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조교 시작.
내 실수로 시작된 야구권 배 바둑 한판. 결과만 말하면 내가 이겼다. 압도적인 불계승으로.
“잘하는구나. 내가 바둑을 별로 안 해보긴 했지만 이렇게 처참하게 질 줄은 몰랐다.”
“저는 바둑을 많이 둬봤고 따로 배우기까지했으니까요.”
“그래도 너무하구나, 이 정도 차이면 지도기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느냐,”
“봐주는 것을 실례라고 여기기 때문에…….”
“되었다. 패자는 말이 없는 법. 규칙에 순응해야지.”
스윽--.
그녀는 저고리를 풀어 상의를 벗었다. 옷 뒤에 가려진 흉악한 가슴이 나타났고 바지를 벗자 탄 피부와 반대되는 새하얀 속옷이 드러났다.
홀리 쉐에엣.
눈나 나 죽어! 하지만 그녀의 탈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속옷까지 벗으려는 그녀를 급하게 말렸다.
“속, 속옷은 괜찮습니다!”
“옷이라고 적히지 않았더냐, 속옷도 엄연히 옷이니 벗어야 하는 게 당연지사.”
“그건 맞지만…….”
거기서 더 벗으면 오락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아무리 그래도 여포가 떠난 지 두 시간이 겨우 지났는데 좋다고 섹스를 하면 뭔가 좀 그렇지 않겠는가.
“그럼 하나 더 뽑죠. 판돈이 있어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음…….”
동탁은 예상외로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녀의 성격상 이런 재미를 거부할 사람이 아닐 텐데 왜 저러지?
“이럴 계획은 아니었다만…. 뭐 좋지. 여기 경품 동전이다.”
코인을 받아 든 나는 다시 한번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종이를 뽑았다. 둘둘 말린 종이를 풀고 적힌 글을 읽었다.
[선풍 오락하기, 패배 시 옷 벗기.]
“선풍? 이게 뭐죠?”
“그 오락 기구라면…….”
선풍 오락이 무엇인지 아는 동탁이 가져온 물품은 네 가지 색깔로 구성된 원이 그려진 돗자리와 녹음한 말을 무작위로 재생하는 마력 도구. 그것들을 본 나는 이게 무엇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트위스터 게임이잖아.’
마력 도구에서 나오는 말에 따라 손과 발을 지정된 위치에 놓아야 하는 게임. 언뜻 보면 쉬워 보이지만 이것은 1인용이 아닌 2인용 게임이었다. 그 뜻은 지금부터 동탁과 아크로바틱한 자세를 취하며 살을 맞대야 한다는 것이었다.
‘버틸 수 있을까.’
이길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 신체는 엄청나게 유연하니까. 하지만 내 양물은 유연하지가 않았다.
속옷만 입은 동탁을 상대로 아랫도리를 통제할 수 있을까? 보는 것 만으론 서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게임이라는 특수한 환경과 기상천외한 자세들을 생각하면 불가능할 거 같기도 했다.
“재밌겠구나. 하겠느냐?”
“그… 이건 조금…….”
“그러냐? 그럼 이건 집어넣도록 하지.”
이걸 그냥 순응한다고……? 대체 뭐지, 공명의 함정인가?
정신이 이상해질 듯한 괴리감을 참고마음을 바꿨다.
“재미있겠네요. 하죠!”
나는 그녀와 같이 트위스터용 돗자리를 펼쳤다. 생각보다 무척이나 작았다. 이 정도면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 밀착이 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그래도 참아야 했다.
-가번, 적색 3번 오른발.
그녀에겐 무슨 꿍꿍이가 있을 터. 뭔진 몰라도 절대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테다. 그런 각오를 마치고 나는 안내하는 목소리에 따라 원에 발을 올렸다.
-가번, 녹색 2번에 왼발.
-나번, 황색 4번에 왼발.
두 발 모두 돗자리 위에 올라온 나와 동탁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랑 키가 비슷해서 그런지 그녀의 눈을 자주 볼 수가 있었는데 오늘따라 탐욕으로 불타던 눈이 매우 잠잠했다.
-가번, 청색 1번에 오른손.
“이런, 공교롭게도 다리 사이구나.”
교차하던 시선이 끊기고 내 시선엔 그녀의 배후가 보였다. 매끄러운 등 선, 잘록한 허리, 커다란 엉덩이, 그리고 하얀 팬티 사이로 보이는 엉덩이 골.
데에에엠.
그래도 아직까진 버틸 수 있었다. 매일 그녀의 알몸을 보면서 살았는데 이 정도도 못 참을까! 어떤 자세든 참아주지. 무엇이든 와봐라!
