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래방 (10/19)

노래방 - 승아

"아니다. 일 잘하는 놈이 승진하는게 맞지. 나도 네 덕좀 보자 이제 과장되고 차장되면 내 밑 부사수로 넘어가는건데 이렇게 일 키워서 잘해주면 니 덕에 나도 임원 달 수 있지 않겠냐?"

아니 그건 스스로 잘하셔야지 왜 내 덕을..하긴 짜증나게 갈구고 그랬어도 위험할땐 자기 새끼라고 잘 챙겨주고 했었으니까.. 게다가 나는 항상 친절한 미소를 가져야하는 영업맨 아닌가?

"네 부장님 앞으로 많이 배우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잘 부탁한다."

그렇게 오늘부터 난 강과장이 되었다.

항상 기다렸던 승진이였지만 막상 과장이 되고나니 체감이나 하던 일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을 것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어제 집에서 와이프가 축하한다며 필요 이상으로 뜨겁게(?) 환영해주는 바람에 최근 소홀해서 멀어졌던 부부 금슬도 좋아졌다는거일까?

그렇게 다음날 출근하자 왠일인지 일찍 출근해 있던 부장이 내게 말했다.

"야 강과장 오늘 너 승진 회식이니까 빠지지마라."

"아 부장님. 뭘 새삼스레 그런걸 합니까 그냥 점심때 식사나 가볍게하시죠." 

"야 빈말이라도 그런말 하지마라. 지금 윗선에서 너만 지켜보고있어. 겨우 이런 회식 같은걸로 책 잡히기 싫다 나는"

아..회식 싫다. 나는 이상하게 회식은 재미가 없었다. 그 좋아하는 노래방을 가도 서로 눈치보느라 도우미도 안부르고 재미 없게 놀고. 차라리 접대가 편하지. 아 기승전 도우미가 없어서인가?

"들었다시피 오늘 강대리가 과장으로 승진했다. 다들 축하해주고 회식은 요즘 회사 분위기 뒤숭숭해서 요 앞 비어캐러반에서 1차만 할거니까 개인적인 일이 있더라도 다들 빠지지마"

부장이 팀 내에 큰 소리 치고 나가자 다들 내게 축하한다고 말해주었고 나도 감사하다 인사는했지만..잠깐 1차만한다고? 으음 그래 어제 와이프한테 힘들게 봉사도했으니 오늘은 내 시간을 가져도 되지않나?

그래 결심했어! 따라단 따라딴 따라딴 딴다라단♪

무슨 멜로디냐고? 내 나이 때 친구들이면 이휘재, 그래 결정했어 이 두가지면 머리속에서 자동으로 음악이 재생되서 다 알아들을텐데..뭐 이런 쓸데없는 생각은 치우고 빨리 행동으로 옮겨야겠다. 으음 일단 옥상으로 올라가서 와이프부터 해결해야겠구만.

"어..난 데 어..오늘 승진회식있다고..아 그러니까 갑자기 이렇게 잡혔지..어...어...늦을거같아..집에 갈 생각 말라더라고..어쩌면 동기들이랑 사우나에서 자고 바로 출근해야할 수도 있어..어..어..아니야..어..그래 나도 사랑해.. 어.. 어 알았어..어"

후.. 왜 이런 핑계는 항상 힘든지 모르겠다. 그래도 잘 해결됐으니 오늘은 자유시간. 전에 김사장님이 주신 용돈으로 놀아야겠는걸? 잠깐..소미냐..승아냐..오늘 누굴봐야하지? 으음..그래도..소미가 맞겠지..

- 소미야 오빠 오늘 너 보고싶어서 너 보러간다.

그렇게 한 10분정도 지나자 소미에게 답장이왔다.

- 오빠..나 오늘 엄마 보러와서..춘천이에요. 미리 좀 알려주지.

- 헉..ㅠ_ㅠ 너 강원도 출신이야?

- 아뇨 엄마만 여기 살아요..

- 그래 어쩔수 없지..알았어 어머니랑 재밌게 놀고 담에 봐.

- 네 오빠 담엔 미리 좀 알려줘요

하아...하긴 언제나 나를 기다리는 5분 대기조도 아니고 이렇게 갑자기 일정잡아놓고 볼 수 있다 생각한 내가 안일했다. 그동안 쉽게 봐서 방심했나? 승아는..되려나? 소미가 안된다니 급격하게 자신감이 떨어져 불안해졌다.

- 승아야 오빠가 오늘 약속지키려고

- 헉 오빠 나 지금 자다 일어났는데 대박 오늘와요?

- 응 오빠가 약속 잘 지킨다했자나.

- 헐..오늘 쉴까 했는데.. 그래도 오빠가 약속지킨다니까 나도 오늘 출근하지 뭐.

뭐지 쉬려 했다는건 그 날인가.. 이전에 소미가 생각나네. 최근 일들이 잘 풀려서일까? 떡 줄 놈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치국 부터 마시고있구나.. 강대리..아니 강과장 정신차려.

