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하얀 구슬은 몸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황제의 도주.
본래 역사에도 있는 이 이벤트는 삼보의 난이라는 이각, 곽사의 행패에 버티지 못한 황제가 수도인 장안에서 도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는황제의 권한을 풀어주었고 백성에게 행패도 부리지 않았으며 애초에 황제에 대한 예우는 제대로 해주었다. 게다가 본래 역사에 있었던 이유가 황후에게독약을 주었다는 일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애초에 황후가 없었기에.
그런데 어째서? 지금도 황제의 권위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맞았지만 수도에서 빠져나가 다른데에 의탁한 황제가 지금보다 더한 권위를 얻을 거라 생각한 것일까? 그렇다면 정말로 한심하기 그지없는 판단이었다.
“어쩐 일인지 황제의 자취가 완벽하게 사라졌습니다. 추적에 능한 인물들이 모두 고개를 저을 정도로, 그래서 처음 의심한 것은 전장에서 오래 구른 황보숭과 주준, 그리고 왕윤 님을 의심했죠.”
“어머니는…… 아닐 거예요. 동탁 님의 행보를 보고 만족하신다고 하셨거든요.”
“그렇죠, 왕윤 님은 범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황보숭 님이나 주준도 범인이 아니었죠. 그들을 제외하곤 황제를 무사히 빠져나가게 할 인물은 없습니다. 그때 저는 가후 님과 술을 마시고 있었고 여포 님은 초선 님이랑 왕윤 님의 저택에 있으셨으니까요.”
이 안에 범인은 없습니다.
그렇게 단정 짓는 이유. 그렇다면 대체 누가 황제를 데려갔을까…….
“다른 군웅들이 데려간 거 아닐까요?”
내 말에 동탁이 끄덕이며 답했다.
“그럴 수도 있지, 특히나 조조, 그 발랑 까진 년이라면 할 수도 있겠지.”
“손견의 딸인 손책은 지금 전쟁 중이므로 제외하고…… 원소 그년은 우 장군의 직위를 주었으니 얌전하겠지.”
“원술은 그럴 깜냥이 되지 않고요, 공손찬 님은 원소에게 뚜드려 맞고 농성을 펼치고 있고…….”
“마등은 던전에서 발견한 유물로 뭔가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으니 아니겠지. 거기에 푹 빠져 자기 딸들을 전부 거기에 넣고 있으니.”
수많은 군웅의이름을 말한 동탁과 이유. 하지만 내가 아는 가장 유명한 인물의 이름이 나오지않았다. 삼국지의 주인공, 나는 그 이름을입에 담았다.
“유비라는 군웅은요?”
“유비?”
동탁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생각이 난 듯 입을 열었다.
“도겸에게 서주를 이어받은 그 귀 큰 년 말이냐?”
“네! 맞아요.”
“그년이 황제를 탈환한다고? 어림도 없다.”
동탁은 유비를 한껏 비웃으며 말했다.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인 것이 나중에 촉이라는 나라를 세우는 인물이 되는데 어째서 그녀를 이리 무시하는 것일까?
“멍청하게 도겸의 유지를 받았으니 둘 중 하나겠지. 조조와 원술 사이에 끼어서 죽던가 서주를 버리고 도망치던가.”
“하지만 그녀의 밑에는 훌륭한 장수 두 명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아, 그건 여포가 알겠지.”
그렇다.
무려 그 삼 형제…… 아니 삼 자매하고 삼 대 일을 하신 인물이 옆에 있었다. 그러자 여포는 인상을 찌푸리며 간략하게 말했다.
“흑발 머리카락 긴 년, 장료급, 키 작은 년 장료보다 살짝 쌔고 귀 큰 년은 열 명이 덤벼도 이겨.”
“그것만 이겼어도 낙양이불타지 않았을 것을.”
“……지금은 안 져.”
“그럼 그 실력 가지고 그때로 가지 그러냐?”
