만 40이하면 가능합니다.
초선이 클럽에 적어놓은 문구였다. 그 주름진 가슴과 마운록의 가슴을 비교하면 당연하게도 마운록의 작고 아담한 가슴의 압살이었다. 게다가 동탁 군엔 대부분 가슴이 커다래서 이런 아담한 가슴도 의외로 마음에 든 초선.
“아하하! 배려가 없었네요! 그대 같은 아름다운 분에게 공짜로 이름을 알려고 하다니!”
“우희에요.”
“예?”
그렇기에 연극을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
설정상 여기의 세 번째 히어로는모두에게 상냥하지만 특히나 주인공에게 특별하게 취급해주는 것으로 아낌없이 주는 유형의 히어로였다.
하지만 혹시나 마운록이 초선의 이름을 알고 있을 수도 있으니 초선은 가명을 말했다. 게다가 책에서도 세 번째 히어로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상냥한 귀족이라고 불릴 뿐, 이름을 부르거나 하진 않았다.
“제 이름, 우희라고요.”
“우희…… 저,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네요! 그, 그런데 알려주셔도 되나요?”
“이름을 알려주는 것도 안 되나요?”
“그, 뭔가 조건 같은 것이…….”
“그런 건 없는데요?”
궁금하겠지, 마초에겐 철벽을 쳤으면서 왜 자신에겐 바로 대답을 해주는가, 그리고 생각할 것이다.
“정말로…… 상냥한 귀족? 그, 그리고 내가 주인공?”
씹덕처럼 사람 앞에서 중얼거리는 것을 애써 못 들은 척하는 초선은 그녀에게 손을 잡으며 말했다.
“대회가 진행되고 있어요. 같이 보실래요?”
“네, 네헷!”
혀를 씹은 마운록을 초선은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며 바위에 걸터앉았다.
마운록은 혹시나 손에 땀이 나지 않을까, 걱정하며 손을 잡힌 채로 바위에 앉았다.
‘……이거 완전 연인 아닌가?’
손을 잡고 같이 무언가를 보는 행위, 게다가 이런 은밀한 숲속에서……. 마운록은 언젠가 본 야한 서책에 나오는 여자와 남자의 밀회 장면을 생각하며 망상의 나래를 펼쳤다.
‘또 이상한 생각 하네.’
물론 허벅지를 비비며 대회에 집중하지 못 하는 마운록을 본 초선은 짜게 식은 눈으로 마운록을 흘겨보았다.
씹덕 특, 이성이 조금만 대쉬해도 손주까지 생각함.
하지만 초선은 딱히 그 생각을 교정시켜 줄 생각은 없었다. 그러라고 이렇게 유혹하고 있는 것이고…….
‘어차피 튈 거니까.’
실연의 아픔을 딛고 더 높게 올라서라!
사악한 웃음을 짓는 초선의 얼굴은 마운록은 손주를 생각하느라 보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느새 오늘의 마지막 경기가 시작되었다.
[오늘의 마지막 경기! 참고로 오늘 무단으로 기권한 마지막 선수 대신 새로운 인물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새로운 사람? 마운록은 망상을 끝내고 대회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하늘빛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쌍극을 들고 말 위에 올라탄 여성이 보였다.
[선수를 소개하겠습니다! 무자비한 쌍극의 주인! 방덕 님과…….]
방덕 언니인가…… 마운록은 새로 들어온 선수가 누구일 진 모르지만 명복을 빌어주었다. 서량엔 마초 언니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방덕과 싸울 사람은 없었다. 그 정도로 강력한…….
“저분이 이길 거라 생각하시나요?”
“햣!? 그걸, 어떻게……?”
“얼굴을 보자마자 결과가 예상된다는 표정을 하셨으니까요. 그렇다면 저분을 굉장히 저평가하고 있다던가 고평가하고 있다던가 둘 중 하나이지 않겠어요?”
내가 그런 표정을 지었나?
마운록은 순식간에 자신의 생각한 초선에 자기 얼굴을 만졌다. 대충 표정을 정리한 마운록은 다시 씹덕 모드로 변해서 초선의 물음에 답했다.
“어제 보셨듯이 저분은 차원이 다릅니다. 서량에 저분과 대적할 자는 거의 없다고 볼 정도로 엄청난 실력을 갖춘…….”
하지만 초선은 어제의 씹덕 토크를 이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렇겠지요. 아무리 땅이 커도 저분과 대적할 자는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섣부른 예단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들고는 합니다. 설령…….”
