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어제 어떻게됐냐? 먹었어?」
....?
'무슨얘기지....?'
잠시 멈춰서 벽 뒤에 선다.
「조용히해 임마. 어떻게 되긴ㅋ 당연히 땄지. 어휴 좆나 질질 싸더라ㅋㅋ 맡아봐.」
하면서 품안에서 스타킹 하나를 자랑삼아 슬쩍 꺼내 경길의 코에 대준다..
「와 이새끼! 대단하네 진짜. 아 꼴려... 이제 선영이까지 따이는구나ㅎ 빨통도 좆나 크던데. 졸라 부럽다 이 개새끼. 몇번했냐?」
「한 다섯번? 보지안에다간 두번싸고 입에 한번 했는데 그다음부턴 잘 안나오더라.」
「콘돔도 안했다고? 아 개꼴린다...」
「안해도 괜찮은 날이래나.. 아 진짜 졸라따먹다가 이젠 나도 안서고 해서 마지막에 보지 골뱅이 쳐줬는데 개싸면서 임신시켜 달라고 조르기 까지 하더라ㅋㅋㅋ 손가락까지 꽉 조이는데 아주 죽이데ㅋㅋ」
동준은 손가락 세개를 들더니 앞뒤로 구멍 쑤셔대는 모션을 힘껏 보여주며 앞이빨로 자신의 두 입술을 말아 깨문다. 지난밤 자신의 환상적인 경험담에 열을 올린다.
「ㅋㅋㅋ 대박! 임신시켜버려~ 개년. 가만있어봐 은지, 선아, 선영이까지 보지 따이고.. 누가 젤 쉽게 대주디? 나도 한명만 주라~좀.」
「물건이냐ㅋ 마! 존나 쉬웠어 그년들ㅋ. 니가 자빠뜨려 따먹어. 근데 선영이 걔 남자친구 있나보더라. 처음엔 엄청 미안해 하더라구. 나중엔 지가 먼저 씹벌리고 달려들더만ㅋㅋㅋㅋㅋ」
「남친 있는년들 먹으면 더 맛있지 킄ㅋㅋㅋ이젠 지나가다 너만보면 보지 졸라 꼼지락 거리겠다ㅋㅋㅋ암튼 부럽다. 말만하면 보지대줄년들 많아서..」
.....
거기까지 듣고 난 자리를 피했다. 더는 듣고있을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당장 선영이를 불러내 막 나무라는것도 웃기는일 같았다.
그 후 난 참고 티 안낸다 싶었지만 알게모르게 내가 선영을 피하는 일이 많아지고 몇주간 이상하다 싶었던 선영은 날 잡고 날 강하게 추궁하길래 순간 짜증이 나서 말해버리기로 했다.
선영도 내가 그날밤일을 눈치채고 찾아온 태도의 변화라는걸 느꼈을 터였다.
「됐어. 너 이미 동준이랑 자는 사이란것도 알아! 늘 다 자기가 가지는 놈이지.. 더이상 무슨 대화가 필요해?」
「.....그래. 같이 잤어. 밤새 섹스 했지. 내가 어떻게 됐었나봐..미안해. 그래도...」
「이제 좀 솔직하네. 그래도 뭐? 잘 해봐 그새끼랑!.. 그래. 좋았어? 좋든? 몇번이나 했냐? 매일 했겠지?」
「딱 하룻밤 이었어. 내가 실수했고 너한테 죽을죄를 지었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걸 생각하자.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건 너잖아. 현재 나한테 사랑받고 있는건 너라고!」
「그래? 아이고~ 눈물나게 고맙네. 근데 나한텐 지금 그게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내가 널 사랑하고 있고 너도 날원해서 만났던 거잖아! 그럼 다 가진쪽은 걔가 아닌 너 아니야?」
이것이 여자와 남자의 다른점이란걸 이때야 깨달았었다. 난 선영이와 사귀면서 그녀와 섹스를 해본적이 없었다.
남자는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남자와 섹스한다는걸 알았을때 깊이 절망한다.
반면 여자란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여자를 맘속 깊숙히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때 절망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섹스와 마음중에 섹스를 먼저 받길 원하고 여자는 둘 중 마음을 얻길 원한다. 여자가 몸을 준다는건 때때로 여자 스스로 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것일 수도 있었다.
남자는 여자와 관계를 맺어 정복감을 느끼지만 여자는 남자에게 몸을 내줌으로써 자신이 정복당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여자에게 자신의 모든것은 자기의 순정. 마음이다. 그남자를 사랑할때. 자신이 그 남자에게 정복당함을 느낀다.
내가 여자를 모르듯 선영도 역시 남자를 잘 알지 못했다. 자기 애인의 몸을 하룻밤 쑤셔 즐긴 놈이 히히덕 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남자의 심정을.
