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
제 Ⅱ 장 신혼의 첫 살림
17 – 모 델
대장 … !
그러구러 또 며칠이 흘렀어… !
아내와 나의 생활은 겉으로는 그저 그런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내고 있는 것이야… 여전히 나는 내 아내인「애희」누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고…
아내도 역시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있어서 전혀 달라진 게 없는 것인 거야…
아내가 나에게 자기 입으로 「이수」와 불륜에 대해서 무어라고 말을 직접 하거나…
그 어떤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닌 것이고…
지금까지와 달라진 모습이 전혀 보이지도 않고… 아침이면 여전히 제 시간에 출근을 하는 것이고… 저녁이면 역시 그 외국대사관에서의 별다른 변화 없이 근무를 하다가 정상적으로 퇴근을 해서는 우리들의 보금자리로 돌아오곤 하는 것이었어…
또 가끔 그 영국 대사관에서 저녁에 파-티가 있는 날이면…
나와 함께 동반으로 참석을 하기도 하고… 혹은 자기 혼자서 참석을 하기도 하는 거야…
그럴때면… 그 파-티 장에서 술을 한두 잔씩 마시기도 하는 것이…
지난번 내가 해외에 출장을 가기이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었어…
또 「이수」란 녀석에게 대해주는 태도나 말투도 예전하고 전혀 달라지지도 않기도 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저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
또 그 어떤 시비도 걸 수도 없는 생활을 해오고 있었던 거야…
그러나… 그 후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에게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는 것을 우리들은 서로가 인식을 하지 못하고 간과하고 있기도 했던 거야…
그것은… 「애희」누나는 어느 날부터 인가…
이모- 와 함께 안방에서 밤이 늦도록 까지 있다가… 잠을 잘 때가 되어서야 우리 방으로 건너오는 일이 아주 자주 있게 되었던 거야…
그러니까… 갑자기 그녀들 간에 무슨 이유에선지… 무척이나 친해진 것은 물론 무언가를 서로 간에 가르쳐주기도 하고 또 배우기도 하는 모양인거야…
또 동시에「이수」란 녀석에게 그녀가 영어를 가르쳐 주는 일도 안방의 이모- 님 방에서 하게 되기도 하는 등등… 지금까지보다는 더 자주 안방의 이모- 방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기도 했던 거야…
내가 해외 출장에서 돌아온 이후…
어느 사이엔가 그녀들에게 새로 생긴 버릇인 거야…
그러니까… 저녁에 퇴근을 하고나면 저녁밥을 먹기가 무섭게… 아내는 안방으로 가서는 이모- 와 함께 늦도록 이야기도 하고…
이모- 와 여러 가지의 놀이도 하는 버릇을 나로서는 별로 무언가 불평을 할 만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는 나 나름대로 혼자서도 저녁시간을 보내는 취미거리를 갖게 되기도 한거야…
어쨌거나 나는 또 새롭게 살아가는 삶의 희망이 담긴 이곳 관훈동- 에서의 생활이 계속되게 된 것인 거야…
자주 일 때면 일주일에 두세 번… 아니면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이모- 와 나의 밀회(密會)가 지속되기도 하는 나날이 계속 되기도 하는 거야…
그러던 어느 날…
잠을 자기위해서 밤이 늦어서 우리 방으로 돌아온 그녀의 손에… 평소에 못 보던 커다란 옷 케이스가 하나 들려 있었던 거야…
“ … ?? … ??… ”
의아해 하는 내 앞에서… 그녀는 상자를 열고 그 속에서 아주 화려한 한복 한 벌을 꺼내는 거야…
그리고는 내 앞에서 그것들을 펼쳐 입고 날아 갈 듯 한 자태로…
대형의 전신 체형거울(體鏡)에다 자기 몸을 이리저리 비쳐보면서… 자기가 무슨 모-델이라도 된 듯이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고 있었어.
은은한 연분홍색이 풍기는 점잖은 저고리에 아주 진한 자주색의 끝단으로 마감을 하고… 또 역시 같은 색의 진한 저고리- 고름을 달았기 때문에… 그 저고리 색깔과 소매나 저고리 끝- 동과 고름의 색상조화가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더욱 화려하게 보이는 거야…
원래 한복이란 몸이 자그마하고 날씬한 이모- 같은 여자가 입어야만… 그 옷맵시도 나고 잘 어울리는 법인데…
「애희」누나처럼 서구화(西歐化)되어있는 스타일의 덩치가 큰 여자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 다고들 말을 하고들 있지만… 어찌된 셈인지 이 여자에게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처럼 너무나도 잘 어울리고 있는 거야.
