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화 〉피임 의무화 (20/96)



〈 20화 〉피임 의무화

임신. 생명의 탄생. 축복받아야 마땅한 일이고 기쁜 일도 맞았다. 애초에 동탁과 내가 남도 아니고 결혼한 사이인데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그녀가 평범한 백성이라면 그랬다.


“……문제없지 않느냐.”
“상국! 제발! 지금 당신이 저 밖에 있는 백성과 같은 위치입니까?! 상국이라구요 상국! 그런 사람이 미쳤다고 임신을 합니까아!?”
“나도 사람이고 결혼도 했는데 가능하지…….”
“지금 상국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까!? 전에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도망친 키 작은 년도 있지 않습니까!”

 간사한 년……. 이유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녀가 누군지 알 거 같았지만 나는 조용히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동탁 군의 중요한 사람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주군을 임신시킨 내가 곱게 보일 리 없으니까.

“어째서…. 나도, 나도  거야.”


물론 여포는 살짝 부푼 배를 질투에 찬 눈으로 째려보았다. 그런 그녀를 동탁은 비웃으며 말했다.


“시선 치우거라, 그 불온한 시선에 아이가 영향을 받으면 어쩔 테냐?”
“크윽…….”
“장난치지 마세요 제바아아알! 지금 머리 아파 미쳐버릴 거 같으니까!”


머리를 싸매고 자리에 앉은 이유. 그녀를 대신에 마법 스승이자 무표정으로 자위하던 미친…… 가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일은 최대한 숨기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들켜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곧 있으면 배도 부를 텐데…. 요즘 저희가  황실 적인 행보를 보였다고 해도 아직위협이 없는  아니라구요…… 그럴 때 대들보가 탄탄하게 버텨줘야 하는데.”
“게다가 요즘 이각, 곽사라는 자들이 불온한 움직임을 보인다고 합니다.”


익숙한 이름에 고개를 들었다.
이각, 곽사라면 분명 삼국지에서 동탁이 죽고 난 뒤 바로 장안을 탈취한 인물들, 하지만 싸움만하던 무장이라 정치적 식견이 없어 황제를 무시해 야반도주하게 만들고 결국 구심점이 없어진 수도에서 버티고 버티다 죽은 전형적인 싸움만 잘하는 무장.


정치도 싸움도 잘하지만 귀찮아서 하기 싫어하는 우리 동탁과는 다르다!

“그래서, 그년들이 뭘 했다는 것이냐?”
“……잘 모르겠습니다.”


동탁의 물음에 가후가 그리 대답했다. 그녀에게 잘 모른다는 대답이 나오다니, 그 말에 동탁, 이유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들의 진의는 알아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학살,입니다.”
“학살?”


가후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들은 투쟁과 그 보상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군사를 모으고…….”
“반란을 꾀하고 있다?”
“그렇습니다.”

그 말을 들은 동탁은 코웃음을 치더니 가소롭다는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멍청한 년들이군, 직접 상대할 필요도 없겠구나.”
“하지만 그들의 통솔력과 실력은 확실합니다. 대책을 세워야…….”
“여포!”
“……?”

갑작스런 동탁의 부름에 나를 쳐다보고 있던 여포가 동탁을 바라봤다. 동탁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녀에게 명령했다. 하지만 여포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네가 가서  죽여라.”
“……내가 왜?”
“그럼 임신한 내가 가련?”
“……지금은 싫어. 아직 아침이잖아.”


아, 거부감을 드러낸 이유가… 나랑 꽁냥꽁냥 대고 싶어서? 근데 반란 제압이면 그냥 하는 게……. 하지만 여포는 거침이 없었다.


“게다가  조루년이 또 초선을 건드릴 수도 있고…….”
“켁! 조, 조루년이요!?”
“장군, 말이 좀 심하신 거…….”


여포의 말에 이유와 가후가 헛기침을 하며 그를 만류했지만 동탁은 여유롭게, 입고리를 올리며 그녀를 말로 제압했다.


“조루년이라니, ‘애엄마’라고 해주지 않으련?”
“크읏-!”
“아! 이제 초선 님의 얘기는 그만하고 제에발  얘기 좀 하자구요--!!”


그 모습을  이유가 절규하며 외쳤다. 그리곤 나를 맹렬히 째려보는 이유, 살짝 뜨인 눈으로 여우 같은 눈이 보였다. 그녀의 두통에 대부분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는 괜히 찔려 슬며시 그녀를 도왔다.


“흠흠, 반란을 빠르게 제압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그러려고 하는데 저년이  한다고 하지 않느냐?”
“동탁 님, 반란을  명에게 맡기면…….”
“장난으로 보이나? 하지만 이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다. 저년은 이각 곽사의 위치만 알면 한 시간 내로 그년들의 수급을 취하고  수 있다.”


내가 저년을 딸로 데리고 오면서 데리고  이유가 있지. 지금은 후회하고 있지만.
동탁은 여포를 싫어해도 무력만큼은 존중을 보였다. 그것이 싫지는 않은 듯 여포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심 속으로 기뻐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둘이 서로의 능력에 존중은 하고 있었다. 이유도 둘의 화합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니, 그런데 그냥 가서 죽이는 거로 합의가 된 겁니까? 오반데?”
“뭐가 오바라는 것이냐? 반란이라면 즉결 처형감이다.”
“아니, 일단 얘기부터 들어봐야죠. 사실이라면 그때 죽이고 아니면 저희 군으로 끌어들이죠? 가후 씨의 보증이라면 실력은 확실할 테니까.”

그리 쉽게 말할 것이 아니었다. 내가 알기론 반란은 혐의만 있어도 삼족을 멸하는 것이 가능한 중죄였고 그걸 이유가 모르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그런 말을 하는 이유는, 아마 동탁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겠지.

