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은 눈을 떴다. 깊은 잠에서 어슴푸레하게 깨어났다. 아랫도리가 뻐근했고 가녀린 몸은 움직이기 어려웠다.
“깨어났나?”
음산한 남자의 목소리. 그였다. 어젯밤 그녀의 몸을 마음대로 지배했던 사내. 정연은 몽롱했던 머리가 한 순간에 맑아지며 사태가 명쾌해졌다. 그녀는 자신을 돌아봤다. 잠옷 치마는 허리께까지 들려있었고, 팬티는 완전히 벗겨져 있었다. 성욕을 주체하지 못한 사내는 거대한 육봉을 여자의 보지에 억지로 밀어넣고 있었다. 깊이 잠들었던 정연의 보지는 물기 없이 빡빡했기에 남자의 삽입은 고통스러웠다.
“아파요.”
“뭐, 남자한테 보지 한두 번 대줘보나? 조금만 있으면 기분 좋아질 거야.”
사내는 정연의 하소연에 아랑곳하지 않고 펌프질을 계속했다. 조금씩 그녀의 보지가 축축해지며 뜨거운 불기둥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깊게 자더군. 어때, 내 자지 맛을 보니까 잠이 달게 오지? 아마 매일 밤 생각날 거야.”
정연은 어젯밤을 되짚어 보았다. 지난 밤 사내와의 격렬한 정사를 치른 뒤 그녀는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기어가다시피 화장실로 향했다.
‘나는 섹스를 한 게 아냐. 강간을 당한 거야.’
차가운 물에 몸을 씻어내며 그녀는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보지 속에서 흐르는 남자의 정액은 부정한 정사의 흔적이었다. 정연은 닦고 또 닦아냈다. 침실로 돌아와 보니 방안에 아무도 없었다. 정연은 어찌해야 잠시 망설였다. 룸을 빠져나가고 싶었으나 극도로 피곤했기에 그냥 잠옷을 입은 채 수면의 망각에 자신을 맡겼다. 그녀는 금세 깊은 잠에 빠졌다,
그런데 지금 깨어나 보니 다시 그녀의 몸은 육욕에 불타오르는 사내의 품안에 안겨 있었다. 사내는 뜨거운 입김을 정연에게 내뿜으며 그녀의 몸을 음미했다. 미처 달궈지지 않은 여자의 몸은 조금 늦게 반응했지만 일단 달아오르자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남자에게 완전히 몸을 맡겼다.
“정연아, 난 니가 마음에 든다.”
정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하지만 사내의 엉뚱한 고백에 아랫도리는 조금 더 뜨거워졌다, 정연은 허리를 움직여 남자의 펌프질을 도왔다. 사내는 자신의 사랑고백이 받아들여진 듯 느꼈다. 흥이 난 사내의 몸짓은 더더욱 격해졌다. 사내는 여자의 잠옷을 완전히 벗겼다. 여자는 어깨를 들어 남자가 자신의 옷을 벗기는 걸 도왔다. 남자는 여자의 풍성한 젖가슴을 터뜨릴 듯 주물렀다. 사내의 연주에 여자의 몸은 춤을 추었다. 이른 아침 로얄실 101호는 색정에 달아오른 여인의 교성으로 가득 찼다. 남자는 다시 한 번 여자의 보지에 뜨거운 정액을 쏟아냈다. 정사를 끝낸 남녀는 한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부둥켜안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오빠 그렇게 나쁜 놈 아냐.”
사내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가 내뿜으며 말을 이었다.
“사정이 있어서 마음대로 해외에 나가지 못하거든. 그래서 이 배를 잠깐 빌린 거지. 이 배를 타고 공해상으로 나갈 거야. 거기서 준비하고 있는 우리 배로 갈아타고 아무도 못 찾는 인도네시아의 섬으로 가서 왕처럼 살 거다.”
남자의 말에 여자는 언젠가 보았던 영화 한 편을 떠올렸다. <블루 라군>이었던가. 남태평양 외딴 섬에 버려진 남녀가 산호초 사이에서 서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 파랗고 투명했던 아름다운 바다. 남과 여의 적나라한 나신.
“어때, 정연이도 같이 가지 않을래?”
