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여포 유혹 작전.
[나라의 종묘사직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백성들은 울부짖고 관리들은 역적이 뱉어내는 오물을 받아먹으며 나라를 좀먹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발판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발판이면 발로 밟히는 거 아니야? 이거 흥분되는…… 젠장 다시 써야 하잖아, 됐고 나라의 근간이 휘둘리든 말든 저는 섹스가 하고 싶습니다 어머니, 제 자지를 보십시오, 마치 먼 서부쪽 나라의 있는 엑스칼리버같지 않습니까? 이 엑스칼리버를 이대로 썩히는 것은 이 저택의 손실을 넘어 나라의 손실입니다! 흠흠, 정 엑스칼리버를 다른 여자에게 뽑게 해주고 싶지 않으시다면 어머니로도 괜찮습니다. 아니 오히려 환영입니다. 그 냉철한 얼굴이 붉게 물들어…….]
“하아.”
글씨를 알아볼 수 없게 종이를 갈갈이 찢어버리며 다시 붓을 들었다. 이렇게 편지를 보낸 것이 벌써 몇 일째일까. 매일매일은 아니더라도 주에 3번은 보내고 있지만 아직도 어머니의 마음이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 섹스하고 싶다.
역간이어도 괜찮다. 내가 위에 있든 여자가 위에 있든 내 구슬 안에 있는 씨들을 좀 빼줬으면 좋겠다. 남녀역전 세계로 왔는데 시발 섹스를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냐? 원래 내 미색이면 여자들이 나를 눕히든 스스로 드러눕든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차라리 납치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왕윤의 저택에 천하제일 미색을 가진 아들이 있는 것을알게 된 초절정 미녀가 보쌈을 해서 나를 따먹어줬으면 좋겠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밖으로 나가서 여자를 유혹하고 싶지만 살면서 나보다 약한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다른 계획이 필요해.”
이 정도로 설득을 해도 흔들리지도 않는 어머니를 보며 나는 마음을 고쳤다. 그래, 어머니를 설득하는 것이 힘들면 다른 사람을 설득하면 되잖아?
만약 동탁이 어머니에게 나를 원한다고 말하면, 혹은 여포가 그런다면 어머니는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 물론 막을 수는 있을 테지만 그들에게 밉상을 보이며 그것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 어머니의 직위는 최상위지만 동탁의 말에 얼마든지 떨어질 수 있는 위치였다. 이 나라가 한없이 부패하기도 했고 황제를 시켜 어머니에게 명한다면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창밖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종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미소 지었다.
내일, 여포가 이곳으로 온다. 아마 불순한 의도를 품고 있는지 확인하러 오는 것일 테지만 뭐가 됐든 상관없었다.
어떻게든 그녀를 유혹해 어머니에게 압박을 가하도록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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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곧 있으면 사도 어른댁으로 가니 준비해.”
“알았다.”
거칠게 휘두르던 화극이 멈췄다.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연무장을 파괴하는 것을 멈춘 그녀는 화극을 어깨에 걸치며 연무장을 나왔다. 그 행동에 그녀에게 말을 걸었던 부하로 보이는 여자가 딴지를 걸었다.
“그대로 가려고? 좀 씻고 가지?”
“문제없지 않나.”
“어차피 말은 내가 다할 테지만 그래도 씻는 게 좋을걸?”
보라빛 머리를 하나로 묶은 그녀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천하제일의 미색을 가진 남자가 그 집에 있다고.”
그 말에도 여전히 알 수 없다는 듯 표정을 짓는 대장을 향해 답답하다는 듯이 말하는 부하.
“좀 남자에 관심을 가져봐, 소문 못 들었어? 사도어른의 양아들은 천하제일의 미색을 가지고 있다고.”
“너도 관심 없지 않나.”
“그래도 천하제일이라니까 괜히 신경 쓰이는 거 있지, 내 옆에도 천하제일이 있으니 그런가?”
부하의 말에 대장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부하의 등을 살짝 두드렸다.
“가자, 장료.”
“알기 쉬워서 좋구만.”
장료라고 불린 여자는 여포를 따라가며 계속 말을 이었다.
“어때, 좀 관심이 가?”
“전혀.”
“남자 좀 만나고 그래, 맨날 목석같이 수련만 하니 말주변이 없지.”
“필요 없다. 나에겐 적토마와 방천화극만 있으면 충분하다.”
“혹시 몰라? 첫눈에 반할지.”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한 둘은 커다란 대문 앞에 섰다. 대장은 손으로 문을 두들겨보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장료는 혀를 차며 말했다.
“쯔쯔, 대장. 이렇게 커다란 저택에 고작 문을 두들긴다고 들릴 거 같아?”
“그럼 어떡하란 것이냐.”
“이런 대저택엔 대부분 이런 게 있다고.”
장료는 문 옆에 있는 버튼 하나를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살짝 뚫린 구멍으로 사람의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사도 왕윤의 저택입니다. 신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상국 동탁의 소개로 온 여포 장군과 그 부대 소속 장료라고 합니다.”
[실례했습니다. 저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구멍에서 나오는 말이 끝나자 자동으로 열리는 커다란 문, 그 광경에 대장, 여포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마법은 전쟁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구, 이렇게 실생활에서도 자주 쓰인단 말씀.”
