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화 〉밤의 제왕 (34/96)



〈 34화 〉밤의 제왕

“……잘 노는군요.”


마등은 정신없이 남자들 사이에서 술을 퍼마시는 마휴와 마철을 바라보았다. 음식은 쳐다도 보지 않고 음흉한 시선으로 남자를 보며 술을 마시는 차녀와 삼녀를 바라보는 마등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너무 딱딱하게 그러지 말게나, 다 큰 여자인데 너무 답답하게 굴면 오히려 역효과일세.”
“저러다 호구 잡히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남성 경험이 없는 애들이라…….”
“그것도  경험일세.”


타국의 술은 마음에 드나?
생각보다 잘 맞는군요, 달고 화끈한 것이 생각보다 좋습니다. 그리고 이…… 탄산이라고 하던가요, 목이 찌릿한 것도 좋군요.

샛노란 샴페인을 마시며 클럽을 구석구석 둘러보는 동탁, 일회용으로 쓰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화려한 연회장, 젊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화려함과 늙은 사람도 만족할 만한 서비스까지, 제대로 한번 키워봐도 괜찮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술을 마시다 어느새 한 병을  비운 동탁.


“여기 이  하나 더 가지고 와라.”
“예! 알겠습…… 니다!”

점원은 잠시 동탁의 얼굴을 보더니 잠시 어물쩍거리다 술을 가지고 왔다. 똑같은 병 안에 들어있는 샛노란 술, 하지만 동탁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

“초선이 시키더냐?”
“……예.”
“그런가, 이제 그만 가보거라.”

술을 잔에 따랐다. 색깔도 똑같고 탄산이 튀는 것도 똑같았지만, 맛을  동탁은 바로 깨달았다.

도수가 없군, 그냥 탄산 맛이 나는 음료수다. 괘씸한 행동에 동탁은 초선을 혼내주고 싶었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초선을 찾을  없었다.

“찾으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아닐세, 그건 그렇고 자네는 술만 먹으면 되나? 저기 무대에서 춤춰도 아무도 뭐라 안  걸세.”
“하하, 저도 나이가 있고 세 딸의 앞에서 남자랑 노는 모습을 보여주긴 좀 그럽니다.”
“두 딸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다만, 뭐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확실히, 클럽은 가족이랑 같이 왔을 땐 즐기기가 어렵고 무엇보다 폐쇄된 성적 기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처음 보는 남성과 여성이 춤을 추고 직원들은 아첨을 떠는 모습이 좋아 보일 리가없었다.

그저 다 함께 술을 마시고 연회를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마등은 후자로 보였다.

반절의 성공인가, 실컷 이 클럽을 즐기는 마휴와 마철, 조용히 술을 마시는 마등과 마초, 그리고 가고는 싶긴 한데 뭔가 가면 안 될 거 같은 분위기에 오락가락하는 마대. 딱 절반이었다.


“지배인 나와-!”

그때 들리는 커다란 목소리, 무슨 일인가 싶어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니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치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규정상 직접적인 신체 접촉은 금지로…….”
“그렇게 아양을 떨었으면서 뭐? 허벅지 한  만진 거 가지고 정색하며 나를 밀어내!?”

쯧, 역시 이런 상황이 나올 줄 알았지, 동탁은 혀를 차며 멍청한 노처녀를 바라봤다.
돈으로 나눈 관계는 불협화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나서면 바로 상황이 끝날 테지만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거지? 동탁은 흥미로운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내가 누군지 알아!? 너희 같은 몸을 파는 놈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사는 사람이야, 어? 그런데도 고맙게도 만져줬더니…….”
“진정하세요! 제가 잘 못 했으니까.”
“잘 아네, 잘 못 한  아는데 그따위로 행동해!?”

짝!
결국, 화를 참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진상, 여자의 손찌검에 어린 남자 직원은 그대로 쓰러졌다. 힘들게 고개를 든 직원의 얼굴엔 공포가 가득했다.

좋지 않군, 손님은 불쾌해하며 저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고 직원들은 공포에 찬 눈으로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 거지? 지금 당장 저년을 내보낸다고 해도 직원들의 공포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그대로 두는 것은 최악의 수다. 어떻게 할 것이냐?


“실례합니다.”

왔구나, 동탁은 점원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천천히 걸어 나오는 한 남성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른 점은 테도 그렇고 알도 완전히 검은 색깔의 안경을 쓰고 있었다. 햇빛을 가리는 용도라고 했나. 하지만 이렇게 보니 외형도 꽤 마음에 드는군. 다음엔 오늘은 저 복장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동탁.

“네가 지배인이냐? 직원 교육 똑바로 안 시켜?”
“……죄송하지만, 지금 쓰러져 있는 직원이 무슨  못을 했습니까?”
“손님에 대한 예의가 없지,  싸가지 없는 애새끼를 데려다 쓰니까 이런 사단이 일어나는 거 아니야, 어!?”
“제가 지켜본 바로는 규정을 무시하고 직원에게 손을 댄 것으로 보였고, 직원이 거부하자 화를 참지 못하고 때린 것으로 압니다만,아닙니까?”
“하! 그러면 어쩔 건데, 어쩔 거냐고 새끼야!”

