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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오락 전문 다방. (14/96)



〈 14화 〉오락 전문 다방.

동탁에게 진심을 말하고 2달 뒤. 평화롭게 여포와 정원을 걷던 와중, 여포가 입을 열었다.


“마물… 토벌이요?”
“주기적으로 마물을 퇴치하지 않으면 주변 마을에 피해가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오래 걸리나요?”
“저 혼자 갔다 오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지만…. 아무래도 병사와 같이 가니 적어도 보름은 걸릴  같아요.”
“보름이라니…….”


한 가지를 간과했다.
진심을 보여줘서 동탁의 마음을 풀어줬다고 해서, 어머니와 다르게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것 때문에 그녀의 탐욕은 더욱 불타오르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언제나 똑같이 이어가던 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주기적으로 나가는 토벌이다.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을 최종병기라고 할  있는 여포가 한다? 뭔가 뒤가 매우 구렸다.


“동탁 님이 시킨 건가요?”
“……그렇죠.”
“이건 잘 못 됐어요. 거기 강력한 마물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늘어나는 마물들을 처리하는 거 아닌가요?”
“이 근처 마물들이면…… 저 혼자서도 가능하죠.”
“……제가 동탁 님에게 말해 볼게요. 어찌 닭 잡는  잡는 칼을 쓸 수 있단 말입니까.”
“예……? 뭐지, 우연인가?”

나는  뒤로 동탁을 찾아갔다. 아직 아침임에도 그녀는 내가 찾아올 것을 예상했듯이 커다란 궁 안에 홀로 상에 누워 나를 반겼다.

“이거  서방 아닌가? 이 아침에 무슨 일로 왔소?”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어째서 천하제일의 무예를 한낱 마물의 피로 더럽히려 하는 거죠?”
“한낮 마물이라니,옛날엔 그 마물들 때문에 도시가 전복되고 백성의 피가 강을 이뤘건만.”
“그때는 마왕이라는 구심점이있었기 때문이지요. 지금도 위험하긴 하지만 오지가 아닌 이상 병사만 보내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병사가 죽을 수도 있지 않느냐. 그들도 누군가의 딸이며 누군가의 부인일 텐데 그런 비극을 여포는 충분히 막을 있다.”
“궤변입니다. 수많은 무장이 있고 천하제일의 무예를 그리 손쉽게 사용한다면 진짜 위기가 찾아왔을 때 위기에 처할 겁니다!”
“위기는 넘겼고 아직 이 평화가 끝나기에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른 무장들은 지금 다 바쁘다.”

다 바쁘다고? 그럼 우리 여포는! 여포는 안 바쁘나!?

“모든 일을 장료에게 떠맡기고 맨날 자기 훈련만 하고 병사 훈련 좀 시키라니까 최고의 훈련은 실전이라며 다 자기한테 덤비라고 해서  명 의원으로 보내고, 그렇다고 그년이 머리가 되나? 난 그년이 글을 읽을  있다는 것이 놀랍다. 아니면 인맥이 좋나? 지 훈련말고 관심도 없는 년이? 시찰을 시켜도 범죄자와 백성을 전부 겁먹게 하는 년인데?”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택도 없다. 남은 시간을 잘 보내길 바라지, 보름 동안 그녀를 잊지 않게 말이야.”


정론으로 완패했다. 어디 가서 설전으로 지진 않는다고 자부했는데팩트가 가슴으로 꽂히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미안해요 여포…… 제가 못나서 동탁을 막지 못했어요. 다음엔 성훈련보다 책을 읽게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나는 무거운 발을옮겼다.

일상이 변화하고 있다. 두 달이 넘게 이어진 일상은 결국 깨졌고 팽팽하게 유지되던 여포와 동탁의 줄타기가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결심한 것이다.


나를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고.
처음에는 그저 재밌겠다는 듯이 여포와의 생활을 허락한 그녀였지만, 그 일이 있고  뒤부터 나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저 밤에 열락이 아닌 아침 햇살의 따스함까지 전부 얻기를 원한 그녀는 결국 이렇게 일을 벌였다.

방금 이런저런 이유로 여포에게 마물 토벌을 시켰지만 사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무엇이든 벨 수 있는 명검은 검집 안에만 있어도 그 빛을 발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굳이 그녀를 보낸 이유는 당연히 아침에도 나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아, 이래서 존잘 인싸는 피곤한 거였구나. 독점하려는 손길을 피해야 하니까. 하지만 이번 손길은 피할  없었다.


