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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화 〉농구... 좋아하세요? (41/96)



〈 41화 〉농구... 좋아하세요?

저벅저벅.
구석에 있는 작은 방, 누군가가 다가오지 않길 원하며 지은 듯한 위치의 방으로 한 명의 여인이 걸어가고 있었다.


“하아…….”

방 안에 있던 소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익숙한 걸음걸이, 평소엔 당당하지만 이곳에만 오면조심스러워지는 발소리, 오늘도 소녀의 가슴엔 죄책감이 쌓여갔다. 만지작거리던 목재로 만든 조각, 피규어를 내려놓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집중하는 소녀.

“운록이 있니?”
“……왜 오셨어요.”


무심코 나간 차가운 말, 자신도 그러고 싶지 않지만 왜인지 몰라도 상냥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방구석에 오래있어서 그럴까 아니면…….


“그… 요즘 어떻게 지내니?”
“똑같아요.”
“그렇구나…… 밥은 먹었고?”
“시종들이 갖다 줬어요.”
“밥은 꼭 챙겨 먹으렴…… 운록아,  혹시…….”


빠득.
소녀는 방문 너머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언제나 당당하고 위대한 나의 어머니, 하지만 자신에 앞에만 오면 주눅 들고 설설 기는 모습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고 답답한느낌에 오늘도 아니나 다를까, 험한 말이 튀어 나왔다.


“질질 끌 거면 빨리 가,  바쁘니까.”
“으, 응?이거 하나만 말하고 갈게…….”

상처를 받은듯 목소리가 작아지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소녀의 가슴의 죄책감이 쌓여갔다.


어머니한테 할 줄 아는 말이 그딴말밖에 없는 거냐?
병신.
머저리.
방구석에 있는 년이 뭐가  났다고.

소녀의 생각은 점점나락으로 떨어져 갔다.

어머니는 서량 태수라는 직위를 가진 대단한 사람이고 둘째 언니와 셋째 언니도 재능을뽐내며 점점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존경하고 동경하는 첫째 언니 마초.
그녀처럼 되고 싶었고 그렇기에 창을 들었다. 하지만 재능이 없었고, 결국 마씨 가문의 막내딸은 방구석에 처박혀 책 하나에 꽂혀살고 있다.

우습지 않은가. 말에 대한 것이나 기병 전투, 전술이라면 따라올 자가 없는 명문 가문의 막내딸이 이런 자기만족형 책이나 보며 심지어 목재로 캐릭터 하나를 본뜨기까지 하다니.


어머니가 보면 나를 뭐라고 할까?
마씨 가문에 수치다, 라면서 나를 쫓아내지 않을까? 차라리 그랬으면……. 으응, 그건 아닌 거 같아. 아무리 그래도  집에서 나가는 건…….
난 대체 뭘 원하는 걸까?


그렇게 또 자괴감에 빠질 무렵, 마등이 구원에 손길을 내밀었다.

“오늘 여포 장군이 찾아오셨단다. 너도 알지?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는 분.”
“여, 여포?”

여포. 마운록은 그 울림을 듣자마자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무릇 여자라면 언제나 목표로 해야 할 경지.

최강.
지금 그 자리에 위치한 사람이 여기에 왔다고 한다. 마초가 눈앞에서 존경하고 동경할 만한 사람이었다면,여포는 말 그대로 위인중에 존경하는 사람.

관심이 갔다. 솔직히 말하면 만나고 싶었다.


멍청아, 그런 대단한 사람이 너 같은 애를 만나줄 거 같냐?
어머니나 첫째 언니쯤은 돼야 수준이 맞지 마력도 없는 방구석에 처박힌 애를 왜 만나?
아는  책 내용밖에 없으면서.

하지만,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던 열등감과 자괴감이 합쳐져 존경과 동경을 빠르게 없애버렸다.


“……그게 왜.”
“그게, 작은 행사로 천하무쌍 무술대회란 것을 열었단다, 언니들은 모두 참여하고 방덕도 참여하니 혹시 관심이 있으면 구경이라도…….”
“됐어, 안가.”
“그러니……. 언제라도 와도 좋으니 마음이 바뀌면 보러 오렴.”

점점 멀어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마운록은 침대에 머리를 몸을 던졌다. 베개를 머리에 뒤집어쓰며 이제는 익숙한 자책, 그리고 이런마음을 구원해줄 탈출구를 찾았다.

“이 책만 있으면 돼……. 그깟 무예보다 소설에 나오는 남자애들이 훨씬 귀여운걸.”

스륵.
 권이 넘는 시리즈로 구성되어있는 [변방의 후계자…… 이하생략.]중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나오는 권을 뽑아 단번에 그 장면이 있는 페이지를 펼쳤다. 이런 것을 자세하게 아는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왔지만, 이 명장면을 볼 때마다 자신에게 관대해져 가는 마운록.

장면은 세 번째 히어로. 모두에게 상냥하고 모두에게 존경받는 상냥한 귀족과의 대화였다.
주인공은 말에 대해서도 해박하고, 모두에게 존경받는 완벽한 인간상에서 가문의 영지의 후계자, 자신의 언니를 떠올린 주인공은 열등감에 빠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닿지 않는 곳을 보는 듯한 느낌에 주인공은 세 번째 히어로를 피한다.

