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화 〉운동회. (24/96)



〈 24화 〉운동회.


여포에게 잡힌 마신교 마법사는 결국 지하 감옥에 갇혔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는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요즘 마신교의 수준이 높구나. 최상급 마물을 소환하는 것도 그렇고…… 말세로구나.”

습격했던 암살자들의 수준을 본 어머니는 어찌 마신교같은 곳에 들어갔냐며 한탄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들의 수준은 황실의 호위를 아득히 뛰어넘은 것이었고 최상급 마물은 그들이 전부 덤벼도 이길 수 없는 수준의 등급이었다.


만약 여포가 없었다면 모두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수준. 여포가 있어 호위를 강하게 하진 않았어도 대단한 수준이었다.

“그 정도 실력이라면 황실에 입관도 할 수 있을 터인…….”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란 흑발과 거대한 가슴, 마중을 나온 동탁이 어림도 없다는 듯 내 말에 반박하며 등장했다.

“무슨 뜻인가요?”
“최상급 악마도 아닌 최상급 마물을 희생으로 소환하는 정도인데 어떻게 자리를 얻겠느냐? 혹시 돈이나 인맥이라도 있느냐?”
“상국, 자리는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닙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다른 재주가 있다면 모를까 애매한 재주를 황실에 놓기엔 격이 떨어진다. 적어도 한 가지 특출난 재주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이년처럼 말이다.”


동탁은 뒤에 있던 한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커다란 키, 짧은 갈색 단발, 단호한 눈매를 가진 사람이 앞으로 나왔다. 또 다른 스타일을 가진 새로운 미인에 기분이 좋아지려고 할 때 여포가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너는 분명, 내 휘하의…….”
“……기억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여포의 말에 영광이라는 듯이 고개를 숙이는 여성. 무뚝뚝한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것을 본 나는 그녀가 여포를 존경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있었다. 그 여포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오랫동안 충성스럽게 섬겼다는 것.

“……?”


잠깐.
여포에게 높은 호의를 가지고 변치 않는 충성을 지닌고참?

“분명 이름이…… 고순이었나?”
“그렇습니다.”

고순(高順).
개차반으로 유명한 여포에게 충성을 다한 인물이며 그 유명한 유부녀 헌터가 권유했음에도 일언반구의 말도 하지 않은 일화는 유명했다.

“그런데 고순은 왜?”
“멍청한 년, 옥석을 가지고 썩히고 있으니 직접 알려주러 온 거 아니냐?”
“그게 무슨 소리지?”
“허, 장료에게 말하는 것이 빨랐겠구나. 네년은 고순의 능력에 대해 평가를 하면 어떻게 말할 것이냐?”


갑자기 욕을 처먹은 여포는 동탁을 째려보았다. 흔들리지 않는 평온한 눈으로 대응하는 동탁. 그렇게 서로를 노려보다 여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성실하고 강직하며 제대로 된 군인이라고  수 있는 사람.”
“내가 성격을 물어봤느냐? 재능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멍청이로구나.”
“……적당히 잘 싸우는 대원.”
“쯧, 그러니  눈을 옹이구멍이라고 하는 것이다.  번이라도 고순이 다른 인원을 훈련 시키는 것을 본 적 있느냐?”

여포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
“멍청한 딸아. 지금 고순이 가르치는 부대의 이름은 아느냐?”
“……몰라.”
“함진영이다. 내 평생 그렇게 일사불란 움직이는 부대는 처음 보았지. 항상 혼자서 싸우는 네년에게는 아까울 정도의 재능이다.”


