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화 〉아침, 마력을 배우다. (11/96)



〈 11화 〉아침, 마력을 배우다.

 일이 이후. 초선과 여포의 사이엔 기나긴 침묵만이 감돌았다.


‘부드럽고 민감한몸이었지, 역시 나의 방중술은 틀리지 않았어, 동탁이 이상한 거지…….’

딱히 아무 생각도 하고 있지 않은 초선과.


‘죽자. 동탁도 죽이고 나도 죽는 거야.’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는 여포. 그 어색한 침묵 속에서 먼저 입을  것은 초선이었다.


“부인.”
“예…….”
“기운이 없으세요. 제 봉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요?”

그 말에 자조적인 미소를 짓는 여포.
너무 기분 좋아서조수를 뿜어내며 가버렸는걸요.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여포는절망에 빠졌다. 자신이 남성 경험도 없고 가버린 것이 이번이 처음인것도 맞다. 하지만 상대는 나를 절정에 이르게 하려고 한 것이 아니지 않나. 일부러 만진 것도 아니고 스친 거다. 근데 그걸로 절정한다고?

조루 새끼 아다 새끼 보지에 거미줄 처진 년. 싸울 줄만 아는 년이 무슨 부인이야. 어느새 자괴감에 빠진 여포를초선이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갑자기  이럴까. 아까 절정해서 그런가, 스쳤다고 바로 가버려서?

‘상상도 못 했는데 가버리긴 했지.’


방중술 중에 머리를 감겨주거나 혈도를 눌러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있어서 한  시험해 본 것이었다. 강렬한 쾌감이 아닌 은은한 쾌감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고양시키는 기술. 가버릴 정도의 쾌감은 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에도 몸을비틀며 신음을 토해냈다.


그러니까 이걸 남자로 바꾸면 가슴  만졌다고 발기하고 허벅지를 만지니까 쿠퍼액이 나오고 슬쩍 바람 한번 불었다고 정액을 뿜어냈다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니 뭔가 자괴감이들만한 거 같았다.

[여포는 그대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갑자기 떠오른 동탁의 말. 확실히 이대로면 여포는 만족은커녕, 손을 대는 것도 힘들어질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섹스를 거부하는 상황까지 갈 수도…….


그것만은 절대 안 되지!


“부인!”
“네, 넷?”

벌써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는 여포. 전장에서는 괴물과도 같은 그녀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모습도 귀여웠지만, 어제와 같은 그 압도적인 모습이 나는 훨씬 더 좋았다. 나는 강하게, 그녀가 충격을 받도록 강하게 말했다.

“방금, 가버리신  맞죠?”
“헤윽!?”
“머리를 감기고 마사지를 했을 뿐인데…….”
“하읏!”

말을 할 때마다 창에 찔린 것처럼 몸을 비트는 여포. 이렇게 축 처진 모습을 누가 맹수라고 생각할까, 비 맞은 강아지지.


“제 생각보다 너무……. 심하신데요?”
“……흑.”


그 말이 기폭제가 됐는지 여포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울릴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하지만 지금부터는 채찍이 아닌 당근을 줄 차례.
나는 당황하지 않고 그녀에게 말했다.

“울지 말아요,내 사랑. 사람이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 그치만. 제가 생각해도 너무…….”
“괜찮아요. 저는 실망한 게 아니에요. 하지만, 이 상태라면 저희는 간단한 접촉도, 이어서 다른 일도 아무것도  하게 될 거에요.”


이제 본론이다. 음흉한 속을 숨기며 그녀에게 성자로보일 정도로 웃음을 지으며말했다.


“그러니 연습해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연습…… 이요?”
“저에게 무예를 가르쳐 주시기로 했잖아요.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하니 저는 무예를 배우는 대신 부인에게 성(性)에 대해서가르쳐 드릴게요.”


내 말에 생기를 되찾아가는 그녀의 눈. 마치 나를 하늘에서 내려온 선남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은 몸을 마구잡이로 만지고 싶어서 한 것인데. 뭐, 좋은 게 좋은 거다.

“자, 가요! 어제부터 부인이 무예를 가르쳐 주는 것을 생각하느라 어서 하루가 빨리 지나가기를 빌었답니다.”
“아……. 예!”

자신 있게 일어서는 그녀와 함께 나는 연무장으로 향했다.

*
*
*


무예.
판타지와도 같은  세계에선 무예를 기르기 위해선 마력이라는 것이 필수였다. 그것은 마법사도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남편을 가르치던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재능이 없다’고.”
“……그렇죠.”
“찌르기를 못해서? 이론이 부족해서? 아니요. 남편의 몸은 유연하고 머리는 비상합니다. 옛날에 배우신 창. 혹시 기억하고 계십니까?”
“네.”


나를 처음으로 절망시켰던 창. 나는 가벼운 연습용 나무창을 들었다. 기억을 더듬어 그때 배운 창술을 간단하게 펼쳐보았다. 찌르고, 밀어내고, 거리 조절. 분명 조잡하고 어색할 테지만 여포는 보자마자  창술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용병들이 자주 쓰는 창술이군요.”
“어? 어떻게 아셨어요?”
“창을 살짝 아래쪽으로 찌르는 것은 작은 마물들을 주로 사냥하는 용병의 특징이고, 압뒤로만 움직이는 단순한 보법은 용병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술이니까요.”
“우와, 그걸 살짝 보고서 알아챌 수 있나요? 정말 대단해요!”
“그, 그런가요?”

