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늦게는 크게 쳐놓은 타프 아래 평상에 모여 바베큐 파티를 열었다.
바베큐 화로를 피워놓고 대충 익으면 바로옆의 평상에 옮겨와 초벌된 고기를 한번 더 익힌다.
평상에 부부끼리 나란히 쭉 앉는다. 총 6쌍에 총각 한놈. 혼자 온 녀석 한 놈. 14명의 꽤 대인원이다.
남편들이 돌아가며 화로 옆에서 초벌 된 고기를 썰어 떼어다 날라주면 아내들이 더 익혀 잘라서 먹기도 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내 남편 남의 남편에게도 먹여주기도 하면서 즐거운 분위기에 나도 들떠 덩달아 즐거웠다.
동준은 한시도 엉덩이를 붙이질 않고 이 여자 저 여자에게 돌아다니며 술을 따르고 받아마신다.
심지어는 건너 자리 다른 일행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접근해 고기며 술을 나눠주고 받아 친해지며 그 오지랖을 한껏 더 펼친다.
우리 평상에선 지연이가 한창 서비스 중이다. 동준의 자지를 잡고 흔들어주던 그 예쁜 손으로 고기를 잘라 잘 익은것부터 내 친구들 접시에 하나 둘 건네주는 중이다.
그걸 또 좋다고 받아 먹는 친구놈들은 내 아내에게 술 한잔 받아보겠다며 얼른 얼른 술잔을 비우더니 아내에게도 권한다.
그것에 또 내 아내가 응해주노라면 감격해 마지않는 녀석들을 보니 우스워 콧방귀가 나온다. 옆에 지켜보는 지들 마누라 눈치는 일찌감치 포기한 모습들이다.
섭섭해 하지 않게 내가 다가가 제수씨들 챙겨주느라 고생스러웠다.
옆에서 인기좋은 지연이를 은근히 힐끔 거리며 입을 삐죽거리는 다른 여편네들과는 달리 여전히 동준의 아내 수진씨는 그 모습마져 흐뭇 하니 지켜봐 마치 보살같은 미소를 짓는다. 뭐가 그리 천하태평일까.
아무튼 동준이 또한 옆에서 그 화기애애한 광경들을 흐뭇하게 쳐다보는 모습이다. 자신에겐 온갖 성상납 서비스를하는 여자에게 기껏 고기구워 잘라 올려주고 술 좀 따라주는 서비스좀 받았다고 기뻐하는 친구놈들을 보니 한심하기도 했을 것이고 자신과의 격 차이 수준차이를 느끼며 우쭐 했을 것이다.
'니들이 어떻게 해보고 싶으나 어쩔 수 없이 기껏해야 술이나 받아먹는데 만족하는 그 여자와 나는 둘이서 안해본 것 없이 다 해본 사이다 이것들아.'
자리가 길어지면 늘 그렇듯 고기굽고 술 따라주며 수발들던 아내들은 한쪽에 모여 수다를 떨고 남자들은 또 남자들끼리 한쪽 테이블로 모여 회사얘기며 주식, 새로 산 자동차, 운동 등등 각자 취미얘기로 뜨겁다.
여자들 테이블을 대충 훑어보니 다들 야하고 부티 나게 하고 나오느라 애들 쓰신 기색들이 역력하다.
처음 부터 그랬지만 이 사내놈들이란. 특히 장가 안간 청진이놈은 아까부터 계속 여자들 테이블을 기웃거리며 혼자 계속 홀짝홀짝 잘도 따라 마신다.
지연이는 물론이고 다른 친구의 와이프들도 오늘만큼은 색기 충만해 보이기도 한다.
자리가 더 무르익자 하나 둘 취기가 오르고 나도 알딸딸 했다. 더 취하기 전에 일제히 노래방으로 향하자는데 입을모았다. 예약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걷는데 꽤 넓은 곳이라 5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다.
예약한 방에 지연이와 먼저 들어와 보고 조금 놀랐다. 중앙에 스테이지까지 갖춰진 거대한 룸이었다. 펜션에 딸린 노래방 치고는 꽤 괜찮은 시설이었다. 아내와 서로 휘둥그래진 서로의 눈을 마주본다.
담배 한대 태우고 동준이가 혼자 먼저 따라들어온다. 방안의 공기가 묘해짐을 느낀다.
녀석도 꽤 많이 마셔서 그런지 노곤해보이는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조금 늦는다.
중앙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더니 가볍게 춤장난을 치는 동준의 모습에 아내가 픽 하고 웃었다가 금세 정색한다.