- 어..고맙네..ㅎㅎ 그럼 있다 갈 때 연락할께.

- 나 약속도 취소하고 오빠보러 출근하는거니까 꼭 와야해요.

- 헐..그래..알았어.

뭐지 약속도 취소할 정도라니.. 부담되네..물론 승아와 좋은 느낌이 있었고 심지어 펠라치오도 받긴했으나 약속까지 취소하고 나온다는건..믿기 힘들었다. 그냥 생색내고 싶었나보다. 아아 남자라는 약한 동물이여. 소미가 안된다니 그냥 굽히고 들어가는 수 밖에 없구나.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이 이어지는 사이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었고 빨리 노래방을 가고 싶은 마음에 회식장소에서 치킨과 맥주로 대충 배를 채운 후 일어났다. 일찍 도망쳐 나오는 길에 주인공이 어딜 빠지냐며 바로 2차 이동하자 얘기를 들었으나 승진때문에 집에서 와이프가 저녁 차려놓고 서슬 퍼렇게 기다리고 있어 시간을 뺄 수 없다고 봐달라 사정하며 빠져나왔다.. 후..집에는 회식, 회사엔 집..뭐 서로 공통분모가 없어 문제는 없겠지만 괜히 찝찝하네. 이런 찝찝한 마음은 노래방으로 향하는 사이 저절로 사라졌고 나는 승아에게 가고 있다 연락하고 있었다.

- 승아야 오빠야. 오빠 너 보려고 회식도 도망나왔다. 내가 주인공이였는데..

- 헐..오빠 회식이였어요? 근데 오빠가 주인공이에요?

- 오빠 승진했거든 강과장님이라 해라 이제

- 과장오빠 축하해요. 헐 근데 회식 주인공이 이렇게 빠져도 되나?

- 아니 승아보고 싶어서 가는거지. 그만큼 재밌게 놀아줘야해.

- 나도 약속 취소하고 오빠보러가는데 오빠도 그만큼 잘해줄거에요?

- 어..그래..나야 항상 잘해주지..어..그럼...어어어...응... 그럴꺼야...

- 오빠 메시지에 ...이 엄청 많아요 ㅋㅋㅋㅋ

- 얼른와 보고싶으니까.

- 오빠 그때도 느꼈지만 버터 한통 마시고 다니나봐요. 준비 거의 끝났으니까 바로 갈께요. 실장한테 미리 말해줘요. 스마일 맞죠?

- 응 알았어~

내가 그렇게 느끼한가? 소미한테도 그렇고 어딜가건 느끼하단 얘기만 듣는 기분인데? 뭐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다보니 어느새 스마일 노래방이였고 실장이 연락도 없이 왔다며 반겨주었다. 반겨주는 실장에게 아가씨는 스페이드 승아 오기로했으니 부르지 말고 술만 먼저 양주로 세팅해달라 했다. 왜 양주냐구? 그래도 승진해서 즐기러 온건데 기분은 내야지.. 물론 싸구려 골든블루지만.. 그렇게 혼자 노래를 부르며 기다린지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밖에서 계단으로 사람이 내려올 때 들리는 띵동하는 벨소리가 들리고 오래지나지 않아 승아가 룸으로 들어왔다. 으음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더 예뻐진 것 같은데 특유의 여우상의 미모에 어깨가 드러나는 하의가 짧은 흰색 원피스를 입고 들어왔는데 하..소미와는 다른 매력이지만 승아도 예쁘구나..

"오빠 오래 기다렸어요?"

"응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기다리다 잠들뻔했네."

"이럴땐 빈 말이라도 얼마 안걸렸어 해야하는거 아니에요?"

"어허 그건 그렇고 원래 쇄골 점 보이기 싫어서 파인 옷 잘 안입는 거 아니였어? 그때 말하기로는 부끄럽다고.."

"그 점 뺐어요. 그래서 여기 작은 상처처럼 보이는게 그 점 있던 자리에요."

"헐..뭐 있었던 티도 안나네. 전에 본 적이 있어야 뭐라도 말해줄텐데 전혀 모르겠다"

"흥흥 오빠가 다 그렇죠 뭐."

"아니 안보여준건 네가.."

"됐어요 오빠~ 와아~!!! 승진축하해요"

"..응..그래 고..고맙다."

...이 요물 어느새 박수치며 나를 안아주는 승아에게 주도권을 뺏겼고 나는 승아에게 휘둘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소미와는 다르게 승아는 애교도 많았고 대화는 친구인듯 애인인듯 티격태격하는 재미가 있었고 기분이 좋다보니 술맛도 그리 좋을 수 없었다. 그렇게 두병 째 양주가 들어오고 슬슬 술에 취한채 지쳐가고있던 사이 승아가 갑자기 내게 말했다.

"오빠..오빠 소미 언니랑 잤죠?"