역시 여포를 구박하는 것은 동탁이 최고였다. 그러다 여포가 한계가 왔는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범인은 니들끼리 찾아, 머리 쓰는 건 내일이 아니야.”
“누가 너에게 그걸 바라겠느냐. 차라리 하늘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겠다.”
“초선, 빨리 나가죠. 오랜만에 같이 수련이나….”
“뭘 데려간다는 것이냐? 너는 필요 없어도 영특한 초선은 이 회의에 필요하다.”
또 다시 티격태격하는 둘, 회의가 진행되지 않자 이유는 오늘은 쉬고 내일 다시 회의를 잡고 회의실에서 나갔다. 결국 결론이 나지 않은 채 파토난 회의에 나름대로 범인을 예측해보았다.
동탁이 멀쩡히 살아있고 여포가 유비에게 의탁하러 가지 않은 이 세상에서, 역사대로 황제가 도망치는 일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범인도 황제의 도주와 관련된 인물이지 않을까?
이각, 곽사.
둘이 수상하다.
*
*
*
퍽, 퍽, 퍽, 퍽.
푸-슈우우욱!
오늘도 열심히 그녀의 안에다 사정한 뒤 침소에 누워 동탁에게 물었다.
“……마신교가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요?”
“마신교? 무슨 소리…… 회의 때 말이냐?”
“무언가 이상해요. 어머니를 노리던 마신교와 황제의 실종. 그리고 이각 곽사의 반란이 겹치다니.”
슬며시 동탁에게 이각과 곽사를 언급했다. 내가 볼 땐 그들이 관련된 것이 확실했다.
어머니를 습격한 마신교.
사라진 황제.
이각 곽사의 반란 소식.
“그들은 투쟁을 원한다고 했죠. 누구를 죽이고 그 보상을 얻는 것을 좋아한다고…….”
“그랬지.”
“전에 말했죠. 사람을 제물 삼아 최상급 마물을 소환했다고. 그렇다면 이각 곽사도 마신교이지 않을까요?”
“확신은 있느냐?”
“……추측이에요. 하지만 무언가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네요.”
내 말이 도움이 됐을까. 동탁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이각 곽사가 마신교라고 해도 황제가 사라진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렇죠……”
“하지만 나쁘지 않은 추측이구나. 내일 여포를 보내 두 명을 데리고 오면 나오겠지.”
괜찮은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동탁의 말대로 아무런 연관이 없을 수도 있었다. 만약 정말로 이각 곽사가 그냥 반란 준비만 하던 그런 인물이었다면 황제는 왜 사라졌을까? 하지만 그런 고민은 다음 날이 온 뒤에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 둘은 저택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집안을 수색하자 이런 게…….”
장료는 옷처럼 보이는 것을 펼쳤다. 금색 용이 장식으로 위상을 드러내는 의복.
“용포…….”
이각 곽사가 관련된 것이 확실했다.
*
*
*
“장료, 이각과 곽사를 수색해라. 이유, 마신교에 대해 조사를 해라. 고순은 병사를 훈련, 여포는 나의 호위를 맡아라.”
진상을 알게 된 동탁의 행동은 빨랐다. 순식간에 인원을 배치한 동탁은 한껏 개운해졌는지 어제보단 활짝 핀 얼굴로 서류를 검토했다. 나도 예상이 맞아떨어지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무언가 묘했다.
역사대로 흘러가는 것을 보니 삼국지 같기도 하고, 뭔가 많이 틀어진걸 보면 또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아무리 내가 많은 걸 바꿔놓아도 굵직한 이벤트는 진행되는가?
몰라. 그럴 시간에 섹스나 해.
나는 할 거 다 했다.
이제 섹스 머신 초선으로 돌아갈 때이다.
“실례하겠습니다.”
그때 가후가 방문을 두들겼다. 꾀죄죄한 모양새로 방안으로 들어오는 가후. 분명 어제 그 하얀 공을 조사하겠다고 하고 회의실을 나갔는데 모양을 보니 지금까지 조사하다가 바로 온 모양이었다.