“반란 혐의가 있는 년들을 끌어들이자?”


황제를 다시 묶어버리기 위해서.
이유는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동탁을 따라 수많은 군웅을 짓밟고 황제까지 밟아가며 올라온 자리, 하지만  등장으로 인해 동탁이 변해버렸고 이미 짓밟은 황제를 다시 풀어주는 행보는 자기 자리를 위협하는 꼴이니까.

“나쁘지 않군요. 투쟁을 원하는 사람은 압도적인 힘에 무릎을 꿇는 일이 허다하니까요.”


가후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주요 참모진이 그 전략의 동의했고 남은 것은 최종 결정자인 동탁.


“적당히 사료만 주다가 필요 없어지면 버리면 되니까 사냥개로는 딱 좋을 거 같습니다.”


그 말에 동탁은 이유의 손을 들어줬다.  뒤로 몇몇 의논이 오갔고 회의가 끝나려는 무렵, 마지막 의논이 남았다.

[피임 의무화.]


“……?”
“무, 무슨!”


동탁과 여포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 질렀다. 하지만 황제마저 짓밟은 동탁과 천하제일의 무력인 여포의 시선에도 당당히, 이유와 가후는 오늘 가장 열성적인 움직임으로 서류를 나누어줬다.

뭐지, 하고 바라보니 피임의 중요성이라는 머리말과 함께 기나긴 보건에 관한 내용이 줄줄이 이어져 있었다. 생리 주기라던지 마력으로 정액을 막는 방법이라든지. 야생 그대로의 섹스를 좋아하는 동탁은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는지 서류를 대충 던지며 말했다.


“기각이다. 왜 이런 안건을 마지막에 넣었…….”
“아니요!  필요한 안건입니다.”

하지만 이유가 바람 마법으로 종이를 다시 모아 동탁의 책상 앞에 놔뒀다. 짜증스럽게  모습을 동탁이 입을 열려던 순간 가후가 먼저 선수를 쳤다.


“동탁 님, 어째서 마력으로 피임을 안 하셨죠?”
“……실수할 때도 있는 법이지.”
“그런 실수는 저기 훈련 중인 병사들이 하는 것이지요. 동탁 님 수준이 그런 실수를?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에잇! 정액이 몸을 뚫을 듯 쏟아져 나오는데 실수를 할 수도 있지 않느냐!”

동탁은 불쾌하다는 듯이 책상을 치며 분개했다. 하지만 가후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계속해서 동탁에게 공격을 가했다.

“임신 2개월입니다. 애초에 자궁에 정액이 들어가는 것을 못 느끼는 무장이 어디 있습니까. 물론 임신을 할지  할지는 하늘의 뜻이지만 적어도 피임약을 먹는 것으로 임신을 피할 수는 있지 않습니까?”
“……초선의 씨를 어떻게 없애란 것이냐.”
“그냥 임신하고 싶었다고 하세요. 어쨌든 동탁 님은 수락하신 거로 알겠습니다. 다음은 여포 님은 무슨 불만이?”


결국 침략된 동탁을 놔두고 가후가 다음 타겟으로 여포를 지정했다. 여포의 말빨은 어린애 수준이라 금방 가후에게 털릴 것이라고 생각한 나는 예상외의 결과를 볼 수 있었다.

“나도…….”
“예?”
“나도! 초선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
“……예에?”
“어째서 저년이 먼저……! 더는 차이가 나게 둘 수는 없다!”
“어…….”


너무나도 당당한 여포의 돌직구에 잠시 말을 잃은 가후, 하지만 특유의 침착함으로 여포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장군……. 임신을 하면 싸울 수 없지 않습니까?”
“그동안 열심히 달려왔으니 일 년 동안 쉬는 것도 나쁘진 않지. 휴식도 훈련이다.”
“싸워야 할 상황이라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이각 곽사같은 사냥개를 잡으러 가는  아닌가?”
“……하지만 장군은 마지막 적들의 희망을 짓밟는 존재로서.”
“왜 희망을 짓밟나? 나는 희망을 품을  있는 존재다.”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았다. 가후는 관자놀이를 누르더니 이유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실눈에서 약간의 반짝임과 함께 과장스러운 동작으로 등장하는 이유.

“아유! 그럼요그럼요! 장군의 말이 다 옳습니다!”
“이유 님?”
“가만히 있어 보게나. 장군, 하지만 그 말엔 엄청 커다란 모순이 있습니다!”


이유는 갑자기 나에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


“천하제일의 미색! 상국과 최강의 무장을 사로잡은 매력! 정말 대단하신 분이지요, 초선 님은!”
“음음! 뭘  아는구나!”
“그만큼 재주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부인분들을 기쁘게 하기 위한 기술들이 엄청나다고 들었는데요! 근데……”


이유는 특유의 한 대 때리고 싶어지는 미소를 지으며 여포에게 말했다.

“누구는 솜씨를 보이기도 전에 쓰러진다지요?”
“푸흡!”
“황궁에 원성이 자자합니다. 조금만 손대도 짐승같은 소리를 지르며 가버리는 여성이 있다고! 남성이 너무 불쌍하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욱-.
결국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쓰러진 여포.
그, 그래도 요즘은 1분은 버틴다고! 물론 지금까지 애무만 해주고 섹스는커녕 봉사도 못 받아 봤지만! 그래도 그녀는 노력하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초선 님!”
“예, 예엣?”
“부부 사이에 금슬이 좋은 건 너무나도 좋지요. 하지만 예상치 못한 임신은 좋지 않습니다!”
“예…….”
“이건 세 분에게만 통용되는 안건이니 묻겠습니다 초선님, 통과이신가요?”

나는 불타오르는 이유의 눈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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