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프롤로그
거대한 연회장.
온갖 술과 진미가 가득한 식탁, 비단을 입고 있는 귀족, 천장에는 웬만한 집 한 채와 비슷한 가격인 마석으로 만든 빛이 뿜어져 나오는 전등, 현대의 노래방에 있는 그것과 비슷한 전등과 외각에선 신명 나게 악단이 연주하고 있었다.
“허어, 저것이 정말 인간의 외모란 말인가?”
“정말로 음탕하구나, 얼굴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남과 같은데 몸은 암컷을 유혹하는 색마로구나!”
“게다가 저 춤 실력! 저것이 진정 고명한 사도의 아들이 맞는가? 정말로 아래가 축축해져서 참을 수가 없군!”
그리고 그 한 가운데서 속이 다 비치는 날개옷을 입은 채 춤을 추고 있는 한 남성. 그것이 바로 나였다.
“크흐, 안주가 필요 없군요. 저 춤으로만 여기 있는 모든 술을 비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저 탐스러운 사타구니 좀 보십시오. 좀 커진 거 같지 않습니까?”
크헬헬헬.
추악한 노파들이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순간 욕이 나올 뻔했지만 참고 모든 감정을 속으로 삼켰다.
아무리 남녀역전 세계에 떨어진다고 해서 할카스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것을 밖으로 내뱉는 순간 정말로 저 추악한 노파들 사이에서 뒹굴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꾹 참고 집에서 배운 여자들을 유혹하는 미소를 지으며 더욱 격정적으로 움직였다.
“좋구나!”
움직임이 거세질 만큼 날개옷은 더욱 날뛰기시작했고 속살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환호성도 더욱 커졌고 모든 관객의 눈이 나에게 쏠렸다.
그때 나를 보지 않고 움직이는 사람이 한 명, 늙고 볼품없는 노파들 사이에서 30대로 보이는 외모를 간직한 여성이 자리를 옮기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7년간 나를 보살펴준 양어머니.
사도 왕윤(司徒 王允)
황제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승상의 바로 아래에 위치한 직위. 그만큼 대단한 직위지만, 현재로서는 그 직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그녀가 향한 곳. 이 연회장에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있었다.
상국 동탁(相國 董卓)
본래 상국은 황제를 제외한 모든 직위 중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는 직위로 무려 황제의 앞에서 무기를 들고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직위였다. 하지만 지금의 황제인 헌제가 허수아비이며 나이가 고작 9살이라 결국 지금 동탁의 위치는 황제 그 이상. 아무리 동탁이 반란인 십상시의 난에서 어부지리로 헌제를 구출하고 황제로 세운 뒤 조정을 장악한 낙하산의 가까운 인사지만 그에게 대들 수는 없었다. 그 순간 삼족이 멸할 테니.
아무리 양아들이라도 사도의 아들인 내가 그녀보다 훨씬 낮은 직위를 가진 자들의 앞에서 이런 복장을 한 채 춤을 추고 있는 이유도 동탁과 관련이 있었다.
내 양어머니 왕윤은 이 나라의 30년 이상 복직한 충신이었다. 하지만 동탁이 억지로 헌제를 황제에 자리에 앉히며 나라의 중심을 멋대로 교체해버리니 이 나라에 크나큰 충심을 가지고 있던 어머니가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래서 그녀는 입양한 아들을 이용하기로 했다. 미색은 아름다운 달이 보고 부끄러워 구름 사이로 숨을 만한 외모였고 몸은 방금 노파들이 말한 것처럼 색마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들에게 춤과 노래. 여자들을 즐겁게 할바둑과 시를 배우게 했다. 왠지 몰라도 나에겐 검이나 마법에 재능이 일도 없는 대신 이런 것들에 재능이 무척뛰어났고 마치 수십 년은 배운 듯한 실력을 얻을 수 있었다.
“좀 더 흔들어 보거라! 크헤헬!”
……그런 재능을 노파들 사이에서 하는 것이 정말로 안타깝지만, 저 위에서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고 있을 동탁을 생각하며 안타까운 생각을 지워냈다. 그녀는 무척이나 아름다웠으니까.
이윽고 노래가 끝나며 춤도 마무리가 되었다. 나는 전혀 그렇지 않지만 봐줘서 감사하다는 듯이 조신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때 위에서들리는 매혹적이고,아주 탐욕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이름이 무엇이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소리의 근원지를 쳐다보았다. 검은색 기다란 머리카락. 탐욕으로 물든 눈. 피처럼 붉은 입술. 살짝탄 피부. 그리고 그 탐욕만큼 커다란 흉부.
그녀가 동탁이란 것을 깨닫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다.
“사도 왕윤의 아들, 초선이라고 하옵니다.”
“초선이라, 초선…….”
그녀는 잠시 내 이름을 되뇌더니 필터링 없이 생각하는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이름마저 쌔끈하구나.”
그 말에 순간 당황할 뻔했지만 언제나 침착함을 유지하라는 격언에 작게웃음을 짓고 말했다.
“상국도 쌔끈하십니다.”
내 말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주위에 있던 동탁을 추종하는 무리였다. 그들은 동탁의 포악함을 알고 있었고 실제로 나도 해놓고 너무 갔나 싶었지만 다행히 동탁은 남자에게는 관대했다.
“큭, 그럼 어디 쌔끈한 이 품에 안겨보겠느냐?”
“그러고 싶지만, 상국은 너무나도 높은 곳에 계시는군요.”
“호오, 그렇다면 내가 내려가야 하는 것이냐?”
“그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지요. 다만…….”
나는 동탁의 옆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의 의도를 알아차린 모양인지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돌하구나. 하지만 이 몸은 처 따위는 들이지 않는다만?”
“저는 옆을 본 것이 아니라 그 뒤를 바라보았습니다.”
처를 원하지 않는다. 첩이라도 괜찮다라는 말을 돌려서 표현하니 그녀는 호탕하게 웃으며 뒷자리에 있던 어머니에게 물었다.
“아들을 아주 잘 키웠어.”
“감사합니다.”
“방금 한 제안은 수락하지. 초선, 내 첩으로 들어오겠느냐?”
나는 행복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은이 망극합니다.”
흡족하다는 동탁의 미소를 바라보며, 나는 계획이 성공했다는 안도감과 저런 여자랑 할 수 있다는 기대감. 그리고 약간의 미안함을 느꼈다. 왜냐?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 짓을 방금 전에 똑같이 하고 왔다.
누구한테?
동탁의 칼, 최강의 비장. 현존 최강의 장수.
여포(呂布)에게.
새빨간 붉은 단발을 생각하며나는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억지로 참아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