진한 남색을 띄고 있는 치마는… 열두 폭은 됨직 하게 옆으로 넓게 퍼지기도 하며 죽죽 내리닫이로 더둑 늘씬하게만 보이는 것이고…
하얀 빛깔의 명주 속치마를 두 개씩이나 포개어 입었는데도 그녀의 키가 워낙 커서 그런지 조금도 풍성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홀쭉해 보이기까지 하는 거야…
치마의 아랫자락 쪽 넓은 폭에는 노란색 수실로 여러 가지 꽃무늬를 수가 놓여 져 있고… 진한 남색- 치마와 대조적인 연분홍 빛깔인 저고리의 소매나 끝단 쪽에도…
똑같은 무늬의 수를 놓았는데 저고리 고름이나 저고리 소매 단과 같이 치맛-단 끝에도 역시 자주색으로 맞추어져있는 거야… 짧은 저고리의 밑 둥지 사이로 흰 명주 속치마가 어른어른 보이는 모습이 그야말로 초 일류급 모델 그 자체였어.
옛날 황진이- 라고 하는 기생이 그렇게 예뻤다고는 하다지만… 현대감각을 적절히 가미한 내 아내의 이런 자태는… 참으로 한국여인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는 것 같았어…
그저 말을 잃고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내 옆에 그녀는 살포시 내려앉으며 애교가 철철 넘치는 웃음을 띠고 내 볼에 살짝 뽀뽀를 해주는 거야.
나는 너무나 아름다운 내 아내의 그런 모습에 감격을 해서… 그저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단어를 몽땅 잊어버리고 만 거야.
「이수」가 내년 봄에 열리는 전국 미술초대작가협회에서 주관하는 신인 화가 초대전에 출품할 사람으로 저희 학교의 대표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은 나도 일찍부터 들어서 알고 있는 사실이었어…
이 집안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
그런데 「이수」가 이번에 출품할 작품으로 인물화를 그리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은... 오늘 「애희」의 입을 통해서 나는 알게 된 것이었어.
지난번에 있었던 자기네 학과장 주재의 스케치여행도... 사실은 이를 위해서 인물화를 그릴 학생들끼리 각자 모델들을 동반하기로 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는 거래.
그리고 「이수」는 또 매년 봄, 여름 가을 겨울 매 계절마다 열리는 국전에도 출품할 작품으로 인물화를 택하기로 학교에서 결정을 했다는 거래.
그리고… 그 인물화의 모델로는「애희」가 선정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이수」의 소원도 그렇고 이모- 의 애원도 있고 해서 자기가 기꺼이 그 모델이 되어 주기로 약속을 했다는 이야기인 거야…
나는 정말 화가 나고 약이 오르도록 놀래고 있었어.
하지만... 내가 약이 오른다고 거절시킬 수도 없는 처지도 아닌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날(?)이후로 이모- 에게 목이 매어져있다시피 하며 살아가고 있는 처지이기 때문에… 서로 간에 말로는 직접 하지를 않고 있지만…
이모- 가 내 아내에 대해서 그 어떤 결정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남편으로써의 의사결정을 이모- 에게 맡겨놓다시피 하고 있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지…
오늘 입고 이리저리 재어 보고 있는 이 화려한 한복도… 사실은 이모- 가 그 작품을 위해서 일부러 맞추어 주셨다는 거래.
원래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그녀인지라… 자기를 모델로 해서 그린 그림이… 국전이나 초대작가 협회의 전시회에 출품된다는 말과… 화려한 옷에 대한 욕망 때문에 덜컥 약속을 했겠지만…
말로는 젊은 미술 학도의 장래를 생각해서 이모저모 심사숙고한 끝에 승낙을 하고 말았다고 변명처럼 하는 말에는 나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어.
방안에서 이리 저리 서성이면서 팻-숀 쇼를 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또 하나의 걱정꺼리가 생기며 내 고질병인 이상한 상상을 하는 병이 또다시 도지기 시작하려고 하는 거야.
내가 알기로는 화가의 모-델이 된다는 것은 무척 힘이 들기 때문에 웬만한 인내심이 없으면 어림도 없다고 하던데… ?? 과연 내「애희」가 해 낼 수 있을는지 걱정이 되기도 하는 거야.
순간적으로 찍어 대는 사진작가의 모델- 이 되어 주는 것도…
사진작가가 이것저것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도록 까다로운 자세의 요구가 많기 때문에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들었는데…
하물며 손으로 그리는 일반 화가의 모-델이 된다는 것은 더 어려울 것일 텐데… !?
그건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문제를 결정하는데… 어째서 나와는 한 번도 상의를 하지 않았단 말인가… ?
얼마 동안이나 해야 하는가… ? 또 어디에서 한단 말인가… ?
그녀가 모-델 노릇을 하고 있을 때에 내가 보아도 되는 가… ?
의문점도 많았고 나와 상의조차 안 했던 데에 불평도 많았지만…
그 당시의 내 입장은 그런 것들을 꼬치꼬치 따질 입장도 못 되었어… 결국은 나도 무언으로지만 찬성을 하고 마는 형국이 되고 만 거지… !