남자의 갑작스런 제안에 정연의 눈앞의 아름다운 산호초 풍경은 사라졌다. 그녀는 제정신이 들었다. 아니, 무서웠다. 어제 이 사내가 폭력을 썼을 때보다, 총을 들고 자신에게 술을 따르라고 위협했을 때보다 더 무서웠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유부녀였다. 남편은 안정된 직장이 있었다. 대단하게 내세울 게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크게 부족한 것도 없었다. 세상 누군가는 정연의 삶을 부러워하고 있을 법도 한, 평범하지만 그래서 버리고 싶지 않은 삶이었다. 최근 들어 남편과 사이가 조금 벌어진 게 유일한 흠이었으나, 이번 여행을 계기로 그러한 갈등들도 모두 덮어버리자고 결심한 터였다. 그런데 지금 이 사내는 자신을 어디 듣도 보도 못한 외딴 섬으로 데려가려고 하는 중인 것이다. 정연은 소름이 돋았다.
“넌 뭐가 걱정이니?”
질문을 던지는 사내의 음성은 다정했다.
“먹고 사는 문제? 달마다 갚아야 하는 대출 이자? 골치 아픈 시어머니?”
하긴, 그 모든 게 정연의 걱정거리이긴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들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었다. 별다른 의심 없이.
“날 따라오면 그런 거 없어. 아름다운 해변에서 부족한 거 없이 살 수 있어. 물론 날마다 나한테 네 보지를 대주기만 하면.”
원초적인 사내의 말에 어쩐지 정연은 흔들렸다. 말도 안 되는 제안이었지만, 잠시라도 그녀는 황홀했다. 그러나 정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남편 대식의 얼굴과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얼굴이 그녀의 모든 환상을 덮었다. 지금 이 사내에게 안겨 있지만, 결국 그녀가 돌아가야 할 곳은 분명했다.
칙- 치이이익.
대식은 탈진할 지경이었다. 여객선 기계실은 배가 움직이며 발생하는 열로 무척 더웠다. 아무런 냉방장치도 없었기에 더더욱 기계실 내부의 온도는 높았다.
대식은 머릿속으로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어젯밤 승객 중에 섞여 있던 열 명 정도의 무리들이 갑자기 총을 쏘며 사람들을 선실로 몰아넣었다. 갑판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며 곧 있을 아내와의 향연을 떠올리던 대식은 직감적으로 위험을 깨달았다. 급히 아내가 있는 객실 101호로 가려했지만 그 문 앞에 총을 든 무리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바람에 여의치 않았다.
탕- 탕-
총소리가 나고 기관실에 있던 기관사 한 명이 총을 맞고 대식의 앞에서 쓰러졌다. 그리고 총을 쏜 괴한은 다시 대식에게 총을 겨눴다. 대식은 급한 대로 몸을 날려 무장괴한을 덥쳤다. 총을 든 사내가 쓰려졌지만 곧 다른 괴한들이 들이닥쳤다. 아내의 상황도 걱정이었지만 일단 대식 스스로의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더 급했다. 자신의 일당을 제압한 것을 알면 그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선실로 몰렸지만 대식은 침착하게 기계실로 숨었다. 그는 기계실에 몸을 숨긴 채 바깥의 상황을 살폈다. 배를 장악한 일당이 객실에 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밖으로 끌고나와 선실로 몰아넣는 것이 보였다.
‘아, 저 중에 정연이도 있겠구나.’
사람들로 가득한 선실 쪽을 바라보면서 대식은 공포에 질려 있을 아내를 떠올렸다. 대식은 위기에 처한 아내를 바로 구해주지 못하는 자신이 안타까웠다.
‘미안해, 정연아. 조금만 기다려. 내가 곧 구해줄게.’
대식은 기회를 봐서 해경에 조난신호를 보낼 생각이었다. 기관실에서 자동조난신호 버튼만 눌러도 해경에 연결이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만 어떻게 기관실에 접근하느냐가 문제였다.