그런 모습을 본 세 번째 히어로인 상냥한 귀족은 주인공에게 다가가 상냥하게그녀를 포듬어주며 말한다.


[“재능이 없어도, 올라갈 수 없는 산이 있어도, 설령 그곳에서 도망쳐 나왔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아름다워요.”]


크으-! 이거지!
마운록은 베개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뒹굴뒹굴 굴렀다. 자신이 세 번째 히어로에게 빠진 이유, 마치 상냥함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 남주이지 않을까, 마운록은 생각했다.


도피성 대사임이 분명해도 마운록은그걸로 좋았다. 그때만큼은 자괴감과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고 얼마 동안은 망상으로 자신이 책에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마운록은 망상을 시작했다.

만약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세 번째 히어로를 만났을  어떻게 할까?
수없이 해본 망상임에도 멈출  없었다.


[나는 꽃의 향기에이끌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정원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나는 만났다. 백마를 쓰다듬는 아름다운 소년을.]
[아름다운 몸의 라인을 강조하는 체육복, 신이 조각한 듯이 완벽한 얼굴, 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백마는 그의 쓰다듬을 더욱 느끼고 싶다는  그의 손에 얼굴을 갔다대었다. 그의 기술은 완벽했다, 중앙 귀족을 무시하던 나를 바꿔보겠다는 듯이.]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다가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밤꽃 향기가 나를 덮쳤다.]


“어……?”

망상을 하던 마운록은 무언가 이상함에 망상을 끝내고 침대에서 일어섰다.


킁킁.
확실했다. 느껴질 리가 없는, 꽃향기가 은은히 느껴지고 있었다. 방금까지 망상을 해서 그렇게 느끼는 건가도 싶었지만, 방금까지 망상을 하던 마운록에게 그런 정신은 없었다.

혹시, 정말로?
마운록은 침을 삼키며 천천히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고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문을 살짝 열었다. 그러자 더욱 강해지는 꽃의 향기.


에이, 아니겠지. 망상이 현실이 된다니, 말도 안 돼.
하지만, 진짜로 그가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방문이 열렸다. 이렇게 대낮에 밖에 나간 적이 얼마만일까?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가다가 어머니를 만나면, 휴 언니나 철 언니, 아니면 마초 언니를 만난다면…….
그런 생각들이 쌓여가는 걸음을 망설이게 했지만, 그녀는 용기를 내어 방을 나섰다.


“대회를 연다니까 사람이 없을 거야.”

그녀는 재빠르게 향기가 나는 쪽으로 달렸다. 오랜만에 보는 복도를 지나고 시종들을 피해서 가다 보니 그녀는 무언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휴! 마휴!]
[마철 이겨라!]

함성과 응원 소리가 들려왔다.  말인즉슨, 이곳은 자신의 방인 구석이 아니라, 중앙에 가까운 곳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것은 마운록을 패닉 상태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도, 돌아갈까?
아니야, 향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으니 조금만  가면 그가 널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망상이잖아. 그가 있을 리가 없어.
없다면 운동한 셈 치고 다시 돌아가면 되지, 만일 들키더라도 도망치면 되고.

난 그런  잘하잖아.


“……젠장.”

마운록은 결국 향기를 쫓아 계속 달려갔다. 그렇게 도달한 장소는, 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연무장 근처, 나무가 우거진 작은  같은 장소였다.

“……우리 집에 이런 곳이 있었나?”


이곳이라면 대회도 들키지 않고  수 있을 터, 만약에 여기에 아무도 없더라도 대회를 보고 가면 되겠다, 라고 생각한 순간.

“아…….”


햇빛 아래.
몸의 라인이 전부 보이는 복장을 한 채, 꽃을 만지는 한 남성이 있었다.
윤기 나는 흑발, 신이 조각한 듯한 외모, 그리고 꽃이 흩날리는 듯한 분위기.

정말로, 정말로 책에서 그가 빠져나온 거 같았다.

[그는 불청객인 나를 보고도 웃으며 나를 반겼다.]
[“손님이 오셨네요.”]
“손님이 오셨네요.”

[“아, 죄송합니다. 꽃향기를 쫓아 오다 보니…….”]
“아, 그, 소, 손님은 아니고요…….”

[“꽃향기에 이끌리다니, 낭만적인 분이군요.”]
“꽃향기에 이끌리다니, 낭만적인 소녀분이네요.”]

[“낭만적이라…… 제가 그렇긴 하죠.”]
“그, 그그그, 그러니까, 가, 감사합니다아아……?”


[“후훗, 재밌으신 분이네요.”]
“후훗, 재밌으신 분이네요.”


그는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신이 자신을 정화하는 듯한, 따뜻하면서도 무언가가 차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똑같다, 어찌 저렇게 똑같을 수가 있지?
정말 그는, 책에서 나온 그 사람일까?
솔직히 내가 지금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할 뿐.

[그는 아름답게 웃으며,그리 말했다.]
[“말… 좋아하세요?”]


멍한 나를 향해 그가 말했다.


“대회… 좋아하세요?”


조심스레 물어보는 모습에.
나는 사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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