대장 … !
세상에… !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내용이 떠오르는 장면이었어.
잘나고 미인인 마누라를 데리고 사는 못난 남편이... 그 예쁜 아내를 지키느라고 갖은 애를 다 쓰다가 결국에 가서는 뭇 사내들의 발아래에서 기진 해 버렸다고 한다는 어느 야담과 소설에서의 내용 말이야…
나의 고민스러운 이 마음을 알아 줄만한 사람은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없을 꺼야…
그녀는 역시 처음부터 나에게는 분에 넘치는 여인인 것이 분명하니까… !?
알다시피… 매주 토요일은 그녀가 다니는 영국 대사관은 휴무일인 거야.
마침 그 토요일 아침은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어.
아침 일찍부터 동네 미장원에 가서 손질을 하고 왔는지... 그녀의 머리는… 평상시의 생머리 소녀 스타일의 머리 형태가 아니고… 아주 점잖고 우아한 어느 귀부인의 헤어-스타일로 바뀌어 있었어.
그렇다고 나이가 지긋 해 보이는 어느 귀부인의 분위기가 풍기는 것도 아닌…
아주 젊고 발랄한 젊은 여인… ! 어찌 보면 앳된 숫처녀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이미 결혼을 한 새댁 같기도 한 그런 여인… !
말하자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전형적인 한국 여인의 아름다움에다가 그녀의 백계러시아풍의 얼굴생김새 때문에… 어딘지 이국적인 분위기까지 풍기는 그런 여인처럼 보이는 거야.
마침 나도 그날은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도... 다른 사정이 있기 때문에…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기도 했어…
그래서 나는 아주 늦게 까지 이불 속에서 꾸물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며 어느새 일어나서 그렇도록 화려한 성장을 했는지…
그녀가 방안으로 들어와서 내게로 다가와서 볼에다 살짝 입을 맞추어 준 뒤에 향긋한 바람까지 나부끼며 그녀는 이내 문을 열고 나 가 버리는 거였어.
말하자면 이제부터 그녀는 「이수」의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모양인 거야…
나는 어안이 벙벙해 하고 있을 뿐인 거지.
지금 밖에는 비가 오고 있는데 그렇게 차려입고 나가면 어떻게 하느냐 라는 말밖에 할 줄 모르는 나에게 그녀는 살짝 윙-크를 해 줄 뿐이었어.
” 오늘부터 서로 시간을 맞추어 가며 이수- 도련님의 아뜨리에- 에서 작업을 하기로 했어… 하지만 도련님이 작업하는 동안 들어오면 안돼요… 도련님이 싫어하니까… ! 그리고 성수- 학생도 당신을 무척 어려워 하니까… ! ”
“ … !? 아니… ? 그럼… ? 성수란 녀석도 같이 한단 말이야… ? ”
아내는 내가 놀라서 지르는 소리를 끝까지… 다 듣지도 않고 방안에서 나 가 버리는 거야…
무어야 이게… ?? 어떻게 된 거야… ?
나는「이수」란 녀석 혼자인줄 알았었는데「성수」란 녀석도 함께 그린다고 하니… !?
그러면... ?? 엊그제 같이 갔다고 하던… 그「성수」란 녀석의 애인이라는 여자는 어떻게 하고… ?
하긴 그때 슬쩍 보기는 했지만 그 여자는 화가들이 선호하는 모델로써는 어딘지 좀 부족해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어…
그러고 보니 나는 다소 마음이 놓이는 것 같기도 한 거야.
「이수」란 녀석과 단둘이서 작업을 하는 것보다는… 화가가 두 명이면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마음을 놓을 수가 있는 것이겠지… 그러나 그녀가 나가면서 남긴 말이 자꾸만 내 머리 속을 빙빙 돌고 있는 걸… !?
도련님이 싫어한다… ?
그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
도련님께서 싫어한다고 한다면…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단 말인가… ?
그렇다면 나보다 도련님이 더 중하고 어렵단 말인가… ?
아니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거야… ! 언제 그녀는 나만을 위하여 나에게 잘 보이려고 저토록 성장을 했었던 적이 있었던 가… ?
그리고 또… ?? 그녀의 말투에서…
「이수」란 녀석에게 지극히 존대하는 존경어를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데… ??
언제부터 아내는 녀석에게 그렇도록 존대하는 어투를 사용하고 있었단 말인가… ??
남편인 나에게 조차도 툭하면 반말을 툭툭 던지는 습관인 그녀가 말이야…
그전에도 녀석에게 도련님- 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했었지만…
그 토록은 존대어를 쓰지를 않았던 것 같았는데… ??
나 혼자만의 과민 반응인가… ??
대장 … !
다음날은 또 일요일이었어.
