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9)

아내는 서랍을 열어 속옷을 챙겨 들고 방안의 욕실로 향해간다. 언제 갈아입었는지 반바지

 아래로 길게 드러난 날씬한 두 다리가 나의 성욕을 완전히 충족시켰고 나는 그런 그녀를 붙

 잡아 침대로 이끌었다.

“뭐야... 나 씻고...”

 “씻긴... 나 급해...”

몸부림치는 아내였지만 은근히 즐기고 있는 듯 심한 거부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아내의

 입술에 입술을 포개고 단번에 그녀의 은밀한 수풀 사이를 헤집었다. 평소보다 뜨거운 체온

 이 나의 손을 반겼고 교차해 있었던 두 다리가 벌어지며 곧 그녀의 은밀한 살집 속에 손가

 락이 안착했다.

‘젖어있다... 그것도 아주 흠뻑...’

다시 정신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왜 젖어 있는 건지 의심이 갔다. 아내는 물이 그렇

 게 많은 여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다른 여자보다 더 많은 애무를 해주어야 했고 그녀의 몸

 을 달구기 위해 더욱 정성을 쏟아야 하는 아주 까다로운 몸을 지닌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그런 정성을 쏟지 않아도 될 만큼 벌써 뜨겁고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왜 이렇게 젖었어?”

 “몰라~”

나의 물음에 아내는 길다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부끄러워했다. 조신한 여자인 것도 알고

 있고 지조 있는 여자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금 머리를 쳐든 쓸데없는 망상이

 나를 힘들게 했다. 그러나 뜨겁게 젖어 있는 아내의 은밀한 부위는 나의 성욕을 가만히 두

 질 않았다.

급하게 아내의 옷을 벗기고 곧 나도 알몸이 되었다. 금빛으로 물들어버린 아내의 길쭉한 몸

 매에서는 섹시함이 우러났고 풀어헤쳐진 브래지어 안으로는 작지만 앙증맞게 올라선 가슴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모유수유를 하면 가슴이 커진다는 말은 거짓말인 듯 했다. 오히려

 더욱 작아진 가슴을 바라보자 아내는 수줍게 몸을 비틀었다.

“오늘은 진하게 해줘...”

간간히 아내도 느끼고 싶은 날이 있는지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는 원하는 체위나 원하는 요

 구를 해왔다. 진하게 해달라는 말은 거칠면서도 강한 삽입을 원하는 날이기도 했다. 냉정하

 게 보면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아내의 요구였지만 계속 내 머릿속에서는 이상신호가 감지되

 고 있었다.

“하읏!”

나는 단숨에 은밀한 기둥을 아내의 은밀한 구멍으로 꽂아넣었다. 그러자 몸통을 끌어안으며

 달뜬 호흡을 뱉어냈다. 원래 아내는 나의 기둥을 빨아주거나 핥아주지 않는다. 이제껏 함께

 섹스라는 것을 해오면서 아내가 나를 위해 해준 애무라고는 손으로 자위를 한 번 해준 게

 전부였다. 하다못해 그것마저도 팔이 아프다는 이유로 사정까지는 이르지 못했었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의 육체의 대화마저 보수적인 아내가 가끔 짜증이 날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런 그녀의 반응이 그녀를 더욱 성스럽게 만들고 더욱 정복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했다.

단 한 번도 아내와 나누는 섹스가 불만족스러웠던 적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아~ 좋아.... 허읏... 좋아...”

귓불에 닿는 뜨거운 신음과 호흡에서 평소보다 강한 쾌감을 느끼고 있는 아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은밀한 계곡에서 흐르는 물도 평소보다 끈적하고 미끈거림을 느낄 수 있었고 내 몸

 통을 부여잡은 그녀의 길다란 팔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완력이 느껴졌다. 급격하게 내 몸도

 그녀와 같이 뜨겁게 변화하고 있었다.

“오빠... 더 세게... 더 세게 해줘...”

다시 한 번 달뜬 목소리가 나의 신경을 자극했다. 길고 늘씬한 두 다리도 나를 더욱 깊게

 받아들이기 위해 허공위에 양갈래로 찢어져 솟구쳐 있는 것을 보자 견딜 수 없는 강한 쾌감

 이 뒷골을 타고 흐른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뻗친 두 다리의 발목은 발레리나처럼 곧게

 펴져 긴장감을 주었고 발가락 역시 잔뜩 힘이 들어간 상태로 오무려져 있었다.

“끅... 끄흐.....”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질척하지만 뜨겁고 미끈하고도 강하게 물어대는 아내의 은밀한 작은

 호수에 걸쭉한 정액을 토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아내도 끝이 났다는 걸 느꼈는지 긴

 장감이 깃들었던 긴 다리를 힘없이 침대로 떨어뜨렸고 강하게 옥죄던 몸통도 느슨하게 풀리

 더니 곧 길다란 팔도 침대로 늘어뜨렸다.

“미... 미안...”

나도 모르게 미안하다는 말이 나와버렸다.

처음이었다. 그녀의 몸에 들어왔다가 이렇게 금세 빠져나가버리는 경우가 말이다. 쥐구멍이

 라도 있으면 찾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창피함이 밀려왔다.

“괜찮아...”