화를 참지 못하고 다시 손찌검을 하는 진상, 하지만 몸을 살짝 뒤로 숙이는 것으로 손을 피한 초선은 웃음을 지우지 않으며 말했다.


“규정상, 호위를 제외한 직원은 손님에게 손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씨…….”
“어이쿠, 조심하시지요, 취하신 몸으로 그리 움직이시면 어지럽답니다.”


계속해서 손을 휘두르는 손님, 그것을 여유롭게 웃으면서 피하는 초선,  모습이 웃겼는지, 불쾌함에 잠겨있던 다른 손님들도 환호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남자한테 쪽도 못 쓰고 당하는군!”
“재밌다! 좀  열심히 해보라고!”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화려하게 몸을움직이며 진상을 농락하며 손을 피하는 초선의 모습은 즐거운 볼거리였다. 그렇기에 다시 분위기는 올라갔고 초선은 그에 화답하든 더욱 커다란 몸놀림으로 마치 춤을 추듯이 움직였다.


 모습에 수치심을 크게 느꼈는지, 얼굴이 터질듯하게 붉어지던 여자는 호를 참지 못했다.
계속해서 손을 휘두르던 그녀는 근처에 있던 장식용으로 놓아둔 도자기를 들었다.

“이…… 개 같은 놈이!”


쨍그랑-!
도자기를 땅에다 던진 손님은 날카로운 파편을 들었다.  모습에 초선은 웃음기를 지우고 진지한 눈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손님, 무기 반입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시끄러워!감히 남자 주제에 나에게이런 망신을 주다니! 죽여버릴 테다!”

빨갛게 충혈된 눈, 거친 호흡, 볼을 타고 내려오는 식은땀, 매우 흥분한 상태. 초선은 더는 말로 끝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진지하게 해결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평판에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둘 순 없었다.


“진행자님!”
[무슨 일이십니까, 지배인님!]
“소리 최대로!”
[예-압!  짜식들아! 최대한 신나고 즐거운 노래로 가즈아아아아!!!!]


펑-!
호우-!

이유의 진행에 악단이 경쾌한 노래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화룡점정으로 이유가 화 속성 마법으로 불까지 내뿜으니 그 모습은 가히 현대의 콘서트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경쾌한 노래와 화려한 불쇼, 그리고 그것을 싫어할 손님은 없었다.

“지, 지금 나를 앞에 두고 무슨 짓거리야-!”


하지만 진상은 그것을 싫어하는 듯, 날카로운 도자기의 파편을 들고 초선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간단히 피한 초선은 진상의 구겨진 옷을펴주며 귓가에 속삭였다.

“옷이 풀어져 있습니다. 체통을 지키셔야죠.”
“이놈이……!”

농락당한 진상은 초선의 얼굴을 향해 파편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간단히 손목을 잡고 남은 팔로 허리를 감아 마치 춤의  동작처럼, 우아한 동작을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초선. 환호성이 점점 커져갔다.

“이제 그만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지금 그 무기를 놓고 나가주신다면 더는 이 일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겠습니다.”
“닥쳐! 사람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그냥 넘어갈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냐!”
“답이 없군요. 웃음거리를 누가 만든 건지 아직도 모르시다니.”

노래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초선은 죽일 기세로 달려오는 진상을 향해 손을 들었다.

“때리는 것은 규정에 어긋나지만.”


손에 하얀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


“기쁘게 하는 것은 당연한 것.”

툭-.
초선은 찔러 들어오는 움직임을 가볍게 피한 뒤 마력을 담은 손으로 진상의 아랫배를 살짝 건드렸다. 그러자, 화로 달아올랐던 진상의 얼굴이 다른 것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 느낌은,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손님은……. 아니, 이제는 손님도 아니군.”


피-슈우우우욱!
화려한 불기둥 아래, 노래가 끝나는 타이밍에 맞춰 초선은 한껏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너는 이미 가고 있다.”
“무, 무슨…… 흐아아아앗♥”

푸-슈우우웃!
팬티를 뚫고 폭포처럼 내려오는 조수.

“우옷♥ 누오오옷♥”

철썩!
그대로 눈을 까뒤집으며 허리를 튕기며 쓰러지는 진상. 그 모습에 관중들은 환호했다. 웬 남자 지배인이 진상을 멋지게 물리치는 마치 연극과도 같은 광경은 아까 불쾌했던 것은 생각도 나지 않게 만들었다. 뺨을 맞았던 직원들도 같이 환호를 지르며 초선을 찬양하고 있었다.


“소동은 끝났습니다! 남은 시간을 마저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꾸벅-. 꾸벅-.
예의 있게 허리를 숙이는 모습에 다시 한번 환호를 지르는 관중들.  모습에 동탁은 감탄했다.

“손님과 직원의 신뢰와 즐거움을 모두챙겼군, 완벽해.”
“누군진 몰라도 노련한 행동이었습니다. 적어도, 이곳이 나쁜 곳은 아니라는 확신을 주게 해주는 군요.”

흥미롭게 초선을 바라보는 마등에 동탁은 속으로 웃었다. 그리곤 반절의 성공이라는 말을 정정했다.

완벽했다, 초선. 이따 밤에 보자꾸나.

초선은 환호를 받으면서도 소름이 끼치는 느낌에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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