설령? 마운록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 멀리서 마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상대는! 마중적토 인중여포라고 불리는 그 인물!]
“상대가 천하제일이라면 낭패를 보지 않겠어요?”
[천하제일의 무장! 최강이라고 불리는 그 인물! 여포 님이십니다!]
마치 불이 타오르는 듯한 갈기를 가진 아름다운 적색의 말이 대회장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와 같이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인물이 방천화극을 든 채로 적토마에 탄 채로 등장했다.
범상치 않은 기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대적할 생각 자체를 들지 못하게 하는 압도감이 대회장에 감돌았다. 마운록은 그제서야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분명, 여포 장군이 왔다고…….’
마운록은순간 초선도 잊은 채 천하제일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흉포한 웃음을 지은 채,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 마냥 방덕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 한번 볼까요?”
초선은 충격에 찬 마운록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지었다.
*
*
*
싸한 분위기.
그도 그럴 것이 여포의 이름과 기운, 그것은 관중들이 웃으면서 넘기기엔힘든 무언가가 있었다. 마대는 그런 분위기를 깨기 위해 확성기를 잡고 말했다.
[아하하…… 모처럼 여포 님이 와주셨으니 경기만 하기엔그러니 몇 개의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우선 방덕 님! 운이 나쁘게도 여포 님과 맞붙게 되었는데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우문이로군.”
[늬예?]
“천하제일인과 싸울 기회다. 그걸 운이 나쁘다고 표현하진 않지.”
싸아아--.
마찬가지로 흉포한 기세를 내뿜는 방덕에 대회장은 침묵으로 가득 찼다. 마대는 이마를 짚으며 대회의 분위기에 절망하며 옆에 있던 마등에게 말했다.
“……어떡하죠? 지금 분위기 엉망인데…….”
“경기를 진행하면 되지 뭘 그러냐.”
“앞으로 친하게 지낼 사이인데 이렇게 분위기가 처지면 관중들이 여포 님을 좋아하겠어요? 기껏 나왔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싸우면…….”
“어쩌겠느냐, 방덕에게 분위기를 띄우는 재주는 없다.”
무책임한 마등의 말에 마대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확성기를 잡았다. 그러곤 슬며시 여포를 쳐다보았다.
‘너무 흉포하잖아요……!’
이거 대회라고요! 진짜 전투가 아니라!
마대는 말이 통할 거 같지 않은 여포를 바라보며 속으로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입을 열었다.
[참고로 여포 선수는 원래 결승전에서 우승한 사람이랑 경기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렇게 자리를 해주셨는데요, 그 이유를 물을 수 있을까요?]
제발!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기대도 안 하니 제발 정상적인 대답만…….
마대는 속으로 빌었다. 그리고 이윽고 여포의 입이 열렸다.
“아아, 안녕하세요 서량의 용사분들. 저는 여포, 부끄럽지만 천하제일이라는 칭호를 달고 있는 사람입니다.”
어?
마대는 예상외의 답변에 눈을 번쩍 뜨곤 여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관중 모두가들을 수 있게 마력으로 목소리를 증폭하여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을 낮추면서.
“원래라면 저는 마지막 결승에서 우승한 사람이랑 싸우기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만, 하지만 그러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제 이름은 들어보셨겠지만 제 실력을 본 적은 없으시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하하.
관중석에서 웃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풀어지고 있다. 그 여포에 의해서! 마대는 존경의 눈으로 여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용사분들의 전투를 보니 저도 가슴이 뜨거워져서 나온 것도 있구요. 변방에서 열심히 외적의 침입을 막으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실력 들이 아주 대단하시더군요.”
무려 지성이 느껴지는 듯한 연설, 만약 동탁이 이걸 본다면 여포를 흉내 내는 가짜라며 직접 칼을 들고 가짜의 목을 치러 갈 정도였다.
“하지만 저 또한 천하제일이라는 칭호가 붙은바, 부끄러운 전투를 보여주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
여포의 연설에 관중들의 분위기는 어느새 풀려 여포를 향해 환호를 내지르고 있었다. 여포는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눈앞에 있는 상대, 방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뭔가 불만스럽다는 듯이 여포를 째려보고 있었다.
“……천하제일이라 불리는 여자가 혀는 책사와도 같구나.”
“뭐냐, 도발이냐?”
“혀가 긴 사람 중에 제대로 된 실력을갖춘 자를 나는 여태까지 보지 못했다.”
“하!”
