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만우절 외전 -해결- (45/96)



〈 45화 〉만우절 외전 -해결-

초선은 잠든 여포에게 이불을 씌어준 뒤 다른 곳으로 향했다.

‘여포가 변했다면 분명 다른 사람도 변했을 거야, 원래대로 되돌리지 않으면…….’

어떠한 술책도 통하지 않으리라 생각한 여포가 갑자기 변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은 필시 변했을 터.
초선은 지나가던 시종을 잠시 붙잡고 물었다.


“저기, 실례합니다만…….”
“엣?초선 님?”
“앗, 너는우리 클럽 직원?”

마침 만난 사람이 몇 번 얼굴을 본 시종이라 초선은 편하게 물었다.


“혹시 어디 아프거나 정신이 이상하다거나 그런 증상이 있니?”
“아니요, 멀쩡한데요? 무슨  있나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오늘 클럽이 여는 날이니 늦지 않게 와?”
“알겠습니다!”

딱히 변한 것은 없어 보이는 시종, 혹시 여포만 변한 것일까? 괜한 걱정인가…… 초선은 이후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을 뿐 원하는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점점 의심이 사라져 갈 때쯤, 멀리서 정갈한 머리카락 보였다. 침착한 애쉬 블루의 색을 가진 사람은 이 장안에 단  명밖에 없었다.


“가후 님!”

가후를 발견한 초선은 확인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평소와 똑같이 침착하고 냉정한 표정을 한 채 초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닐  같긴 하지만, 일단 물어는 봐야지.’


“혹시, 어디 아프거나 이상함을 느끼시지 않았나요?”
“……아.”
“무언가 알고 계신 건가요?”

가후는 무언가 생각이 난다는  모노클을 만지며 초선에게 말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주르륵-.
짧은 치마를 입고 있던 가후의 허벅지에서 무언가가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것이었군요.”

투명한 물이  방울,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초선은 뭔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가, 가후 님? 허벅지에서 뭔가 타고 내려오는데요?”
“뭐겠습니까, 보짓물이지요.”
“네엣?”
“이거 큰일이군요. 초선 님을 보자마자보지에서 애액이 나오는 게 멈추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기분도 그리 나쁘지 않고요.”


침착하고 냉정한 가후의 말, 하지만 몸은 거침없이 떨리며 애액을 분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냉철한 가후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하아, 하앗…….”
“가, 후 님?”
“도망, 도망치십시오. 무언가 끊어지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대로 가면 저는 자제심을 잃을 거 같습니다.”

홍조가 피어오르며 항상 안정을 바라보는 눈은 마치 도박사의 눈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뒤는 모르겠다,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은 오늘이다. 오늘 망하면 내일의 내가 해결해 주겠지, 라는 도박사의 눈! 그 냉철한 가후에게 절대로 있을 수 없는 눈이었다.


“확… 상국의 애인이든 천하제일의 애인이든 일단 따먹고 봐?”
“히익!”

초선은 가후의 말에 바로 뒤로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뛰었을까, 한참을 뛴 초선은 숨을 내쉬며주위를 둘러보았다. 익숙한 장소였다.


“연무장……?”

달리다 보니 연무장까지 와버렸네. 초선은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고르며 이번 사태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까지 변한 사람은  명, 가후와 여포……  둘의 공통점은 뭘까?’

동탁 군의 주력 구성원인 공통점이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웬지 모르지만 그런 느낌이 든 초선은 다시 추리를 하려고 할 때, 풀숲에서인기척이 느껴졌다.

부스럭.

“거,거기 누구야!”

수풀에서 들리는 소리에 초선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그곳에는 뜻밖에 인물이 서 있었다.


“아이고, 이거 들켜부렸넹?”

강직, 우직, 충의, 노력에 어울리는 여자.
그런 그녀가 갑옷도 입지 않은 채,배를 드러낸  바지에 손을 넣어 엉덩이를 긁으며 초선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고, 고순 님?”
“예이! 고순입니다!”


군기가 바짝  채로 말하던 평소와다르게 완전히 풀어진, 아니 살짝 경박하게 보일 정도로 편하게 인사하는 고순에 초선은 또 다시 침음성을 흘렸다.


“여기서 대체 무엇을 하고 계신 건가요?”
“뭐겠습니까? 땡땡이죠. 진짜 귀찮게 함진영 같은 것을 만들라고 하고……, 아 일하기 싫다.”


초선은 어질어질해졌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마조 암퇘지였던 여포가 극S 현란한 기술을 가진 여자로 변했다.
항상 냉철하고 미래를 생각했던 가후는 오늘만 사는 성격으로 변했다.
강직하고 충직하고 성실했던 고순은 게으른 날라리로 변했다.


“아!”


초선은 그때 깨달았다.

‘모두 성격이 반대로 변했어!’


전말을 깨달은 초선은 황급히 몸을 돌렸다. 어서 이 사실을 동탁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동탁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려고 했지만.

“어딜 그리 급하게 가십니까아?”


어깨에 손을 올려놓는 고순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짓이죠?”
“우-효, 살결 부드러운  봐, 이런 걸 대장이랑 상국만 느꼈다구요?  세상 불공평하네! 그러니…….”


저도 한 번 느껴보면 안 되겠습니까?
마치 금발 태닝 양아치가  법한 웃음을 지으며 초선을 위협하는 고순. 하지만 초선은 동요하지 않았다.


“하.”
“응?”
“이년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나를 좆밥 취급하네?”


오히려 화를 내며 고순에게 손가락 두 개를 들었다. 검지와 중지였다.


“10초.”
“무, 무슨!”
“그 안에 너를 땅바닥에서 기게 해주지.”

초선에 손에 하얀 마력이 서렸다.
그리고 정확히 10초 뒤. 고순은 조수를 내뿜으며흙바닥에 양분을 주고 있었다.

“우, 우효오♥”


초선은 쓰러진 고순을 뒤로한  곧장 동탁의 사무실로 향했다. 다행히 가후를 만나지 않고 사무실에 도착한 초선은 황급히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평소와 똑같은 동탁이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도, 동탁! 멀쩡하신가요?”
“…….”
“밖에 이상한 일이 퍼졌어요. 다들 성격이 반대로 변해서…….”
“……훌쩍.”

코를 삼키는 소리, 그 소리에 초선은 말을 멈추고 동탁을 쳐다보았다.


“……동탁?”
“……배고파아.”
“뭐라, 고요?”
“배고파아아아!”


칭얼, 거리고 있다고?
초선은 서류들을 집어 던지고 애처럼 배고프다고 외치는 동탁에 고개를 숙였다.
동탁도 피하지 못한 것이었다.

‘답은 없는 것인가…….’

초선은 눈을 감았다. 이 상황을 해결할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

‘잠깐, 여포는 잠시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았나?’


그랬다. 여포는 마지막에 제정신을 찾은 듯, 마치 이중인격처럼 반대의 인격과 충돌했다. 생각해라, 왜 여포가 그렇게 됐지? 분명 그녀는 나를 사정시킨 뒤에 정액을 삼키지 않았나?

‘설마…… 이 사태의백신은 내 정액?’


그것밖에 없었다. 해결책을 찾은 초선은 동탁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동탁?”
“배고파아!”
“아유 배고파? 우리 동탁  줄까?”
“웅!밥  거야?”
“그럼!”


초선은 바지를 내렸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