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 개새끼야!!!」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아있던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야 아니야! 저 새끼 진짜로 한 거 아니랬어! 장난친 거랬어!」 녀석이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녀석의 목덜미를 잡고 조르기 시작했다.
「끄으.. 진짜..라니까.. 안했댔어. 장난..친 거랬어..」 녀석은 목을 졸린 상태에서도 한참동안이나 그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갈등하며 나는 울부짖었다. 사람을 목 졸라 죽이다니..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숨길 수 없는 살의에 나는 녀석의 목을 조르고 있는 손에 힘을 빼지 않았다.
「그만 해..그..그만..」 녀석은 점점 숨이 막혀오는지 그렇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2013년 9월 17일 화요일 23:50 - 은채의 시점]
「자..잠깐마ㄴ.. 으읍.」
하지만 곧바로 덮쳐진 입술로 인해 나의 얘기는 거기에서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두 손이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가 그 상태로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나는 신발도 제대로 벗지 못한 채 그의 손길에 따라 휘청거렸다.
「잠깐.. 적어도 안에 들어가서..」
하지만 나의 부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나를 싱크대 앞에 돌려 세우더니 벨트를 끌렀다. 그의 손이 원피스 아래로 파고들어 스타킹을 벗기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뭐가 뜻대로 잘 되지 않는지 한참을 그와 씨름하던 그는 이내 짜증이 난 듯 거칠게 스타킹을 찢기 시작한다.
‘부욱-’
가랑이에 생긴 커다란 구멍으로 인해 직접 닿는 외부의 서늘한 공기가 느껴진다. 그는 그렇게 생긴 구멍으로 손을 집어넣어 나의 속옷을 마저 끌어내렸고, 외부에 드러난 나의 성기를 상대로 곧바로 삽입을 시도했다.
「코..콘돔은 껴줘..」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내게 대꾸 한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물건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이제는 익숙한 그의 태도에 달리 서운한 감정조차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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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6일 토요일 10:58 - 현택의 시점]
「콜록~ 콜록~ 허억..허억..」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직 녀석은 방금 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녀석의 복부를 힘껏 걷어찼다.
「커헉!」 녀석이 배를 감싸 안고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허억.. 이 좆같은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허억.. 아주 눈에 뵈는 게 없지? 응? 너 오늘 한번 뒈져볼래?」
‘퍽- 퍽-’
연이어 복부를 가격할 때마다 녀석의 입에서는 고통으로 인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녀석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원망에 가득 찬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녀석의 눈가에는 아파서인지 분해서인지 모를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막상 그런 녀석의 모습을 보자 다시금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한 것인지 통한의 후회가 밀려왔다. 그런 감정을 떨쳐내기 위해 일부러 그에게 더욱 모진 폭언을 쏟아냈다.
「그래 씨x. 내가 네 여자친구랑 붙어먹었다. 됐냐? 그래서 뭐 어쩌라고? 막말로 그러는 너는 뭘 잘했는데? 병신 같은 새끼가 지 여자친구가 반년도 넘게 딴 남자한테 안길동안 아무 것도 모르고.. 씨x. 네 여자친구가 너랑 데이트 끝나고 와서 나한테 가랑이 벌린 게 며칠이나 되는지 아냐?」
「... ...」
「기왕 이렇게 된 거 다 까발리지 뭐. 그래. 네 생각대로 내가 얘기했던 년이 바로 은채다. 듣고 나니까 이제 속이 시원하냐? 병신 같은 남자친구가 밤일을 존나게 못해서 만족을 못 하겠다기에 내가 너 대신 만족시켜줬다. 자지 빠는 법도 내가 가르쳤고, 후장도 내가 개통시켜줬고, 그 수박만한 젖탱이 써서 봉사하는 법도 다 내가 가르쳤다.」