그 시각, 정연은 여전히 로얄실 101호에 감금돼 있었다. 보스는 무슨 일인지 하루 종일 바빠 보였고 때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부하들에게 역정을 내기도 했다. 정연에게는 끼니에 맞춰 식사가 들어왔다. 식사를 가져다주는 사람은 그녀에게 선실의 사람들이 모두 굶고 있으며 화장실도 제대로 다녀오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살짝 전했다. 정연은 자신이 감금당한 것이 행운인지 불운인지 헷갈렸다.
점심을 먹고 난 오후, 긴장감이 풀리며 나른해질 무렵 갑자기 문이 덜컥 열렸다.
“정연아, 오빠 왔다.”
그가 돌아온 것이다. 여자는 긴장했다. 사내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이미 술이 몇 잔 들어간 얼굴이었다. 어딘지 신경질적인 표정. 일이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고 있는 듯 보였다. 남자의 사나운 기운에 여자는 움츠러들었다,
“우리 예쁜이, 잘 있었어?”
여자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남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자의 육감은 쉽게 간파했다. 정연을 보는 보스의 눈빛은 야성을 띠고 있었다. 남자는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었다. 그게 정연을 찾은 이유였다. 정연은 무릎 아래까지 오는 타이트한 롱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짧은 치마나 반바지가 사내의 욕정을 자극할까 두려워 최대한 노출을 줄인다고 입었던 것인데,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원피스가 오히려 남자의 충동에 불을 질렀다.
“이리 소파에 와서 앉아.”
사내는 다시 자신의 옆에 앉을 것을 강요했다. 어차피 남자에게 두 번이나 주어버렸던 몸이다. 정연은 고분고분하게 순응했다.
“그런 옷을 입으면 불편하지 않나?”
사내는 팔로 여자의 허리를 덥석 두르며 말했다. 부드러운 암컷의 감촉에 사내의 물건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허리에 있던 남자의 손이 스르르 여자의 곡선을 따라 내려갔다. 허리에서 엉덩이로, 엉덩이에서 허벅지로, 허벅지에서 여자의 아랫배로, 다시 가슴으로 손이 올라왔다. 남자는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이 여자의 몸을 최대한 음미했다. 사내의 손길에 여자는 움찔움찔 움직였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 아니, 거부하지 못했다.
“정연아, 대답해봐. 오빠 보고 싶었어?”
여자는 고개를 숙였다. 보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궁금하기는 했다. 하루 종일 방안에 갇혀 있다 보니 바깥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고도 싶었고, 보스라는 사내가 왜 그처럼 바쁜 건지, 뭐에 그토록 화가 났던 건지 알고 싶기도 했다. 또 남편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걱정됐다.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간다던데...
“왜 대답이 없어? 말해봐. 오빠 보고 싶었어, 안 보고 싶었어?”
가슴을 주무르던 남자의 손이 다시 여자의 아랫배로 향했다.
“솔직하지 못하군. 일단 맛을 본 이상 이 놈 생각이 간절했을 텐데.”
남자의 정연의 손을 쥐어 자신의 아랫도리에 가져다 댔다. 여자는 지난밤이 떠올랐다. 난생 처음 보았던 커다란 자지. 그녀의 심장이 다시 콩닥거렸다.
“영 눈에 거슬려. 답답해 보이고.”
사내는 돌연 몸을 숙여 여자의 타이트한 치마 밑단을 잡았다. 그리고 힘을 주어 치마를 부욱 찢었다. 롱 원피스가 밑에서부터 무릎 위 20센티 정도까지 크게 찢어졌다. 길고 새하얀 다리가 치마 사이로 매끈하게 드러났다.
어머-
정연은 남자의 과격한 행동에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의 반응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자의 각선미에 감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거 눈이 부시군. 이렇게 아름다운 다리를 왜 답답한 옷 속에 감추는 거지? 우리 정연이의 예쁜 다리는 오빠가 잘 감상해줘야 가치가 빛을 발하는 거야.”
남자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원피스 위로 여자의 몸을 더듬던 사내의 손이 찢어진 틈새로 드러난 여자의 맨살을 만졌다. 스르르 사내의 크고 거친 손이 치마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탁월한 능력을 지닌 그의 손가락이 다시 정연의 보지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단 두 번의 섹스로 그녀의 성감대를 완전히 파악해버린 남자의 애무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정연의 다리가 조금씩 벌어졌다. 어느새 여자의 분홍색 팬티가 축축한 애액으로 젖기 시작했다. 그녀도 남자의 바지 위로 그의 자지를 쓰다듬었다. 그 우람한 페니스를 다시 보고 싶었고, 다시 빨고 싶었고, 다시 자신의 보지 속에 넣고 싶었다.