-가번, 녹색 3번에 왼발.
“흐앗!”
“이런, 모르고 스쳤구나.”
그녀에 발이 내 사타구니를 스쳤지만, 참을 수 있다.
-나번, 적색 1번에 오른손.
“읍!”
“내 가슴이 그리도 그리웠느냐?”
내 얼굴이 그녀의 가슴에 묻혀도 참을 수 있다.
-가번, 황색 2번에 왼손.
“치, 치워주세요.”
“으음, 너무 깨끗하게 씻지 않아도 된다. 체취가 미세하게 나지 않느냐.”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박아도 참을 수 있다.
-나번, 청색 3번에 왼손.
“으읍!”
“하나밖에 없는 속옷인데 그리 숨을 내쉬면, 흐읏. 못쓰게 되었군.”
축축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팬티에 코를 박아도…….
-가번, 적색 4번에 오른발.
“자세가 이러니 좀 불편하구나. 살짝 움직일 테니 가만히 있거라.”
“둔부를… 격하게 움직이는 것이 어찌…. 살짝입니까!”
“옷을 벗으니 좋구나. 훨씬 더 잘 느껴지고.”
그녀가 엉덩이를 격하게 위아래로 흔들며 내 양물을 자극해도 참을 수…. 참을 수…….
“아.”
이건 못 참…….
-가번, 적색 1번에 왼발.
“이런, 저기에 왼발을 놓는 건 불가능하겠구나. 나의 패배다.”
“네… 엣?”
“두 번의 패배라니. 정말로 강적이구나.”
더는 양물을 통제할 수 없어질 무렵, 그녀가 포기를 선언했다. 봐준 건가 싶었지만 정말로 인체 구조상 닿을 수 없게 명령이 내려졌다. 나는 얼떨떨한 기분을 느끼며 거미처럼 있던 자세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쩔 수 없지. 벌칙을 받을 시간이구나.”
“구, 굳이 벗을 필요는 없…….”
동탁은 내 말을 무시하고 그대로 브래지어를 풀었다. 그러자 마치 봉인을 풀었다는 듯이 커다란 가슴이 튕기듯이 모습을 과시했고.
“축축해서 기분 나쁘구나.”
그녀의 음부와 팬티에 실선이 늘어졌다 끊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고역이었다. 알몸이 된 그녀는 부끄럽지도 않은지 젓은 팬티를 멀리 던져버리곤 말했다.
“이대로 지고만 있는 것은 아무리 오락이라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알몸으로요……?”
“상관없다. 하지만 내가 판돈이 없으니 성인용은 할 수가 없구나. 그렇다면 다른 것도 시험해 봐야지.”
동탁은 알몸인 상태로 성인용이 아닌 전체 이용가 자판기에서 종이를 뽑았다.
[밥 내기 탁구 한판.]
전체 이용가답게 건전하기 그지없는 게임이 나왔다. 하지만 불리한 게임이기도 했다.
“시선이 딴 데로 가 있구나. 그렇게 해선 날 이기지 못한다.”
애초에 그녀와 피지컬 차이가 크게 나기도 했고 무엇보다 뛸 때마다 흔들리는 커다란 가슴에 자꾸 시선이 가서 공을 놓친다는 것이 문제였다.
“내 승리로구나.”
“져버렸네요.”
“원래 밥을 사는 것이 벌칙이지만 우리 둘밖에 없구나.”
“괜찮습니다. 다방이라 요리 기구도 있고 개점이 얼마 남지 않아 기본적인 재료는 모두 있으니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요리도 할 줄 아나?”
훗. 내조에 관한 모든 기술을 완벽히 마스터한 나에게 그런 질문은 실례와도 같았다. 나는 군말하지 않고 그녀에게 밥과 계란, 그리고 몇 가지 채소로 만든 황금 볶음밥을 그녀에게 대령했다.
“호오…. 대단하구나. 이 내가 맛있다고 느끼다니.”
“후후, 이번엔 재료가 별로 없어서 이 정도밖에 해드리지 못하지만 나중에 훨씬 더 다양한 맛을 선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것을 여포 년은 매일 즐겼단 말이냐?”
뭐라고? 마지막 말은 소리가 작아 듣지 못했다. 내가 되묻자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맛있게 볶음밥을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의문은 먹을 때마다 흔들리는 가슴으로 인해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밥도 먹었으니, 운동을 하나 더 하고 싶구나.”
“이대로 끝내기엔 아쉽긴 하네요.”
“저것이 재미있겠구나.”
그렇게 몇 번 더 게임을 즐기고 나니 어느새 3시간이 지났다. 아무리 마력을 깨우쳤어도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고 마지막 오락을 끝으로 나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하아, 하아.”
