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서량으로 향하는 길!
부-우우우웅.
다그닥, 다그닥.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일까.
“일어나셨습니까?”
“제가 잠시 졸았네요…….”
여포의 애마, 그 유명한 적토마 위에서 눈을 떴다. 주위를 둘러보니 마치 기차를 탄 듯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아 맞다…… 서량으로 향하고 있었지? 나는 적토마를 가운데로 주위에 오토바이를 탄 마등 일가를 바라보았다.
영물이라더니 확실히 그 이름값을 하고 있는 적토마, 생물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오토바이랑 비슷하게 달리고 있었다.
“어제 잠을 설치셨나요? 지금도 졸린 듯 보이는데…….”
“아, 조금 설치긴 했죠.”
사실 조금이 아니지만, 으으…… 아직도 어제만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지금부터 열흘간 그런 일은 없다! 우리 귀여운 여포랑 꽁냥꽁냥하면서 지내야지!
“그런데 품안에 있는 책은 뭡니까?”
“아, 이거요?”
나는 품 안에서 책 하나를 꺼냈다.
“[변방에 후계자도 아닌 막내였던 내가 중앙으로 가니 웬 초절정 미소년들이 나를 원해 안달이 난 모양인데 어떻게 해야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책인데요.”
“……마도서입니까?”
“아니요, 그냥 가볍게 읽을 만한 망상 이야기에요.”
나는 책을 펼쳤다. 기다란 제목에 걸맞게 망상으로만 쓴 듯한 전개가 펼쳐지는 소설.
[변방에서 올라온 주인공, 말을 주로 타는 변방 가문의 막내인 그녀가 중앙에 들어섰다.]
[“푸흡! 저 말 좀 봐! 장식도 없고 칙칙한 게 변방의 똥말 아니야?”]
[“어이어이, 변방에 촌년은 집에 다시 기어들어 가라고!”]
“이 무슨…… 변방과 중앙에 차별이 있긴 해도 저 정도는…….”
“소설이니까요. 이 정도 왜곡은 괜찮죠.”
[주인공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타고 다니는 말의 상태를 봤을 뿐이었다.]
[‘다리의 힘이 없군, 가뜩이나 힘도 약한데 무거운 장식 때문에 더욱 힘들어하고 있어, 게다가 먹이도 주지 않는지 피골이 상했군, 요즘 마르고 아름다운 말이 유행이라고 했던가…… 너무 잔인하군.’]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전혀 아프지 않았다. 중앙의 화초들에게 힐난을 들어봤자무시하면 그만이었지만 말들이 고통받고 있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가슴이 아팠다.]
[그때 큰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치고 있는 목소리와 힘없이 신음을 내뱉는 말의 목소리, 주인공은 곧장 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했다.]
[“이 멍청한 말! 왜 이 장식을 메지 않는다는 거야! 이걸 메야 무시당하지 않는다고!”]
[그곳에는 웬 소년이 채찍을 휘두르며 말을 다그치고 있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땅에 떨어져 있는 커다란 장식을 말이 떨어트린 모양. 그로 인해 화난 주인이 채찍을 휘두르며 말을 위협하고있었다.]
[“그만해! 말이 괴로워하고 있잖아!”]
[주인공은그 광경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가뜩이나 수많은 장식을 메단 말이다. 그런 말에게 장식 하나 달지 않았다고 채찍을 휘두르며 위협하다니! 주인공은 화를 참지못하고 소리쳤다.]
[“너, 넌 뭐야! 뭔데 참견질인데!”]
[“말이 괴로워하고 있어, 지금도 많은 장식을 하고 있는데, 어째서 장식을 더 다려는 거야? 말이 메기 싫어하는 거 안 보여?”]
[“그치만, 그치만! 이렇게 장식을 많이 달아야 변방 출신이라고 무시하지 않는다고!”]
[소년도 변방의 출신이었다. 한때 말을 소중히 다뤘지만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수많은 장식을 말에게 단 것, 사연이 불쌍했지만 그렇기에 더욱 그를 다그쳤다.]
[“멍청아! 말의 기분을 무시하는 중앙의 멍청이가 될 생각이냐!”]
[“흣……!”]
[“저 수많은 장식을 달고 있는 것으로 보아하니 너와 저 말은 많은 시간을 함께했을 거야! 그런데 저 뭣도 모르는 멍청이들의 인정을 위해 너의 동반자를 괴롭게 할 생각이냐!”]