“오늘밤까지 팬티는 벗고 있으라고.”
흥분하기 시작한 사내는 치마 속에 손을 넣어 여자의 팬티를 벗기려 했다. 정연도 엉덩이를 들어 그가 자신의 팬티 벗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이번이 고작 세 번째인데, 정연은 잘 알지도 못하는 이 남자에게 몸을 주는 데 대해 거부감이 엷어졌다. 남편에 대한 도덕적 관념보다는 자신의 보지를 뜨겁게 쑤셔준 이 사내의 크고 단단한 불기둥의 매력이 훨씬 강했다. 그녀는 자신이 헤어나오기 어려운 늪에 빠져들고 있는 기분이었다.
“오빠는 나 보고 싶었어?”
지금껏 사내의 질문공세에도 입을 열지 않던 정연이 드디어 말을 걸었다. 치마 속 보지를 감상하느라 황홀해져 있던 사내는 여자가 의외의 말을 던지자 입이 귀에 걸렸다.
“그럼, 하루 종일 네 생각 때문에 다른 일이 손에 안 잡혀서 혼났지.”
“나에 대해 무슨 생각 했는데?”
“너의 엉덩이랑, 가슴이랑, 입술... 그리고 질퍽한 너의 보지.”
정연은 웃었다. 원색적인 말일수록 섹스에는 자극이 된다. 같은 배에 남편이 타고 있는데 다른 남자에게 세 번씩이나 보지를 대주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수치스러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녀를 더욱 흥분시켰다. 그리고 어쩐지 이 남자가 자신을 그리워했다는 말이 그녀에게 안심이 되었다. 잔인무도한 흉악범들이 장악한 이 배에서 안전하게 보호를 받고 있는 듯한 기분이랄까.
“들어와요. 내 안에 들어와요. 오빠가 하루 종일 보고 싶었던 내 몸이야.”
열락에 빠진 여자의 입에서 제정신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내는 만족스러웠다. 하룻밤만에 그녀를 자기 여자로 만든 것이다. 남자는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는 자신의 페니스를 꺼냈다. 남자의 자지는 망설임 없이 여자의 계곡 입구로 향했다.
아악-
짧고 간들어진 여자의 교성. 사내의 거대한 자지가 조금씩 여자의 보지에 길을 냈다. 이미 충분히 젖어있던 보지는 곧 자지를 받아들였다. 기적처럼, 크고 우람한 자지가 여자의 몸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역시 죽여주는 보지야. 지금까지 남편만 보고 살았어? 애인 있었지? 도저히 한 남자로 만족할 몸이 아닌데.”
남자는 칭찬인지 조롱인지 모를 말을 내뱉으며 펌프질을 했다.
“오,오빠, 아항, 나, 나, 아흑, 그런 여자 아냐. 아학.”
“그렇다면 정연이는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몰랐던 거야. 이제부터 오빠가 널 그런 여자로 만들어줄게. 남자 없이는 단 하루도 못 견디는.”
정연은 남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그를 알게 된지 만 하루도 안 됐는데 벌써 그녀는 이 사내의 몸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그를 만나서 여자는 더더욱 음란해진 것이다.
아항, 하앙, 아흑, 아학, 하악
여자는 멈추지 않는 펌프질에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그녀의 커다란 교성은 문밖에 있는 부하들에게도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창피하다는 생각을 가질 정신도 없었다. 정연은 환락의 끝에서 정신을 놓을 뻔했다.
“오빠는 내일이면 이 배에서 내릴 텐데, 우리 정연이 보고 싶어서 어쩌지?”
격렬한 정사를 마친 남자가 침대 위에서 여자의 몸을 다정히 안은 채 말했다.
“내일이면 바다 위에 있는 오빠 배랑 만날 거야. 나랑 내 동생들은 거기로 옮겨 타고 멀리 가버릴 거고, 어때, 정연이도 같이 갈까?”
