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26)

요란하게 울리는 휴대전화 알람소리에 잠에서 깼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시간을 확인한다. 아침 7시 30분. 순간 짜증이 밀려왔다. 옆에서는 마찬가지로 알람소리에 눈을 뜬 그녀가 이불로 앞을 가린 채 주섬주섬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속옷을 챙기고 있었다. 잡티 하나 없는 그녀의 매끈한 등과 잘록한 허리, 유려한 엉덩이라인이 시야에 들어왔다. 순식간에 그녀의 팔을 낚아채 다시금 침대로 쓰러뜨렸다.

「꺅! 왜 이래요?」 그녀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왜긴. 한 번 더 하자고.」 그녀의 맨몸을 어루만지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저 오늘 일찍 나가봐야 되요. 9시부터 아르바이트 있어요.」 그녀는 가볍게 눈을 흘기더니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러니까 빨리 한 번 빼주고 가. 빨리하면 시간은 충분하잖아.」 나는 이불 속에서 속옷을 입고 있는 그녀를 제지하며 다시 한 번 잡아 당겼다.

「어제 두 번이나 했잖아요..」 하지만 사실상 그녀는 이미 반쯤 체념한 목소리였다. 

「얼마 만에 하는 건데.. 겨우 두 번으로 될 것 같아?」 나는 다짜고짜 그녀의 음부에 손을 가져갔다. 

「자..잠깐..!」 그녀가 급히 다리를 오므리는 바람에 내 손은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손바닥을 통해 지난밤의 분비물이 눌러 붙은 음모가 느껴졌다. 개의치 않고 그녀의 성감대인 오른쪽 젖꼭지를 베어 물었다. 

「..읏..!」 혀로 살살 굴려주자 금세 유두가 발기하여 단단해지더니 이내 힘껏 오므렸던 다리가 느슨해진다. 그녀의 약점은 이미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딱딱하게 뭉쳐있는 음모를 손가락으로 비벼 풀어주며 슬쩍슬쩍 클리토리스를 자극하자 조금씩 애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야!」 겨우 손가락 한마디 정도를 질 안에 넣었을 뿐인데 갑자기 그녀가 다리를 오므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뭐야 또?」 

「..아파요..」

「뭐? 어디가?」 나는 괜한 심술로 모른 척 되물었다.

「..거기가요.」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나는 끝까지 모른 척 잡아 떼볼까 생각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그런 걸 즐기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지만 굳이 내 취향과 맞지는 않았다. 

「꺅!」

어릴 때 동네 여자아이의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 듯 그녀의 가랑이를 활짝 벌렸다. 그녀의 그곳은 확실히 육안으로 보기에도 많이 부어있었다. 아무래도 어제 새벽 선잠이 들었다가 깼을 때 자고 있는 그녀를 상대로 억지로 삽입을 했던 것이 무리가 된 것 같았다. 

「어쩔래? 입으로 뺄래? 가슴으로 할까?」

「... ...」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녀로서는 둘 다 그다지 내키지 않을 것 같긴 하다.

「그럼 입으로 해.」 나는 그녀의 다리를 내려놓고 돌아누워 그녀의 얼굴에 자지를 들이밀었다.

「가..가슴으로 할게요.」 그녀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다급히 외쳤다. 

비위가 약한 그녀는 평소에도 펠라티오를 무척이나 힘들어했다. 특히 지금처럼 사정하고 난 뒤 그대로 잠들어 지난밤의 분비물이 말라붙은 상태일 때는 더 그랬고, 69자세로 펠라티오를 요구할 때는 더욱 더 그러했다. 아마도 지난 번 처음으로 그 자세를 시도했을 당시의 괴로웠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녀는 거의 모든 성관계에서 수동적이었지만 펠라티오의 경우 정도가 유독 심했다. 언제나 가랑이 사이에 쪼그려 앉아 혀끝으로 귀두를 할짝거리는 정도에 그쳤고, 간혹 윽박을 질러 입에 물려봤자 그때는 또 전혀 혀를 쓰지 않은 채 입술만 위아래로 움직일 뿐이었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전혀 나아짐이 없었기에 야동에서 본 것처럼 서서 그녀의 머리를 잡고 흔들어도 보았지만 엇박자에 서로 기운만 빠질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69자세로 펠라티오를 시도하게 되었고, 그때 비로소 그녀의 수동적인 태도와 상관없이 내 움직임만으로 충분한 쾌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당시 내가 허리를 너무 거세게 흔드는 통에 목구멍 깊숙이 들어오는 자지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그녀는 침까지 질질 흘리며 꺽꺽 숨 넘어 가는 소리를 냈지만, 나는 너무 좋았던 나머지 멈추지 않고 그녀의 목구멍 깊숙이 정액을 토해낼 때까지 행위를 강행했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그녀는 내가 또 그렇게 자지를 들이밀기라도 할라치면 몸서리를 치며 거부반응을 보였지만, 나는 비로소 알게 된 입보지의 참맛에 흠뻑 빠져 가끔씩 이를 강요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였기에 어찌 보면 지금의 선택은 충분히 내 예상 가능한 범주였다. 그녀의 예쁜 얼굴에 고환을 치대는 느낌을 포기하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지난밤의 일도 그렇고 내심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던 나는 오늘만큼은 순순히 그녀의 선택을 인정해주었다. 그녀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 양 팔로 가슴을 끌어 모았다. 나는 바닥에 일어서서 그렇게 형성된 가슴골 깊숙이 페니스를 묻었다. 따뜻하고 축축한 성기와는 또 다른 오묘한 탄력과 부드러움이 페니스를 감쌌다.