하지만. 동탁은 불만족스럽다는 듯이 말을 흐렸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멍청한  사람을 끌리게 하는 것이라도 있나? 어떻게 해서라도 네년에 밑에 있다고 말하더구나.”
“…….”
“내가 친히 알려주는 것이다. 중히 쓰거라 딸아. 그녀는 충성 하나만으로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으니까. 본래 그 가치를 모르는 네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싶었지만 사안이 급하니 어쩔 수 없구나. 고순!”
“예.”
“병사 천을 더 줄 테니 함진영을 훈련 시키거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무뚝뚝한 고순은 각진 걸음으로 커다란 훈련장으로 향했다. 동탁은 그녀를 보낸 후 나를 제외한 어머니와 여포에게 말했다.


“가지, 초선 그대는 잠시 방에서 쉬고 있어라.”
“……알겠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시길.”

명백한 축객령, 전처럼 나에게 삐진 것이 아니다. 진짜 중대한 사안이 있어서 나를 돌려보내는 것. 나를 내버려 둔 채 궁으로 향하는 그녀들을 바라보다 걸음을 옮겼다.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동탁이 여포의 밑에 있던 고순을 직접 찾아가 훈련을 맡기고 직접 마중까지 나와 여포와 어머니를 데려갔을까? 본래 삼국지를 생각해봐도 이미 많은 것이 달라져서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판타지도 섞였으니 섣부른 짐작조차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고대의 한 나라처럼인구가 많은 것도 아니다. 엄청나게 큰 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땅은 작았고 마물이 들끓으니 인구는 많아질 수가 없었다.

변수가 하늘의 별처럼 많았다. 그것들을 전부 계산하기엔 내 머리가 부족했고 그로인해 머리가 아파 왔다.


“……섹스하고 싶다.”


나에게 여포처럼 무력이 있었다면 이런 고민은 안 했어도 됐을 것이다. 내가 가후같은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로 똑똑했다면 다음에  일을 예상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내가  줄 아는 것은 내조와 밤일 뿐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섹스만 하고 싶다. 어제 여포가 금방 가버려서 별로 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생각하니 진짜 내가 섹스만 원하는 창놈처럼 보였다. 나는 고개를 털며 음심에 찬 생각을 떨쳐버리고방금 고순이 갔던 훈련장으로 향했다.

이럴 때 이미지라도 챙겨야지, 우리 여포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아 보이던데 응원이라도 해주면 평판이 좋아지지 않을까? 마음 같아서는 음식을 해주고싶지만 천 명은 아무리 나라도 무리다.

오히려 신경 쓰여 훈련에 지장이  수도 있었다. 그러면 이미지 하락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탁에 말대로 가만히 있는 것은  취향이 아니었다.

“즐겁게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했지.”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가지만 나는 고작 반만 가기는 싫었다.
 몰랑.
훈련장으로 가자!

*
*
*

“와, 시발.”
“왜 갑자기 욕질이야 이년아.”
“존나 잘생겼어, 시발, 개따먹고 싶다.”
“미쳤냐? 상국과 그  장군의 남편을? 너 뒤져 새꺄.”
“저 정도 외모면 두 명 거느려도 되지. 그러니 나도  정도로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

훈련장을 돌던 두 명의 병사가말했다. 군대에서 오래 있던 짬밥답게 음담패설을 일삼는그녀들의 말에 듣고 있던 다른 병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젖었다…….”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고순 대장에게 이르러 간다?”
“하지마 시발, 진짜 그러다 참수당한다고.”
“목 잘려도 보짓물을 질질 흘려댈 년이.”
“참수대에 목 걸고 있을 때 초선 님이 뒤에서 박아주면 기쁘게 죽을 수 있을 듯.”


그 말에 몇몇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욕과 목숨을맞바꿔서라도 행하는 것이 군인. 그리고 그 모습을 묵묵하게 바라보고 있는 고순.

“여기 가만히 있으면 되나요?”
“그렇습니다. 초선 님은 가만히 계시는 것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음, 알겠습니다.”


나는 멍하니 앉아 병사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주로 하는 것들은 체력단련과 단순한 찌르기 동작, 그리고 일사불란으로 움직이는 것을 주로 연습하고 여포처럼 마력 훈련이나 세심한 동작은 일절 없었다. 역시 군대는 다르구나, 흥미롭게 그들을 보고 있을  고순이 말을 걸어왔다.