어젯밤에 이은 두 번째 제안.
정연은 그가 자신을 강제로 데려간다고 하지 않는 게 신기했다. 총을 들고 사람도 죽인 이 남자가 자신에게 명령이 아닌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남자와 몸을 섞은 것은 시간이 지나면 흘러가 버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정연은 절대 가정과 고국이라는 안정된 공간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남편은 어쩌고, 또 아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남자도 대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밤바다는 어두웠다. 달조차 뜨지 않은 막막한 암흑이 사방으로 뻗쳐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이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 지루했고 또 누군가에게는 이 항해가 목숨이 걸린 위험한 시간이었지만, 로얄실 101호에서 엉켜 있는 한 쌍의 남녀에게는 일생 최고의 쾌락으로 치닫는 시간이었다.
“아항, 하항, 아흑, 아항”
“헉, 헉, 정연아, 헉, 넌 이제, 헉, 내꺼야.”
“아, 오빠, 오빠, 아항, 너무 커, 하항, 오빠 꺼, 아학, 너무 커.”
“헉, 너도, 헉, 이제 이 놈 없인, 헉, 못 살겠지?”
“몰라, 아흑, 오빠, 아항, 계속 해줘.”
101호에는 불그스레한 보조등이 들어와 있었다. 분위기 있는 조명은 분홍색 슬립을 입은 정연의 몸매를 더욱 자극적으로 비춰주었다. 여자는 긴 슬립 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았고 슬립 치마는 허리 위로 걷어올려진 채 허연 엉덩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남자는 그 엉덩이 뒤에서 열심히 펌프질을 해대며 여자를 황홀경으로 몰아넣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슬립은 애초에 남편 대식이 즐거운 밤을 보내려고 그녀에게 선물했던 란제리 세트 가운데 하나였지만 이젠 배를 탈취한 보스에게 즐거움을 더해주는 소품이 되고 말았다.
“우리 정연이가 오빠를 위해서 이렇게 예쁜 옷들을 준비하고 있었을 줄이야. 오빤 너무 행복해.”
역시 극도의 쾌락상태에 치닫고 있는 사내의 눈에는 정연의 모든 것이 마치 처음부터 자신을 위해 준비되었던 것처럼 여겨졌다. 정연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당장 자신의 보지를 유린하고 있는 이 남자를 충동시킬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여자는 사내의 펌프질에 맞춰 엉덩이를 리드미컬하게 좌우로 흔들었다. 불타오른 사내의 육욕은 펌프질을 더욱 부추겼다. 한동안 격렬하게 정연의 몸 뒤에서 움직이던 사내는 지친 듯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여자의 희고 풍염한 엉덩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뭔가 너무 아쉽다는 듯이.
“네 엉덩이 너무 이뻐. 이걸 본 놈이라면 누구든 좇을 세우고 덤벼들텐데... 아니, 지금까지 애인도 못 만들고 대체 뭐했어. 맨날 집에서 솥뚜껑만 운전한 거야?”
남자는 여인의 둔부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정연도 사내가 자신의 몸에 쏟아내는 찬사가 싫지 않았다. 그녀는 유혹하듯 요염하게 엉덩이를 흔들며 대답했다.
“오빠 주려고 아껴뒀어. 그러니까 이젠 오빠가 마음대로 해.”
사내는 심장이 터질 지경이었다. 비록 30대 중반에 애를 둘이나 낳은 유부녀였지만,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특히 뽀얗고 보드라운 그녀의 속살은 만지지 않고 배길 수 없는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분홍 슬립 속에 비치는 정연의 허연 엉덩이와 허벅지를 자신의 정액으로 더럽혀주고 싶었다. 슬립이 흘려내려 거의 다 드러난 둥근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미친 듯이 빨고 싶었고, 그녀의 여린 어깨는 으스러지게 안고 싶었고, 그녀의 입술에는 부드럽지만 깊은 키스를 나누고 싶었다. 사내는 다시 정연을 덮쳤다. 입술과 어깨와 젖가슴과 엉덩이가 번갈아가며 남자의 손과 입술과 혀에 농락당했다. 사내는 다시 여자의 두 발을 잡고 자신의 어깨 위에 걸쳐 놓은 채 거대한 살기둥을 여자의 보지에 밀어넣었다. 여자도 온몸으로, 그리고 온 마음으로 남자를 받아들였다. 두 남녀는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
“정연아, 난 널 놓치지 않을 거야. 넌 영원히 내꺼야.”