그 날도 역시 점심때가 조금 지난 때쯤 해서… 「애희」는 어제 입었던 예의 그 한복으로 또 곱게 몸단장을 하고「이수」의 화실(畵室)로 들어가는 거야…
물론 이제는 나에게 따로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내 양해도 없이…
나는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그녀가 나가고 난 뒤 얼마 후에…
나도 따라서 안방으로 건너 가 보았어… 그리고는 이모- 에게 떼를 쓰다시피 졸라 대고 있는 것이지…
한번 녀석의 작업실인 화실로 들어가 보겠다고 말이야…
이모- 는 내가 하도 졸라대니까…
“ 이수- 가 무어라고 할 텐데… !?? 네 처가 모델- 노릇하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나 보고 싶다는 거니… ?? 뭐가 볼 것이 있다고 그래… ?? ”
그러면서 이모- 는 안방에서… 윗- 방으로 들어가는 방문을 열어 주시는 거야…
그 윗- 방은… 원래부터 이모- 가「이수」의 방으로 정해놓으시고…
녀석이 국민 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그러니까…
녀석이 미술-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혼자서만 쓰고 있는 방인데…
이렇게 이모- 가 안채의 아래 윗- 방을 단독으로 쓰시고 있다는 것은… 이 집안에 사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실인 것이지…
그러나 그 윗- 방 안으로 들어가 본 사람은 이모- 나 「이수」이외에는 아무도 없었어…
아참… 내 아내인 「애희」누나도 있구나…
사실은 나도 그 방이 궁금하기도 했던 거야… 내 추측으로는…
그 방은 그저 예사로 흔히 있는 한옥의 안채에서의 아래 윗방의 구조로 된 것이 아니고… 옛날에 내 이모- 부께서 쓰실 때부터… 그림 그리는 작업실로 꾸며 놓았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 오고 있었던 거지…
이모- 와 함께 윗- 방으로 들어가는 미닫이 장짓- 문을 열자…
방안에는 침대와 그 옆에 녀석의 책상이 있었어…
그리고 그 옆에는 아주 오래되고 커다란 책장이 하나 있는 거야…
그 책장은「이수」가 쓰고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녀석의 아버지인 내 이모- 부 때부터 쓰던 것이기 때문에…
그 책장에 산처럼 수북이 쌓여 있는 책들은 모두가 몇 십 년도 더 된 듯한…
아주 고전 축에 속하는 영어나 일본어로 된 책들뿐인 것들이야…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이번이 두 번째로 이방에 들어와 본 거야… 물론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이종사촌 동생의 방이라고 하니까… 우리가 처음 이 집으로 이사를 왔을 때에 의례적인 인사차로 들어왔었기 때문에 별 관심 없이 들어왔었던 거지.
그러나 오늘은 너무나 커다란 호기심과 의구심을 가지고 들어왔기 때문에…
방안에 있는 모든 가구들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던 거야.
거기에서 나는 더욱 놀라운 것을 발견하게 된 거야…
이모- 가 바로 그 책장에 꼽혀 있는 몇 권의 책들을 빼어 내고는… 그 안에 일부러 설치 된 것 같은 손잡이를 잡고 앞으로 당기니까… 그 책장이 옆으로 밀리면서 또 하나의 문이 나오는 것이었어…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그곳에 바로 녀석의 화실(畵室)로 통하는 복도가 또 나오는 거야… !
사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런 장치가 있는 줄을 몰랐었는데…
이모- 가 그날... 그러니까 나와 깊은 관계를 맺던 날에…
말씀을 해 주셔서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들어와서 실지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던 거지…
웬만해서 남들은 이런 사실을 전연 모르도록 된 것이었는데…
이는 지난날 이모- 부가 지하 공산당(南勞黨) 활동을 하시던 시절에…
자기네 동지(同志)들끼리 숨어서 회합을 하던 장소로 쓰기 위하여 일부러 만들었다는 것이었는데…
이모- 부가 북한으로 월북(越北)을 하시고 난 후에도…
이모- 가 일부러 고치질 않고 그냥 두었다가「이수」한테 물려준 장치라는 것이지…
책장에 붙어 있는 장치를 통해서 들어가면… 좁은 복도가 나오는데 그 복도를 지나야 화랑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고 하는 것이지…
이모- 를 따라서 그 안으로 들어가면서 보니까 복도는 무슨 쓰레기 창고처럼 지저분 했어…
이모- 부인「한국환」씨가 만들거나 그렸거나 사용을 했을 법한…
몇 십 년이나 된 석고상 조각들과 패-널조각들… 그리고 누군가가 조각하다 버렸을 것 같은 괴상한 모형의 동물들의 조각품들이 부서지기도하고… 또 어떤 것들은 당장 인사동 거리의 골동품상에 가지고 나가면 상당한 금액을 받을 수 있을 법한 조각품들도 많았어…
또 인물화나 사람을 조각했던 파편들도 많이 널브러져있는 아주 지저분한 복도라기보다는 하나의 쓰레기 창고 같기만 했어.