“여포 대장님의 훈련을 많이 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분과 비교했을  내용이 마음에 드십니까?”
“그것은…… 제가 판단하기엔 식견이 좁군요.”
“무언가 이상하다던가 특별한 점이 있다면 마음껏 말씀해주십시오.”


외부인의 의견이 필요하다는 건가. 나는 고순의 말에 잠시 고민했다가 성심성의껏 말했다.


“마력 훈련을 하지 않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개인 훈련 시간에 마력을훈련하라고 말은 하지만  이외에는 전혀 없습니다.”
“어째서인가요?”
“마력이 늘어난다고 하여 격차가 심한 상대를 이길 수는 없으니까 그렇습니다.”

고순은 내가 이해하기 편하게 비유를 들며 설명했다.


“만약 최상급 마물이나 훨씬 많은 군대를 만났을 때 마력이 그 격차를 해소해주겠습니까?”
“전부가 압도적인 재능이 아닌 이상……힘들겠지요.”
“저들에겐 비전도, 재능도 없습니다. 하지만 군인이라 얻는 장점이 있죠.”
“숫자, 인가요?”
“그렇습니다. 수만 많은 오합지졸이아닌 서로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것을 군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각각 조금이라도 마력이 늘어나 전투력이 향상되는 것보다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하는 고순.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과 동료에 대한 믿음, 그리고 정신력입니다.”
“정신력이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미치지 않을 정신력. 강대한 적이 앞에 있든 정신을 갉아먹는 마법이든 이겨낼 정신력이 필요합니다.”


정신력의 중요함을 설파한 고순은 이윽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정신력을 키우는 것은 달리는 것으론 해결되지 않습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도 눈앞에서 동료가 죽어버리면 깨질 위험이크죠. 그러니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정신력을 키우려면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여야 하는데 그것은 너무 위험하죠.”
“그렇… 겠죠?”
“그래서 초선 님이 필요합니다. 도움을 주시겠습니까?”


고순이 도움을 청해왔다. 이것은 평판을 올릴 기회!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수락했다.

“물론이죠!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이 옷을 입어주십시오.”
“……예?”


나는 그때 알아챘어야 했다.
마력 수련한답시고 야한 말을 뿜어내며 자위하던 가후처럼. 여기 여자들을 평범하게 생각하면 안 됐다.


그것이 내가 엄청 짧고 몸에 붙는 반바지. 돌핀 팬츠와 반팔티를 입고 단상 위에 올라가 있는 이유였다.

“정신적으로 몰아붙이든 체력적으로 몰아붙이든 한계를 보는 것은위험한 일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이라면?”

고순은 그렇게 말하며 병사들을 향해 외쳤다.

“집 – 합!”


그 유명한 고순의 함성. 천지를 울리듯이 퍼져나가는 함성에 순식간에 병사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곤 단상 위에 살이 다 드러나는 복장을  내게  명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와 씨발 싼다.
팬티 어떡하냐?
……지금 보지 만지면 뒤지겠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성희롱이 만연하는 것이 느껴졌다. 천 명이 나에게 음심으로 가득한 시선을 보낸다.

 꼴릴…… 아니,  무서운데?


“지금부터 훈련장을 돈다. 단! 특별한 조건을 추가하겠다.”

확성기가 없어도 고순의 목소리는 천 명에게 똑똑히 전해졌다.

“만약 낙오되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사람은 초선 님의 상이 있을 것이다. 너희들이 좋아할 만한 것으로 말이다!”

와-아아아아아!

세상에 마상에.
여포의 휘하  정상은 장료밖에 없는 것인가?
묵묵한 표정 속에 미친 정신이 있을 줄은 몰랐다.

짜게 식은 눈으로 고순을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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