남녀는 애초에 말이 통하질 않게 되어있다. 남자에게 사랑은 돈과 성질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자와 바람둥이의 공통점이라면 자존심이 없다는 점이다. 부자는 절대 돈앞에 자존심을 부리지 않는다. 겸손하고 초연하며 수모를 겪을 각오가 되어있다. 바람둥이도 여자앞에 자존심이란건 없다.
여자에게 섹스를 얻어낼때까진 여자로 부터 받는 마음의 상처따위는 사치다. 결과물을 받아낸 후 자부심을 느낄 뿐이다.
그것을 머리가 아닌 본능으로 알고있는 동준은 과거 내 애인 선영이와 현재 내 아내 지연이로부터 섹스를 받아내었다.
독실한 신자는 아니지만 종종 이곳을 찾는다.
신도들이 아침 미사를 끝내고 조금 한산해진 집근처 성당 둘레의 이쁘게 꾸며진 화단과 성당안의 거대한 십자가 앞에 앉아있으면 종교적 지식도 전무하고 의미를 모르는 나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주말이면 아내와 간단히 나들이라도 했지만 요즘들어 주말에 더 바빠진 아내는 나와 놀아줄 시간이 없다. 초등 저학년생들의 레슨을 최근들어 주말반으로 하나 맡았다.
꼬맹이들이 평일엔 교과목 학원으로 바쁘니 주말을 이용해 발레같은 예체능 수업을 보충하나보다. 덕분에 아내는 수입이 늘겠지만 놀시간도 없는 요즘애들이 참 불쌍타.
주말엔 혼자 자전거를 타거나 산에도 가며 오전시간을 떼우다가 최근들어 평소 그냥 지나치던 공터를 걷다가 그 옆에 오래전부터 서있던 성당이란델 한번 쑥 들어가 둘러봤더니 안정되는 마음에 이젠 가끔 머리식힐때 들르기도 한다.
기도 할 줄도 모르고 신도도 아닌 내가 해도 되나 싶지만 현재의 복잡한 심경에 대해 조용히 눈을감아 속으로 고해보기도 하고 모쪼록 아내도 여러모로 상처받지 않기를 기도해본다.
「지잉~ 지잉~..」
'누구지 아침일찍..'
핸드폰을 들고 얼른 밖으로 나가본다.
..... 동준이었다.
「야~ 토욜인데 뭐하냐. 간만에 사우나나 좀 가자~!」
뻔뻔한자식. 나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난 그럴 그릇도 안되지만. 자기가 건드린 여자의 남편에게 감히 먼저 아무렇지도 않게 약속을 잡는 동준이 이해가 안간다.
지난주 주말.... 그 일을 목격하고나선 처음 연락하고 보게되는 것이었다.
「갑자기 왠일로?.....쩝. 그래 임마. 니가 이쪽으로 올래?」
「안그래도 가는 중이다 있다봐~!」
녀석은 분명 나를 대해도 흐트러짐 없이 그 전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마음을 다잡아 본다.
하긴 그전에 봤을 때도 이미 둘은 잠자리 파트너였을 수도 있다.
그날 이후 녀석은 또 지연과 관계를 가졌을까? 연락은 어느정도 했을까? 무슨 대화를 했으며 다음 섹스는 언제 어디서 하기로 정했을까? 주도면밀, 야무지고 똑똑한 지연이가 폰에 흔적을 남겨놓을리는 없었다.
지연의 행동에도 이상징후가 없었다. 이것 역시 그 이전부터 이미 동준과 자던사이 였었을 때에도 나는 전혀 태도의 변화를 몰랐었으니. 지난한주 아내가 너무 무섭게 느껴졌었다.
가만 생각하니 지난주 우리부부는 주중에 부부관계를 건너 뛰었다. 바쁘기도 했지만 나 역시 충격으로 아내에게 요구할 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주말 말곤 직장에서 야근 철야에 하루종일 발목잡혀있는 나와는 달리 아내야 요즘은 공연준비도 없는 시기고 주중엔 띄엄띄엄 레슨을 하느라 시간여유야 많을것이다.
동준도 바쁜 직장생활로 시간없기론 나와 사정이야 다르지 않겠지만 그 대상이 '동준'이라는 특이성의 경우면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었다. 세상에 그를 가두는 결속은 없는듯이 느껴진다.
애써 설치한 몰카장비를 실전에 써먹을 타이밍을 감잡기 힘들다. 무턱대고 돈부터 들인 내가 한심하고 멍청해 한숨이 나온다.. 저 멀리 녀석이 온다. 달려가 저 면상에 주먹을 꽂아넣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