「꼭지도 잘 오므려.」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결국 순순히 교차했던 팔을 풀었고, 가만히 본인의 젖가슴을 쥔 채 양쪽 유두를 최대한 가깝게 끌어 모았다. 조금씩 허리를 움직이자 그녀의 유두가 살짝 살짝 스치며 묘한 자극을 선사했다. 하지만 사정에 이르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감이 있었다.

「이래서는 알바 시간에 못 맞출 텐데?」 

그 말에 그녀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조금씩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 아래로 번갈아 움직이는 손에 의해 서로 마찰하기 시작한 D컵의 가슴이 자지를 더욱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단단하게 발기하여 돌출된 그녀의 유두 역시 적절하게 기둥에 쓸리며 나의 사정을 부추기고 있었다. 허리를 찔러 넣을 때 마다 치골에 닿아 뭉개지는 부드러운 젖가슴도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오~ 오~」 머지않아 사정감이 몰려왔다. 그녀도 그 사실을 감지했는지 고개를 돌린 채 손의 움직임에 박차를 가했다. 결국 나는 그 부드러운 지방덩어리 사이 깊숙한 곳에 뜨거운 정액을 뿜어냈다.

「후우..」 사정을 마친 뒤 한 걸음 물러섰지만 그녀는 여전히 찡그린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앉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팔을 강제로 잡아 벌리자 가슴 사이에 고여 있던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세 번째 사정인지라 약간은 묽은 정액이 그녀의 배꼽을 지나 그녀의 음모에까지 흘러내렸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타고 흐르는 정액의 느낌이 그리 좋지 않은지 서둘러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이렇게 좋은 걸 어떻게 그만두겠어? 크크-」 

재형에게는 그만 두겠다고 약속했지만 그건 녀석이 은채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그녀는 신체 어느 부위를 사용해도 남자에게 극상의 만족을 선사하는, 그야말로 섹스를 위한 몸을 타고난 여자였다. 아마 그녀의 성격만 조금만 더 성에 대해 개방적이고 적극적이었다면 분명 남자 여럿 잡아먹는 색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새끼는 좆도 모르면서..’ 

갑자기 그 날 재형이 자신에게 윽박지르던 일을 떠올라 미간이 찌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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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은채씨가 지금 병원에 있어서 수호랑 연락이 안 된다는 거야?」

「아냐.. 마취 깨고 한 3시간 정도 병원에 누워 있다가 바로 퇴원해서 지금 집에 있어.」

「집? 어느 집?」

「어디긴.. 자기 자취하는 데.」

「씨x. 근데 넌 여기 와서 술이나 쳐먹고 자빠져 있었다? 수술한 은채씨를 방에 혼자 두고?」

「... ...」

「야 넌 진짜 남자.. 아니 사람새끼도 아니다. 어떻게 씨x..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네가 싸지른 씨앗 아니냐? 너라는 새끼한테는 그 정도 책임감도 없냐?」

「..아니 그건..」 

「됐고 씨x놈아. 지금이라도 당장 죽이라도 사들고 가서 간호해라. 아.. 진짜 씨x. 당최 왜 내가 이런 얘기를 수호가 아니라 너한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돌겠다, 진짜.」

속에서 뭔가 욱하고 올라왔지만 그 날만큼은 입을 꾹 다문 채 재형의 강도 높은 비난을 묵묵히 견뎌내야만 했다. 평소 성격 같았으면 그걸 가만히 듣고 있었을 리 만무했겠지만 이번만큼은 나 역시 잘못을 모르는 바 아니었고, 더욱이 생전 처음 보는 재형의 격양된 모습에 살짝 주눅이 들기도 했던 것이다.

결국 나는 녀석이 시킨 대로 김밥○국에 들러 죽까지 사들고 그녀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꼴사납게 보일까봐 가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걸음을 멈췄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마다 재형이 했던 말이 나의 등을 떠밀었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실제로 자신의 아이까지 가졌던 여자를 그렇게 두는 건 남자로서 할 짓이 아니지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어쩐지 스스로의 모습이 대견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복사해둔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갔을 때, 그녀는 불도 켜지 않은 방안에 누워 혼자서 울고 있었다. 저녁은 먹었냐고 물었지만 대꾸조차 해주지 않았다. 그녀는 끝내 내가 사가지고간 죽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뭐라 더 이상 말을 걸기도 어려운 분위기에 머쓱해진 나는 서둘러 몸을 씻고 그녀의 옆에 누웠다. 평소와 똑같이 벽을 향해 누워있는 그녀의 등이 어쩐지 그날따라 더욱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밤새 울다 지쳐 잠들고 다시 깨서 울기를 반복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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