“아학, 오빠, 하악, 너무 강해. 아흑, 오빤, 하흑, 너무 강해.”
사내의 넓고 단단한 등을 여자는 할퀴듯 끌어안았다. 하아악- 비명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정연은 무아지경에 빠졌다. 남자는 펌프질을 멈추지 않았다.
“말해, 정연아, 말해, 이 오빠 꺼가 되겠다고!”
“아학, 오빠 꺼야, 아흥, 정연이는, 하악, 오빠 꺼야.”
정연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지만 그녀의 고백에 사내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정연아,..사랑해.”
“아흑, 나도, 아항, 나도...”
남녀는 서로 얽힌 채 침대 위에 널부러졌다. 방 안은 후끈 달아오른 흐드러진 정사가 내뿜은 열기로 가득했다.
여전히 밤바다는 어두웠다. 기계실에 숨어 있던 대식은 배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원래 목적지였던 제주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는 몰래 기계실에서 빠져나왔다. 조타실은 두 명이 지키고 있었는데 한 명은 권총으로 선장을 위협해 원하는 곳으로 배를 몰고 있었다. 대식은 더 늦기 전에 해경에 구조요청을 해야만 했다. 괴한들이 총으로 무장했다는 사실에 겁이 나기도 했지만, 그는 분명 선실 한쪽 구석에 웅크린 채 겁에 질려 떨고 있을 아내 정연을 떠올리며 용기를 냈다. 대식은 어둠을 틈 타 살금살금 기어 조타실로 접근했다.
“하악, 하악, 아학”
몸을 낮춰 조타실을 향해 기어가던 대식은 어디선가 여자의 신음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누가 울고 있나?’
그가 배를 깔고 기어가고 있는 곳은 마침 로얄실 101호 위였지만, 초병들을 경계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그에게 그러한 사실을 알아챌 여유는 없었다.
‘지금 딴 생각할 때가 아니지!’
대식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낮은 포복으로 아주 천천히 전진해나갔다. 마침 보초를 서고 있던 녀석이 바닥에 앉은 채 살짝 졸고 있었다. 대식은 꼴깍 마른 침을 삼켰다. 그는 소리를 죽이고 천천히 졸고 있는 초병 옆으로 다가가 그의 옆에 놓여있던 소총 한 자루를 가로챘다. 여전히 그는 눈치를 채지 못했다. 총을 낚아챈 대식은 몸을 일으켜 재빨리 조타실로 뛰어들었다.
“꼼짝 마! 소리 내면 쏜다!”
선장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던 괴한이 화들짝 놀라 대식에게 총구를 겨누려 했으나 대식이 먼저 개머리판으로 상대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악- 비명을 지르며 상대가 쓰러졌다. 배를 몰던 선장이 서둘러 그 사내가 자신에게 겨누고 있던 권총을 빼앗아 들었다. 조타실이 시끄럽자 졸고 있던 사내가 깨어났다. 하지만 이번에도 대식이 더 빨랐다. 졸았던 괴한이 완전히 깨어나기도 전에 개머리판이 머리통에 날아들었다. 그 사내도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제 대식은 조타실을 장악한 셈이다.
“어서 해경에 구조 요청을 하세요.”
대식은 선장을 재촉했다. 선장은 급히 구조신호를 보냈다. 그 순간 무언가 둔탁한 것이 대식의 머리를 내리쳤다.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조타실 안의 사내가 깨어나 반격을 한 것이다. 대식은 까무룩 깊은 어둠으로 빠져들었다.
보스는 섹스를 마친 후에도 자신의 품에 살포시 안겨 있는 정연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여흥을 즐기고 있었다.
똑똑- 노크 소리.
“누구야?”
보스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의 품에 땀에 젖은 슬립 채로 안겨 있던 정연은 흠칫 놀라 이불로 자신의 몸을 감싸 가렸다.
“형님, 일이 좀 생겼습니다.”