아내의 대답이 건성으로 들린다. 엄청나게 실망을 한 눈치였다. 너 댓 번이나 움직였을까?

그녀의 자태 하나하나가 견디지 못할 정도로 내겐 커다란 자극이자 쾌감이었다.

“씻고 다시 하자”

 “아냐... 괜찮아...”

1분? 옷 벗기기 전 생기있던 아내의 얼굴이 아니었다. 실망과 함께 허탈함이 느껴지는 얼굴

 이다. 점점 작아지는 은밀한 기둥의 모습은 처참해 보이기까지 했다. 점점 작아지더니 곧

 그녀의 은밀한 입구를 아예 빠져나와 버린다.

“어... 흐른다... 비켜 봐~”

아내가 나의 몸을 부드럽게 밀쳤다. 하지만 내가 느낀 것은 세차면서도 강했다. 길다란 손

 이 은밀한 부위를 틀어막고 안방에 딸린 욕실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보이자 허탈함이 들어왔

 다.

다음날도 난 지각을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난 아내의 은밀한 구멍안에서 1분을 버티지 못하고 걸쭉한 정액을 흘

 려보내야 했다.

갑자기 찾아온 조루현상에 나는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그녀에 대한 의심은 물론 형에 대한

 불신까지 함께 찾아왔다. 시간이 갈수록 나의 조루현상은 더욱 심해져가는 것만 같았다. 아

 니 오히려 발기부전 증세까지 찾아왔다. 왠만한 자극에는 빳빳해지는 경우가 드물었고 설사

 발기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삽입 직전에 다시 쪼그라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었다. 자연스럽

 게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와의 잠자리마저 소원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연희 아빠, 아침 먹어...”

 “됐어...”

어찌된 일일까? 성욕이 줄고 몸이 예민해지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다만

 항상 피곤했다.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벽같이 출근하던 형도 아내가 차려

 주는 아침상을 받기 시작했다.

나는 거실을 가로지르며 주방의 식탁을 힐끔 쳐다봤다. 아침부터 싱싱한 채소에 생선, 고기,

그리고 갖가지 반찬들이 식탁을 빼곡이 채우고 있었다. 아침식사는 황제처럼 해야한다는 말

 이 있지만 저 아침밥상은 나를 위한 밥상인지, 형을 위한 밥상인지 헷갈리기만 하다.

일을 해도, 술을 마셔도... 나의 무기력함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나를 못

 잡아 먹던 팀장의 잔소리도 뚝 끊긴지 오래였다. 우선 회사생활에서 기본인 근태를 확실히

 하니 딱히 트집을 잡힐 일이 없었으리라... 게다가 뭐에 홀렸는지 하지 않던 신규거래선 발

 굴도 하고 다니는 내 자신이 내가 봐도 많이 좋아져 있었다.

무척 피곤함이 나를 괴롭히던 하루였다. 여름이 지나가는 계절이었다.

늦여름? 초가을?

정체성을 잃은 나처럼 계절도 정체성을 잃었는지 낮에는 땀이 비오듯 날만큼 더웠고 해가

 지고나면 오한이 들 정도로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대리! 오늘 한 잔 할까?”

퇴근을 준비하는데 느닷없이 팀장이 말을 걸어왔다. 워낙 술을 좋아하는 나였지만 그 날 만

 큼은 쉬고 싶은 충동이 강했다.

“아뇨... 팀장님... 죄송합니다. 몸이 좀 안 좋아서...”

 “이여~ 왠일이래? 천하의 이대리가 술을 마다하고? 그래 오늘은 일찍가서 쉬어”

달라진 내가 기특한 것일까? 팀장은 왠일인지 평소보다는 일찍 퇴근을 시켜주었다. 하긴 내

 가 봐도 얼굴은 때끈하고 낯빛은 어두운 게 금세라도 쓰러져버릴 듯 한 컨디션을 보이고 있

 었다. 여신 같은 아내와 잠자리가 원활했을 때는 누구보다도 에너지 넘치던 내가 이렇게 병

 든 닭처럼 골골대니 내 자신이 더 처량해만 보였다.

평소보다 빠른 퇴근 시간이어서 인지 집까지 도착하는 시간은 역시 평소보다 훨씬 빨랐다.

시계를 보니 이제 6시를 조금 넘어서고 있을 시간이었다. 러시아워에 걸렸다면 꿈에도 상상

 못 할 퇴근시간이었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자 가뜩이나 초라한 내 중고차가 더욱 초라하게 느껴진다. 최소 중형

 차, 거의 대부분이 대형차급 이상이었고 그 중 1/3은 이름만 들어도 입이 쩍 벌어질 만큼

 브랜드 파워가 센 외제차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분명 저 차들은 시집 잘 온 가정주부

 들의 차 일 것이다.

갑자기 아내의 생각이 들어온다. 나 같이 못난 놈을 만나서 형의 아파트에 얹혀 살며 눈치

 를 보는 그녀의 생각에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다 못 해 우리 형과 결혼을 했다면 다

 른 사람 부럽지 않게 멋진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아내는 예쁘고 착했다.

‘미안해... 민영아~’

잠자리에서 기를 펴지 못하니 매사에 적극성과 자신감이 떨어져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인 7층 버튼을 누르고 나서 벽면의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보았다. 도

 대체 어디서부터 꼬인건지 알 수가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