어쩌겠어. 고작 보름이니까 버텨야지. 설마 무슨 일 있겠어?


*
*
*

“꼭, 다치지 말고 돌아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토벌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초선.”
“다녀오세요. 여포.”

쪽.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짧은 입맞춤을 나눴다. 그리곤 활활 타는 듯한 색을 가진 적토마를 타고 당당히 성문을 나서는 여포.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수십의 기병대. 나는 성문 앞에서 모든 말 꽁지가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주위에서 출병식을 본 사람들도 나의 내조에 감탄하고 있었고 그 시선들을 받으며 나를 기다리는 화려한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둘만의 시간이 왔구나.”


그 안에는 동탁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맞은 편에 앉으려고 했지만, 그녀는 나의 팔을 당기더니 강렬하게 입맞춤을 하기 시작했다.

“그… 그만! 흐읍, 하읍…….”

그녀는 여포의 흔적을 없애겠다는 일념으로 나의 입을 탐욕스럽게 탐했다. 혀가 섞이고 이를 훑으며 서로의 타액이 섞인다. 이윽고 입술이 떨어지고 투명한 실선이 서로의 입술을 이었다. 매우 꼴렸지만 여포를 생각하며 나는 동탁을 밀어내고 반대 편에 앉았다.


“너무 갑작스럽습니다. 나중에 방에서 하시는 것이…….”
“내 딸에게는 서슴지 않게 하더니 당하는 것은 싫으냐?”
“그것이…….”
“싫다면 하지 않으마.”

어쩔 수 없지. 나는 바지를 벗으려던 순간 동탁의 말에 얼었다.
……그녀가 이걸 참는다고? 해가 서쪽에서 떴나? 나는 창밖을 바라봤지만 해는 멀쩡하게 동쪽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수상하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째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밖에 나왔으니 어디 놀러라도 가보자꾸나. 원하는 곳이라도 있느냐?”

……존나 수상하다. 이 여자가 왜 이러지? 뭐  못 먹었나?

“없나 보군. 그렇다면 내가 추천하는 곳으로 가지.”


그녀는 나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리로 마부에게 말했다. 어디를 가는데 내가 모르게 하는 거지? 목적지를 물었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누구야! 동탁의 몸에서 나가! 너무나도 익숙하지 않은 행동에 나는 무심코 물었다.


“……괜찮으신가요?”
“무엇이?”
“모르셔서 묻는 건가요?”
“전혀 모르겠다만.”


……이 능글능글함은 똑같긴 한데. 나는 찜찜함을 억누르며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시간이 지나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른 마차. 동탁의 에스코트를 받고 마차에서 내린 나는 놀란 눈으로 앞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오락 전문 다방.]

오락 전문 다방?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그 의도는 분명하게 드러난 이름에 나는 동탁에게 물었다.

“이곳은 혹시…….”
“뭔지 알겠느냐?”
“……노는 장소 아닙니까?”
“바로 맞췄다.”


무슨 의도지? 나는 분명 15일 동안 밤낮없는 광란의 섹스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 생각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었고. 그것이 딱히 싫지는 않았다.


“들어가자.”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굉장히 넓은 공간이 우리를 반겼다. 그리고 곳곳마다 다른 종류의 오락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전략]

“바둑에 장기에…… 체스까지?”


머리를 쓰는 수많은 오락거리가 쌓여있었다. 장안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매우 흥미로웠다. 그런 내 기분을 아는지 동탁은 다른 곳도 보여주기 시작했다.

[운동]


넓은 잔디밭에 있는 다양 각색의 공과 골대들, 게다가 라켓까지 존재하는 그야말로 종합 스포트 센터였다.


그 외에도 수많은 놀 거리가 가득한 장소. 미쳤다. 나답지 못하게 감정을 드러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런 곳은 언제 아신 거예요?”
“내가 만들었으니 당연히 알지 않겠느냐?”
“만, 만들었다고요?”
“그대가 오락거리를 좋아하길래 한  만들어봤다. 행정관에게 넌지시 말을 했더니 생각보다 괜찮은 제안이라며 빠르게 만들더구나.”


어쩐지 사람이  명도 없는 이유가 아직 오픈하지 않아서 그렇구나. …오히려 좋아, 아무도 없는 백화점에  듯한 느낌.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굉장히 놀고 싶었지만 옆에 동탁이 있기에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꽤나 달아올랐구나.”
“크흠! 놀기 위한 장소에 왔는데 가만히 있는   이상한 거 아닐까요?”
“맞는 말이구나.  원하는 것이 있느냐?”
“저거요!”