「... ...」
「또 뭐가 궁금해? 아~ 내가 이 얘기는 했던가? 너 왜 작년 12월에 우리 송년회한다고 모였을 때 기억하냐? 그때 너 여친 불러다놓고 혼자서 어디 잠깐 나갔다왔었지? 내 기억으로는 레깅슨가 뭔가 사러 나갔던 거 같은데.. 하하~ 병신새끼. 네가 병신같이 그거 산다고 돌아다니는 동안 나는 네 여자친구 데리고 밖에 나가서 따먹고 있었어. 야외 플레이는 그때 처음 해봤는데 스릴 있다고 아주 좋아 죽을라하던데?」
「..뭐..?!」
「어디 그뿐인 줄 아냐? 걔 그날 자꾸 화장실 간다고 돌아다닌 것도 다 내가 시켜서 그런 거야. 내가 그렇게 옷 창녀처럼 입고 남자화장실 앞에 서서 나오는 남자들한테 번호뿌리고 오라고 시켰거든. 키킥- 넌 진짜로 화장실‘만’ 갔다 오는 줄 알았나보더라? 사실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웬 진상새끼가 들러붙어서 너한테 들키는 바람에 좆 됐다 싶었는데 웬걸? 전혀 눈치 못 채던데?」
「... ...」
「이야~ 네 여자친구 인기 많데? 그날 몇 명한테 연락이 왔는지 아냐? 하룻밤에 얼마냐는 기본이고, 가슴 진짜냐고 수술한 거 아니냐고 묻는 문자는 또 왜 그렇게 많이 오는지.. 뭐 은채씨 가슴이 워낙 현실감이 떨어지기는 하지. 크큭- 아.. 듣기로는 최근까지도 끈질기게 연락해오는 새끼도 있다는 거 같던데 나중에 여친 만나면 휴대폰 보여 달라고 해서 메시지 온 거 한번 봐봐. 자기가 스폰을 해주겠다나 뭐라나. 하하~ 하여튼 우리나라에 미친 꼰대새끼들 존나 많아.」
「..그만해..」
「아! 그리고 사람들이 넌 ‘손님’인 줄 알더라. 옆에 안 어울리는 그 후지게 생긴 새끼는 뭐냐고. 벌써 돈 받은 거면 빨리 가서 한 번 해주던지 아니면 차라리 그냥 환불해준 다음에 자기들이랑 놀자고.」
「됐으니까 그만하라고!」
「왜? 다 알고 싶어 했잖아. 궁금한 거 있으면 더 물어봐. 다 말해줄게.」
「..이제 됐어.」
「왜? 더러워서 그래? 이제 알만큼 알고 나니까 네 여자친구가 더럽게 느껴지나 보지?」
「... ...」
녀석은 그 말에 어떠한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렇겠지. 녀석의 성격상 이 정도로 자존심을 긁어놓으면 아마도 스스로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것쯤은 예상한 바였다. 이제 남은 것은 그런 그를 잘 타일러 그가 그녀에게 이별을 고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일이었다.
그가 헤어지든 말든 상관없이 더 이상 내게 은채를 안을 기회가 없을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물론 수호와도 지금까지처럼 친구로 남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역시 녀석의 일방적인 이별통보에 서로의 감정이 격해져 그동안 내가 감춰온 모든 진실이 드러나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는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넌 은채씨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할 자격도 없어, 이 개새끼야. 아까도 내가 말했지? 그러는 넌 뭘 잘했냐고. 까놓고 말해서 은채씨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야. 너도 동영상 봤으니까 알겠지만, 내가 뭔 짓을 요구해도 은채씨는 그저 참아준 것뿐이지 한 번도 자기가 나서서 즐기거나 다른 남자들하고 놀아난 적 없어.」
「... ...」
「그 날도 은채씨가 실수한 거라고는 술김에 나를 너로 착각했는지 내 목을 끌어안은 것뿐이었어. 근데 나도 가뜩이나 취기가 오른 상태였는데 은채씨처럼 예쁜 여자가 침대에서 그렇게 안겨오니까 참지 못했던 거고. 상대가 네 여자친구인 걸 몰랐던 것도 아닌데 말이야. 뭐 이제 와서 이런 얘기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나도 많이 후회했어. 미안하다. 아무리 술에 취했었다고 한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는 교묘하게 사과의 말로 위장하여 그 일이 고의가 아닌 순전히 술에 의해 발생한 ‘사고’였음을 녀석에게 각인시켰다. 물론 녀석의 공감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은채에 대한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안 그래도 이미 그녀에게 푹 빠져있는 놈이라면 틀림없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정 부분 내 입장을 이해할 수도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날 일은 그랬다고 쳐도.. 그럼 그 이후의 일들은 어떻게 설명할건데?」
역시나 내 예상대로 녀석의 표정과 말투는 아까에 비해 한층 누그러든 상태였다. 덕분에 나 역시 한결 편안하게 녀석에게 거짓된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었다.