여포는 방덕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빨리 시작하라는 뜻, 마대는 그 말을 듣고 바로 확성기를 들었다.
[쌍극의 방덕, 그리고 천하제일의 여포! 그 둘의 경기를 시작-! 하겠습니다!]
쿵-!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에 여포와 방덕은 서로의 무기를 들었다. 그리고 탐색전 따위는 없다는 듯, 서로를 향해 말을 몰며 돌진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좁혀진 둘은 서로의 무기를 부딪쳤다.
채애애앵-!
방천화극과 쌍극, 여포와 방덕은 서로의 무기를 교차한 채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한 손으로 방천화극을 밀어 넣는 여포와 두 손으로 쌍극을 교차해 방천화극을 밀어 넣는 둘의 힘 싸움
당연하게도 두 손인 방덕이 유리할 거라 생각한 관중들은 의외에 상황에 입을 벌렸다.
“크, 크윽-!”
두 손인 방덕이 오히려 점점 뒤로 밀려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가면 밀린다! 그렇게 생각한 방덕은 아래에 있는 쌍극 중 하나를 여포에게 휘둘렀다.
“귀 큰 년보다는 났구나.”
“칫!”
하지만 간단히 막히는 방덕의 도끼, 여포는이제 자기 차례라는 듯이 자비 없는 공격을 선보였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에 방덕은 식은땀을 흘리며 쌍극을 휘둘렀다. 막으면 막을수록 손에 떨림이 강해져 갔다. 방덕은 어쩔 수 없이 말의 허리춤을 차서 잠시 뒤로 후퇴했다.
저 여자, 강하다. 이대로 가면 필패. 방덕은 숨을 고르며 여포를 이길 방안을 계속 생각했다.
[물러난 방덕! 엄청난 격돌이었습니다! 마등 님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애초에방덕은 말을 타고 싸우는 성격이 아니다. 기다란 쌍극을 들고 말에 타는 것은 오히려 방해지,하지만 그렇다고 말에서 내려서 싸우기엔 저 적토마가 있지.]
[그렇군요! 좋은 대답 감사합니다!]
방덕은 마등의 말에 긍정하면서도 방법을 찾지 못하는 자신에 침음성을 흘렸다. 말을 타면 제 실력을 낼 수가 없고 내리면 적토마의 돌진을 막을 자신이 없었다.
답이 없는 건가. 하지만 방덕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무기를 들었다. 저 흉포한 얼굴에 상처 하나는 내주마, 그렇게 생각한 방덕은 여포의 행동에 눈을 크게 떴다.
[아앗! 이게 뭔가요! 여포 선수! 적토마에서 내렸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여포가 적토마에서 내린 것.
확실하게 이기는 방법을 버리고 상대에게 유리한 행동을 하는 여포에 관중들은 환호했다. 그야말로 강자의 자비, 하지만 당사자는 기뻐할수 없었다.
“깔보는 것인가…… 하지만 인정하지, 그대는 그럴 만한 인물이다.”
방덕도 말에서 내렸다. 기병으로 유명한 서량에서 말을 타지 않고 싸우다니,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관중들은 환호했다.
방덕! 방덕!
여포! 여포!
하지만 방덕에게 관중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최강, 다른 것이 보일 틈은 없었다.
“하앗!”
콰가가가강!
방덕의 쌍극에 푸른 마력이 실렸다. 마력이 쓰인 쌍극은 마치 두부를 가르듯이 연무장 바닥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고 그 모습에 마대가 소리쳤다.
[방덕 선수! 전력으로 싸우겠다는 듯이 무시무시한 마력을 내뿜으며 달려갑니다! 이거 위험한 거 아닐까요?]
[저 정도 실력이면 흥분하지 않는 이상, 다치긴 해도 치명상은 입지 않을 거다. 그 정도의 수준이지.]
[아앗…… 근데 왜 저를째려보시는 건가요!? 저도 열심히 싸웠다고요!]
“이제야 즐겨볼 만하겠구나.”
여포는 마치 코뿔소처럼 달려드는 방덕을 향해 방천화극을 들었다. 그렇게 서로의 무기가 다시 격돌하려는 순간, 방덕은 속도를 늦췄다.
“하압!”
그러더니, 땅에 박아 넣은 쌍극을 아래로 휘둘렀다. 그러자 수백 개의 돌조각이 여포를 향해 날아갔다.
그 속도는 마치 총알, 푸른 마력이 실린 돌조각은 일반인이 맞는다면 몸에 바람구멍이 뚫릴 정도로 빠르고 강력했다.