뭐지..잘못들었나? 갑자기 소미와 잤냐니? 전에 좀 의심스러운 정황은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분위기 좋았는데 갑자기 왜? 다들 공감하다시피 사람이 갑자기 긴장하거나 왜 그걸 물어보는지 모르겠으나 평소 '몰래 숨겨먹는 떡이 제일 맛있다.' 아니 이 떡은 그 떡이 아닌가? 어쨌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는 승아에게 절대 말하면 안된다 생각이 들었다.

"응...응? 아냐 그런 사이 아냐..그냥 노래방에서 노는 지명손님이지 자주는 못 보지만"

"오빠..소미 언니가 말해줬어요. 솔직히 말해봐요."

"어..어!? 소미가 말했다고?! 정말?"

"오빠 반응 보니까 진짜네..하아...오빠 거짓말 참 못한다."

아..ㅅㅂ...술에 취해서일까? 양주를 마시는게 아니였는데..나도 모르게 나온 반응에 이미 승아는 확신한 듯한 어투로 내게 말하고 있었다.

"아..아니야..그냥 아가씨와 손님 사인데.."

"됐어요..오빠 우리 술 더 마셔요."

"아니 우리 많이 취한것 같은데 그것보다 너 진짜 괜찮겠어?"

"네..오빠 승진도했자나요. 나 나가서 술 사줘요."

뭐지? 갑자기 소미랑 잤냐더니 나랑 나가서 술마시자고? 얘  나 꼬시는 건가? 아 물론 요즘 내가 마치 소설 속 주인공 처럼 운 빨도 최강에 나도 모르는 매력이 터지는걸 생각해봐도 이래도 되나? 소미랑 친한 동생이라며..하지만 이미 술에 취한 나의 이성은 나가서 술먹자는 말에 점점 힘이 세지고 있는 아래쪽 X대가리의 명령보다 약해졌고 나는 나도모르게 고개를 크게 주억거리며 알겠다 하고 있었다.

"어어...그래..나가야지..뭐 먹고 싶은데?"

"그냥..술 집가요.. 노래방 말고.. 조용한 데서 마시고 싶은데.."

으음..이거 말로만 듣던 바가지 사기아냐? 이렇게 말하고 어디 술집으로 갔더니 뒤에서 각목이 떨어지거나 약 탄 술을 먹인다던가 그런거 아닐까? 이럴 땐 그냥 내가 아는 곳으로 질러야겠다.

"그럼 여기랑 떨어져 있긴 한데 우리 회사 근처에 아는 술집이 있거든.. 분위기도 괜찮고.. 테이블에 칸막이도 있어서 조용히 마실수도 있어."

크흑..밀폐된 노래방이 좋은데!! 웃고 떠들고 놀다가 스킨쉽도 거의 못했는데..갑자기 이렇게 훅 들어오다니..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승아 페이스에 휘말려 헤어나오질 못하는 것 같다.

"오빠....그럼 이번 타임 얼마 안남았으니까... 술도 얼마 안남았네? 이거 같이 마시고 일어나요.. 오빠 거기 주소 보내놔요..실장한테 퇴근한다 하고 가야하니까...."

으음 내가 가자는 곳으로 가는걸 보니 각목이나 술에 약타는건 아니였구나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말이 늘어지느걸 보면 많이 취한 것 같은데..진짜 나 좋아하나? 으음..그럼 오늘 또..아냐 강대리..아니 강과장 너 이렇게 맨날 당한게 5년이야..고작 한 두달 재미 보기 시작했다고 방심하지마. 상처는 두배로 돌아오니까. 후우..이렇게 기다리다가 술취해서 오빠 못가겠어요 미안해요..이런 문자 받은게 한두번이냐..아 다시 생각하니 한심하네.

"으응..그래. 이거 마저 마시고 나가자"

결국 두번째 양주를 모두 비운 후 나와 승아는 일어나서 나왔다. 실장은 늘 길게 놀던 내가 빨리 일어났다며 혹시 승아가 마음에 안들었냐 물었지만..후..솔직히 말할 수 있나 집에 가야한다 해야지..그렇게 노래방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술집으로 이동하며 승아에게 술집 위치를 메시지로 보냈다.

- 승아야 지금 보낸 주소 여기니까 얼른와. 오빠는 들어가있을께.

하..제발 와야할텐데 지금까지의 반응으로 봐서는 올 것 같았지만 지난 삽질의 경험들이 내게 계속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이렇게 찝집하게 자르는 건 저도 원하는 바가 아니나 몇 안되시겠지만 기다리시는 분들도 계실 것같아서..

이렇게 올려놔야 찝집한 마음에 다음 화도 빨리 쓸 것 같아 우선 올리고 봤습니다. 다음화도 최대한 빨리 쓰겠습니다.

최근 알았는데 별이 추천이 아니라 선작이라더군요. 여러분의 선작과 추천,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ㅎㅎ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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