그런 잡동사니들이 쌓여 있는 창고를 지나니까 문이 또 하나 있었어.
우리는 그 문을 노-크를 하고 잠시 기다렸지.
문이 안으로부터 열렸어 … !?
“ … ?? … ?… ”
물감 칠들이 뒤범벅이 된 작업복을 입은「이수」가 제 엄마의 뒤에 서있는 나를 보더니 아주 못마땅하다는 듯한 표정을 보이며 말없이 서서 길을 비켜주는 거야.
그런데... ?? 생각했던 것처럼... 성수- 란 녀석이 안 보이는 거야...??
그러나 나는 그것을 물어볼 용기도 나지 않았어...
실내는 바로 문밖의 지저분한 복도에서 보았던 것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잘 정돈이 되어있었어…
나는 실지로 화가들의 화실이라는 곳을 본적은 없었으나… 화실이라는 곳이 이러 저러 할 것이라고 나 혼자서만 상상하던 것처럼… 바로 그런 구조인 거야…
우선은 내가 상상하던 것 보다 방이 상당히 넓었어…
이 한옥으로 된 집안의 어디에 이런 공간의 건물이 있었나 하고 놀랄 정도로 넓고 커다란 공간의 실내 인 거야…
아마도 이곳은 저 윗- 방의 책장으로 가려놓은 통로를 거쳐서 들어 갈수 있는 옆집의 다른 건물 중의 하나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는 거야…
방안의 저쪽 벽 쪽에는 커다란 침대가 놓여있고…
그 옆으로는 녀석이 쓰는 것 같은 화구 들이 여기저기 마구 흩어져 있기도 하고… 또 커다란 책상도 두 서너 개가 놓여 져있는 가운데에…
다른 쪽 벽면을 진 초록색 종이로 깨끗하게 새로 도배를 해놓고… 그 벽을 배경으로 삼아서 그 앞의 의자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아내의 모습이 너무나도 조용하고 안정감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어.
벽의 벽지는 그녀가 입은 옷의 색깔에 조화가 되도록… 임시로 그쪽 벽만을 도배해놓은 것 같기도 했어…
그리고 실내의 전등불이 너무나도 밝았어…
마치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을 때에 모델- 이 앉아있는 곳으로 불빛을 비추어 주듯이… 밝은 전등 빛이 아내의 전신을 잘도 비추어 주고 있었어…
그 차분하고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아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나는 문득 나 혼자서만 못된 망상을 하고 있었던 사실이 오히려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혼자서만 얼굴을 붉히고 있었어.
머리를 얌전하게 빗어서 뒤로 묶고 커다란 비취가 박힌 핀을 꽂고 있는 헤어-스타일에 짙은 남색 치마에 맞는 연분홍 저고리가 뒤의 벽 색상과 아주 잘 어울렸고…
자주색 옷고름과 저고리 소매 끝- 동들의 같은 자주색이 더욱 인상적인 거야.
방안의 공기가 다소 후덥지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녀 쪽으로 맞추어놓은 백열등의 뜨거운 열기 때문인 것 같았어... 아내의 얼굴은 촉촉하게 땀이 배어 나와 있었고 목 줄기까지 겹쳐있는 동정까지가 습기에 배어있는 모습에서 여인의 아름다움이 또 한 번 과시되고 있었어.
“ … ?? … ? … ”
녀석의 캔-버스 위에는 아직 한 줄도 선이 그어지지 않고 있었어… !?
원래 화가(畵家)라고 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습성에 따라서 그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 다 각각 다르다는 말을 나도 들은 적이 있었어…
어떤 사람은 몇 시간이고 또는 몇 날 동안이고를… 모-델을 보면서 자기의 뇌리(腦裏)와 안막(眼幕)에 그 모-델의 영상을 완전히 부각시켜놓고… 혼자서 작업을 하기도 한다는 말을 옛날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 미술선생한테서 들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는 거야.
아마「이수」란 녀석도 그런 스타일중의 하나인 모양인지… ?
아직까지 캔-버스에 한 줄도 그려 넣지 않고…
요모조모로「애희」누나의 자태를 뜯어보면서 자기의 뇌리에 영상(影像)을 새겨 넣고 있는 중이었나 봐… ??
벌써「애희」누나가 이방에 들어 온지가 어제부터 치면… 여러 시간이 넘었는데도…
그 동안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
다소 이상하긴 했지만 나는 그것을 직접 물어볼 수있는 용기도 없었어.
「이수」나 아내가 좀 쑥스러워 하는 것 같아서… 이모- 는 가지고 들어갔던 과일접시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우리들은 바로 되돌아 나와야만 했어.