“들어와!”
사내는 벗은 채 부하를 방안으로 불러들였다. 들어온 부하는 꾸벅 인사를 하더니 말을 이었다.
“웬 놈이 조타실을 습격해서 아우 두 놈이 많이 다쳤습니다. 게다가 그 놈이 해경에 구조신호까지 보낸 모양입니다.”
“뭐야!”
보스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그는 서둘러 옷을 입더니 부하와 함께 휙 방을 나섰다.
“우리 애기, 코 자고 있어. 별 일 아니니까 걱정 말고. 오빠 금방 돌아올게.”
사내는 다정하게 한 마디를 남긴 채 문을 닫고 서둘러 어디론가 향했다.
‘해경이라고? 경찰이 구하러 온다는 건가?’
정연은 혼란스러웠다. 사실 경찰이 온다면 좋아해야 할 터였다. 그녀뿐만 아니라 선실에 갇힌 채 떨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경찰에게 구출될 것이고, 그녀 자신은 남편 대식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뭔지 모를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어떡하지?’
이렇게 더럽혀진 몸으로 다시 남편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이틀 동안 다른 사내와 네 번이나 몸을 섞고, 창녀처럼 그의 품에서 애교를 부리고, 심지어 그의 정액을 자신의 보지로 받아내기까지 한 터였다. 정연은 대식의 얼굴을 마주 대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며칠 째 자신의 몸을 탐닉한 저 보스라는 사내와 갑작스레 헤어져야 한다. 정연은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었다.
‘정연아, 정신 차려!’
그녀는 스스로에게 충고했지만, 근원 모를 갈증만 더욱 심해져 갔다.
‘나 왜 이러지? 도대체 어쩌자는 거지?’
긴 섹스에 지친 정연은 답이 없는 질문을 되뇌이다 자신도 모르는 새 잠이 들고 말았다.
드르렁 푸-
창살 너머 들어오는 싱그런 바다의 아침빛깔 덕분인지 아니면 옆에서 심하게 코를 고는 소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연은 자연스레 잠이 깼다. 몸을 뒤척이자 누군가 그녀 곁에 누워있었다. 보스였다. 그녀는 가만히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처음 볼 때에는 무척 사나워보였는데, 이젠 정감이 간다. 남자답고 여자를 다정스럽게 대할 줄도 안다. 탄탄한 근육질의 몸도 멋있었다. 정연은 아직까지 이 사내의 이름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네 번이나 격렬하게 정사를 치른 상대였다. 정연은 침대에 떨어져 있던 머리카락을 주워 장난스레 남자의 콧구멍을 간질였다. 사내는 살풋 눈을 뜨더니 피식 웃었다.
“어멋-”
사내는 돌연 여자를 휙 낚아채듯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큼직한 손으로 거칠게 여자의 가슴을 주물렀다. 남자의 입술은 여자의 목덜미에 강하게 키스 자국을 남겼다. 곱게 눈을 흘겼지만 남자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남자의 아랫도리가 슬립을 사이에 두고 여자의 따뜻하고 보드라운 하체에 밀착됐다. 남자의 앞섭이 불룩해졌다. 남자는 서둘러 커다랗게 성을 낸 자지를 꺼냈다.
“오빠, 또예요? 도대체 몇 번을 해야 만족하는 거예요?”
정연은 살짝 남자의 손등을 꼬집었다. 여자의 새침한 반응은 남자의 성욕을 부추겼다. 탐스런 여체를 안고 있는 사내에게 그건 사실상 유혹이었다. 남자는 별다른 전희도 없이 곧바로 여자의 옥문으로 돌진했다. 몇 번의 섹스는 여자의 몸을 그 사내에 적응시켰다. 처음보다는 어렵지 않게 여자는 거대한 육봉을 몸속으로 받아들였다. 정연에게는 신혼시절 이후 처음 해보는 모닝 섹스였다.
