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외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몸을 바친다!~
새하얀 몸을 가진 음란한 몸뚱이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하고 있었다.
어찌 이리도 음란하기 짝이 없을까 자기의 자지를 품은 저 모습, 음란하고 또 음란하도다. 뒷모습은 어떠할까? 분명 더러운 구멍까지 전부 보일 터, 뒤를 돌라고 할까? 아니, 순결한 유부남을 이리도 더럽혔다. 그 이상 하면 명예까지 실추가 될 터.
"그만, 옷을 입으시죠."
"······제 청을 들어주시나이까?"
"물론, 고결함에는 그에 걸맞은 대가가 필요한 법. 여봐라!"
예!
여포에게 고기와 술을 주거라. 남은 부위가 아닌 여기로 내오는 것으로.
명을 받들겠습니다.
"되었는가?"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그제서야 주섬주섬 옷을 입는 여포의 정인. 누가 그랬던가, 옷을 벗는 모습보다 입는 모습이 더욱 흥분된다고.
······분명 본초년이였나?
[나의 친애하는 벗이여, 남자는 벗은 몸을 본 뒤 옷을 입는 모습이 더욱 꼴리는 경우가 많다네. 왜냐고? 옷 속에 숨겨진 그 모습이 상상이 되기 때문이지.]
그 미친 변태 년의 말이라 여태껏 머리에서 지우고 살았는데 이때만큼은 원가 놈의 말이 맞는다고 인정했다.
저 얇은 옷 뒤에 흉악한 물건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아니 더욱 꼴리는 것이 정말 앙큼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저 고결한 정신에 반비례하는 음탕한 몸, 여자의 애액을 다 뿜게 해버리는 애액 도둑 아닌가. 하지만 오직 정인만을 위하는 모습.
타락시키고 싶다.
오랜만에 불타오를 시간이다.
*
*
*
"먹을 것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정인 분 께도 똑같은 음식이 가실 겁니다."
그럼 어쩔 수 없제!
나는 마지못해 먹는다는 듯이 다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으음······ 개꿀맛.
여포에겐 미안하지만 너무 호사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몰라, 나도 이리 귀빈 대접을 해줄 준 몰랐는데. 그렇게 다과를 먹으며 시간을 때웠다.
흠, 이제 올 때가 됐는데.
"사공께서 부르십니다."
역시, 이쯤 되면 나를 부를 줄 알았지. 나는 군말 없이 그녀를 따라갔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성욕에 찬 시선, 여태껏 지내면서 계속 받아본 시선이지만 포로의 신분이라 그런지 더욱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간혹 내 속옷이 사라진다거나, 목욕물을 누가 퍼간다거나, 참으로 뭐라 말 못 할 일들이 많았다., 누가 내 밥에 애액을 넣었을 수도.
나는 아무래도 좋지만서도. 그런 생각을 하며 걸으니 어느새 조조의 방문 앞까지 도착해있었다.
"들어오시오."
"어쩐 일로 부르셨습니까."
"그대를 보고 싶어서. 예전부터 그대 같은 남자를 기다려 왔다오."
사실은 나도 그랬는데.
"하하, 농이니 그리 표정을 굳히지 마시오."
뭣······ 감히 순결한 내 마음을 짓밟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뭐, 사실 기대도 안하긴 했다. 조조는 정말로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강제로 가 아닌 자신에게 스스로 오게 만드는 타입이니까.
"다름이 아니라 인연이 생겨 좋은 화장품을 얻어서······."
"죄송하지만 저는 화장품을 쓰지 않습니다."
이것은 사실이었다. 이 세계 남자들은 이뻐지려고 온갗 화장품을 다 쓰지만, 내가 누군가!
달도 숨고 꽃도 지는 그야말로 절세가인 초선! 나는 화장품을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그, 그렇소? 그럼 이 비단 옷은······."
"괜찮습니다."
비단은 바람이 잘 안통해서 싫다.
"그, 그럼 이 다과는 어떻소? 무려 삼 개월 전에 예약해야······."
"배가 부릅니다."
방금까지 다과를 먹고 왔는데.
"음······ 그럼 원하는 것이 없나?"
"언제나 저희는 자비를 바랄 뿐입니다."
지조. 언제나 좋아하는 단어였다. 자신에게는 없는 것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지금은 그 단어가 싫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옷을 보내도 거절, 다과를 보내도 여포에게도 주지 않으면 먹지 않겠다. 그렇다고 남자들이 환장하는 보석에도 욕심이 없어, 심지어는 남자를 유혹하는 것을 일삼는 제비도 보내면 오히려 유혹 당하고 와.
게다가 요리도 잘해서 온갖 진미로 유혹하는 것은 택도 없었다. 오히려 허저가 그의 요리 솜씨에 반해 상사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는 유명했다.
부인은 천하제일의 무를 가져 싸움에 따라올 자가 없었고 그 남편은 천하제일의 미를 가져 어떠한 유혹에도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가지고 싶었다.
'게다가 초선을 유혹하면 그 망나니 여포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일석이조, 일거양득.
죽이기에는 그 무예가 아깝고 그렇다고 살리기에는 너무 위험한, 마치 닭의 갈비뼈인 계륵과도 같은 여포였지만 초선만 잡아 놓는다면 그 무예가 자신의 것이 된다.
그 무예만 있다면 원가년의 코를 누르기에 더욱 수월해 질터. 언제나 냉철한 이성으로 생각하는 조조 다운 계획이었다.
하지만.
"어디 아프신가요?"
사색에 잠겨있는 모습이 그리 좋은 모양새가 아니었던 것일까, 초선은 자신의 이마를 조조의 이마에 맞대었다.
아, 눈 이쁘다.
조조는 순간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 깊은 눈동자, 빨려 들어갈 법한 흡입력이 조조를 감쌌다.
초선의 살결, 피부의 내음, 달콤하고 뭔가 야한 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입술.
저 부드러운 입술을 핥으면 무슨 말이 날까. 분명 저 입술은 여포가 매일매일 탐하던 입술일 터인데 어째서 이리 탐나는 것일까.
'그야 남의 것이라서 그렇지.'
저 입술은 누군가가 소중히, 오로지 자기만을 위하여 사용하던 것이다. 죽어도 남에게는 주기 싫은 것. 그만큼 소중하며 귀한 것. 그렇기에 조조는 유부남을 사랑했다.
그렇기에 조조는 이성을 잃었다. 여태껏 계속 쌓은 탑을 어느새 무너트리고 있었다.
"사······ 공? 왜 그런 눈으······ 읍!?"
쮸읍♡
조조는 결국 눈앞에 있는 탐스러운 선악과를 따먹고 말았다.
"그, 그만 두··· 읏?"
쮸으으읍♡ 쪼옥♡ 하압♡
"푸하······."
억지로 행한 키스는 오랬동안 이루어졌다. 내심 혀를 깨물 거라 생각했던 조조는 혀가 멀쩡하자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초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쌓아온 것들이 효과가 있었나?
"······저질."
하지만, 혐오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빛에 조조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따라오십시오. 그대의 정인이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크읏······."
천하제일의 무는 가지지 못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