그날 밤에 나는 화실에서 나온 아내로부터 또 다시 짜증 섞인 나무람 소리를 들어야만 했었어…
그렇게 예고도 없이 남의 작업실에 들어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 더구나 자기가 일부러 아침에 나에게 그렇게나 신신 당부를 했었는데도… 자기의 말을 무시했다고 하는 짜증과 히스테리를 나는 잠자코 들어야만 했었어…
옛날에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때에…
미술선생한테서 들었던 말이 실감나게 하는 순간이기도 했었던 거지…
원래 모-델 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모-델이 되어서 자기의 아름다운 자태를 이리저리 보여주는 것은… 자기의 모습을 화폭에 옮기고 있는 화가(畵家)에게만 보여줄 뿐인 것이고… 그림을 그리는 그 화가의 솜씨를 통해서 그림으로 변신해서 일반 대중에게 보여 지는 것만을 원하는 법이라는 것이지…
그것을 중간에… 비록 그 모델의 남편이라고 할지라도…
제 삼자에게 보여 지는 것은 마치 여자가 혼자서 방안에서 그녀가 화장하고 있는 모습을 남에게 들켰을 때처럼 쑥스럽고 부끄러워하며…
아주 싫어하는 법이라고 모-델들의 심리를 설명해주시기도 했던 적이 있었지…
또 모-델의 아름다운 모습은 평상시의 외모로만 판단이 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모-델로써 포-즈를 취하고 있는 순간의 정신적인 내면의 아름다움도… 같이 나타낼 수 있도록 화가와 호흡이 일치되어서 정신적으로 상통(相通)해있어야만… 무아지경(無我地境)에 빠지게 되어서 최고의 좋은 작품이 나오는 법이라고 이모- 도 설명을 해주시기도 했어…
그래서 정신적인 일치감을 받기 위해 처음 몇 시간 또는 상당한 시간동안은…
작업을 하지도 않고 대화를 한다거나 서로 눈을 마주치게 하고 눈빛으로 대화를 하기도 하며… 서로의 내면(內面)의 세계로 파고 드는 등등… 많은 노력 끝에 화가(畵家)에게 어떤 영감(靈感)이 통했을 때에야 비로소…
선(線)을 캔-버스에 옮기게 되는 법이라는 설명을 듣기도 했지…
마치 그들이 그 언젠가 부터… 그리고 어제부터 오늘… 아까의 그 시간까지…
몇 시간씩이나 같이 있었으면서도 그림을 단 한 줄도 안 그리고 있었던 것을…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아시고 있기나 하신 듯이 변명삼아서 이모- 는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시기도 하는 거야.
그제야 나도 모-델 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직업인가를 알게 된 것 같기도 했어…
세계적으로 그 유명한 『모나리자의 미소』라는 불후의 명작도…
그 모델- 이 되었던… 그녀의 미소(微笑)속에 담겨져 있는 그 정신적인 내면의 세계를 화가가 어떻게 표현했느냐를 해석 하는 데에… 몇 백 년 동안 의견이 분분하다 보니까…
그 그림 속의 미소(微笑)가 남기는 신비로움 때문에 더더욱 값이 높아진다는 얘기와 같은 이치로… 화가와 모델이 그렇게 내면의 세계에서까지 호흡을 맞추다 보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가 짝이 되어서 결혼까지 들어가게 된다는 확률도 높아진다는 얘기는… 그들 두 사람이 그토록 영혼까지 합일치 되어야 한다는 관계이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
그 이치는… 이모- 님이 가장 좋은 예(例) 이기도 했어…
이모- 와 이모- 부가 결혼하게 된 것도… 이모- 가 화가를 지향하는 꿈 많은 여고시절에… 어쩌다가 이모- 부가 되시고 만… 「한국환」씨의 모-델이 되셨다가 정분이 나고 말았던 때문이었다는 것이 아닌가…
심한 경우에는… 화가는 모-델을 놓고 무언가 영감을 떠오르게 하기 위해서 모-델의 몸 구석구석을 손으로 만져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그 모델에게서 그 어떤 영감을 얻기 위해서…
키-쓰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쎅-스 까지도 불사하는 정렬을 가지고…
미(美)적인 감각과 영감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경우도 드물게는 있다는 거야…
나중에는 화가와 모-델 간에 비련(悲戀)의 사랑에 얽혀서 서로 간에 이룰 수 없는 운명을 비극으로 끝내고야 마는 그런 소설을 나도 읽어보았던 적이 있기도 했었어…
경우에 따라서는…
화가와 모델- 들 간에 그런 사태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니까… !?
나는 또다시 고민(苦悶)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거야…
그러는 또 다른 한편… 오히려 내 마음속 깊은 어느 곳에서는…
그런 고민 자체를 즐기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거야…
나는 화가와 모-델 사이가 그런 정도까지 복잡 미묘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막상 그들의 작업하는 광경을 보고 나니까…
내가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들이 사실로 발전할 수도 있겠다는 실감을 더욱 뚜렷하게 느끼게 되기도 하는 거야.