나는 커다랗고 매끈한돌판을 가리켰다. 동탁은 잠시  돌판을 살펴보더니 뭔지 알겠다며 손에 마력을 일으켰다.


“이것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마력이 담긴 손이 돌판에 닿자, 돌판에 빨간 홀로그램 같은 것이 떠오르며 하나의 마을을 형성했다.  가운데 파랗고 동그란 점이 하나 생겼고 주위엔 붉고 세모난 점이 생겼다.


“파란색이 본인이고 붉은색은 적이다. 마력을 조종해서 저 파란 점을 이동하고  빨간 세모를 피해마을 밖으로 나가면 된다.”
“어, 어썸!”
“어썸?”
“어쩜! 어쩜 이렇게 신박한 오락이 있을까요. 제가 해봐도 되겠습니까?”
“한 해봐라.”

좋아! 두 달 동안 열심히 단련한 마력 컨트롤을 보여주지! 나는 손에 마력을 일으켜 돌판에 손을 댔다. 마을 중앙에 뜬 점, 근데 뭐지? 이상함을 찾은 나는 동탁에게 물었다.

“어째서  점은 동탁 님의 점보다 작죠?”
“불어 넣은 마력의 양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크면 클수록 체력이 많아지고 작으면 체력은 적지만 빨라지고 좁은 공간도 지나갈  있어지지.”

미친 게임성. 생각지도 못한 시스템에 놀라며 마력을 조종해 점을 움직였다. 작아서 그런지 빠르게 움직이는 마력을 컨트롤하기 힘들었지만, 익숙해지고  뒤 나는 거침없이 마을을 탈출하기 시작했다.


“잘하는구나. 하지만 일기토는 어떨까?”
“일기토요?”
“4단계구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면 알 것이다.”


 말에 바로 탈출한 뒤 5단계로 들어선 내 작고 파란 점. 그러자 홀로그램은 마을이 아닌 동그란 결투장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통로를 통해 커다란 세모가 들어서는 연출이 나타났다. 그리고 반대편에서 나오는 내 작은 파란 점.


“이, 이게 뭐죠!?”
“마력을 불어넣어 점을 크게 만든 뒤,  세모를 쓰러트리면 된다.”


동탁의 조언에 마력을 힘껏 불어 넣어봤지만 여전히 커다란 세모보단 훨씬 작았다. 마력이 없으면 게임도 못 한다는 거냐!


“부조리! 부조리해요!”
“흠, 이건 죽겠구나.”
“크윽! 여기서 죽을 순 없어요!”

나에게 다가오는 커다란 세모에게서 재빠르게 도망치는 파란 점. 하지만 그 발버둥도 점점 좁아지는 결투장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크읏, 죽여라!”
“너무 과몰입하는 거 아니냐?”
“과몰입할수록 재밌다고요.”

서서히 다가오는 커다란 세모에 나는 눈을 감았다. 그동안 즐거웠어 파란 점아. 너를  기억 속에 담고 영원히 잊지…….

“그렇다면 지원군을 보내줘야겠구나.”

그녀가 내 손등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갑작스레 커지는 파란 점은 다가오는 붉은 세모를 무참히 쓰러트리고 승리를 쟁취했다.


“이—야호! 적장의 목을 베었다!”
“하하! 그렇다면 적장에 목을  장군에게 공훈을 내려줘야겠지.”
“네?”

동탁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내 손에 쥐여줬다. 작은 동전, 하지만  나라의 화폐는 아닌 다른 동전.


“이것은 뭐죠?”
“저기 커다란 통 같은 것이 보이느냐? 저기다가 동전을 넣으면 경품을 준다.”

미친, 심지어 가챠 시스템까지 있다고? 미쳤다.

“한  뽑아 보는…… 벌써 갔구나.”


나는 황급히 동전을 넣었다. 그러자 둘둘 말린 종이 하나가 나왔고 그것을 펼쳐서 읽어보았다.

[서로의 옷을 걸고 바둑 한판.]

“……동탁 님?”
“왜 그렇게 보는 것이냐. 위를 봐라.”

그 말에 위를 바라보니 떡 하니 적혀있는 문구.

[성인용.]

그리고 조금 옆에 떨어진 전체 이용가.
……내 잘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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