그녀는 이번에 배웠단 마법 기술에 대해 말해보라고 시켰다. 일정 부분을 까먹었지만, 대부분 기억하고 있으므로 그녀에게 이론을 말했다. 기본적인 이론은 그녀도 아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의 창술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년간 창을 잡지 않은 사람에 비하면 충분히 뛰어난 실력이지요. 이론도 마찬가지입니다.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기억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 렇죠?”
“하지만 그들이 재능이 없다고 말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남편은…….”


그녀는 잠시 내 등에 손을 얹었다.

“느껴지십니까?”
“네? 뭘 하셨나요?”
“방금 등에 살짝 마력을 흘려보냈습니다. 아무런 느낌이 안 드셨죠?”

그렇다. 고작 따듯한 손바닥의 느낌만 들었을 뿐 다른 느낌은 느껴지지 않았다.


“마력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체질. 그것이 남편의 몸입니다.”
“…….”


짐작은 하고 있었다.  흔한 용병도 어느 정도 마력을 사용하는데 나는 아무리 해도 마력을 느낄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런 체질을 고칠 방법은 내가 알기론 엄청난 마력이 담긴 천년설삼같은 것을 먹어 억지로 마력을 느끼게 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천년설삼이 길가던 잡초도 아니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얻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렇군요. 마력을  느끼니 그분들이 재능이 없다고…….”
“마력이 있어야 마물과 싸울 능력을 얻으니까요. 사람보다 몇 배는 강력한 마물을 상대할 수 있는 이유는 마력 때문이며마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꺾여나갔다. 아까 울린 것에 대한 응보인가. 진실만을 말하는 그녀의 말은 나에게 가시로 다가왔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제가 있으니까요.”
“네?”
“마력을 못 느낀다면, 느끼게 하면 되지 않습니까?”
“어……. 그렇죠?”
“몸 안에서 마력이 날뛰는데 못 느낄 수가있을까요?”


아니…… 겠죠?
설마?


“잠깐만요. 지금 제 몸에 마력을 날뛰게 할 생각이세요?”
“금방 이해하시는군요.”
“그러면 죽지 않을까요?”
“괜찮습니다. 살짝 고통스럽긴 하실 테지만 상처가 나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지금 여포의 말은 자기의 마력으로 내 몸에서 마력을 날뛰게 만들어 내게 마력을 느끼게 하겠다는 소리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꿈도 못 꿀 그야말로 진기.
하지만…….


“그, 제가 알기론 그렇게 하면내장이 완전히 망가진다는…….”
“그렇게도 할 수 있습니다. 원래 겉이 단단한 마물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니까요. 물론 그렇게 하지 않고 약하게  겁니다.”
“부인? 저 살짝 무서워졌어요.”
“괜찮습니다.”


진지한 그녀의 눈에 나는 결국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녀의 말대로 연무장 바닥에 앉아가부좌를 틀었다.


“하겠습니다.”


흡!
숨을 참고  안에 올 격통에 대비했다. 그렇게 3초, 5초, 이윽고 10초가 지나도 아무런 느낌이 오지 않자 여포에게 말했다.

“저, 하신 거 맞나요?”
“흠, 자극이 아예 없으니 느끼시지 못하시는군요. 그렇다면…….”

퉁!

“흐앗!?”


갑작스러운 격통. 막 아프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누군가가  속에서 주먹을 날리는 듯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

“제가 몸속 어딘가에 충격을 주겠습니다. 만약 어디를 때릴지 맞히신다면 마력을 느낀 겁니다.”
“느낌이, 끅! 너무, 힉! 이상해요오!”
“마력을 느끼시면 그만하겠습니다.”


 말에 최대한 집중을 하려고 했지만 몸을 치는 느낌에 집중하기 힘들었고 애초에 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젠장! 어떻게든 느끼고 말 테다.


하지만 5분이 지나도 느껴지지 않는 마력. 가면 갈수록 정신이 피폐해져 갔지만 지금 나보다 훨씬 힘들 여포를 생각하며 눈을 감고 어떻게든 마력을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게 10분이 지나고 30분에 다다랐을 무렵. 나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몸 안에 작은 개미가 돌아다니는 느낌. 그것은 팔을 타고 어깨를 지나가며 마구잡이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곤 갑자기 멈추더니,그곳에 충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느낀 나는 마력이 멈출 때 소리쳤다.

“왼쪽 옆구리!”

내 말에 등에서 손을 떼는 여포. 그와 동시에 몸 안에서 느껴지던 마력이 사라졌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바라보자 웃으면서 나를 축하해주는 여포.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깨우쳤군요. 축하드려요. 남편.”

이것이 마력……? 나는  안에서 꾸물거리던 마력에 생소한 기분을 받았다. 여태까지 이것이 없어 시작하기도 전에 모두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드디어 출발선에 설 수 있었다.

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곤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껴안았다.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이제 나는 재능이 없는 인간이 아니었다. 나도 여포처럼  수 있다는 꿈을 수 있었다.

“고마, 고마워요, 부인.”
“연무장에만 오면 울음을 터트리는군요. 나쁜 연무장 같으니라고.”
“……우는 거 아니에요.”
“그런가요? 그러면 그런 걸로.”


그렇게 한참을 있다 그녀의 품 안에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본 나는 나를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는 그녀에 순간 자존심이 상해 허리를 껴안은 손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흐앗!? 나, 남편?”
“이제  차례네요?”


배움의 시간은 가고 교육의 시간이 왔다.

“기대해요, 내 사랑.”

절대로 봐주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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