틀림없이 내 아내도 거기까지는 생각을 하지 않고… 처음에는 단순히…
큰 병을 앓고 난 시동생인「이수」와 그 엄마가 하도 졸라대니까 사치를 좋아하는 그녀는 깊은 생각을 하지도 않고… 내가 해외에 출장을 간 동안에만 해보겠다고 승낙을 하고 시작을 했던 것이…
이렇게 까지 본격적으로 녀석의 모-델이 되고야 만 모양이라고… 나는 마음을 먹어 보기로 했어…
물론 소설 속에 나오는 비련의 주인공들은 픽-션 이거나 보통사람들의 경우 일 테고… 우리「애희」와「이수」의 경우에는… 남편인 내가 같은 한집안에서 엄연히 함께 살고 있고… 또 녀석의 엄마와도 내가 남남이 아니기 때문에 별로 걱정을 할 정도는 아닌 것이라고 나는 생각을 하기로 한 거야…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생각을 해본다면… ?
나와 이모- 의 사이가 남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불륜(不倫)의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전혀 시치미를 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그런 식으로 시치미를 떼고 있는 것은 아닌 걸까… ?
더구나 그들도 서로 간에 아주 쉽게 불이 붙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은…
바로 저『소나무옹이- 구멍사건』으로 인하여… 두 사람 간에는 아무리 부끄러운 치부(恥部)라 할지라도 이미 서로가 낯설어하고 쑥스러워하는 과정은 이미 지나버린 사이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인데…
지난번에… 나와 이모- 가 처음으로 불륜(不倫)의 시작이 이루어 진 이후에도…
이모- 는 나에게 조금도 어색해하거나 괘씸하다고 화를 내지도 않고 또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쉽게 무너져 내린 것도…
이모- 는 이미 나에게 자기의 가장 부끄러운 치부(恥部)를 다 보여주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허락을 했던 것처럼…
그들의 마음속에서도… 어느 사이엔가 서로 간에 남남이 아닌 것 같은 감정이 싹이 터 있어서…
나의 경우보다도 더 쉽게 몸을 열어준 것은 아닌 걸까… ?
나는 또 아까 녀석의 작업실광경이 눈앞에 어른거려서 견딜 수가 없었어…
분명히「애희」가 나나 이모- 를 바라보는 눈빛과 녀석을 향해서 보내는 그녀의 눈 빛깔이 전혀 달랐던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 거야… 그들이 서로 간에 교차하는 눈 빛 속에서는… 무언가 믿음과 존경과 애정이 담뿍 담긴 마음의 대화를 하고 있는 듯 했고…
또 그녀가 나를 바라보는 눈초리는 귀찮은 외부인의 침입을 경계라도 하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던 것 같았다는 생각까지도 드는 걸 어떻게 해… ??
그래… ! 분명히 그렇게 까지 그들의 관계는 진행 되고 있는 것이 분명한 거야 … !
아내는 자기의 가장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곳과 수치스러운 행동을 녀석에게 몇 달 동안이나 보여주고 있었다는 사실이… 치명적으로 녀석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게 된 것이 틀림없는 것 같았어…
이모의 말처럼 ‘ 눈 한번 딱 감고 봐 준다… ! ’ 는 것이…
그렇게 까지 진행되고 말았을 꺼야… !?
그렇다고 이제 와서 내가… 어떻게라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 더 더욱 큰 문제인 거야…
나도 이미 이모- 와의 사이가…
갈 때까지 가 버린 상태인데다가… 내가 내 아내에게 취할 수 있는 행동은…
그들의 불륜(不倫)을 성토하며 야단을 치고… 끝에 가서는 아내와 이혼(?)까지도 불사할 수 있는 각오와 용기가 있어야 할 텐데… !?
과연 나한테 그러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자격과 용기가 있느냐 이 말이야… !?
근친상간(近親相姦)이라는 도덕적으로 가장 비난을 받을 불륜(不倫)의 관계에 대해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입이 열 개가 있어도 할 말이 없는 거야… !
지난번【내 어머니 편(母情編)】에서 이야기했었듯이 이 세상에서 나보다 더 커다란 대못을 내 엄마- 의 가슴에 때려 박는 불륜을 저지른 놈이 과연 또 있겠는가… ?
아내가 「이수」의 모델 노릇을 해주는… 며칠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내와「이수」의 사이가 눈에 띄도록 달라져가고 있었어.