「휴우.. 내가 나쁜 놈이지. 그 일이 있고 다음 날인가 그 다음 날인가에 은채씨한테 연락이 왔었다. 그날 있었던 일은 실수였다고..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그런데 그렇게 애원하는 은채씨를 보니까 솔직히 나쁜 마음이 들더라. 그래서 너한테 말하지 않는 조건으로 한 번 더 잠자리를 요구했다. 은채씨는 말도 안 된다고 딱 잘라 거절했지만 내가 반쯤 협박조로 얘기를 계속하니까 결국에는 마지못해 거기에 응했고. 근데 그렇게 두 번이나 안고 나니까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더라. 은채씨는 매번 내가 잠자리를 요구할 때마다 싫다고 했지만 그래도 너한테 알려지는 게 싫어서 여태껏 억지로 참아온 거다.」
「뭐야 그게.. 그건 완전히 강간이잖아.. 그럼 여태껏 은채는 너한테 협박당해서 어쩔 수 없이 그래왔다는 거냐?!」
「..뭐 말하자면 그렇지.」
「이 개새끼가-!!」 녀석이 또다시 내게 달려들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녀석이 채 완전히 일어서기도 전에 나의 발길질이 정확히 녀석의 안면 한가운데에 꽂혔고, 녀석은 그대로 뒤로 튕겨져 나갔다. 그렇게 코피를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녀석에게 다가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흥분하지 말고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이제 다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네 선택만 남은거야. 은채씨가 더럽고 걸레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깔끔하게 헤어지면 되는 거고, 그게 아니면 모른 척 넘어가. 괜히 일 더 크게 만들어서 쓸데없이 은채씨 상처 후벼 팔 생각하지 말고. 만약에 네가 은채씨랑 계속 잘 해볼 생각이 있다고 하면 나는 두 번 다시 은채씨한테 손 안 댈게. 이건 약속한다.」
「... ...」
「근데 나 같으면 그 불쌍한 애 그렇게 안 버리겠어. 너도 대충 봐서 알겠지만 은채씨가 나랑 만나면서 별에 별 험한 꼴은 다 당했거든. 내가 조금 심하게 굴 때마다 밤에 울면서 잠드는데 자다가도 네 이름 부르고 그러더라.」
「... ...」
「뭐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강요는 안할게. 아, 근데 혹시라도 버릴 것 같으면 나한테 연락 줘라. 네가 헤어지고 나면 솔직히 내가 계속 만나도 상관없잖아?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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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18일 토요일 00:01 - 다시 은채의 시점]
「읏- 읏- 읏-」
나는 그렇게 싱크대에 몸을 지탱한 채로 뒤에서 찔러오는 그의 물건을 받아내고 있었다. 사랑과 배려 따위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그저 짐승들의 교미와 같은 섹스.
하지만 특별히 그래서 싫다거나 수치스럽다거나하는 감정도 들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기분이 좋은 것은 더더욱 아니었지만.
「헉.. 예전에는 훨씬 더.. 헉.. 조였던 거 같은데..」
「... ...」
그가 이렇게 변해버린 이유는 아마도 내가 짐작하는 바가 맞을 것이다. 대충 그 시기 즈음해서 현택에게서 오던 연락도 같이 끊어졌으니까. 때문에 그런 그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가끔씩 그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때면 한없이 서글퍼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나처럼 ‘모든’ 것을 알고 있을까?
그는 내 지난날의 과오를 잊어버리기 위해 이런 식으로 발버둥치는 중인 걸까? 아니면 단순히 나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는 중인 걸까?