“그래, 그 하얀 공이 뭔진 알아냈느냐?”
“그렇습니다.”
그녀는 하얀 공을 꺼냈다. 여전히 탁하고 하얀 공. 그녀는 설명을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의 정체는 정(精)입니다.”
“정(精)? 초선의 속성 말이냐?”
“정확히 말하자면 정욕으로 나오는 마력이 모여 형성화 된 것이 이 구체입니다.”
정욕으로 만들어진 구? 무언가 야한 느낌이 들었다. 막 손에 쥐는 것으로 사람의 정욕을 폭발시키는 기능이 있는 그런 거.
“하지만 욕구를 해결 시켜 준 뒤에 형성화 시켰으니 욕구는 빼야죠. 그래서 저는 이것을 순수한 정(精)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흐음…… 그래서, 쓸모는 있느냐?”
“그건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가후는 서책을 하나 꺼냈다.
[악마학개론]
마물의 상위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의 대한 것을 적어둔 서책. 가후는 그것을 펼쳐 어떠한 종족을 보여주었다.
“몽마, 꿈속에서 사람의 정기를 빨아 먹는 하급 악마지요. 이들은 정기를 생존에 사용하며 마력도 증진 시키고 외모도 가꾸는 종족. 그렇기에 정기를 많이 빨아 먹은 몽마는 잘생기며 마력도 많고 오래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정기를 뺏긴 인간은 그만큼 수명이 깎기거나 생명력을 잃죠.”
“그래서 이것이 천 명의 생명력으로 만든 것이란 말이냐?”
“아뇨, 초선 님은생명력을 빼앗은 것이 아닙니다.”
가후는 자신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성욕을 빼앗죠. 만일 초선 님의 정(精) 마법이 완전히 숙달된다면 보지에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사막 보지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가후 님…… 제발 말 좀 순화 해주세요…….”
“잠깐, 그렇다면 초선이 원한다면 내 성욕을 가져갈 수 있다는 말이냐?”
“그렇죠.”
그 말에 여포가 반색하며 말했다.
“초선, 그 마법을 동탁에게 쓰십시오. 자신이 임신한 것도 잊고 몸을 놀리는 저 몸에 정조대를 채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흥! 손만 대도 흥분하는 너에게 어울리지 않겠느냐? 한 번에 실신할 바엔 그냥 느낄 수 없는 게 낫지. 그렇지 않느냐?”
“그만 좀 싸우시고…… 그럼 그 하얀 공은 뭐에다 쓸 수 있나요?”
나는 둘을 말리며 가후에게 물었다. 그러자 가후는 하얀 공을 나에게 손에 쥐어주었다.
“순수한 정(精), 천 명에게 흡수한 이건 영약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럼…… 먹는 건가요?”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다른 부위도 추천드립니다.”
다른 부위?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싶어 가후를 바라보자 그녀는 손을 입 가까이 대고 피스톤 질을 하며 말했다.
“입에 넣는다는 것은 자연 치유력을 높이는 효과를 냅니다. 수명이 늘어나는 효과는 덤이고요.”
자신의 가슴을 문지르며 말했다.
“피부에 바르면 노화 방지와 피부의 부드러움, 탱탱함을 얻게 되고요.”
이번엔 주먹을 아랫배에 넣는 듯한 시늉을 보이며 말했다.
“보지에 넣는다면 마력이 늘어납니다.”
마지막으로, 엉덩이를 벌리는 듯한 포즈를 잡으며 말했다.
“항문에 넣는다면 내상이나 의학으로 닿지 않는 부위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곤 다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저도 탐나는군요. 나중에 저도 하나 만들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말을 남긴 뒤 방을 나간 가후.
분명 좋은 효과였다. 하지만 나는 그리 기뻐할 수 없었다.
“…….”
“…….”
탐욕스럽게 내 손에 있는 정(精)을 바라보는 두 명의 아내가 있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