우선은… 녀석이 종전 같으면 형님… ! 형님… ! 하고 내방에 놀러오기도 하고 응석을 부리면서 나에게 어리광을 부리곤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녀석은 우리들 방에도 들어오지도 않게 되었고…
또 녀석의 행동이 어딘가 어른스러워 진 것 같기도 했어… 또 그전 같으면…
아내도 녀석을 아주 어린아이에게 대하듯 스스럼없이 행동을 했었는데… 요즘은 어딘지 모르게 녀석의 앞에서 몸조심을 하는 듯해지기도 했고…
마치 어려운 사람을 대하듯… 아니… ??
아주 사랑하는 사람이나 존경하는 사람을 대하듯 하게까지 변한 것 같기도 했어…
마치… 아내가 존경하는 남편에게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무언가를 호소하는 듯 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녀석도… 시어머니나 시집식구들에게 시집살이를 하고 있는 제 색시에게… 말로는 표현을 못하고 눈빛으로만 위로하려고 한다는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려는 듯이… 눈으로만 무슨 신호를 보내고 있다가… 내게라도 들키기라도 하면… 얼른 시치미를 떼고 딴전을 부리는 것 같은 느낌을… 여러 번 나도 알아차리게 까지 되어가고 있는 거야…
또 집안내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에…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의 말씨까지도 더욱 진지해지고 의젓한 말씨를 쓰는 것이… 마치 나이가 서로 뒤바뀐 듯이 녀석은 점점 더 어른스러워가고 있는 거였어…
분명히 내 눈에만 그들 사이가 그렇게 비춰지는 것이 아니고… 집안에서 같이 사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까지도 그렇게 느끼게끔 달라져 가고 있는 모양인 가봐… ??
‘ 형수- 언니가 이수- 학생을 왜 저렇게 어려워하지… ? ’
행랑채에 사는 젊은 아가씨들이 자기들끼리 하는 말을 나는 들었던 적도 있었어…
그녀들의 눈에까지 그렇게 느낄 정도로… 아내와「이수」란 녀석 간의 처신이 달라져있는 거였어…
또 그들을 대하는 이모- 의 태도도 언제부터인가 아리송해져 가고 있었어…
마치 새 며느리를 맞이한 시어머니처럼… 내 아내에게 아주 애틋하게 대해 주시기도 하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리 애정이 담뿍 담긴 눈빛으로「애희」를 대해주시고 있는 거지…
“ 얘야 … ! ” 라든가… “ 아가… ! ” 또는… “ 새 아가… ! ” 라고 하는 호칭을 자주 불러주시기도 하고…
아내도 또 덩달아서… 어찌 들으면… ?
“ 어머님… ! ” 이라고 발음을 하듯이 이모- 를 그렇게 불러주고 있는 거야…
그전 같으면 이모- 는 항상 “ 질부… ! ” 라고 부르곤 했었는데…
그녀들의 호칭이 어느새 그렇도록 바뀐 것만 보아도… 그들 모자간에…
내 아내에 대해서 갖고 있는 심리적인 애정(愛情)의 표시를 잘 나타내 주고 있는 거야.
나는 나도 모르게 주위에서 직접 간접적으로 죄어 들어오는 압박 때문에 내 숨통이 터질 것만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었어.
분명히「애희」는 나한테서 멀어져가고 있는 거야… !?
아니 막연하게 멀어져가고 있는 것만 아니라 내 아내를「이수」란 놈에게 빼앗겼다는 피해의식(被害意識)에서 벗어 날수가 없는 거였어.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
나는 내 아내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어느 특정한 매력을 이모- 의 몸에서 발견하고…
그 육체적인 늪에 빠져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 거야…
말하자면 옛날에 내가 가장 사랑하였던 내「엄마」에게서만 느꼈던…
그 독특한 관능의 늪- 속에 빠져서 말이야… !
이 집에 이사를 와서부터「이수」란 녀석과 내가 묵계(黙契)하고『소나무옹이- 구멍』을 공유했었던 그 사건으로부터 시작을 해서… 이번에는 녀석의 인물화에 대한『모-델』이라는 특수한 관계로 인해서…
일은 정말 묘하게 진행되어가고 있었어…
불과 한 두 달 전 까지만 해도…
저『소나무 옹이- 구멍』을 통해서 녀석은 내 아내의 가장 중요한 비밀지대인 치부(恥部)를 보면서 즐겼었고… 나는 녀석의 젊은 엄마인 이모- 의 아래항문(肛門)과 그 밑의 회음부(會陰部) 일대를 보면서 내가 즐겼었듯이…
그와 똑같은 형국으로… 지금 내 아내는…
녀석의 화실에서 녀석에게 자신의 미모를 마음껏 보여주어야 하는… 말하자면…
내 아내는 녀석의 차지가 되어 버린 것이고…
또 제 녀석의 엄마인 이모- 는 내 여자가 되어서…
서로 간에… 비밀스럽게 같이 즐기면서도… 겉으로는 아닌 척…
아니… 아무렇지도 않은 척 시치미를 떼면서 살아가고 있는 그런 미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형상까지 되어서 살아가고 있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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