뭐.. 사실 그런 것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가 당장 날 버리고 떠나지만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 되었건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설령 그가 날 만나는 이유가 날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몸.. 나와의 섹스가 목적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부터 그랬다. 또래의 남자 아이들은 항상 자신을 친구가 아닌 성(性)적인 대상으로 취급해왔고, 그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이 쓸데없이 크기만 한 가슴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자신이 원래부터 그렇게 가볍고 쉬워 보이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결국은 그것이 화근이 되어 그의 친구로 하여금 그런 짓을 하도록 만들었고, 그로인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큰 상처를 받아야했다는 것만이 내게 중요한 사실이었다.
어차피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한다면 차라리 그인 편이 나았다. 그가 나를 사랑하는 연인으로서 아껴주지 않더라도, 단순히 나를 성적인 욕구를 배출하는 대상으로 여기더라도 차라리 그게 그라면 참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흣-」
그의 손가락이 내 항문을 파고들었다. 그는 며칠 전부터 후배위로 할 때면 이따금씩 나의 항문에 엄지손가락을 집어넣고는 했다. 혹시 항문으로 하는 섹스에 관심이 있는 걸까? 그것으로 할 때의 찝찝한 기분은 나로서는 전혀 달갑지 않은 것이기는 하지만, 만약에 그게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나는 얼마든지 그의 요구에 응할 각오가 되어있다. 하지만 그는 당장은 생각이 없는 것인지 그저 엄지손가락을 넣은 채 보통의 성행위에 몰두할 뿐이었다.
문득 지금 입고 있는 원피스가 산지 일주일도 안 된 새것이라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가 너무 오랫동안 새 원피스의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있다는 생각에 구김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지금 내 항문에 넣었던 손으로 그것을 만지기라도 한다면..
「아앙~ 아앙~」
일부러 교태어린 콧소리를 흘리기 시작했다.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지만 그는 언제나 나를 절정에 이르게 하고 싶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았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그는 내가 신음소리를 내자 내가 정말로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아까 전보다 더욱 강하게 허리를 쓰기 시작했다.
「아앙~ 죽을 거 같아.. 아앙~ 오빠 조금만 살살..」
나의 반응에 이제 그는 완전히 신이 난 듯 더욱 피치를 올려 나를 압박해왔다. 하지만 고조되는 그의 흥분과 반대로 내가 느끼고 있는 쾌감은 오히려 아까만도 못한 것이었다. 단순히 세게만 하는 것은 질구에 과도한 압박감만 느껴지게 할 뿐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 아. 아. 아.. 흐아아아앙~」
뒤꿈치를 들어 올리고 절정을 연기했다. 엉덩이에 잔뜩 힘을 주어 그의 물건을 최대한 조여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내가 절정을 맞이했다고 생각하자 비로소 안심이 된 모양인지 몇 초 지나지 않아 나의 체내에 뜨거운 정액을 토해냈다. 사정을 마친 그가 피로감이 몰려오는지 내 등에 기대어왔다. 어쩐지 예전처럼 그가 따스하게 뒤에서 안아주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저기.. 날 사랑해?」
그는 내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했고 문을 걸어 잠갔다. 나는 홀로 남겨진 부엌에서 여전히 엉덩이를 내놓은 채로 그저 쓸쓸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어둠을 말벗삼아 마음을 고백해본다. 물론 그것은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루어졌다.
「나는 사랑해, 수호오빠. 그것도 아주 많이.」
키친타월을 한 장 뜯어 가랑이에 흐르는 그의 흔적을 닦아냈다. 속옷을 추켜 입은 뒤 어딘가 원피스에 정액이라도 묻지는 않았는지 살폈지만 다행히 그러지는 않은 것 같았다.
「휴우.. 다행이다.」 나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순간 눈물 한 방울이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어라..?’
영문을 모르게 시작된 눈물은 어느새 연이어 흘러나와 두 뺨을 적시기 시작했다. 어라..? 내가 왜 이러지..? 슬픈 일 따위 조금도 없었는데.. 하지만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마음 안에는 확실히 조금씩 북받쳐 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눈물이 슬픔조차 안고 온 것일까? 결국 나는 흐르는 눈물을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금세 멎을 거라 생각했던 눈물이 언제까지고 하염없이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