“흠, 체력이 바닥났구나.”
“조금, 힘드네요. 하아….”
“그럼 이곳은 여기서 끝내야겠구나.”
솔직히 더 놀고 싶긴 했지만 체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아직 해가 중천인데…. 속으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을 때. 동탁이 옷을 입은 채로 다가왔다.
“일어나거라.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마.”
“좋은 곳이요?”
“내 방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이근처에 있는 장소다.”
그녀의 말에 따라 지친 몸을 이끌고 가니 오락 전문 다방과 비슷한 디자인을 가진 간판이 보였다.
[피로 회복 전문 의원.]
“의원이네요?”
“약이나 그런 것을 처방하는 의원은 아니다.”
들어가 보면 알겠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락 전문 다방과는 다르게 사람이 우리를 반겨줬다. 매우 극진하게 고개를 숙이며.
“어서 오십시오.”
“사람은 없겠지?”
“개미 한 마리도 들여보내지 않았습니다.”
“좋다. 가자, 초선.”
“따라오십시오.”
상국이 왔으니 당연한가? 그렇게 극진한 대우를 받으며 간 곳은 다름 아닌 고풍스럽게 꾸며진…….
“목욕탕…… 인가요?”
“일반 목욕탕과는 다를 거다.”
갑자기 목욕탕에 온 것이 의아했지만 땀도 흘렸으니 옷을 벗고 수건을 몸에 두른 채 욕탕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욕탕엔 나와 동탁만이 있었고 묘한 냄새가 주위를 맴돌았다.
“이 냄새는…… 허브(herb)인가요?”
“그런 이름이었나? 수입 제품을 잘도 아는구나.”
“사람에게 이로운 향기를 내뿜고 바르면 피부에도 좋고 요리에도 쓰일 수 있는 이로운 식물이라고 들었습니다.”
피로 회복 전문 의원이라더니 아로마테라피였구나. 확실히 몸에도 좋고 목욕 자체가 피로에 도움이 되니까. 몸을 씻고 동탁과 함께 욕탕에몸을 담갔다.
“후아. 좋은 물이네요. 피로가 확 풀리는 기분이에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예?”
충분히 몸을 담근 뒤 욕탕을 나온 우리는 이곳에서 주는 얇은 면티와 바지를 입고 안내를 받으며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장소는 다름 아닌 마사지 방이었다.
그것도 평범한 마사지가 아닌 마력을 이용한 마력 마사지. 흥미가 돋군 나는 재빠르게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나이가 지긋한 여성이 들어왔다. 아무리 봐도 마사지를 할 몸이 아닌 거 같았지만 그분은 아무 말 않고 내 등에 손을 얹더니….
“아으으…. 거기보다 좀 더 위…… 거기!”
“아구, 젊은 청년이 왜 이렇게 많이 뭉쳤어.”
“일이 많아서…… 아으, 좋다.”
달인 같은 실력으로 내 의심을 풀어주었다. 몸이 훨씬 가뿐해진 것을 느끼며 나는 동탁에게도 받아보라고 권유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음으로 넘어가지.”
갑자기 또 삐졌다. 설마 다른 여자에 손길에 기분 좋아진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요즘 좀 질투가 심하긴 해. 처음 여포와 공유하는 것도 허락하는 그때와는 다른 커다란 변화였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
…
아 몰라 일단 즐겨!
그렇게 모든 코스를 마치고 저녁까지 먹은 뒤 침실로 도착한 나와 동탁. 야릇하게 켜진 분홍빛은 밤에 마력을 더욱 일깨웠다.
오늘 동탁이 제대로 호강시켜줬으니 나도 제대로 호강시켜 줘야지! 그런 마음으로 손을 풀며 준비를 하는 그때.
-딸깍.
“피곤하구나. 어서 자자꾸나.”
핑크빛이 사라지고 어둠만이 남은 침실.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반문했다.
“벌써… 자신다고요?”
“내일 일이 있기에 빨리 자야 한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녀가 일을 한다고? 이게 무슨 참신한 개소리일까?
“내 품에 오거라. 요새 그대가 없으면 잠을 편히 못 자.”
“어…… 예.”
너무 놀란 나는 멍하니 그녀의 말에 따라 그녀의 품에 안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른 숨을 뱉으며 잠에 빠진 그녀.
미친 정말로 잔다고? 동이 트기 바로 전까지 나를 잡아먹던 그녀가 맞나? 그런 의문들이 떠올랐지만 몰려드는 수마에 그냥 편히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은 피곤했나 보네, 내일은 하겠지 뭐.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 사흘이 흘렀다.
나는 단 한 번도 그녀와 섹스를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