[주인공의 외침에 소년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에게 달린 장식을 모두 때어버렸다.]
[“미안해! 미안해 까트린느(Catherine)! 내가 눈이 멀어서…….”]
[-히잉. 기분 좋은 말의 울음에 소년은 말을 꽉 껴안았다. 그 모습에 주인공은 등을 돌려 골목을 나섰다. 그러자 그녀를 다급히 잡는 소년.]
[“저기……. 고마워! 까트린느의 고통을 알려줘서!.”]
[“별거 아니야, 너에겐 ‘불길’이 있었으니까, 알려준 거야.”]
[“불…… 길?”]
[“말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애정의 불!”]
“우웩…….”
“좀 보기 그렇죠? 이게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인기가 많데요.”
“초, 초선도 젊지 않습니까? 혹시 이게 재밌으십니까?”
“아뇨, 저도 여포와 같은 느낌일 거예요.”
하지만 이 책을 봐야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까, 이 책에 푹 빠져 있다고 하니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다시 페이지를 넘기며 계속 책을 읽었다. 여포는 더는 보기 싫은지 다시 적토마를 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책을 덮은 나에게 여포가 물어왔다.
“그걸 다 보셨습니까?”
“그럼요, 대충 길이 보이네요.”
이 책의 히로인, 아니 여기선 히어로인가? 어쨌든 주인공을 좋아하는 남자가 세 명 있었다.
첫 번째론 초장에 등장한 말에게 주렁주렁 달고 있는 소년. 그 일이 있은 뒤로 주인공과 엮이며 가장 먼저 주인공에게 반한 히어로중 한 명이다.
두 번째는 첫 번째와 다르게 말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중앙 귀족 중 한명, 하지만 주인공을 만나며 점점 말을 소중히 여기며 주인공에게 빠져든다.
하지만 내가 유심히 봐야 할 인물은 세 번째 히어로.
처음부터 주인공에게 관심을 보이며 말을 사랑하는 중앙 귀족.
[“고생이 많으시네요.”]
[“말들이 기뻐하고 있군요, 어떻게 하면 손길 한 번으로 말들을 안정시킬 수있죠?”]
[“저도, 당신과 함께 변방으로 간다면 좀 더 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하얀 피부, 모두의 동경을 받는 아름다움의 소유자. 상냥한 귀족.
“여포 님. 혹시 정말로 좋아하는 인물이 눈앞에 나온다면 어쩔 거 같아요?”
“그걸 지금 겪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기분은요?”
“너무나도 행복하고, 이 시간이 끝나지 않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로 인해 가치관이 바뀔 정도로요?”
“저는 초선이 원한다면.”
여포는 한 손으로 내 손목을 소심하게 붙잡았다. 그리곤 엄지손가락으로 손등을 천천히훑으며.
“제 무예 전부를 잃어도 좋습니다.”
나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분위기 무거워지는데……. 진지한 분위기? 내가 정말로 싫어하는 것이었다.
어림도 없지, 어디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려고!
“여포.”
“네, 초선.”
“한 번만 더 그런 소리 하면…….”
엔진 소리, 말발굽 소리를 이용해, 옆에 같이 달리고 있는 마등 일가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리로 나는 말했다.
“진짜 무예는 생각나지도 않을 만큼박아댈 거야.”
“흣!?”
“그 앙큼한 입에 내 양물을 쑤셔 박을 거야. 코로 정액을 뿜어낼 정도로 싸버릴 거고. 보지에 경련이 올만큼 박은 뒤 부족하면 항문까지 쑤셔버릴 거야.”
말을 마친 뒤 손을 뒤로 옮겨 여포의 음부 쪽을 만졌다. 살짝 수분기가 느껴지는 걸 확인한 뒤 다시 말했다.
“알겠냐? 이 암캐년아.”
“녜, 녜헤헷……♥”
한껏 여포를 흥분시킨 뒤에 관심도 없다는 듯이 등을 돌렸다. 요즘 들어 여포가 이런 플레이를 원해 몇 번 해주긴 했지만 이렇게 아무런 예고도없이 한 적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여포가 화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일 거라 예상하기도 했고…….