“……이건 좀 놀랐다.”
“뭐, 이런 건 황궁에도 없으니까. 아직 초창기 작품이라 안전성이 의심되어 황궁에는 못 설치하게 돼 있거든.”
“어떻게 그렇게 자세하게 아는 거냐.”
“마도구에 관심도 있고…… 게다가 나는 마법도 쓸 수 있으니까.”
손에 작은 불길을 뿜어내는 장료. 그 모습을 꼴 보기 싫은 듯 여포는 혀를 차며 말했다.
“하나에 정진하지 못하니 네가 약한 것이다.”
“응, 대장이 규격 외인 거야. 다른 데 가면 다 먹혀들어.”
“그런 마음가짐으론 강해질 수 없다. 나를 넘진 못하겠지만 그러겠다는 마음으로…….”
“쉿, 저기 사람 온다.”
그 말에 불만스러운 듯 장료를 째려봤지만, 배웅 나온 수많은 사람 앞에서 그럴 수 없었다. 잠자코 그들의 배웅을 따라간 여포와 장료. 도착한 장소에는 화려하게 차려진 음식들과 사도 왕윤이 앉아있었다.
“사도 어른을 뵙습니다.”
“어서들 오게.”
술상 가운데 앉아있는 왕윤은 결코 내려다볼 수 없는 기운을 풍겼다. 장료는 쉽지 않을 자리가 될 거 같은 느낌을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왕윤이 따라주는 술잔을 공손히 받으며 술을 삼켰다.
“이거 이름 높은 무장들을 보니 실로 감격스럽군.”
“사도 어른만 하겠습니까. 아직도 그때의 명성은 잊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옛날 일을 기억해주니 고맙네. 하지만 그 명성도 비장이라는 이름에는 빛이 바래지지 않겠는가?”
“감사합니다.”
담백하게 말한 여포지만 어떻게 보면 무심하게 보일 수도 있는 그 모습에 장료는 속이 탔다. 저 모습에 얼마나 많은 낭패를 봤는가. 대장은 싸움에는 귀신이지만 이런 설전에는 잼병이다. 이대로 가면 말릴 거 같다는 예감이 든 장료는 몰래 여포의 무릎에 손을 올리고 손가락으로 3번 두들겼다.
대장, 3번 계획.
알았다.
무언에 대답을 나눈 뒤 여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배를 문지르며 왕윤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급하게 오느라 배가 아프군요. 혹시 뒷간에 잠시 갔다와도 되겠습니까?”
“물론이네. 밖에 있는 시종을 따라가게.”
“감사합니다.”
방 밖으로 나간 여포. 걸림돌이 없어져서 그런지 한층 편한 얼굴로 왕윤을 마주 보았다. 왕윤도 딱히 의문을 제시하지 않고 그대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별건 아닙니다. 곧 있으면 상국 어르신이 주최하는 연회가 열리는데, 사도 어른을 꼭 초대하고 싶다는 전언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흠, 그 정도라면 편지로 보내도 될 것을. 알겠네. 상국 어른께 수락한다고 전해주시게.”
“아, 그리고…… 한 가지 청이 있었습니다.”
“무엇을?”
장료는 솔 잔에 든 술을 마시며 말을 이었다.
“그, 소문의 양 아드님을 한번 뵙고 싶다는 상국 어르신의 청이…….”
“뭣이?”
그 말에 표정이 굳어지는 왕윤, 장료는 그 모습에 식은땀을 흘리며 속으로 이런 말을 시킨 동탁을 원망했고, 또 이런 일을 도맡아서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위로했다.
“상국 어른께 전해주시게, 몸이 편치 않아서 아들은 데려가지 못할 거 같다고.”
“그, 사도 어른. 상국 어르신이 꼭 보고 싶다고…….”
“그렇다고 아픈 아이를 데려갈 수 있겠는가? 나는 꼭 갈 터이니 걱정 말고 이만 상국 어른께 이 말을 전하시게.”
‘그대로 전하면 쪼이는 건 나라고…….’
중간 직에 설움을 그대로 느끼며 술을 삼키는 장료. 저런 태도면 설득은 오히려 독이 된다. 장료는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방문이 열리며 여포가 들어왔다. 굳게 경직된 표정으로 들어오는 여포, 왕윤은 그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설득인가 싶어 미리 말했다.
“오셨는가 여 장군, 이야기는 여기 장료 공과 모두 나눴소. 그러니 똑같은 말을 다시 할 필요는…….”
“사도 어르신!”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긴장과 격앙이 섞인 대답이었다. 왕윤은 물론 장료도 처음 보는 모습에 눈을 크게 뜸과 동시에 그 이후에 행동은 아무리 침착한 장료라도 입에 머금고 있는 술을 뿜을 수밖에 없었다.
비장, 괴물, 최강의 생물이라고 불리는 여포가 무릎을 땅에 대고 그대로 고개를 숙인 것이었다. 절대로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한 장면,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은 장료는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아드님을 제게 주십시오!”
“대, 대장!? 갑자기 무슨…….”
“실례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왕윤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포가 들어온 방문으로 들어온 인물, 들어오는 그것만으로 화려한 미색을 뿜어내는 존재. 그런 사람은 왕윤이 알기로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초선…….”
왕윤은 그 모습에 눈앞이 깜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