대식은 심하게 구타를 당한 채 독방에 쳐박혔다. 납치범 일당들 가운데 몇 명은 죽여서 바다에 던져버리자고 주장했으나, 보스는 어쩐지 불필요한 살인을 하고 싶지 않았다. 우연히 배에서 만난 여인에게 마음이 열리면서 정서가 순화됐다고나 할까. 잔인하고 거친 사내의 감성에 촉촉한 비가 내리고 꽃이 피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독방에 갇힌 대식은 아내 정연을 떠올렸다. 울컥 눈물이 솟았다. 보고 싶었다. 그녀 품에 안기면 아픈 상처가 금세 나아버릴 것만 같았다.
‘정연이가 이 나쁜 놈들 틈에서 안전하기는 한 걸까? 누군가 그녀에게 행패를 부리지는 않았을까? 밥을 굶지는 않고 있을까? 어서 해경이 달려와서 우리를 구해줘야 할 텐데.’
그는 기도하고픈 심정이었다. 어서 이 악몽이 지나가버리게 하소서.
간단히 모닝 섹스를 즐긴 후, 보스는 다시 바빠졌다. 뒤에는 해경이 쫓아오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자신들을 기다리는 배도 곧 만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선장을 윽박질렀다.
“꼼수 부리면 죽여 버리겠어. 전 속력으로 배를 몰아.”
삼일째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시달린 선장은 탈진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지난 밤 대식이 조타실에 침투해서 격투를 벌일 때 그를 도와주기까지 한 탓에 납치범 일당들의 성화는 더더욱 심해졌다. 선장도 모든 걸 포기한 채 그들의 말대로 배를 몰았다.
“형님, 드디어 보입니다.”
멀리 망원경으로 전방을 주시하던 한 졸개가 보스에게 소리를 쳤다. 그들이 갈아탈 배였다. 그들은 한국에서 엄창난 양의 금괴를 탈취해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 이 배를 납치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배로 갈아타면 지금 탄 이 여객선은 증거인멸을 위해서라도 침몰시킬 계획이었다. 이후에 동남아시아의 외딴 섬으로 도피해 안락한 삶을 누릴 꿈에 부풀어 있었다.
“수고했다. 어서 짐을 옮겨!”
그들은 자신들의 구명보트를 이용해 자신들의 짐을 차례차례 옮겼다.
탕! 탕! 탕!
총소리에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그저 조타실의 계기판과 엔진을 고장낸 것에 불과했다. 보스는 애초의 계획을 바꿨다. 굳이 배를 가라앉히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운항만 못하게 해놓으면 몇 시간 후 구조선이 이 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땐 이미 우리는 멀리 도망한 이후일 것이다. 그게 보스가 부하들에게 설명한 논리였다.
“얘들아, 수고했다. 출발하자!!”
보스의 우렁찬 명령에 무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은 멈춰버린 여객선을 떠나 새로운 삶을 약속하는 배에 옮겨 탔다. 배는 힘차게 출발했다. 여객선에 남은 이들은 납치범들이 모두 떠난 걸 확인하자 슬금슬금 갑판으로 나왔다. 어찌 됐던 한숨 돌린 상황이었다. 누군가 독방에 갇혀 있는 대식을 발견하고 그를 꺼내주었다. 피투성이 상태로 쓰러져 있던 대식은 상황을 파악하고는 곧바로 아내 정연을 찾았다.
“정연아, 정연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배 안을 뛰어다녔지만 아무 데도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누가 제 아내를 못 보셨습니까? 제 아내가 안 보입니다.”
대식은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었다. 그러나 아무데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바다에 빠진 건 아닌가. 혹여 총에 맞았던 건 아닌가. 대식은 진작에 그녀를 구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괴로워하며 아내의 이름을 불러댔다. 그때 누군가 대식의 어깨를 툭 쳤다. 나이가 지긋한 영감님이었다.
“젊은이가 찾는 아내분인지는 몰라도 우리를 가뒀던 그 해적놈들이랑 한 젊은 여자가 같이 가는 건 봤수.”
“네? 그 놈들이 제 아내를 납치해 갔다구요?”
“납치당하는 것 같지는 않던데.. 그냥 웃으면서 곱게 따라가더라구. 젊은이의 아내분이 아니라 다른 사람일지도 모르구.”
파란 하늘.
파란 바다.
고요한 하늘.
고요한 바다.
대식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하늘 한 번, 바다 한 번 번갈아 쳐다보며 망연자실 배 위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