“헤으응……♥”
이렇게 기강을 잡아줘야 다음에 그런 소리를 하지 않는다. 나는 도로를 달리며 느껴지는 바람에 다시 노곤함을 느끼며 여포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힛♥”
민감해져 있던 몸 때문인지 작은 신음이 여포의 입에서 튀어나왔다.하지만 내 알바 아니고 나는 탄력 있는 가슴을 뒤통수로 느끼며 눈을 감았다.
*
*
*
“이 산만 넘어가면 서량이 나옵니다.”
마등은 가파른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반적인 말이라면오히려 같이 걸어가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만큼 가파른 산.
“그럼 넘어가지요.”
하지만 여포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 모습에 마등이 잠시 당황하며 여포에게 물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말 건강에 신경 쓰시지요.”
그때 조용히 있던 마초가 입을 열었다. 시비를 걸려던 것이 아니다. 그녀는 셀 수도 없는 시간 만큼 말을 타왔고 그만큼 말이란 생물을 잘 알았다. 이 가파른 산을 오른다면 저 말의 수명은 거기서 끝날 것이고 그렇기에 충고를 해준 것.
하지만 자존심 높은 여포는 그것을 충고로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애초에 충고든 뭐든받아들일 생각 자체가 없는 여포는 한껏 코웃음을 친 뒤에 말했다.
“그 붕 뜨고 있는 기물 때문에 이 적토마를 무시하는 것이냐?”
“그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만 이런 가파른 산을 달린다니, 아무리 영물이라도 무리가 가지 않겠습니까?”
“이 적토마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성이 아깝구나.”
“지금 가문을 모욕하는 것이냐!?”
“너를 모욕한 것이다.”
여포는 자신을 노려보는 마초를 가소롭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 둘 사이를 중재하려고 나선 마등이었지만 그녀의 등을 잡는 한 손길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마대?”
“궁금하지 않나요?”
“무슨 소리냐.”
“천하제일이라는 여 장군과, 말 위에선 그 누구도 대적할 자가 없다는 우리 언니! 누가 이길지 말이에요!”
“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 우린 손님을 모셔온 거지 누가 우위인지 겨루러 온 것이 아니다.”
마등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호기심이 들기시작했다.
이미 마초의 실력은 어미인자신의 실력을 뛰어넘었다. 방덕은물론 이제 서량의 그 누구도 마초를 대적할 수 없을 것이고 말 위에서라면 더더욱, 게다가 이젠 말보다 더욱 효율이 좋은 호버바이크도 있으니 마초의 창술은 더욱 발전할 것이었다.
“자리로 돌아가거라 마초! 크흠… 미안하게 됐습니다. 여 장군.”
“괜찮습니다. 이왕 서량까지 온 거 가르침을 주는 것도 괜찮겠지요.”
“그게 무슨…….”
“못 미더우시겠다면 내기하나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여포는 특유의 흉포한 미소, 초선에게는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량까지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 말입니다. 만약 제가 진다면 이 방천화극을 드리도록 하지요.”
“바, 방천화극을?”
방천화극. 적토마와 더불어 기물이라고 불리는 최강의 무기.
하늘을 가를 정도의 예기, 어떠한 공격에도 부서지지 않는 불괴, 그리고 마력을 증폭시키는 기능. 그 외에도 기능은 많았지만 여포 자체가 쌔서 그것 말고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무인으로서 어찌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마등은 무인으로서의 욕심을 버리고 마씨가문의 가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마초가 먼저 선수를 쳤다.
“좋다! 만약 내가 진다면 자오열화창을 주겠다.”
“마초!”
자오열화창을 건다는 말에 마등은 대경실색을 하며 마초에게 호통을 쳤다. 자오열화창이 무엇인가, 방천화극에 버금가는 보물 아닌가, 마등은 황급히 마초의 말을 물리려고 했지만 여포가 먼저 제안을 거부했다.
“필요 없다.”
“뭣!?”
“가르침을 주는 입장에서 어찌 이긴다고 보물을 가져갈 수 있겠나.”
“……오만하구나.”
“오만해도 되지. 네년 앞에 누가 서 있는지 아느냐?”
천하무쌍, 최강, 무신, 여포.
그녀는 오만해도 됐다.
“잔말 말고 덤비거라. 마침 심심했으니까.”
“져놓고 후회하지 말아라!”
그렇게 둘만의 레이싱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