밖에서 누가 계산하느니 자기가 내느니 하는 실랑이 소리가 들린다. 방에 들여올 간단한 맥주나 안주거리를 계산하다가 서로 내느니 마느니 실랑이를 벌이는 모양이다.
이삼분 정도 지나니 지연이가 두리번 거리며 들썩인다. 조금 불편했는지 화장실 핑계를 대고 나간다. 자신이 섹스하고있는 남자 둘과 한방에 셋이 쭉 있으려니 조금 찔리고 어색해 불편했나보다.
곧 이어 사람들이 들어오며 그 뒤에 총 수십병은 됨직한 맥주병 쟁반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오징어에 땅콩같은 기본안주부터 들어지도 못한 총 천연색 화려한 안주들이 줄줄이 들어온다.
거대한 테이블을 채운 비주얼과 스테이지를 점령한 남자여자들의 정신없는 노래 춤사위에 정신이 없어 취기가 더 올라온다. 나는 긴 쇼파에서 반쯤 누워 일어나기도 싫었다.
스테이지 위에서 누가 누구랑 부부인지 이미 그 경계가 사라져 보였다. 이따금 조심스런 움직임의 아내의 모습도 보인다. 볼이 빨갛고 눈이 풀려있어 더 귀엽게 보였다.
평소 술을 잘 못하는 아내가 오늘 처럼 취해있는 모습을 오랜만에 본다.
그 와중에서도 스테이지에선 노총각과 혼자 온 놈을 홀대하느라 시끄럽다.
'억울해서 얼른장가 가야지 원'하는 청진이의 볼멘소리와 혼자 와서 남의 와이프들과 브루스 추다 쫒겨난 승진이 녀석의 본인도 끼워달라는 아우성을 보며 다들 낄낄대고 즐거워한다.
다른날보다 취하긴 했지만 정신만은 확실히 살아있었다. 아내의 눈치봄을 조금 덜어줄 요량으로 취한 척 구석에서졸며 가끔씩 호응만 하는 역할을 맡기로 한다.
취한 연기하기란 것도 쉬운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내 적응했다. 가끔 테이블에 쉬러 온 녀석들과 맥주도 한두잔 나누고 춤추다 들른 제수씨들의 남편욕을 들어주다 보니 노래방 안의 풍경이 내 시야에서 빙긍빙긍 돌듯 어지럽다.
시끄러운 노래소음과 건배하는 녀석들에게 끼어들어 한두모금 마신 맥주때문인지 취기가 점점 더 올라온다.
중앙 무대에 나와 서로 몸 부대끼며 놀고있는 친구놈들과 와이프들이 보인다. 깜빡 정신을 놓아 잠들 뻔 하다가 실눈을 뜬채 지연을 찾아 안구를 빠르게 움직인다.
몇명사람이 비는게 보였지만 딱 두사람만의 빈자리만은 자명히 눈에 들어온다.
동준과 지연이가 자리에 없다.
정신이 번쩍 들어야 정상이지만 이미 취기가 너무 올라 잠깐씩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한다.
그러면 안보였던 두사람이 어느새 다시 자리에 있고, 스테이지에서 보이기도 하고 다른놈과 억지로 부르스를 춰 주는 아내의 모습도 보이다가 또 어느때는 방 안에서 자리를 비우고를 반복한다.
잠시 잠들고 일어나니 방안에선 청진이가 이상한 발라드로 노래방 타임의 끝물을 망치고 있었고 그에 억지로 호응해주는 몇몇이 보였다.
동준을 비롯한 몇몇놈은 자리에 없었고 아내는 어느새 방 구석자리 소파에 앉아 수진씨의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수진씨를 잘 따르게 된 것 같았다.
그러다 난 갑자기 속이 뒤틀려 토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얼른 뛰쳐나갔다...
화장실 변기에 한바가지쯤 토를 하고 담배도 태우고 바깥 신선한 공기도 쐬고 싶어 나간다.
간만에 너무 많이 마셔댔다.
밖엔 다른 일행들이 담배며 종이컵 커피를 들고 나와 한창 수다중이었다.
입구 옆 건물 외벽에 기댄채 뭔가 심각한 동준과 승진이가 살짝 보인다. 둘은 마주보며 담배를 피우며 얘기중이었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뭔가 조심스럽기에 쉽사리 다가가기 좀 그랬다.
그냥 입구에 서서 담배에 불을 붙여 빨아들인다.
「어제도 했냐?」
의미 심장한 승진의 질문.
.....
「그렇지 뭐. 쩝.」
동준은 피곤해 귀찮다는듯이 대충 대답한다.
「근데 표정이 왜그래? 싸웠어?」
「싸우긴. 나한텐 꼼짝도 못한다 지연이 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