“잔재주를…….”
하지만 여포는 그것을 잔재주라 평하며 방천화극을 휘둘렀다. 그러자 살을 가르는풍압이 발생했고 여포를 향해 달려들던 돌들은 이제 방덕을 위협하는 총알이 돼버렸다.
“흠!”
간단하게 돌조각을 흘려보낸 방덕은 높이 뛰었다. 그리곤 쌍극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으며 외쳤다.
“쌍룡의 격노!”
거대한 마력의 잔상 때문인지 마치 두 마리의 용이 내려오는 듯한 모습. 방덕은 방천화극을 휘두르려는 여포에 미소를 지었다.
‘이 공격을 정면으로 막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쾅-!
이윽고 두 마리의 용이 여포를 향해 내려쳤다. 그 충격 때문인지 대회장이 부서지며 먼지가 피어올랐다. 덕분에 그 둘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마대가 외쳤다.
[방덕 선수의 공격이 작렬했습니다! 실로 무시무시한 위력! 멀리 떨어져 있는이 단상까지 충격이 전해졌습니다! 과연 여포 선수는 이걸 막았을까요?]
모든 관중이 먼지 속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때, 멀리 있는 단상에도 닿는 바람이 몰아쳤고 그로 인해 사라진 먼지 속에 광경은 관중들을 충격받게 하기엔 충분했다.
[막, 막았습니다! 쌍룡의 격노를 막아냈습니다! 그것도 한 손으로!]
검붉은 마력을 뿜어내는 여포는 한 손으로 무시무시한 일격을 막아내었다.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는 방덕에 여포는 발을 들어 방덕의 배를 찼다. 그러자 멀리 밀려나는 방덕.
믿을 수 없었다. 저것이 사람인가? 방덕은 배를 맞고 날아가는 와중에도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성벽도 가를 일격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한 손으로 막아내다니?
하지만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여포는 어깨를 한 번 돌리더니 오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은 일격이었다.”
“뭣……?”
“하지만 쌍룡의 일격? 고작 내려찍기에 무슨 거창한 이름을 붙이나.”
신랄하게 방덕의 기술을 깐 여포.
하지만 기술이 저평가 당했음에도 방덕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스으으으-.
방천화극에 모이는 불길한 검붉은 마력. 방덕은 온 마력을 전부 쌍극에 실었다.
“그렇다면 나도 어울려 줘야겠지.”
여포가 높이 뛰었다.
저것을 막지 못하면 죽는다. 방덕은 오싹함을 느끼며 방어에 모든 신경을 가했다.
“받아라.”
해를 가리며 높게 뛰어든 여포가 외쳤다.
“존나 강하게 내려찍기!”
“무슨 기술 이름이 그따위…….”
치이이이잉-!
콰아아아앙-!
마력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굉음이 모두의 귀를 때렸다. 아까의 진동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강도로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바, 방덕 선수. 괜찮은 겁니까?]
압도적인 힘. 마대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이윽고 먼지가 걷히고 대회장에 모습이 드러났다.
넘어진방덕.
부러진 쌍극.
그리고 오만하게 방천화극을든 여포.
마대는 그 모습을 보고 가슴에 무언가가 끓어 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최강. 천하제일. 그것은 절대로 허명이 아니었다.
[경기 끝! 승부가 났습니다! 승자는…… 천하제일! 최강! 어떠한 명칭으로도 부족한 경기롤 보여준 여포 선수입니다-!]
와아아아아-!!!!!
대회장이 떠나가라 환호를 외치는 관중. 여포는 손을 들어주곤 시크하게적토마를 타고 대회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여포의 독백.
“혀가 긴 자 중에 제대로 된 실력자를 만나보지 못했다고…….”
여포는 한숨을 내뱉었다. 사실 여포는 그 말에 대해 적극 찬성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여포도 억울한 것이, 불가항력이었다.
-오늘 이 대사 다 못 외우면 마력 로-터 넣고경기하게 할 거예요!
방덕 정도 되는 무장과 전투의 그런 패널티를 앉고 싸울 순 없었다. 설령 팔 한 짝이 없더라도 이길 자신은 있었지만, 그것만큼은 안 됐다.
“그래도 모두 잘 했으니 괜찮겠지?”
오늘 잘했으니 초선이랑……. 여포는 순식간에 음부가 젖었다.
실력은 초일류. 뷰지는 삼류인 여포는 오늘 있을 상에 웃으면서 대회장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